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8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48화>
요정의 숲(1)
안개 속에서 은은하게 퍼져 있는 반짝이는 빛.
키튼 숲에 들어선 일행들은 그 절경을 바라보며 전부 감탄사를 토했다.
“와아!”
특히나 모네는 반짝이는 빛을 향해 손을 뻗으며 상당히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아름다운 숲은 처음 봐요. 정말 요정님이 사실 것 같은 숲이네요!”
놀라운 건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니었다.
분명 방금 전까지 주변에 우리를 포함해 키튼 숲을 구경하고자 온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런데 숲에 발을 내딛기 무섭게 주변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빈스의 옆에서 조용히 걷던 레드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저는 좀 으스스하군요. 정말 이대로 가도 괜찮은 겁니까? 혹시 정말 영영 미아가 된다거나…….”
“요정님은 그런 짓 안 해요!”
요정의 대변인인 모네가 그런 레드에게 작은 핀잔을 주었다.
내가 그 모습에 피식 웃자, 그란세시아가 말을 걸어왔다.
[근데 이렇게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괜찮나? 그냥 구경하러 온 사람만 있지는 않을 텐데?]‘그건 그렇지.’
나도 키튼 숲에 오기 전, 여러 가지를 조사한 바가 있었다. 그중에선 키튼 숲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소동들도 존재했다.
‘불을 지르려고 하거나, 혹은 요정을 사냥하기 위해 오는 자들도 있었지. 물론 그들은 예외 없이 숲에서 추방당했다고 하더군.’
[그런데도 사람들을 들어오게 둔다고?]‘아마 요정 여왕의 성품이 관대한 모양이야.’
나는 조용히 안개 속에서 아른거리는 빛무리를 응시했다.
겉으로 보면 그저 신비로운 빛에 불과했지만, 내 눈에는 그 정체가 또렷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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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튼 숲의 요정>
남쪽의 요정 여왕, 베아트리스의 통치를 받는 요정.
요정 여왕의 성품을 따라 다른 요정들보다 온순한 편.
인간에게 우호적이며, 키튼 숲에 들어온 인간들을 멀리서 지켜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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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빛들이 다 요정들인 줄은 몰랐는데.’
나 역시 설정만 읽을 수 있을 뿐 명확한 모습까진 볼 수 없었다.
통찰안을 사용한다면 뭔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곧 반응이 올 테니까.’
우리는 안개 속을 계속해서 걸었다.
10분, 20분.
보통이라면 이미 입구로 돌아갔어야 할 시간이었지만, 우리는 계속 숲속을 걷고 있었다.
이쯤 되자 모험가들도 이상함을 눈치챘는지 안색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키튼 숲에 몇 번 들어와 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주변에 빛들이 이렇게 잔뜩 있는 것도 처음이군요.”
“설마 이게 백작님께서 말씀하신 던전 때문인가요?”
빈스, 헤르딘, 레드 순으로 저마다 내게 말을 걸었다.
아무리 경험 많은 베테랑 모험가들이라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 속에선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아니, 그건 아니야.”
불안해하는 다른 이들과 달리,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안도할 수 있었다. 시놉시스에 적힌 내용 그대로 상황이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물론, 모네의 경우엔 단순히 이 상황 자체가 신기한지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와! 도련님, 빛이 잔뜩 움직여요! 이거 봐요!”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빛무리에 모네가 탄성을 내질렀다.
환하게 웃는 모네의 모습에 자극을 받은 걸까, 빛무리는 우리 주변을 빙글빙글 돌며 한 번에 확 다가왔다.
「얘, 너는 누구니?」
“어?”
그때, 반짝이던 빛 하나가 작은 요정의 모습으로 변했다. 워낙 갑작스러운 일인지라 웃고 있던 모네도 토끼 눈을 뜨며 굳었다.
「신기하다.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행운이 넘칠 수가 있지?」
「맞아, 맞아! 이런 인간은 처음 봐!」
「거기다 마음도 깨끗하네. 너 이름이 뭐야? 누구야?」
꺄르륵거리며 단번에 몰려드는 요정들의 모습에 모네는 크게 당황하며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요정들의 등장에 일행들은 저마다 입을 쩍 벌리며 얼어 있었다.
