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57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57화>
마리아 티몬스(1)
내가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한 장소를 가리키며 말하자, 벨런 백작은 상당히 의아하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광산을 달라고?”
벨런 백작이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이 광산은 폐광이 되어 버린 곳이었으니까.
그는 나에게 숨겨진 의도가 있다고 생각했는지 유심히 나를 쳐다보았지만, 그런다고 알아낼 수 있는 리가 없었다.
“예, 저는 이 광산을 원합니다.”
“그럼…… 알겠네. 정말 이거면 이번 일을 눈감아 주는 건가?”
“아, 그리고 벨런 백작에서 보유한 인부 50명 정도를 보내 주셨으면 합니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인부 50명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벨런 백작은 아무래도 이게 내 진짜 목적이라고 생각했는지 작게 탄식하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벨런 백작님.”
나는 그에게 손을 뻗어 악수를 권했다.
벨런 백작은 내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내 손을 꽉 쥐었다.
내게 뭐라고 하기엔 옆에 있는 리야가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저는 앞으로도 벨런 백작가와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합니다. 그러니 이번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없었으면 하는군요.”
또 이런 일을 벌이면 재미없을 거라는 협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말뜻을 알아들은 벨런 백작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무, 물론일세. 니오르는…… 내가 잘 타일러 보겠네. 이번에 아들이 벌인 일로 큰 심려를 끼친 것에 다시 사과하지.”
“아닙니다.”
나는 리야에게 살짝 눈짓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전 이만 돌아가도록 하죠. 광산의 인수는…….”
“바로 내일 문서를 작성하여 반하르트가로 보내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나는 시원스럽게 인사를 한 후 벨런 백작의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잠자코 내 뒤를 따라오던 리야는 저택에서 어느 정도 멀어지자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
“좀 더 뜯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클레이는 자비롭네요.”
“벨런 백작가를 아주 집어삼킬 것도 아닌데 이 정도면 충분해.”
“저였다면 차라리 영지전을 받아들이고 쓸어버렸을 거예요. 제국의 원조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그건 그렇긴 하지.”
괜히 벨런 백작이 저자세로 나오며 무조건 항복을 한 게 아니다. 리야 아스크탈린이라는 패는 사실상 승리를 확정시키는 법칙에 가까웠다.
[근데 왜 그렇게 하지 않은 거야?]그란세시아도 내심 궁금했던 모양인지 물었다.
두 여성의 관심 어린 시선에 나는 옅게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직접 손을 쓸 필요도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든.”
“손을 쓸 필요도 없다고요?”
“뭐, 어디까지나 예감이지만.”
리야에게는 자세한 설명을 할 수 없었기에 뒷말을 조용히 삼켰다.
‘벨런 백작가는 어차피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무너지게 된다.’
현재 벨런 백작가는 상당한 돈을 투자하여 벌이고 있는 사업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 그 사업은 폭삭 망하게 되고, 그것은 거액의 빚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나 벨런 백작가는 그 빚을 극복하여 도리어 큰 성장을 이루게 되지.’
벨런 백작가의 위기를 극복하게 만들어 준 건 두 가지.
바로 마리아 티몬스와 이번에 내가 인수한 광산이다.
빚에 허덕이던 벨런 백작은 어떻게든 빚을 변제하기 위해, 폐광마저도 무리하게 채굴한다.
그 과정에서 암반이 무너지는 사고를 겪게 되는데, 도리어 그것이 큰 기회로 작용한다.
바로 마정석이 대량으로 묻힌 장소가 발견된 것이다.
‘그걸 처분하여 돈을 불린 게 바로 마리아 티몬스.’
마리아 티몬스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여 그 마정석을 값비싸게 처분해 빚을 처리했을 뿐만 아니라, 벨런 백작가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 준다.
[벨런 백작은 엑스트라 주제에 뭔 비화가 이렇게 많아?]‘벨런 백작이 아니라 마리아 때문이지.’
마리아 티몬스는 주연에 해당하는 인물로, 무려 작중 히로인 중 한 명이었다.
원작에서는 파비안이 라빈의 부탁으로 마리아를 구하는 과정에서 벨런 백작의 악행이 드러나며 벨런 백작가는 무너지게 되었다.
‘뭐, 이번에는 그러한 과정 없이 자연스럽게 망해 사라지겠지만.’
