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38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38화>
역병의 진원지(2)
“도련님! 왜, 왜 황녀 전하께 온 건가요? 그리고 다른 분들은…….”
모네는 놀랐는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울먹거렸다.
그 모습에 참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걱정 마. 다 잘될 거야.”
“부, 불안하게 무슨 소리예요?!”
나도 가능한 모네를 이런 일에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필연적으로 모네의 도움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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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나이 : 20세
성별 : 여성
작중 역할 : 반하르트 백작가의 하인(주연)
보유 능력 : 기적과도 같은 행운
특이 사항 : 소설 ‘검의 소리가 들려’의 주연. 파비안이 가장 신뢰하는 여성이며,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낸 오누이 같은 사이. 뛰어난 손재주와 엄청난 행운을 지녔다.
병마의 재해의 의해 질병의 결정을 섭취했다.
결정 섭취 사흘 후 전염병이 발병하게 되며, 발병 시 이틀 안에 사망하게 된다.
모네는 기적과도 같은 행운으로 병의 잠복 기간 동안 항체가 생성되어 발병하지 않았다.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파비안은 제국의 원조를 통해 치료제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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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 보유자.’
이미 제국에 온 첫날에 모네의 설정에는 ‘항체를 생성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완벽히 항체가 생성되어 회복되었다고 나타났으며, 더불어 파비안의 행적도 추가되어 있었다.
‘모네의 행운…… 너무 사기 아니냐?’
아무리 운이 좋다지만 바로 항체가 만들어지다니.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었지만 설정이 그렇다니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이 하녀가 항체를 보유했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리야는 나와 모네를 번갈아 가며 보다가 싱긋 웃었다.
참 부드러운 미소였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아 묘한 섬뜩함을 주었다.
“네, 맞습니다.”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예를 표하며 말했다. 그녀와 가볍게 대화를 하는 건 어디까지나 단둘이 있을 때뿐이었다.
“도, 도련님, 황녀 전하께서 어쩐지 절 노려보는 거 같은데요……. 제가 뭔가 실례를 범한 걸까요?”
모네가 내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
그러자 리야의 미소가 한층 짙어졌다.
“황녀 전하, 그럼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클레이.”
또각또각.
리야는 거침없이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방금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나?’
황녀가 외간 남성의 이름을 담는 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변에서 옅은 동요가 일어났다.
“황녀 전하?”
“우리 이름으로 부르기로 약속하지 않았나요?”
“……그건 분명 다른 사람이 없을 때만 하기로 했잖습니까?”
나는 리야만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리야는 어쩐지 부루퉁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네, 그랬죠. 정말 치사하네요.”
리야는 힐끔 모네를 봤다가 옅은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백작의 말대로 현재 제국에서 끌어모을 수 있는 인력은 최대한 끌어모았어요.”
리야는 자신의 뒤에 있는 무리들을 하나씩 소개했다.
각종 질병을 비롯한 의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마탑의 마법사, 그리고 마지막 성직자들이었다.
‘생각보다 의학자 수가 많은데?’
리야는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차분히 입을 열었다.
“확실히 의학이라는 학문이 성직자와 마법사의 존재로 좋지 못한 취급을 받는 건 사실이죠.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코 괄시해서는 안 돼요.”
리야는 힐끗 모네를 본 뒤에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아무리 마법사와 성직자의 수가 늘었다고 한들,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의 한계는 정해져 있으니까요.”
“예, 그렇죠. 단지 최근 수십 년간 큰 전염병이 터진 적이 없어 그런 사실을 잊은 것 같습니다.”
“마법의 보급과 사제들의 존재로 인해 필연적으로 언젠가 터질 문제였어요.”
결국 시장은 수요에 의해 돌아간다.
의학을 발전시키고 의사를 육성시키려고 해도, 결국 의사를 찾는 이가 없다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눈앞의 의학자들 또한 제국에서 직접 투자를 하여 육성하고 있는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계속 연구할 여건을 만들 수 없으리라.
“그리고 어제 보내 주신 사탕…… 아니, 결정이라고 했던가요? 이 안에 들어 있는 성분은 분석이 끝났다고 하더군요.”
리야는 그렇게 말한 후 의학자들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그중 가장 연로한 학자가 흥분한 얼굴로 앞으로 나왔다.
“오오! 반하르트 백작님, 이야기는 전하로부터 전해 들었습니다! 이 질병에 대해 먼저 밝혀내셨다고요!”
그는 크게 감격한 얼굴로 내게 순식간에 다가왔다.
