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40화>
병마의 재해(1)
‘이제 내일이면 혼란이 찾아올 것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가면을 손바닥으로 쓸며 생각했다.
긴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자신이 힘을 손에 넣고, 여기까지 도달하기까지.
오직 증오.
인간을 향한 증오만이 그를 지탱했다.
덜그럭.
에드워드는 가면을 탁자 위에 올려 놓은 뒤 거울을 응시했다.
가면 아래 드러난 그의 얼굴을 누군가 본다면 경악할 수밖에 없으리라.
아인족.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하고 있는 종족.
그중에는 단순히 ‘종’이 다른 것만이 아닌, 다른 것과 피가 섞인 존재도 포함된다.
“……어머니.”
인간이었던 어머니.
훌륭한 의사였던 어머니.
하지만 그녀가 낳은 건 인간이 아니었다. 고블린과 인간의 혼혈인 괴물이었다.
모험가였던 그녀가 당했던 처참한 사고의 결과.
보통이라면 태어난 순간 에드워드의 생명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를 낳은 시점에서 미쳐 버렸던 어머니는 에드워드를 괴물이라 인식하지 못했다.
사람의 아이라 생각하며 길렀고, 자신을 발견한 마을 사람들에 의해 돌팔매질을 맞으며 죽어 갈 때까지 에드워드를 인간이라 생각하며 죽어 갔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는 흉측한 외모를 제외하면 인간과 같았다. 얼굴만 가린다면 누구나 그를 평범한 인간으로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도리어 에드워드는 비상한 머리를 타고 났다.
어쩌면 영악한 머리를 지닌 고블린의 피가 영향을 준 걸지도 모른다.
대신 하급 마물의 피가 몸에 흐르는 탓에 에드워드는 마력을 사용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겐 의술이 있었다.
어머니로부터 배운 의학. 그리고 그녀가 남긴 수많은 책들.
그것들을 독학해 에드워드는 어지간한 의사에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머니를 죽인 인간들, 그들에게 복수할 때까지는 결코 멈출 생각이 없었다.
“나의 최고 걸작과 이 육신이 있다면…….”
마력을 다룰 수 없는 자신의 육신을 강화하고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는 기이한 힘을 손에 넣었다.
어떤 질병과 독도 그의 몸을 해할 수 없었으며, 도리어 피와 살이 되었다.
어째서 이런 게 가능한 것인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에드워드는 깊게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자신은 그저 이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으면 그만이니까.
* * *
제국 연무회 준결승.
이곳에 오를 수 있다는 건 사실상 나이를 초월한 실력자를 의미했다.
수많은 인재들이 이 위치에 오르기를 꿈꾸는 영광스런 자리지만, 지금 나는 그런 걸 신경 쓸 정신이 아니었다.
“클레이의 말대로 도로 통제를 시작했고, 증상을 보이는 자들을 황성으로 불러들이고 있어요.”
“대략 감염자로 추측되는 이들이 어느 정도지?”
“아직 전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현재 증가 추세를 생각하면 대략 1만쯤일 거에요.”
1만. 상당한 숫자였지만 제국의 인구 밀집도를 생각하면 적은 숫자였다.
“의학자의 말에 따르면, 병의 전염성 자체는 그다지 강하지 않으나 잠복기에도 전염되기에 확산되기 쉽다더군요.”
“증상이 없는 상태로 돌아다닐 테니 그렇겠네.”
“그래도 전부 클레이 덕이에요. 어떻게 하루 만에 약을 만든 거죠? 의학자들 말로는 불가능한 일이라던데.”
“아, 그건…….”
내가 어색하게 웃자, 리야는 묘한 눈으로 나를 보다가 싱긋 웃었다.
“비밀일 테니 넘어가 드리죠. 대신 언젠가는 알려 주셔야 한답니다?”
“알겠어. 고마워.”
“저는 어디까지나 빚을 갚는 것뿐이에요. 제 목숨은 아주 비싸거든요.”
자신만만하게 웃은 리야는 천천히 내게 등을 돌렸다.
“이쪽은 신경 쓰지 마시고 제국 연무회에 집중해 주세요. 결승, 꼭 올라가야 되는 거 아시죠?”
“알아. 그게 기본 자격이라고 했었지.”
“예. 그럼 무운을 빌겠습니다, 클레이 반하르트 백작.”
말을 끝내고 돌아가는 리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콜로세움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오늘 이긴다면 내일 결승인가?]“그렇지.”
본래 결승까지 갈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인검 제노바를 얻기 위해선 결승에 오르는 것이 최소 조건이었다.
