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4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54화>
과욕은 독을 부른다(2)
니오르 벨런은 욕심이 많은 녀석이다.
녀석이 미스릴 광산에 대한 소문을 듣고 가만히 넘어갈 리가 없었다.
[왜 인부 모집을 대놓고 하나 했더니, 그 애송이의 귀에 들어가게 하려고 한 거구나?]‘맞아. 화근은 미리미리 처리하는 게 좋거든.’
심지어 니오르는 내가 건국제에서 창피를 당하고 먼저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 거리낌 없이 행동을 나설 테지.
“백작님, 오늘은 저택으로 돌아가시는 날이던가요?”
“그래, 우선 영지의 일도 처리할 게 있거든.”
“정말 바쁘십니다.”
그러게 말이다.
단월신검을 익히랴, 영지도 관리하랴.
정말 몸이 몇 개는 있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던전 아래에선 대체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라빈은 궁금하다는 듯 물었지만, 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그건 요정 여왕님과 관련된 문제라 섣불리 말해 줄 수 없군.”
“과, 과연. 백작님이라면 분명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으시겠죠.”
이번엔 실제로 대단한 이유이긴 하다.
무려 단월신검을 익히는 중이었으니까.
“아무튼 그럼 저희는 먼저 가 보도록…….”
라빈이 내게 인사를 건네며 떠나려던 순간, 밝은 빛이 반짝이며 날아와 내 콧잔등을 두드렸다.
「키튼 숲에 수상한 인간들이 왔어!」
갑자기 나타난 요정은 이전에 던전을 안내해 줬던 샤샤였다.
그녀는 베아트리스가 내게 붙여 준 전속 요정이었다.
의외로 상당히 유능한 요정으로, 대부분의 요정은 그녀의 지시에 따라 키튼 숲을 감시하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처럼 수상한 자들이 나타나면 나나 요정 여왕에게 보고를 하곤 했다.
“수상한 인간들?”
「철 덩어리를 입은 인간들 말이야. 인간들의 말로는 기사라고 하던가?」
“호오, 그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딱 그 짝이다.
슬슬 반응을 보일 때가 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타이밍 좋게 나타나다니.
「근데 그 인간들이 숲에 불을 지르려고 하고 있어!」
“불이라고?”
어처구니없는 행동에 황당할 따름이었다.
아니, 남의 영지에 있는 숲에 불을 질러?
이건 일이 영지전으로 번져도 이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그 멍청한 놈들은 키튼 숲에 불을 지른다고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나?”
키튼 숲은 요정 여왕의 비호를 받고 있다.
어지간한 마법사가 온 힘을 다해 폭염을 쏟아내지 않는 이상 불이 날 리가 없었다.
“샤샤, 바로 그쪽으로 안내해.”
「알겠어!」
힘차게 대답하며 날아가는 샤샤의 뒤를 쫓았다.
요정의 숲에 불을 지르려고 한 멍청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 * *
“바일 경, 불이 붙지 않습니다.”
한 기사가 떨떠름한 어조로 말하자,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며 말했다.
“뭐? 헛소리하지 마라! 숲에 불이 붙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
“하, 하지만 정말로 불이 붙지 않습니다.”
“멍청한 놈!”
잭 바일.
벨런 백작가의 기사이자, 서른 언저리에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도달한 실력자.
무척 뛰어난 실력을 지닌 자였지만, 그 성정은 무척 포악하고 잔인했다.
그는 덜덜 떠는 기사를 향해 몇 번을 더 윽박지른 뒤 손에 들려 있던 횃불을 빼앗았다.
“나무에 불이 안 붙는다는 헛소리를 하다니.”
현재 그들은 키튼 숲의 입구에 있었다.
이미 키튼 숲에서 장사를 하던 상인이나 시민들은 겁에 질려 도망간 지 오래였다.
‘숲에 불을 지르고 입구에서 대기하다가, 도망쳐 나오는 놈을 죽이면 되겠지.’
키튼 숲은 무척 넓지만,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길은 한정되어 있었다. 특히 최근 광산 채굴로 도로를 깔은 터라 상대가 어디로 도망칠지 예측하기 쉬웠다.
‘요정의 마법? 어차피 숲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닌가!’
키튼 숲에 들어가면 헤매다 입구로 돌아온다는 사실은 잭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숲에 불을 질러 모조리 태워 버리면 그만이다.
‘정보에 의하면 현재 숲 안에는 티몬스 상단주와 클레이 반하르트가 있다고 했지.’
어째선지 클레이 반하르트는 숲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고 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좋았다. 자신이 할 일은 숲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 나올 자들을 모두 죽이는 것이다.
