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3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53화>
과욕은 독을 부른다(1)
나는 침착하게 검을 쥐고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일말의 마력도 운용하지 않음에도 작은 틈조차 보이지 않았다.
‘통찰안을 사용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거야.’
단순히 검술로 백날 덤벼 봐야 데미안에겐 전혀 소용없다.
‘그럼 답은 하나뿐이지.’
이건 데미안이 내게 낸 시험이다.
이것의 해답은 데미안을 이기는 게 아니다. 그도 내가 자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 테니까.
그가 보고자 하는 건 가능성이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발전할 싹수가 있는지 보는 것.
그게 이 시험의 목적이었다.
“후우우.”
심호흡을 내쉬며 몸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거리를 어느 정도 벌린 후, 나는 단번에 데미안을 향해 뛰었다.
“그 보법은…….”
처음으로 데미안이 반응을 보였다.
그야 유성보는 그란세시아의 성천무극을 섞은 거니 그걸 알아차린 건지도 모르지.
‘은성검 후반부 제3초식, 유성!’
은색의 선이 길게 늘어지며 순식간에 데미안을 향해 매섭게 찔러갔다.
사아아악!
그러나 나의 공격은 그의 목에 닿기도 전에 부드럽게 흘려졌다. 그 흔한 금속음도 들리지 않은 채 부드럽게 비틀렸다.
‘이 정돈 예상했지.’
나는 그대로 검을 손에 놓았다. 덕분에 검은 크게 원을 그리며 튕겨져 날아갔다.
설마 내가 검을 놓을 줄은 몰랐는지, 데미안은 잠시 멈칫하는 기색이 있었다.
그리고 난 그 틈을 노려 말아 쥔 주먹을 데미안의 턱을 향해 올려쳤다.
“하찮은 수작을!”
갑작스런 기습임에도 데미안은 도리어 짜증이 치민 어조로 외치며 검을 수직으로 움직여 검의 손잡이로 내 팔목을 가격했다.
“큭!”
“고작 이런 잔재주나 부릴 생각이라면……!”
팡!
공기가 압축되는 소리가 울리며 데미안의 투구가 흔들렸다.
‘왼손으로 가하는 공격은 어디까지나 미끼.’
물론 선천무극의 묘리를 담은 주먹인지라 어느 정도는 전력을 담았다. 그러니 데미안도 속을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나 진짜는 검을 놓은 오른손에 있었다.
살며시 뻗은 검지에 맺힌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혈비(血匕).
아무리 데미안이라도 근거리에서 쏘아진다면 쉽사리 막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와, 근데 그걸 그 와중에 피해?’
원래는 투구의 정중앙을 강타할 생각이었다. 미스릴 투구이니 이 정도 공격은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데미안은 그걸 간발의 차로 머리를 비틀어 피했다.
물론 완벽히 피한 건 아니고, 투구의 옆면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위험한 기술이군.”
주먹으로 공격을 가하던 내게 분노하던 데미안은 어느새 화가 누그러진 태도였다.
“검을 버리고 주먹을 휘두르기에 자포자기한 줄 알았다만 착각이었나.”
“저는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놈이 아닙니다.”
“과연.”
투구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마치 데미안이 웃은 것 같았다.
잠시 나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검을 집어넣었다.
“시험은 이쯤 하도록 하지. 확실히 너는 자격이 있다. 가진 바 재능만이 전부는 아니니까. 너는 담력과 뛰어난 정신력을 지니고 있어. 그리고 센스가 아주 뛰어나군.”
“가, 감사합니다.”
설마 저렇게까지 칭찬할 줄은 몰랐던 터라 솔직히 조금 부끄러웠다.
‘아이고, 아파라.’
기분이 좋은 건 좋은 거고 얻어맞은 팔이 아픈 건 아픈 거였다. 내가 팔뚝을 손으로 매만지자 데미안이 가볍게 손짓했다.
“오래전에 내가 쓰던 약이 남아 있다. 우선 따라와라.”
처음부터 느꼈지만 데미안은 상당히 친절하고 성실한 성격이었다. 그는 데스나이트가 되며 쓸 일이 없어졌을 텐데도 상비약을 제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대충 팔에 약을 바르고 붕대로 감자,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데미안이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럼 방금 전 대련에 대해 묻지. 너의 움직임의 기본이 되는 형, 그것은 성천무극인가?”