‘파비안은 결승에 오른 시점에서 전염병이 터져 건국제가 취소됐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거기다…….
‘여기가 놈의 무덤이 될 테니까.’
* * *
“이번 건국제를 빛내 준 영웅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제국의 황제, 기드온 아스크탈린.
대륙 칠영웅 중 한 사람이자, 대륙 최고의 마법사로 꼽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기드온과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지닌 마법사는 ‘마탑주’ 소일라 프란뿐이었다.
“특히 이번 준결승에 오른 네 명의 영웅에게는 기대가 크다.”
황제의 시선이 이안을 향했다가 나에게로 향했다.
그는 마치 기묘한 생물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계집애 아비 아니랄까 봐. 참 시선이 더럽네.]‘넌 말 좀 곱게 써라.’
하지만 그란세시아의 말처럼 황제의 시선은 마치 나를 해부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제국의 황제에게 뭐라 따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황제는 내게서 시선을 돌리고 다시 축사를 이어 나갔다.
“제국연무회에서 우승한 영웅에겐 마땅한 포상과 함께, 제국의 명예 작위를 수여하겠다.”
이어진 축사에 나는 놀란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아스크탈린 제국의 명예 작위.
기대 이상의 보상이었다.
“그럼 제국민들을 위해 부디 멋진 경기를 보여 주게!”
황제의 외침과 함께 나를 포함한 네 명은 예를 갖추며 검을 높이 들어 올렸다.
“클레이 반하르트, 저번에는 깜박 속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네 실력을 밝혀내 주마.”
검을 회수한 다르샤의 전사, 아르사빈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녀석은 첫날의 굴욕을 아직도 잊지 않은 것 같았다.
[너 소드 마스터 아닌 거 안 모양인데?]‘놈도 눈이 있으니 내 경기를 봤으면 알아차리겠지.’
내가 지금까지 손쉽게 연승을 이어 오긴 했으나, 그것은 은성검의 덕분이 컸다.
관중들 중 대다수는 그러할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겠지만, 아르사딘 정도 되는 실력자라면 그 사실을 간단히 꿰뚫어 봤을 터였다.
‘뭐, 아르사딘은 그렇다 쳐도 진짜 문제는…….’
준결승은 나와 아르사딘, 그리고 젤빈 리비나와 이안 실베스트의 대결이었다.
‘아무리 젤빈이 천재라고 해도 이안에게는 무리겠지.’
젤빈은 천재다.
바이안에 뒤지지 않은 재능을 가졌다는 설명이 결코 과장된 게 아니었다.
하지만…… 이안 실베스트는 그 이상의 괴물이었다.
“탈루아 왕국의 클레이 반하르트! 그리고 다르샤 왕국의 아르사빈 호첸입니다!”
심판의 외침에, 나는 이제 익숙해진 경기장에 올랐다.
먼저 경기를 치루는 건 나와 아르사빈이었다.
아르사빈은 거대한 대검을 어깨에 올려 둔 채 나를 노려보았다.
“저번에 내가 망신을 당했듯, 이번엔 네놈이 같은 꼴이 되게 해 주마.”
“할 수 있다면 말이야.”
내가 씩 웃으며 답하자, 아르사빈이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검을 곧게 세웠다.
“건방진 탈루아 왕국 놈이!”
녀석의 외침과 함께, 시합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는 그에 맞춰 이제는 익숙해진 유성보를 사용해 녀석과의 거리를 좁혔다.
“오오오! 빠르다!”
관중에서 환호성이 울려 퍼졌지만, 아르사빈은 코웃음 쳤다.
“역시 네놈은 소드 마스터가 아니었어! 제법 빠르긴 단지 그뿐이다!”
아르사딘은 경지에 집요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강했다.
물론, 경지가 그 사람의 강함을 뜻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높은 경지에 오른 사람이 더 강한 건 아니라고.’
나는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경지의 고하가 반드시 승패를 좌우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카가가각!
녀석의 검이 내 검을 밀어내려 했지만, 검의 궤도가 기이하게 휘어졌다.
‘은성검 후반부, 제2초식 자전(自轉)!’
상대의 공격을 역이용하여 본래의 힘 이상을 발휘해 반격하는 기술.
그게 은성검 후반부 제2초식 자전이다.
퍼어억!
“크으으윽?!”
시합에 쓰이는 검은 날이 없는 가검이다.
그렇다 해도 검의 날에 얻어맞는 게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아무리 마력으로 몸을 보호한다 해도, 상대 역시 마력을 사용하는 검사니까.