지금 덜덜 떨고 있는 마을의 인간들은 이후 처리해도 충분했다.
“응?”
그런데 잭이 아무리 나무에 불을 붙이려고 해도 이파리 하나 불이 붙질 않았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요정의 마법인 것 같습니다.”
“어처구니가 없군.”
잭은 짜증이 치민 얼굴로 횃불을 바닥에 내던졌다.
“짜증나지만 어쩔 수 없지. 입구에서 매복하다 나오는 놈들을 습격한다!”
“알겠습니다!”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숲을 뒤지려고 해 봤자, 요정의 마법에 입구로 돌아올 뿐일 테니까.
‘어서 나와라.’
잭과 기사들은 얼마 없는 인내심을 꾹 참으며, 입구의 풀과 나무에 몸을 숨겼다.
누구라도 나오면 바로 죽일 생각으로.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숨을 죽이고 있던 잭의 머리 위에 작은 빛이 반짝였다.
‘뭐야, 이 빛은?’
반딧불이인가 싶어 손을 뻗어 잡으려던 순간.
쉬익! 퍼억!
“화, 화살이 날아온다!”
갑자기 수십 발의 화살이 날아오며 기사들이 매복해있던 장소에 쏟아졌다.
“이런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숲속에서 화살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화살은 마치 기사들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아는 것처럼 날아왔다.
잭에게도 상당히 많은 화살이 날아왔지만, 잭은 뛰어난 실력으로 그것을 모조리 쳐 냈다.
“우측이다! 저쪽에서 화살이 날아왔다. 당장 쳐 죽여!”
“옙!”
잭의 말에 기사들이 우르르 숲을 향해 달려갔지만, 어째선지 그들은 반대쪽에서 우르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멍청한 새끼들아! 뭘 하고 있는 거냐!”
“모,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분명 앞으로 달렸는데 이쪽으로…… 커억!”
막 대답을 하던 기사의 목젖에 화살이 틀어박혔다.
그제야 잭은 현재 자신이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음을 깨달았다.
‘숲에 깊이 들어가려고 하면 입구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깊숙한 숲속에서 화살을 쏜다면 반격조차 할 수 없다는 건가?’
하필이면 화살을 가진 병사나 기사를 데려오지 않았다. 설령 가져왔다고 해도 적의 위치가 불확실한 이상 효과를 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젠장! 당장 도망…….”
“도망친다고? 어딜?”
“……!”
잭은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마력이 담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의 검은 허공을 갈랐고, 푸른 마력은 잔상만이 남았다.
“어중이떠중이만 왔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너, 잭 바일이로군?”
“너, 너는 누구냐! 모습을 드러내라!”
“그렇지 않아도 네 뒤에 서 있다.”
요정의 마법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던 클레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멍청한 놈! 진짜로 모습을 드러내다니!”
등 뒤에 나타난 클레이를 향해 바일은 온 힘을 다해 검을 찔렀다.
클레이의 실력은 소드 익스퍼트 하급.
이렇게 가까이에 있다면 자신의 검을 피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푸욱!
“하하하! 네놈의 시체를 가지고 돌아간다면…… 어?”
검으로 클레이의 몸을 꿰뚫으며 큰 소리로 웃던 잭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클레이의 몸에 아무런 상처도 생기지 않았을 뿐더러, 아무런 감촉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걱!
“미안, 거짓말이야.”
잭의 생각은 길지 않았다.
서늘한 감각이 목에서 느껴진다 싶은 순간, 시야가 빙글 회전했기 때문이다.
‘뭐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깨닫는 건 금방이었다.
머리가 사라진 몸이 비틀거리며 쓰러졌고, 그 곁에 담담한 얼굴로 서 있는 클레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네 말대로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멍청이가 어디 있겠냐?”
조소하는 클레이의 말을 들으며, 잭은 억울함에 제대로 눈도 감지 못했다.
* * *
‘요정의 마법…… 확실히 사기네.’
이번에 직접 경험해 보니 요정의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과는 활용도가 달랐다.
나는 샤샤에게 부탁하여 요정들이 모습을 숨길 때 사용하던 마법을 몸에 걸었다.
그 다음 몸을 아래로 낮춘 후, 천천히 잭에게 접근했다.
기척을 느낀 잭이 휘두르는 검을 간발의 차로 피하곤 녀석의 뒤에 미리 샤샤에게 부탁해 둔 내 환상을 나타나게 만들었다.
갑자기 내가 나타나자 잭은 반사적으로 공격했고, 난 환상을 공격하고 방심한 잭의 목을 단번에 쳐 버린 것이다.