「아, 맞다. 너도 신기하더라. 넌 누구니? 아까부터 우릴 보고 있었지?」
「그리고 손가락에 낀 건 뭐야? 기분 좋은 기운이 느껴져.」
모네만큼은 아니지만 몇몇 요정들은 내게 다가오며 수다쟁이처럼 떠들었다.
나도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우선 모네가 말하길 기다렸다. 내가 뭔가를 말했다가 원작과 내용이 달라지면 안 되니까.
적어도 요정 여왕에게 갈 때까지는 모네에게 맡겨야만 했다.
“저, 정말 요정님들이세요?”
「맞아. 행운의 아이야, 너는 누구니?」
“모네, 모네예요.”
「모네래!」
「이름도 외우기 쉽다. 인간들 이름은 복잡하던데!」
꺄르르 웃던 요정들 중 하나가 번쩍 조막만 한 손을 들며 말했다.
「여왕님에게 데려가자! 분명 좋아하실 거야!」
“네?”
「함께 갈 거지?」
“아…… 혹시 다른 분들도 함께 가도 괜찮을까요?”
「다른 인간들? 응, 좋아. 너와 같은 아이가 함께 있는 인간들이라면 괜찮겠지.」
요정들은 생각보다 흔쾌히 승낙하며 우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리 주변에 안개가 한층 짙어졌고, 오직 앞으로 날아가는 요정의 뒷모습만이 또렷하게 보였다.
“도련님, 정말로 요정님이에요! 요정님이 정말로 있었어요!”
“그래. 만나서 잘됐네.”
내 옷깃을 쭉쭉 잡아당기며 흥분해서 말하는 모네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아무튼 상황을 보니 원작대로 내용이 진행된 모양이다.
‘그럼 이제…….’
조잘조잘 떠드는 요정들의 뒤를 따라 얼마나 걸었을까.
어느덧 우리의 눈앞에 수많은 요정들이 날아다니는 거대한 화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와!”
각양각색의 꽃과 아름다운 수목들이 눈에 들어오자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감탄사를 흘렸다.
“세상에…….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모험가들조차 감격에 겨운 어조로 중얼거릴 정도로 이곳은 현실과 동떨어진 분위기였다.
「이쪽이야! 여왕님이 기다리고 계셔!」
아까 맨 처음 모네에게 다가왔던 분홍색 머리칼의 요정이 우리에게 손짓했다.
요정은 모네의 어깨 위에 앉아 조막만 한 손으로 방향을 지시하며 우리를 안내했다.
「여왕님! 여왕님! 신기한 인간을 데려왔어요!」
도착한 장소에는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거대한 나무가 자리해 있었다.
「달시, 너무 흥분했구나. 조금 숨을 내쉬면서 말하렴.」
그리고 거대한 나무 아래, 금색으로 치장된 아름다운 왕좌가 있었다.
그곳에 있는 건 요정보다는 인간에 가까운 소녀였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대략 열둘? 열셋?
하지만 확연하게 평범한 인간들과는 다른 점이 존재했다.
엘프처럼 기다란 귀, 등 뒤로 뻗어 있는 연한 녹색의 반투명한 나비 날개.
그것은 소녀가 결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만나서 반갑구나, 인간들이여. 나는 남쪽의 요정 여왕 베아트리스라고 한다.」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자애롭게 웃었다.
분명 작은 소녀의 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나는 딱딱하게 굳은 모네를 대신해 먼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여왕 폐하. 저는…….”
「클레이 반하르트, 맞겠지? 특별히 소개할 필요 없단다.」
설마 이름을 알고 있을 줄 몰랐던 나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 내 의문을 느꼈는지 여왕은 싱긋 웃었다.
「우리의 보금자리가 있는 토지의 주인을 몰라선 안 되겠지.」
“과연, 이해했습니다.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이 정한 것이니 여왕 폐하께선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세상의 기준이 되는 자들이 존재하지. 아마 현시대에 그것과 가장 가까운 건 인간. 우리 요정들은 그에 얌전히 순응하면서 살아갈 뿐이란다.」
여왕의 말에 나는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 환심을 사기 위해 꺼낸 말이었지만, 여왕이 자연스럽게 넘겨 버린 탓이다.
