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0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50화>
요정의 숲(3)
처음 던전에 들어온 순간부터 느꼈지만, 이곳은 일반적인 던전이 아닌 오래된 유적을 연상시켰다.
그 유적이 긴 시간이 흘러 허물어지고, 지반 아래로 파묻혀 형성된 장소.
그게 바로 이곳이었다.
‘횃불을 들고 오지 않았다면 꽤나 힘들 뻔했네.’
빈스가 챙겨 온 횃불을 빌려오지 않았다면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어두컴컴한 공간이 쭉 이어져 있었다.
한참을 걸어 나가길 잠시, 아무것도 없이 이어지는 통로에 심심했는지 그란세시아가 물었다.
[근데 데미안이라는 애가 그렇게 강해?]데미안과 그란세시아는 동시대를 살아갔으나, 데미안이 명성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그란세시아의 사후인 터라 그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
“당연하지. 칠영웅 자체가 데미안 비에트로부터 시작된 거니까.”
검신(劍神) 데미안 비에트.
그의 일화는 수없이 많지만, 대표적인 것을 말하자면 대륙 전체를 돌며 강자들과 대결을 펼친 것이었다.
[그 귀찮은 짓을 실제로 하는 애가 있다고?]“심지어 서방 대륙만이 아닌 동방까지 가서도 강자를 찾았다고 해. 놀라운 건 그 수많은 싸움 속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거지.”
데미안에 관해 얽힌 이야기를 보면, 그는 만족을 모르던 사람인 듯했다. 그는 어떤 강적과 싸우더라도 승리 후에 늘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부족하다. 이 정도로는 도달할 수 없다, 라고.”
[도달할 수 없다?]“그게 무엇을 의미한 건지는 몰라. 결국 데미안은 오랜 여행 끝에 아스크탈린 제국에 한동안 정착하게 되지.”
당연히 사람들은 수많은 강자들과 싸운 데미안에게 관심을 보이고 물었다.
당신이 싸운 자 중에 가장 강한 자가 누구였습니까?
그 질문에 데미안은 이렇게 답한다.
“가장 강한 자는 꼽을 수 없으나, 적수로 삼을 자가 여섯 명 존재한다.”
[그 여섯 명과 데미안을 합쳐 칠영웅이 된 거구나?]“맞아. 사람들은 데미안을 비롯한 그 여섯 명을 칭송하고자 칠영웅이라 불렀어.”
대륙에서 가장 강한 일곱 명의 강자를 지칭하는 호칭.
그것이 대륙 칠영웅이다.
그 호칭은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와 지금도 사람들의 동경이 되고 있었다.
“그 자리에 오르려면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칠영웅을 꺾고 인정을 받아야 해. 쉽게 얻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지.”
예외가 있다면 단 하나다.
아스크탈린 황족은 대대로 칠영웅의 한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걔네야 용의 피를 이은 녀석들이니 뭐. 그런데 데미안…… 전부터 느꼈지만 익숙한 느낌이야.]뭔가 애매한 반응이긴 했지만, 당장은 생각나는 게 없는 것 같았다.
‘근데 여기는 언제까지 내려가야 되는 거야?’
함정을 통과한 순간부터 나타난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시커먼 어둠 속을 걸은 지 한참이 지난 것 같은데 특별한 건 나타나지 않았다.
‘몬스터의 기척도 없고, 대체 이 아래에 뭐가 있는 거지?’
시놉시스에도 명확하게 나와 있지 않았다.
확실한 건 파비안이 이곳에서 데미안에게 검술을 사사받았다는 것.
이후 이곳에서 일어난 사건은 파비안이 아닌 데미안이 해결하게 되며, 그 여파로 데미안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고대의 칠영웅쯤 되면 뭔가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당장 너의 육신도 전혀 늙지 않고 그대로잖아.”
데미안과 동시대의 사람인 그란세시아의 시체는 썩지도, 늙지도 않은 젊은 여성의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러니 데미안도 분명 모종의 방법으로 생명을 유지했으리라 생각했다.
[……뭐, 직접 확인해 보면 알겠지.]나 역시 그란세시아의 말에 동감이었다.
그렇게 나는 어두운 통로를 따라 계속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마 1시간쯤 걸었다고 느꼈을 때, 나는 거대한 공동(空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여긴…….”
거대한 반구의 형태를 띤 그곳은, 참으로 기이한 장소였다. 횃불을 비추자 사방에서 밝은 빛이 반사되었다.
