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4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49화>
요정의 숲(2)
‘키튼 숲의 던전을 꼭 해결해야 되는 이유.’
반하르트령으로 귀환했을 때, 나는 키튼 숲이 얽힌 시놉시스를 읽고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이 던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첫째, 그 던전이 엄청난 양의 미스릴 광석이 묻혀 있는 광산이라는 것.
둘째, 던전 깊숙이 위치해 있는 유적에 데미안이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세 번째가 지금 베아트리스가 언급한 ‘보상’이었다.
‘바로 베아트리스의 요정목으로 만들어진 검집.’
요정목은 요정 여왕의 힘에 따라 깃든 힘과 강도가 달라진다.
남쪽의 요정 여왕 베아트리스.
그녀는 모든 요정 여왕 중에서도 수위에 꼽히는 힘을 지닌 요정이다.
그런 그녀의 힘이 담긴 요정목은 오리하르콘에 준할 만큼 단단할 뿐 아니라, 다양한 축복이 깃들어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
‘기대하겠습니다. 부디 좋은 검집을 만들어 주십시오.’
나는 그녀가 만들어 줄 검집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요정 여왕의 눈도 삐었지. 이런 녀석의 뭘 믿고 그런 의뢰를 대뜸 맡긴 거람.]‘나만큼 책임감 있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으휴, 내가 말을 말지.]나는 투덜거리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피식 웃으며 앞서 날아가는 요정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생각보다 거리가 좀 되네.’
현재, 나와 모험가 세 명은 키튼 숲을 가로질러 이동 중이었다. 앞서 날아가는 요정은 베아트리스가 길 안내를 위해 우리에게 붙여 준 요정이었다.
「이쪽이야, 이쪽!」
자신의 이름을 샤샤라고 밝힌 금발의 요정은 포로롱 날아가며 기운차게 우리를 향해 손짓했다.
“제가 살다살다 이런 일을 겪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빈스는 그런 요정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건 그의 동료인 레드와 헤르딘도 마찬가지였다.
“길드 녀석들에게 자랑할 일이 생겼군요. 설마 요정의 땅에 발을 디딜 줄이야! 정말 동화에서나 나오는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백작님은 어떻게 그렇게 태연하실 수 있는 거죠?”
어떻게 태연할 수 있냐고?
‘그동안 겪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 이 정도는…….’
당장 내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에는 전설 속 성녀의 영혼이 담겨 있고, 반인반룡에 마족, 거기다 몸이 연기로 변하는 인간도 만났다.
요정 정도야 조금 신기하긴 해도 저렇게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
「바로 여기야. 샤샤는 입구에서 기다릴게!」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가 도착한 곳은 반쯤 무너진 동굴의 입구였다. 던전이라기보단 갱도에 가까운 형태인지라 빈스의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
“이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던전이 아니군요.”
“그게 무슨 말이지?”
“여길 보십시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던전이라면 이렇게 길이 평탄할 수는 없습니다.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장소인 게 분명합니다.”
과연 그런가. 확실히 동굴 내부로 이어진 길은 허름한 입구에 비해 비교적 말끔한 인상을 주었다.
“자세한 건 안으로 들어가야 알 것 같습니다. 백작님은 저희 뒤를 쫓아와 주십시오.”
빈스의 말에 레드와 헤르딘도 저마다 장비를 꺼내며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역시 혼자 왔다면 뭣 모르고 들어갔다가 헤맬 뻔했군.’
나 역시 설정을 읽음으로 어느 정도는 위치를 알 수 있었지만, 이런 던전은 정보가 부족하여 그것만으론 부족했다.
“이런! 몬스터입니다!”
헤르딘은 황급히 부서진 벽 틈으로 숨으며 우리에게 손짓했다. 그의 말처럼 멀지 않은 곳에서 몬스터 몇 마리가 걸어가는 게 보였다.
“들어올 때부터 상당량의 사기가 느껴지긴 했습니다만, 예상대로 사령 계열 몬스터가 많군요.”
그것은 이전에 내가 보았던 것과 같은 스켈레톤 무리였다. 특이한 점은 스켈레톤들이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녹 하나 슬지 않다니?’
죽은 시체가 원념을 가지고 되살아난 것이 스켈레톤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스켈레톤은 죽었던 당시 자신이 지니고 있던 것을 무기로 삼는다.
시체가 해골로 풍화된 시간만큼 장비도 녹이 스는 것이 당연한 법.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스켈레톤의 장비는 마치 새것처럼 반짝였다.