만약 리야의 제지가 아니었다면 나를 그대로 끌어안았을지도 모른다.
‘설마 이렇게나 격한 반응을 보일 줄이야.’
어제 결정을 리야에게 전하며 병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한 상태였다. 아무래도 이들은 그걸 내가 혼자 알아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기꾼 같으니.]‘나도 이번엔 의도한 게 아니야.’
내 얼굴에 금칠하는 게 민망하긴 했지만, 그렇지 않으면 설명이 복잡해진다.
“흠흠, 어쨌든 백작님의 말씀처럼 이 질병은 어떤 마법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하더군요.”
자신도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의학자는 민망한 얼굴로 헛기침하며 설명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신성 마법과 해독 마법은 해로운 것을 제거하는 형태로 그 효과가 작용합니다. 하지만 이 질병은 그 맹점을 이용했죠.”
“무슨 뜻인가요?”
“인체에는 병을 치유하려는 면역계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질병은 그러한 면역계를 과다하게 작용시켜, 오히려 면역계가 문제가 되게끔 만든 거죠. 그렇기 때문에 해로운 것을 제거하는 마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겁니다.”
리야는 의학자를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한 줄로 요약하세요.”
“잠복기에는 괜찮으나, 발병하면 죽습니다.”
“잘했어요.”
싱긋 웃는 리야에게 의학자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뭐, 어쨌거나 시놉시스에서 읽은 그대로였다.
“그럼 이제 다음은 모네 양의 몸에 있는 항체를 확인할 차례로군요.”
의학자의 입에서 나온 자신의 이름에 멍하니 서 있던 모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 네? 하, 항체요? 도련님, 그게 뭔가요?”
당황한 모네가 내게 되물었지만, 사실상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선 모네의 도움이 필요하니 어쩔 수 없었다.
“그냥 피만 뽑으면 되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 정말이죠……?”
“이번엔 거짓말 아니야. 괜찮아. 끝나면 약속대로 오므라이스 사 줄 테니까.”
“으으, 알겠어요.”
겨우겨우 그런 모네를 달랜 후, 나는 의학자를 향해 물었다.
“대략 치료제는 언제쯤 완성할 수 있습니까?”
“으음, 아직 질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의학자는 찬찬히 시간을 계산한 뒤에 차분히 입을 열었다.
“아무리 빨라도 2주 정도 걸리겠군요. 그나마 마탑과 신전의 공조, 거기에 황녀 전하의 도움을 받아서 그 정도입니다.”
2주. 분명 한 질병의 치료제를 만드는 것치곤 빠른 시간이다.
마법과 신의 기적, 거기에 용언의 힘을 빌려야 겨우겨우 가능한 속도일 것이다.
‘안 돼. 너무 늦어.’
하지만 에드워드가 가지고 있던 질병의 결정이 내가 찾은 게 전부일 리가 없었다.
‘아직 잠잠한 걸 보면 적어도 이 결정을 퍼트리기 시작한 건 최근일 거야.’
빈민가 사람들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바로 어제 에드워드가 아이들에게 사탕이 들어 있는 꾸러미를 나눠 줬다고 한다.
아이들은 그것을 서로 나눠 먹은 이후, 남은 사탕을 팔기 위해 나갔고.
‘아이들을 이용하다니!’
나는 이를 뿌득 갈며 고개를 흔들었다.
사탕의 회수와 결정을 섭취한 아이들을 추적하는 건 이미 기사단장에게 맡겨 둔 상태였다.
‘아직 감염자는 많지 않을 거야. 하지만 치료제를 만들지 않는다면 결국 퍼져 나가게 되겠지.’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3일에서 4일.
“……만약 병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까?”
“으음, 그렇겠죠. 하지만 솔직히 가늠하긴 힘들군요.”
의학자의 말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
“…….”
“도련님?”
분명 파비안은 큰 희생 속에서 승리를 거뒀을 것이다. 녀석은 더 오랜 시간 동안 병마의 재해를 상대해야 했을 테니까.
“황녀 전하.”
“예?”
“몇 가지를 더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나는 허공에 떠있는 문자를 응시했다.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문자를.
* * *
예선 3일 차.
최종 예선까지 올라오자, 슬슬 사람들은 이번 제국 연무회에 등장한 신성들에 대해 말이 나오고 있었다.
“이번 건국제에 참여한 대표들은 다들 실력이 출중하더군.”
“다르샤의 전사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름 높은 리비나의 어린 사자도 명불허전이었지.”