「그리고 행운의 아이로구나. 아이들이 너를 보며 계속 말을 걸고 싶어 했단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여왕의 말처럼 주변에 있는 요정들은 모네를 보며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은 모습이었다.
「요정들은 행운에 민감하지. 너와 같이 큰 행운을 타고난 이는 나 역시 처음 본단다.」
“행운? 다른 요정님들도 말했지만 제가 정말 행운이 많나요?”
「그럼, 그렇고말고.」
요정 여왕은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진부한 인사는 이제 그만하자꾸나. 다른 아이들도 어서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 요정 여왕의 말에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요정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와! 감사합니다, 여왕님!」
「기다려! 밀치지 마!」
요정들은 말 그대로 빛의 파도처럼 우르르 모네에게 쏟아지듯 몰려왔다.
모험가들에게도 여러 요정들이 붙어 빙글빙글 돌았으며, 오직 나에게만 아무 요정도 다가오지 않았다.
[요정들이 널 싫어하나? 그런 것치곤 아까는 잘만 다가오던데.]‘그런 게 아니야.’
나도 순간 당황했지만 곧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과 달리 요정 여왕이 직접 내게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클레이.」
그렇게 다른 이들의 시선이 옮겨 갔을 때, 여왕 베아트리스는 조용한 어조로 나를 불렀다.
「잠시 대화를 나눌 수 있겠느냐?」
그제야 난 올 것이 왔음을 직감했다.
* * *
「미안하구나. 갑작스럽게 불러서.」
“아뇨, 괜찮습니다. 도리어 요정의 여왕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저야 행운이죠.”
「저런 행운을 품은 아이를 곁에 두곤, 말은…….」
여왕은 마치 소녀처럼 작게 웃었다.
「그대는 아직 어린 인간 같은데 침착해. 하긴 그러니 그 검의 선택을 받은 걸 테지.」
그녀의 시선은 내 허리춤으로 향했다.
아마 검집에 꽂혀 있는 제노바를 본 것이리라.
「클레이, 그대는 내가 왜 그대를 불렀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지. 그대에게 부탁하고자 하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여왕은 나를 빤히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키튼 숲에는 오래된 유적이 하나 있다. 그대들의 말을 빌리자면 던전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는 유적이지.」
나는 잠자코 여왕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곳은 일정 주기마다 큰 사기를 내뿜어.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잠잠해지곤 했지.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더군.」
“계속해서 사기가 흘러나오는 겁니까?”
「아니, 그 반대지. 분명 시기가 됐는데도 사기가 흘러나오지 않아.」
“그럼 좋은 거 아닙니까?”
여왕은 천천히 고개를 내저었다.
「던전 안에 있어야 할 몬스터들이 밖으로 간혹 빠져나오고 있으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게 분명해. 지금은 우리 아이들이 막고 있지만…….」
“명확한 이유를 모르니 언제 더 큰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거군요.”
「맞아. 내가 직접 가 보고 싶지만 그건 힘들기에 계속 부탁할 자를 기다리고 있었지.」
나는 요정 여왕의 설정을 살폈다.
여왕 베아트리스의 힘은 칠영웅보다 우위에 있을 만큼 강력했다.
다만 문제는 베아트리스의 힘이 요정목 아래에서만 사용 가능하다는 점이다.
간단히 말해 베아트리스는 이 땅을 벗어날 수 없었다. 요정 여왕이라는 존재는 요정목과 일심동체였으니까.
단순히 마법으로 결계를 치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영역 밖으로 나가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그러니 파비안에게 부탁했겠지.’
키튼 숲 전체에 마법진을 칠 수 있는 요정 여왕이다.
그런 그녀가 숲에서 일어난 문제를 어째서 해결하지 못했는지 줄곧 의문이었지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내 부탁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조심스럽게 묻는 여왕에게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아아, 정말 고맙다. 만약 그대가 이 일을 해결한다면 그대에게 걸맞은 보상을 주도록 하지.」
그녀는 감동한 얼굴로 가까이 다가와 내 손을 꽉 부여잡았다.
‘그 말을 기다렸습니다, 요정 여왕님.’
작은 소녀의 모습인지라 힘들게 발돋움해 내 머리를 손으로 토닥거리는 여왕의 모습에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녀가 어떤 보상을 줄지 나는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