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7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37화>
역병의 진원지(1)
“젠장, 정말 쉴 틈이 없군.”
첫날 예선전을 모두 끝낸 직후, 나는 곧바로 리야가 보낸 기사들과 함께 빈민가로 향했다.
솔직히 지쳤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했다.
병마의 재해라 불리는 사내가 어떠한 힘을 지니고 있는지 명확히 알아내야 마땅한 대책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제가 신호를 드리면 무조건 도망치셔야 합니다.”
빈민가에 도착하기 직전, 나는 내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기사단장에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순 없습니다. 황녀 전하께서 무슨 일이 있어도 클레이 백작님만큼은 보호하라고 하셨으니까요.”
“아뇨, 부디 제 말을 따라 주셨으면 합니다. 황녀 전하께는 제가 말씀드리죠.”
“하지만…….”
“정말 제게 목숨이 위험하다고 생각되시면 그때 도와주셔도 됩니다. 하지만 적어도 신호를 드리면 뒤로 물러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내가 완고하게 말하자 결국 기사단장도 한풀 꺾이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적이 ‘병마의 재해’인 이상 적어도 내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이들에겐 아니다. 아무리 고강한 경지를 이룬 기사라고 할지라도 질병에는 당할 수 없으니까.
[나쯤 되면 병도 이기지만 말이야.]‘너도 신혈빨이잖아.’
[신혈도 애초에 내가 이룬 경지에서 파생된 거거든?]우쭐거리는 모습이 눈꼴시었지만 할 말은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그나저나 제국의 수도에도 빈민가는 있구나.’
제국의 수도인 드라이그 정도라면 혹시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도 짙은 법.
드라이그의 빈민가는 황궁의 화려함에 상반되어 더욱 참담하게 느껴졌다.
“으음, 못 볼꼴을 보여 드렸군요.”
기사단장은 처참한 빈민가의 광경이 민망했는지 중얼거렸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보다 슬슬 찾아보죠.”
“검은 옷의 의사였지요?”
“네, 맞습니다. 고블린 가면을 쓰고 있는 자입니다. 본명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름은 에드워드라고 하더군요.”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후 다른 기사들을 지휘했다.
‘모네의 말에 따르면 아이들이 그를 잘 따른다고 했었지.’
기사들이 따로 정보를 모으는 동안, 나는 모네의 말을 떠올리며 움직였다.
‘제대로 된 물건이 없어서 설정으로 위치를 추적하기도 어렵겠어.’
그렇다고 사람들의 설정을 보고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정보가 너무 부족한 탓에 무작정 빈민가를 헤집으며 돌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그때, 내 눈에 아이의 손을 잡고 거니는 여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재빨리 그녀에게 다가갔다.
“저기, 하나만 묻겠습니다. 혹시 고블린 가면을 쓰고 다니는 의사에 대해서 아십니까?”
“고블린 가면이면…… 에드워드 선생님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혹시 그 사람이 어디에 사는지 아십니까?”
“음, 그게…….”
여성은 나의 복색을 힐끗 살피며 망설였다.
그에 나는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금화 하나를 꺼내 그녀의 손에 쥐어 주었다.
“에드워드 님은 여기서 동쪽으로 쭉 걸어가면 있는 무너진 종탑에 살고 계십니다.”
그녀는 금화를 건네받자, 언제 망설였냐는 듯 입꼬리르 끌어올리며 자신이 아는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동쪽? 아, 저기군.’
다행히 종탑은 여기서도 눈에 띄었다.
나는 곧바로 기사들을 소집하여 주변을 경계하게 한 뒤 종탑으로 접근했다.
종탑 근처는 조용했다.
다 부서진 나무문을 천천히 열자, 어두운 내부가 보였다. 이곳에서 누가 살고 있다고는 도무지 생각되지 않았다.
“계십니까?”
종탑 안이 울릴 정도로 외치자 그제야 인기척이 느껴졌다.
“손님이 오셨군요.”
마치 사신처럼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의사가 걸어 내려왔다.
녀석을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오늘은 손님을 맞이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좀 바빠서 말이죠.”
그는 천천히 등을 돌렸다.
사실상 축객령이다.
“감히!”
당연히 기사단장은 크게 분개하며 앞으로 나서려 했다. 귀족을 상대로 하기엔 지나치게 무례한 태도였으니까.
“단장님, 너무 흥분하셨습니다.”
“하지만 감히 의사 따위가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요!”
앞으로 나서려고 하는 기사단장을 말리며 에드워드를 등을 응시했다.