‘잭 바일을 처리한 건 큰 소득이군.’
살려서 보냈다간 후에 상대할 때 난감해질 수도 있는 실력자였다.
기습으로 한 번에 처리한 건 큰 수확이었다.
“백작님, 도망친 기사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전부 죽었나?”
“예. 숫자는 서른 정도더군요.”
라빈의 뒤에는 화살통을 잔뜩 짊어진 용병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런 상황을 대비해서 그간 티몬스 상단의 호위를 맡겼던 이들이다.
그들은 기사들을 이렇게 손쉽게 처리했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저들에게 입단속을 시켜야 할까요?”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일이 이렇게 됐으니 퍼져 나가는 소문은 막지 못할 거다.
벨런 백작가로선 터무니없는 일을 벌인 셈이니 어떻게든 수습하려 하겠지.
“잭 바일이면 벨런 백작가의 기사이니 빼도 박도 못 하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잭 바일은 원래 평이 좋은 기사가 아니야. 녀석이 욕심을 부려 독단으로 일을 벌였다는 식으로 꼬리를 자를 수도 있어.”
“확실히…….”
가볍게 인정하기엔 상당히 사안이 중하고 컸다.
나는 일개 귀족 자제가 아닌 백작이다.
거기다 최근 벌어진 카인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이름을 날린 전쟁 영웅.
그런 나를 암살하고 미스릴 광산을 빼앗으려 했으니, 레오가르트 국왕에게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큰 처벌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올 거냐. 니오르 벨런.’
정말 뒷일은 생각도 않고 일을 벌여 줘서 이걸 고맙다고 해야 되나.
잘하면 이걸 이용해 몇 가지 이득을 더 취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반하르트령 근방에 화려한 마차가 한 대 멈춰 섰다.
수많은 수행원들과 기사들이 줄지어 있는 것으로 보아, 마차의 주인이 평범한 이가 아니라는 걸 쉬이 알 수 있었다.
실제로 마차의 주인은 평범한 귀족이 아니었다.
무려 제국, 그것도 제국의 황족이었으니까.
“……황녀 전하, 정말 혼자 가셔도 괜찮습니까?”
“예. 어차피 반하르트령까진 이제 코앞 아닌가요?”
“조금만 더 가면 반하르트 백작의 저택이 있는 마을이 나옵니다만…….”
“그럼 됐네요.”
황녀, 리야 아스크탈린은 떨떠름한 얼굴의 이안 실베스트를 향해 싱긋 웃었다.
물론 그런다고 얌전히 보내 주기엔 제국의 귀족으로서 도리를 지키지 않는 기분이었다.
“굳이 전하가 가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제가 가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실베스트 경.”
“예, 전하.”
“제 즐거움을 방해하고자 하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럼 됐어요.”
생글생글 웃는 낯이었지만, 눈빛은 너무나도 서늘했다. 어지간한 이는 그 눈빛에 압도되어 움츠러들 터였다.
그러나 이안은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강자. 눈빛 하나에 굴할 자가 아니었다.
그는 한 차례 심호흡을 한 후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오래 머무르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황위를 이을 일도 없는 자유로운 위치랍니다. 얼마나 머무르든 상관없을 텐데요.”
틀린 말이 아니었지만, 그녀를 따르는 이들에게 있어선 달갑지 않은 이야기였다.
‘황태자 전하가 무능한 건 아니지만…….’
오히려 뛰어난 면도 많았다. 과연 아스크탈린의 피를 이어받았다고 할 만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야망만큼은 리야를 앞섰다.
아마 황제는 그런 점을 높이 사 그를 황태자로 삼았으리라.
‘본래 황녀 전하는 이 정도로 의욕적인 분이 아니었으니.’
이안은 최근 리야를 볼 때마다 그저 신기했다. 이전에 자신이 알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탓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깝다.’
처음부터 리야가 이러한 면모를 보였다면, 차기 황제는 분명 그녀가 되었을 테니까.
“그럼 저는 여기서부터 혼자 가도록 할 게요. 여기까지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리야는 자신을 따라온 가신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뒤, 굽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거친 흙바닥을 차분히 걸어갔다.
그 모습만 보면 철이 없는 귀족 아가씨 같았지만, 그 정체는 용이다.
‘……위험할 일은 없으시겠지.’
말 한 마디로 자신을 제압할 수 있는 황녀이니 큰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도리어 걱정은 지금 그녀가 만나려는 상대였다.
‘클레이 반하르트.’
인검 제노바, 그것을 쥔 영웅의 후예.
제노바를 쥔 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직접 이곳까지 온 황녀를 떠올리며 이안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