“설마, 여기를 둘러싼 모든 게 미스릴이야?”
황당할 지경이었다. 이곳에 미스릴 광맥이 있다는 건 알지만 이런 식으로 사용되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으니까.
[와, 엄청난 돈 낭비네.]“돈 낭비가 문제가 아니야. 이렇게 만드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거니까.”
미스릴은 단단하며 마법 적성이 높다.
당연히 제련하기 위해선 뛰어난 기술을 필요로 했다.
심지어 이 공동을 통째로 에워쌀 만큼 만들려면 보통 기술로는 심히 어려운 일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 걸 만들었을 리가 없어. 분명 뭔가…….”
거기까지 말하던 나는 말을 멈췄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으니까.
[설마, 네가 말하던 데미안이라는 게 ‘저거’야?]그란세시아의 말은 썩 불쾌한 것 같았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어둠 속에서 나를 향해 걸어오는 것은 어딜 봐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전신을 감싼 갑옷과 투구.
그 틈 사이로 보이는 육신은 썩어 문드러져 있었다.
“너는 누구냐.”
마치 쇠를 긁는 것 같은 거친 음성이었다.
인간의 목소리라기보단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울리는 소음과도 같았다.
“대체 어떻게 이곳까지 도달한 거지?”
저것이 말을 했다는 것에 경악했기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저건…….
[데스나이트잖아.]그란세시아의 말대로였다.
강력한 힘을 지닌 기사가, 인간의 존엄성을 버려 도달한 말로.
‘데스나이트가 말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는데?’
보통 스스로 데스나이트가 되는 기사는 없다.
하지만 강력한 기사의 시체를 이용해 흑마법사가 데스나이트를 만드는 경우가 있었고, 그때마다 큰 사건이 터지곤 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저 데스나이트의 정체를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만 모른 척 입을 열었다.
“침착하군. 내가 무섭지 않나?”
“적의가 없으시니 침착할 수 있는 거겠죠.”
내 말에 투구 아래로 얼핏 보이는 그의 턱이 덜그럭 거리며 움직였다.
설마 웃은 건가?
“대체 어떤 인간이 여기까지 온 건가 싶었는데, 상당히 재밌는 녀석이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투구를 벗었다.
투구 아래로 반쯤 썩은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흉측한 외견이었지만 그의 생전의 모습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나는 데미안 비에트다. 그대의 이름은 뭐지?”
[……어?]차분한 그의 자기소개에 어째서인지 그란세시아는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지만 우선 데미안에게 자신을 소개하는 게 먼저였다. 데스나이트인 건 예상외지만, 그가 과거의 칠영웅이었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저는 클레이 반하르트입니다. 설마 칠영웅 중 하나인 검신을 이런 곳에서 만나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칠영웅이라……. 그런 부질없는 호칭이 여전히 기억되고 있는 것인가.”
“기억될 뿐 아니라, 현재에도 과거의 영웅들을 기리며 칠영웅의 자리가 계승되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습군.”
그는 조소하며 벗었던 투구를 다시 덮어썼다.
“그래서 이곳엔 무슨 일이지? 아무 이유 없이 이곳에 오진 않았을 터.”
“요정 여왕 베아트리스의 부탁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베아트리스? 아아, 그래. 이 근처에 요정의 숲이 있었었지.”
“근처가 아니라 이 던전이 요정의 숲 안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숲이 커진 건가?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군.”
아마 그는 이 던전 밖으로 오랜 시간동안 나가지 않은 듯했다.
‘대체 이곳에서 데미안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여러 의문이 교차했지만, 우선 데미안에게 사정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베아트리스의 의뢰를 해결해야 했으니까.
“베아트리스의 말로는 일정 주기로 이곳에서 사악한 사기가 흘러나온다고 합니다. 하나 지금은 그 주기가 돌아왔음에도 아무 일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네가 조사하러 왔다는 건가?”
“맞습니다.”
내 대답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하지만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돌렸다.
“우선 따라와라. 이유를 알려 줄 테니.”
순조롭게 풀리는 상황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데스나이트인 걸 봤을 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만약 이성이 없는 일반 데스나이트였다고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두려울 정도였다. 아무리 내가 사령 계열 몬스터에게 상성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니까.
[그래,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더니…….]그때 그란세시아가 작은 목소리로 힘없이 중얼거렸다.
‘혹시 알던 사이야?’