“아무래도 수상하군요.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빈스 역시 그것을 눈치챘는지 눈을 찌푸렸다.
다른 이들은 그런 빈스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달랐다.
“아니, 저 스켈레톤들은 여기서 쓰러트린다.”
“예? 하지만 굳이 싸울 필요는…….”
앞으로 뭐가 있을지 모르니 되도록 피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저 스켈레톤들을 그냥 놔두고 가기엔 너무 아까웠다.
내 눈에는 보였으니까.
저 스켈레톤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가 어떤 것인지.
“저거 미스릴 장비야.”
“……네?”
“저 스켈레톤들이 착용하고 있는 장비 전부 미스릴제라고.”
내 말에 일행들은 크게 경악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확실해. 생각해 봐. 그렇지 않고서야 스켈레톤의 장비가 저리 멀쩡할 리 있겠어?”
“과연…… 확실히 백작님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일행들도 내 말을 어느 정도 납득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오랫동안 방치된 장비가 멀쩡하려면 평범한 금속으로 만든 물건일 리가 없었다.
‘이게 웬 떡이냐.’
이곳에 미스릴이 묻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설마 거기서 등장하는 몬스터들도 죄다 미스릴 장비를 착용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굳이 광석을 캘 필요도 없이 저것만 팔아도 상당한 돈을 얻을 수 있으리라.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잡는다. 시간이 좀 걸려도 상관없어.”
“알겠습니다!”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스켈레톤은 스켈레톤.
특히 나에겐 돈주머니를 쥐고 돌아다니는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 * *
그렇게 대략 30분 후, 우리는 주변에 돌아다니던 스켈레톤을 죄다 흙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백작님, 이거 다 잡기는 했는데…….”
스켈레톤을 잡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문제는 그 후였다. 잡은 스켈레톤의 장비를 한곳에 모으자 양이 상당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요정 여왕에게 부탁해서 인부들을 데려와 날라야지.”
“그럼 그때까지는 이곳에 보관해야겠군요.”
“그래. 물론 이곳에서 얻은 수익은 정확히 분배해 줄 테니 걱정 말고.”
“헉! 감사합니다!”
일행들은 전보다 훨씬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
보상도 보상이지만, 내가 싸우는 모습을 실제로 목격한 탓이었다.
“하지만 스켈레톤은 거의 백작님 혼자서 잡으신 것 같은데…….”
“아니, 그것도 모두가 적절히 시선을 끌어 줬으니 가능했던 거다. 나 혼자였으면 어려웠을지도 몰라.”
실제로 이들은 내가 스켈레톤을 하나씩 상대할 수 있도록 나머지 놈들의 시선을 끌어 주었다.
만약 나 혼자였다면 동시에 전부 상대해야 했기에 꽤나 고된 작업이 됐을 테지.
‘미스릴 장비들을 얻은 건 좋은데…… 아무래도 이거 평범한 던전은 아닌 거 같군.’
나는 스켈레톤에게 얻은 장비들을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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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로스 왕국 기사의 갑옷>
마법사 루갈 네크리스에 의해 멸망한 달로스 왕국의 갑옷이다.
달로스 왕국의 우수한 제련 기술로 만들어져,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훌륭한 상태로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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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로스 왕국의 기사라…….’
들은 적 있는 이름이다.
달로스 왕국은 오래전 탈루아 왕국 근방에 있던 작은 왕국이다. 많은 미스릴 광산을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제련 기술이 뛰어난 곳이었다.
[아, 맞아. 탈루아 근처에 달로스가 있었지. 나도 예전에 가 본 기억이 있는데. 설마 지금 멸망했어?]‘한 마법사에 의해 괴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거든.’
[뭐?]역사서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다.
달로스 왕국은 당시 어떤 마법사에게 습격을 받아 큰 타격을 입게 되며, 그 영향으로 멸망하게 된다.
다만 그 마법사의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았는데…….
‘그게 설마 루갈 네크리스였을 줄이야.’
[루갈? 그 마탑주의 수석 제자였던 꼬마?]‘꼬마라니, 데미안과 함께 최초의 칠영웅 중 한 사람한테…….’
[칠영웅인 건 모르겠고, 내가 만났을 때는 아직 어린애였어.]고대의 영웅을 어린애 취급하는 그란세시아의 말로 보아, 얼추 시간이 맞물려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데미안이 이곳에 있는 이유가 루갈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그렇지 않고서야 설정에 언급됐을 리가 없다.