녀석의 설정을 보기 위해서.
‘맙소사.’
그리고 나는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리야의 말이 맞았다.
병마의 재해, 에드워드는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도 터무니없는 걸.
“……감히 의사 따위?”
기사단장의 외침에 천천히, 병마의 재해── 에드워드 윌리엄스가 등을 돌렸다.
“분명 제가 말했을 텐데요.”
어둠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그의 얼굴에는 웃는 고블린 가면이 덮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의 손바닥이 스쳐 지나간 순간, 가면은 분노한 고블린 가면으로 변해 있었다.
“저는 무척 바쁘다고.”
스아아아!
“무, 무슨……!”
에드워드의 옷자락 사이에서 짙은 녹색의 연기가 흘러나왔다.
경악하는 기사단장에게 나는 황급히 외쳤다.
“어서 종탑 밖으로 나가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기사단장은 황급히 다른 기사들에게 손짓하며 종탑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렇게 둘 수는 없죠. 저는 아직 알려지고 싶지 않으니 말입니다.”
연기는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종탑 밖으로 달려 나가는 기사를 추적했다.
하지만 그 연기가 기사들에게 닿기 직전.
“음?”
나는 에드워드를 향해 달려가 검으로 그의 머리를 꿰뚫었다.
‘역시 통하지 않아!’
놈의 머리를 꿰뚫자, 녀석의 몸은 연기로 완전히 화하더니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다시 뭉쳐졌다.
“……분명 연기에 닿았는데 당신은 어떻게 멀쩡할 수 있는 겁니까?”
“글쎄. 나도 모르겠는걸?”
시놉시스에 적힌 대로라면 녀석의 질병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예상대로 신혈은 녀석의 힘을 완벽히 차단했다.
“…….”
에드워드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 연기로 변했다.
혹시 기사들을 쫓으려나 싶었지만 연기는 부서진 바닥 아래로 스며들었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몸을 긴장시키며 녀석의 다음 행동을 기다렸지만, 어째선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도망친 거 같은데?]‘뭐?’
아무리 나에게 힘이 통하지 않았다지만 바로 이렇게 내빼 버린다고?
‘어쨌든 다행이네. 이대로 싸웠다면 기사들은 물론이고 나아가 빈민가에도 큰 피해가 일어났을 거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아까 보았던 에드워드의 설정을 점검했다.
어차피 지금 무슨 짓을 해도 녀석을 뒤쫓을 방법은 없었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아까 얻은 정보를 확인하는 게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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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리엄스>
나이 : 38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빈민가의 천사(가짜), 첫 번째 재해(악역)
보유 능력 : 약학 지식(질병, 독 특화), 의술(질병 특화), 재해화(災害化) [질병]
특이 사항 : 빈민가의 천사라고 불리는 의사. 오랫동안 빈민가에서 살아왔으며 인망이 두텁다.
하지만 그 정체는 첫 번째 재해인 ‘병마(病魔)의 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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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한 것처럼 에드워드는 재해였다.
전체적으로 산맥에서 보았던 리야를 떠올리게 하는 설정이었지만,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아까 녀석이 연기로 변했던 능력.
재해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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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화(災害化) [질병]>
육체를 연기로 바꿀 수 있으며, 그 연기에 닿는 이는 사용자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질병, 혹은 독에 중독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최대 사용 가능 시간 30분.
사용한 시간에 비례하여 사용자는 최대 이틀까지 깊은 잠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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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없네.’
갑자기 연기로 변하여 공격한다면 과연 피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심지어 닿기만 해도 치명상이니 가히 사기적인 능력이라 할 만했다.
‘나는 신혈이 있으니 걱정 없지만…….’
신혈이 있으니 에드워드의 공격을 막아 내는 건 걱정 없었다.
문제는 방금 전에 직접 겪어 본 것처럼 나 또한 그에게 타격을 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래서 그 검이 필요했던 거구나.’
아스크탈린 제국의 초대 황제인 라이반 아스크탈린의 동상이 들고 있던 검, 인검 제노바.
그걸 얻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가 생겼다.
“바, 반하르트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연기가 사라지고 조용해지자, 도망쳤던 기사단장이 겁에 질린 얼굴로 돌아왔다.
강건한 기사인 그도 방금 일어난 사태에선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하기야 인간이 갑자기 연기로 변했는데 그럴 수밖에 없지.
“괜찮습니다. 녀석은 도망간 것 같으니 우선 이 종탑을 수색해 보도록 하죠.”