그는 아무래도 한시라도 빨리 방금 전 대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듯했다.
‘역시 알아봤나.’
과연 그란세시아를 동경했다고 할 만한가.
내가 사용한 성천무극의 형은 정말 작은 편린에 불과했다. 그것을 바로 알아차릴 정도라면 성천무극에 대해 보통 자세히 아는 게 아닐 것이다.
“맞습니다.”
“허리를 향해 휘두르는 주먹을 보고 눈치챘다. 단지 워낙 대충 휘둘러서 장난을 하는 줄 알았지. 그런데 설마 그게 다 연기였을 줄이야.”
그는 혼자 납득한 것처럼 고개를 주억거렸다.
‘연기 아니었는데.’
오른손에 신경을 쓰느라 조금 어설프게 사용하긴 했지만 나름 진심이 담긴 주먹이었다.
“이미 실전됐으리라 생각했는데…… 아텔가에서 은밀히 계승되고 있었나.”
내가 성천무극을 어떻게 익혔는지도 제멋대로 추측하더니 납득한 것 같았다.
“클레이 반하르트.”
“예, 데미안 경.”
“너는 내 단월신검을 익히고 싶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단월신검을 얻기 위한 개연성 중 가장 우선시해야 될 건 바로 첫 번째, 지도 대련 50회였다.
두 번째인 절기 1개 이상 습득은 추후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익혀도 문제가 없으니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낮았다.
‘그리고 루갈에 대해선 지금 고민해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이 문제는 우선 고민만 해 두기로 했다.
결국 명왕 루갈에게 마지막 일격을 가하지 못한다면 설정 추가는 불가하지만, 잠시나마 데미안에게 직접 검술 자체는 배울 수 있게 되었으니까.
“좋다. 그럼 곧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데미안 경!”
“하지만 각오하는 게 좋을 거다.”
데미안은 허리를 깊이 숙이며 감사하는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란세시아 님이 말하셨지. 고통 없이 강해질 수는 없다고 말이야. 이제 내가 너의 고통이 되어 주마.”
듣기만 해도 두려워지는 말이었지만, 여태 조용히 있던 그란세시아는 즐거운 듯 입을 열었다.
[와, 저 말을 아직도 기억하네? 내가 자주 했던 말인데.]‘……그러냐?’
좋아하는 그란세시아와는 달리 나는 웃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데미안의 말은 진심인 것 같았으니까.
* * *
니오르 벨런은 현재 심기가 무척 좋지 않았다.
설마 티몬스 상단이 벨런 백작가에 진 빚을 이렇게 빠르게 갚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반하르트가에 그렇게 돈이 많았나?’
그럴 리 없다. 그렇다면 반하르트가를 모시던 가신들이 떠나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니오르가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때, 해답을 내놓은 건 한 하인의 보고였다.
“반하르트가와 티몬스 상단이 요즘 키튼 숲을 들락날락한다고 합니다.”
“키튼 숲?”
“광산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키튼 숲에 광산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설령 광산이 있다고 해도 어쩐단 말인가. 요정들의 마법에 의해 광산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입구에서 뱅뱅 돌게 뻔한데.
“티몬스 상단이 최근 인부들을 모집했다고 하니 분명할 겁니다. 심지어 그냥 미스릴 광산을 채굴해 본 경험자를 찾더군요.”
“미, 미스릴?!”
미스릴 광산을 찾는다면 단번에 큰 부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니오르가 크게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예, 확실합니다. 키튼 숲에 미스릴 광산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 말이 사실이렷다…….”
만약 그렇다면 키튼 숲에 불을 질러 죄다 태워 버려서라도 얻어야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반하르트가의 영토인데……. 거기다 티몬스 상단도 이미 우리 영지를 떠난 것 같고.’
니오르는 턱을 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대체 어떻게 해야 그 클레이 놈도 엿 먹이고 광산도 가질 수 있을까.
‘애초에 답은 하나지.’
하인의 말에 의하면 클레이와 라빈은 주기적으로 키튼 숲에 드나든다고 한다.