[응. 하지만 내가 기억하던 데미안은 결코 데스나이트 같은 게 될 아이가 아니었는데……. 분명 뭔가 이유가 있을 거야.]그 말에는 어쩐지 그리움과 슬픔이 묻어 있었다.
아무래도 그란세시아는 데미안이 칠영웅이라는 것보다 데스나이트가 되었다는 것에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별생각 없었지만, 사제인 그녀에겐 확실히 느낌이 달랐을지도 모른다.
‘우선 따라가서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알겠지.’
[응, 알겠어.]평소와 달리 순순히 수긍하는 그란세시아의 모습에 조금 신선한 기분이 들었다.
동시에 데미안이라는 존재가 그란세시아에게 상당히 인연이 있는 존재였음을 알 수 있었다.
* * *
“미안하지만 여긴 시체만 사는 곳이라 딱히 내올 것이 없으니 양해 부탁하지.”
“괜찮습니다.”
그를 따라가자 적당한 크기의 방이 나왔다.
아마 그는 줄곧 여기에서 생활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평범한 가구들이 놓여 있었다.
‘전부 미스릴이네.’
내가 그것들을 빤히 바라보자 데미안의 입이 열렸다.
“오랜 시간 동안 썩지 않고 녹이 슬지 않는 물건으로 미스릴이 가장 적합했을 뿐이다. 딱히 사치를 부리려고 한 건 아니야.”
“아, 죄송합니다.”
“사과할 필욘 없다. 그보다 내게 묻고 싶은 게 많겠지?”
그는 나와 마주 보는 형태로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허리춤에 찼던 검도 적당히 벽에 기대 둔 상태였다.
“우선 아까 물었던 사기가 흘러나오지 않는 건, 놈이 이곳에서 좀 더 긴 시간 동안 힘을 모으기 때문이다.”
“놈?”
“루갈 네크리스. 흑마법의 대가이자, 지금은 리치가 되어 끝없이 되살아나는 괴물.”
명왕(冥王) 루갈 네크리스.
역시 예상대로 데미안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와 관련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데미안이 데스나이트가 되었다는 것도 놀라운데 루갈 또한 리치가 되어 버렸다니, 이건 정말 예상외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거기까지 이야기를 전해 듣자, 한 가지 떠오르는 의구심이 있었다.
“……설마 명왕 루갈이 데미안 경을 데스나이트로 만든 겁니까?”
“놈이 날? 하하, 그거 웃긴 농담이군. 내가 그놈에게 패하리라 생각하나?”
“그건 아닙니다만…….”
“하긴, 그놈 정도가 아니고서야 날 데스나이트로 만들 수 없는 것도 사실이긴 하지. 이해한다.”
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충격적인 이야기를 꺼내 왔다.
“나는 내 자의로 데스나이트가 된 거다.”
스스로 데스나이트가 됐다고?
나는 놀라서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다 간신히 입을 열었다.
“즉, 데미안 경은 루갈을 막기 위해 이곳에 남았다는 이야기로군요.”
“호오, 이해력이 좋군.”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닙니다. 데미안 경의 이야기를 들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거니까요.”
명확한 경위는 알 수 없으나, 정황으로 미루어 봤을 때 그 사실을 알아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애당초 어떤 이유로 이렇게 됐는지는 나한테 중요한 것도 아니고.’
베아트리스의 걱정은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이 루갈에 의한 것이고, 그것을 데미안이 막고 있다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루갈이 몇 번이고 되살아나든 결국 그는 데미안에게 죽음을 맞이하니까.
‘사실상 의뢰는 해결한 거나 마찬가지군.’
남은 건 데미안에게 검술을 사사받는 것이었다.
그래, 분명 그랬을 텐데…….
‘이런 미친.’
나는 설정 추가에 떠 있는 데미안의 검술, ‘단월신검’의 개연성을 확인하곤 욕설을 내뱉지 않을 수 없었다.
==
<단월신검(斷月神劍)>
필요 개연성
1. 데미안 비에트와 지도 대련 50회
2. 단월신검 절기 1개 이상 습득
3. 루갈 네크리스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할 것
==
앞에 두 개는 그래, 뭐 이해할 수 있었다.
첫 번째는 노가다가 심했지만, 한동안 반복하면 될 일이었고.
두 번째는 당장 급할 것도 없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달성하면 가능했다.
근데 마지막 세 번째는…… 뭐? 그 명왕 루갈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라고?
‘망했다.’
내 머릿속에서 오직 그 말만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