“다만 마법사들이 좀 아쉽군. 센버튼 공국의 마녀는 실력을 꽤 기대했는데, 기대 이하였어.”
“마법사라고 하니 황녀 전하가 사퇴하신 게 아쉬울 따름이군.”
두 사내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시합장을 내려다보았다. 그곳에는 방금 결투에서 승리하고 내려오는 남자가 있었다.
“그래도 실베스트 경이 남아 다행이야. 제국의 위신은 지킬 수 있겠어.”
아스크탈린 제국의 대표, 이안 실베스트.
여태 그와 열 합 이상을 겨룬 이는 없었다.
“실베스트가의 자랑!”
“제국의 은빛 늑대!”
그가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울려 퍼지는 함성이 콜로세움을 가득 채웠다. 잘생기고 실력도 출중하니 그 인기는 가히 독보적이었다.
이안이 시합장 아래로 내려가자, 새롭게 올라온 자는 흑발의 남성이었다.
“저자가…….”
“탈루아 왕국의 기사였지? 이전 두 시합 모두 단 일합에 끝내 버렸다는…….”
거기까지 말하던 남자들은 눈을 찡그렸다.
어째 흑발의 남자, 클레이의 행색이 영 이상했기 때문이다.
“뭔가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은데?”
“그렇지? 어쩐지 초췌해 보여.”
비틀비틀.
시합장에 올라온 클레이는 마치 병든 닭 같았다.
“심지어 상대도 다르샤의 투견, 샤르신이군. 이래서야 제대로 된 시합을 기대할 수 없겠어.”
내심 클레이의 시합을 기대했던 그들로선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반면 클레이의 상대로 나온 샤르신은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이놈을 내가 쓰러트린다면 첫날 당했던 굴욕을 회복할 수 있다!’
아르사빈이 연회에서 굴욕을 당한 탓에 현재 다르샤의 사기는 최악이었다.
그러나 만약 여기서 자신이 클레이를 쓰러트린다면 분위기는 단번에 반전될 것이다.
대전사일지도 모르는 자를 중급 전사인 자신이 쓰러트리는 거다!
‘어쩌면 다음 부족장은 내가 될지도 몰라.’
제국 연무회에서 큰 공을 세우면 그만큼 보답이 돌아온다.
대전사를 쓰러트린 건 우승하는 것에 준하는 위업이니 샤르신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건 솔직히 이겨 줘야지.’
당장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클레이다.
샤르신의 자신감이 충만하게 차올랐다.
뎅!
그때, 시합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단번에 끝내 주마!”
샤르신은 냅다 달려가며 자신의 곡도를 휘둘렀다.
클레이는 아직 검조차 뽑지 않았다. 심지어 검집에 손조차 대지 않았다.
아무리 그라도 이 상황에서 자신보다 빠르게 검을 뽑을 수는 없으리라.
“한 방에…… 어?”
슉!
그러나 샤르신의 곡도는 허공을 갈랐다.
클레이의 몸이 빙글 회전하며 그의 공격을 부드럽게 흘린 것이다.
‘마력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럼 마력을 사용하지도 않고 저런 움직임을 보였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턱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헉!”
샤르신은 그것이 클레이의 무릎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뇌가 충격으로 흔들려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자, 이어 주먹이 날아들었다.
“너, 너는 검사가 아니었…… 끄악!”
말 그대로 개처럼 처맞는다는 게 무엇인지 그는 몸소 증명했다.
차라리 클레이가 마력이라도 썼다면 두어 방을 맞고 기절했겠지만, 클레이는 마력을 운용하지 않았다.
‘대체 왜!’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두들겨 패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자신이 밉보인 건가? 기절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못할 만큼?
사실 클레이는 마력을 운용하고 있었다. 단지 그 양이 많지 않아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졌다! 내가 졌어!”
얼굴이 시퍼렇게 변하며 퉁퉁 부어올랐을 무렵, 샤르신은 결국 백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의 몸에 성한 곳은 남아 있지 않았다.
“승자, 클레이 반하르트!”
예상외의 결과에 당황한 심판이 황급히 외쳤지만, 콜로세움은 고요하기만 할 뿐이었다.
[너, 검보다 그냥 주먹 쓰는 데 더 재능 있는 거 같다. 그냥 이쪽으로 가는 게 어때?]‘……시끄러.’
고요한 적막 속에서 들려오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클레이는 검지와 엄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거지같은 개연성.’
하루 밤을 꼬박 새면서 익숙하지 않은 지식을 배운 탓에 아주 죽을 맛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