즉, 무언가를 한다면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반하르트가는 클레이 놈 하나뿐이니 놈이 죽는다면 영지는 비어 버릴 테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벨런 백작가가 자연스럽게 흡수하면 된다.
설령 영지 대부분을 내주더라도 키튼 숲만 어떻게 가져온다면…….
“기사들을 소집해라.”
“예?”
“잭 바일도 불러.”
“재, 잭을 말입니까?”
“이번 일은 놈이 제격일 테지.”
니오르는 혀로 아랫입술을 핥았다.
앞으로 얻게 될 걸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안에 침이 고이는 것 같았다.
* * *
“배, 백작님 괜찮으십니까?”
“……괜찮아.”
걱정스레 묻는 라빈에게 나는 욱신거리는 고통을 참으며 억지로 웃었다.
솔직히 몇 발자국만 걸어도 눈물이 찔끔 나올 것 같았다.
‘그 미친 영감탱이.’
데미안이 성실하고 친절하다고 했던 건 취소다.
그건 연기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토록 가혹하게 돌변할 수 있겠는가?
‘아직 몸이 완성되지 않아? 기초 체력이 부족해?’
막 기사가 됐을 때 이후로 그런 말을 들은 건 처음이었다. 이래 봬도 기본만큼은 잘 지켰다고 평이 자자했다.
이튼도, 그란세시아도 그렇게 말했는데.
-우선 단월신검을 익히기 위해선 단련된 하체가 중요하다. 중심이 무너지면 무엇도 안 되는 법! 지금부터 내 자세를 보고 따라 해라.
데미안은 그렇게 말하며 내게 미스릴 갑옷을 입혔다. 아무리 미스릴이 일반 금속보다는 가볍다고 해도 금속.
그걸 전신에 입으니 상당한 무게가 느껴졌다.
-내가 하나, 라고 말하면 너는 둘이라고 말하면 된다.
데미안은 나와 함께 계속해서 하체 운동을 반복했다.
얼마나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대략 500번쯤 했을 때 세는 걸 포기했으니까.
마력을 운용해도 좋다고 하지 않았으면 진작 쓰러졌을 것이다.
-고작 그 정도로 지치다니, 단련이 부족하군.
데미안은 그렇게 말하며 쯧쯧 혀를 찼다.
-그럼 하체 운동이 끝났으면 다음은 검술이다. 검을 들어라.
기본 운동이 끝나면 그때부터 단월신검의 초식과 마력 운용을 배울 수 있었다.
말이 배우는 거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서 내가 뭘 하는지도 제대로 기억나지 않았다.
[데미안…… 생각보다 좋은 선생님이 되었구나.]‘좋은 선생님 다 죽었네!’
나는 그란세시아의 말에 욕설을 내뱉다가 문득 한 가지 사실에 생각이 미쳤다.
‘너 설마 데미안을 저렇게 가르쳤냐?’
[그럼. 저게 기본 중의 기본이야. 하체가 얼마나 중요한데.]그래, 틀린 말은 아니다.
틀린 말은 아닌데……. 저렇게 단순무식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넌 마력도 있고, 신혈도 있어서 괜찮아. 근육이 팽창하고 수축하는 것도 혈액의 이동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거든? 근데 넌 신혈이 있으니 금방 나을 거야.]그 말처럼 근육통은 하루만 자고 일어나면 말끔히 나았다.
‘맞아……. 이것도 다 복이지.’
무려 단월신검을 익히는 데 이 정도 고행쯤이야 당연한 거다.
그동안 내가 너무 편하게 기술을 익혀서 노력의 중요성을 잊은 거지. 그래, 그렇고말고.
“아무튼 백작님. 이제 조금만 있으면 채굴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광석을 한번 캐 봤는데 순도가 아주 좋더군요.”
라빈은 품에서 미스릴 광석을 꺼내 내게 보였다.
방금 전 광산에서 캔 따끈따끈한 미스릴 광석이었다.
“다른 문제는 없고?”
“예, 특별히 없습니다.”
나는 그의 말에 엄지로 턱을 쓸었다.
‘이상하다. 슬슬 반응이 올 때가 됐는데.’
녀석이라면 지금쯤 소식을 듣고 뭔가 행동했을 때였다. 보란 듯이 인부도 모집했는데, 설마 그것도 모를 만큼 무능하지는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