“이놈이……!”
마력량은 아르사빈이 나보다 몇 배는 많았다.
그러나 우습게도 검술은 내가 놈보다 위였다.
‘억지로 재능을 끌어올린 부작용이지.’
시간을 들여 차근차근 단련했다 해도 아르사빈은 금방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약을 비롯한 편법으로 경지를 강제로 상승시킨 탓에 검술과 육신에 괴리가 생겼다.
거기에 아르사빈 본인도 갑자기 얻은 힘에 취해 검술을 소홀히 하니 이런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반대.
익힌 검술들을 완벽히 이해했지만, 육신이 전혀 따라 주지 않았다.
‘편법으로 능력을 상승시켰다는 점에서 나랑 넌 비슷하겠지.’
오히려 내 쪽이 심할지도 모른다. 내 설정 추가는 사람의 노력을 부정하는 수준이니까.
하지만 아르사빈과 나 사이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건 태도다.
녀석은 오만했지만, 나는 뻔뻔했다.
얻은 능력을 완벽히 내 것으로 만들고자 뻔뻔하게 노력했다.
“크아아악!”
놈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상처를 입는 건 오히려 본인이었다.
한 대, 두 대, 세대.
시간이 지날수록 아르사빈의 몸은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왜냐……. 분명 나는 대전사에 가까운 경지에 올랐을 텐데…….”
아르사빈은 숨을 헐떡이며 비틀거렸다. 전신에 멍이 들고, 입술은 터졌는지 핏물이 흘렀다.
나 역시 녀석의 힘을 받아 내는 통에 팔이 얼얼했지만 그뿐이었다.
“원래 비겁한 놈들끼리 붙을 때는…….”
나는 그런 아르사빈에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좀 더 비겁한 놈이 이기는 법이지.”
그리고 아마 나보다 비겁한 능력을 가진 자는 없을 거다.
“젠, 장…….”
그 말을 끝으로 아르사빈은 풀썩 쓰러졌다. 아마 모든 힘을 쏟아 낸 탓에 기절한 모양이다.
“스, 승자, 클레이 반하르트!”
일방적인 싸움에 당황했는지 심판의 목소리가 떨렸다.
관중석에서도 잠시 침묵이 흘렀으나 그것도 잠시.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
“압도적이다! 역시 기사의 나라!”
나는 환호성을 들으며 예전에 한 번 봤던 동상을 쳐다보았다.
전과 다른 게 없었지만, 그건 단순히 육안으로 보았을 때뿐이다.
[정말이네. 무슨 저주나 마법인가? 네가 승자가 되는 순간 검에 금색의 빛이 서렸다가 사라졌어.]통찰안을 지닌 그란세시아에겐 보다 근원적인 게 보인 모양이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겨우 안도했다.
‘그럼 조건은 만족한 모양이군.’
[그럼 이제 내일 결승은 꼭 나갈 필요 없는 거 아냐?]‘제국민들이 저렇게 기대하는데 그럴 수야 있나.’
[네가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내 말이 어처구니없었는지 그란세시아가 황당하다는 듯 말했다.
[또 뭐 다른 이유가 있는 거지?]‘……맞아.’
사실 이미 준비는 끝난 상태다.
이제 나는 내일을 기다릴 뿐.
“클레이 반하르트.”
천천히 경기장을 내려오기 무섭게, 이안 실베스트가 내게 다가왔다. 그는 나를 빤히 바라보다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내일 시합을 기대하겠다.”
“……뭐?”
녀석은 그 말만하고는 나를 스쳐 지나가 경기장에 올랐다.
자기 할 말만, 그것도 반말로 내뱉으며 사라진 이안의 모습에 나는 황당할 지경이었다.
“아주 그냥 자기가 이기는 건 확정이구만.”
[그거야 그렇겠지. 아무리 젤빈이라도 실력 차가 너무 나. 참고로 너도 못 이길걸?]“알아.”
아무리 내가 지닌 바 경지보다 잘 싸운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소드 마스터는 내가 뭔 짓을 해도 이길 수 없었다.
“이안 실베스트에겐 미안한 얘기다만…… 어차피 싸울 일도 없을 텐데, 뭘.”
[아까 제국민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다며.]“실망할 일은 없을걸?”
나는 동상의 손에 들려 있는 검, 인검 제노바를 바라보았다.
사실 나는 계속 고민했다.
저 검을 내가 쥐어도 되는지.
“훨씬 대단한 걸 보여 줄 생각이니까.”
답은, 애초부터 정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