“여, 역시. 황녀 전하께서 백작님을 따르라고 하신 이유가 있었군요.”
기사단장은 전과 달리 나를 존경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깎듯이 명령을 따랐다.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덕분에 말은 잘 들으니 나쁠 건 없었다.
“백작님! 여기 뭔가 있습니다!”
종탑을 수색하기를 몇 시간.
한 기사가 내게 무언가가 잔뜩 들어 있는 꾸러미를 가져왔다.
“아, 사탕이군요. 죄송합니다.”
꾸러미 안에는 아름다운 색깔의 사탕들이 가들 들어 있었다.
기사는 꾸러미 안에 들어있는 물건을 확인하곤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머리를 긁적였다.
“아뇨. 고생하셨습니다.”
“네?”
“제가 찾으려던 게 이거니까요.
바로 모네가 에드워드에게 받았던 사탕.
물론, 이건 평범한 사탕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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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결정(結晶)>
병마의 재해, 에드워드 윌리엄스가 만들어낸 결정.
에드워드가 자신이 지닌 모든 지식을 활용해 만든 특수한 전염병이 담겨 있다.
제국의 수도, 드라이그에 1차적으로 전염병을 확산시킨 주범.
섭취 시 사흘의 잠복기를 거친 후 발병하게 되며, 발병 후 이틀 안에 사망에 이른다.
==
이 사탕이 바로, 재해의 전조였다.
* * *
숙소로 돌아온 건 늦은 저녁이었다.
시합이 끝나기 무섭게 어디론가 사라졌던 내가 돌아오자, 리비나 백작이 약간 언짢은 얼굴로 나를 반겼다.
“반하르트 백작, 시합을 간단히 이겼다지만 조금은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떤가?”
“잠시 볼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볼일이라니, 제국에서 자네가 무슨 볼일이…….”
“황녀님의 부탁이 있었거든요.”
“……황녀님의?”
리야 아스크탈린이 언급되니 리비나 백작이라도 차마 함부로 말할 수 없었던 모양인지 앓는 소리를 내었다.
“끄응, 알겠네. 하지만 아직 자네는 예선을 완전히 통과한 게 아니야. 마지막 날에 시합이 두 번 더 남아 있음을 명심하게.”
“그렇지 않아도 내일은 푹 쉴 예정입니다.”
“……알겠네. 피곤할 텐데 붙잡아서 미안하군.”
인솔자인 그의 입장에서는 혼자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내가 신경 쓰이는 것도 당연했다.
리비나 백작과의 이야기를 끝낸 후 방으로 돌아오자, 이번에 나를 반긴 건 잔뜩 화가 난 모네였다.
“도련님! 시합을 하고 오셨으면 얌전히 쉬고 체력을 회복하셔야지 또 어딜 가신 거예요!”
“그렇지 않아도 내일은 너와 함께 수도나 돌아다니며 쉬려고 했어.”
“돌아다니지 말고 숙소에서 쉬어야 한다니까요!”
“아,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 제국에서 유명한 오므라이스집이 있다고 하던데.”
“……네?”
모네는 오므라이스를 엄청나게 좋아한다.
아니나 다를까, 잔소리를 하던 모네가 반응을 보였다.
“내일 내가 사 줄 테니까, 어때? 간만에 쇼핑 같은 거 하는 것도 좋잖아?”
“으, 으음.”
순진한 모네는 그 말에 아주 가볍게 넘어갔다.
“흐, 흐음. 뭐 간만에 도련님과 외식을 하는 것도 좋겠네요. 그리고 맛있는 걸 먹는 것도 휴식의 일환이니…….”
합리화를 끝낸 모네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도련님. 그럼 내일 입을 옷을 준비해야겠네요!”
내일 먹을 오므라이스를 생각했는지 표정도 살짝 상기하여 붉게 물들어 있었다.
‘……미안하다, 모네.’
기분 좋게 내 침구를 정돈하며 편히 주무시라고 인사하는 모네에게 나는 심심한 사과를 보냈다.
* * *
다음 날.
나와 모네는 어제 약속했던 것처럼 한껏 차려입고 제국 수도를 구경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도련님.”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따라온 모네의 얼굴이 굳은 건 그로부터 30분 후였다.
“……여긴 오므라이스 가게가 아닌 것 같은데요.”
모네는 눈앞에 있는 새하얀 옷을 입은 학자들과 다수의 마법사.
그 가장 앞에 서 있는 황녀, 리야 아스크탈린을 보며 안색을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