“우선 장비들은 이곳에 두고, 좀 더 아래로 내려가 보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이후 간간이 사령 계열 몬스터들이 나타났지만 스켈레톤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처음에 봤던 녀석들이 전부였던 모양이다.
‘아깝다. 더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혹시 어딘가에 숨어 있는 놈이 있을까 싶어 유심히 두리번거리는데, 문득 내 눈에 무언가가 띄었다.
‘아, 저기로군.’
내가 이 던전을 얻어야 되는 이유 중 하나.
바로 미스릴 광맥이 눈에 들어왔다. 돌무더기에 파묻혀 있어 육안으론 확인하기 힘들었지만, 설정을 볼 수 있는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우선 지도에는 체크해 두고.’
이미 어느 정도 길이 형성되어 있는 덕분에 채굴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세 모험가의 뒤를 따라가며 나는 여태 지나온 길을 지도를 그렸다.
“백작님, 아무래도 더 진입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멈춘 건 족히 두 시간이 지난 후였다.
“뭔가 문제라도 있나?”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역시 이 장소는 누군가가 인공적으로 만든 거였습니다.”
그건 여태 이곳까지 오며 본 함정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다시금 그러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습니다만…… 이 앞에 있는 함정들은 저희 실력으로는 무리입니다.”
여태 이들의 뒤를 따라오면서 느꼈지만, 이 세 모험가들은 과연 사라가 추천해 준 실력자들답게 여러 가지 기술에 능통했다.
그중에는 던전에 설치된 함정을 해제하는 것도 있었는데, 여태 그들은 단 하나의 함정도 놓치지 않았다.
“그 함정이라는 건 지금까지의 것과 전혀 다른가?”
“예. 이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가 통째로 하나의 함정이니까요.”
빈스는 바닥에서 작은 조약돌을 주워 가볍게 던졌다.
콰아아아!
조약돌이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왼쪽 벽에서 세찬 불길이 뿜어져 나오며 조약돌을 녹였다.
“문제는 불길만이 아닙니다. 이렇게 보다시피…….”
몇 번 돌을 던지자, 작렬하는 불길은 물론 천장에서 돌기둥이 바닥을 내리찍거나 날카로운 창살이나 화살이 날아오는 건 예사였다.
‘누구도 들어오지 못하게 만든 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것을 만든 자는 내 생각에 분명 데미안일 것이다.
‘이 통로가 바로 시놉시스에서 언급되었던 부분이구나.’
파비안은 이곳을 아인트반에서 얻은 ‘검’을 이용해 통과했다고 적혀 있었다. 아마 그 검은 제노바와 같은 천하칠검 중 하나일 확률이 컸다.
‘물론, 난 그 검이 없으니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겠지.’
여길 통과하지 못하면, 나는 데미안을 만날 수 없다.
그리고 요정 여왕이 말한 의뢰에 관한 것도 이 아래에 있을 게 분명했다.
‘파비안에게는 파비안의 방법이 있고, 내게는 내 방법이 있지.’
우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눈앞에 보이는 통로를 응시했다. 그러자 통로의 갖가지 설정이 나타났다.
‘여기에 통찰안을 더하면…….’
나는 심호흡을 하며 통로 안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백작님!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빈스가 황급히 소리쳤지만, 나는 그 말에 답해 줄 정신이 없었다.
‘여기서 세 걸음, 그다음 우측으로 반보. 그리고 앞으로 크게 뛰어서…….’
통로 안에는 인간의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마력의 실이 얽혀 있었다. 그 실을 살짝 건드리는 것으로 함정은 발동한다.
거기에 바닥 중 밟을 수 있는 곳은 극히 한정적이었다.
심지어 무조건 함정을 밟아야만 하는 구역도 있었다. 그때는 가장 만만한 화살 함정을 밟아 검으로 튕겨 냈다.
“후!”
마지막으로 몸을 앞으로 던짐으로써 아슬아슬하게 통로를 빠져나올 수 있었다.
“생각보다 쉽네.”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세 명이 있었다.
나는 그들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우선 이 아래는 나 혼자 다녀올 테니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배, 백작님!”
이쪽으로 올 수 없는 그들은 애처롭게 나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 이 아래에 무슨 위험이 있는지 모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하지만 나는 걱정보다 기대가 앞섰다.
이제부터 내가 만날 자는 칠영웅의 시작을 알린 영웅 중의 영웅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