[딱히 안타까운 일은 아니네.]그러니 내가 구태여 손댈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벨런 백작가는 빚으로 알아서 자멸하게 될 테니까.
“클레이.”
“응?”
“지금 누구랑 대화하고 있는 거 아니지요?”
잠자코 내 옆을 걷던 리야가 의심스런 눈으로 나를 보았다. 예상치 못한 말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표정이 계속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게 마치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데…….”
“착각이야, 착각.”
“그런가요. 흐음, 클레이가 그렇다면야 넘어갈게요.”
어쩔 수 없이 수긍했지만, 묘하게 날카롭게 빛나는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나를 의심스럽게 보고 있었다.
나는 태연히 표정 관리를 했지만 내심 당황했다. 여태 리야와 같은 말을 한 사람은 없었으니까.
‘……너랑 대화할 때 그렇게 표정에 티가 나냐?’
[아, 아니? 평소랑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은데……. 그냥 저 도마뱀 계집애가 괴물같이 민감할 뿐이야.]그럼 다행이지만 아무래도 리야는 내 표정을 읽는 데 도가 튼 것 같았다. 내심 무서울 정도였다.
[그럼 이제 급하게 신경 쓸 건 다 해결된 건가?]‘맞아. 내일 광산만 넘겨받으면 끝이지. 그것도 라빈에게 맡겨 두면 될 테니, 이제 난 단월신검에만 집중하면 되는 거지.’
리야가 조금 신경 쓰이긴 했지만, 사정을 말하면 아마 이해해 주리라 생각한다.
‘근데 남은 시간으로 충분하려나.’
그간 살짝 맛보긴 했지만, 단월신검은 과연 ‘신검’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는 대단한 검술이었다.
나름 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나조차 초식 하나를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다.
‘……어떻게든 되겠지.’
아인트반으로 이동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한 달.
나는 그 기간 동안 어떻게든 단월신검의 기본을 완성해야만 했다.
* * *
미스릴 광산에 마련되어 있는 특수한 공간.
데미안의 말에 따르면 오래전 달로스 왕국의 병사들이 만든 곳이라고 한다.
타락한 칠영웅, 루갈 네크리스는 달로스 왕국의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하고 도주한다.
명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대한 힘을 지닌 루갈을 상대할 수 있는 이는 같은 칠영웅뿐.
그런 그를 막기 위해 나선 자가 바로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은 루갈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며 도망치는 그를 계속 추적했고, 키튼 숲 근방에 도달하게 된다.
그리고 데미안은 그곳에서 보게 된다.
인간의 존엄을 포기하며, 리치(Lich)가 된 루갈을.
“끝내 루갈을 쓰러트리는 건 성공했으나, 그는 공간 틈새에 자신의 핵을 숨겨 훗날을 기약하게 되지.”
“달로스 왕국은 그래서 이런 장소를 만든 거군요?”
“그렇다.”
공간의 틈새에서 새어 나오는 루갈의 사기(死氣)는 땅을 오염시켰고, 그것을 막기 위해 달로스 왕국은 이런 공간을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 부활할지 모를 루갈을 막기 위해 데미안 또한 인간의 육신을 포기하게 된다.
루갈이 끝없이 부활하는 이상, 인간의 수명으로는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렇게 수백 년……. 나는 줄곧 루갈과 싸웠고, 놈을 계속 쓰러트렸다.”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을 해 온 데미안은 대체 어떤 심정일까.
‘그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겠지.’
이번 부활에서 루갈은 전력을 다해 데미안을 쓰러트리고자 하지만 끝내 패배한다.
그리고 전투에서 데미안 역시 동귀어진하며 함께 소멸하게 된다.
“설마 이후 달로스 왕국이 멸망했을 줄은 몰랐다만…… 다 지난 일이로군.”
데미안은 씁쓸한 어조로 이야기하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자, 그럼 어느 정도 쉬었으니 다시 수련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젠장.’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에 어렵사리 힘을 넣으며 말했다.
“……수련이라면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만.”
“그게 수련인가? 그건 단순한 몸풀기에 불과하다.”
몸풀기는 개뿔.
나는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설을 겨우 삼켰다.
방금 데미안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나는 양팔에 금속 덩어리를 짊어지고 양다리를 반쯤 굽혀 하체를 단련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일 뿐이고, 데미안의 입장에서 그건 단순한 식후 운동 정도에 불과했다.
“자, 그럼 검을 들고 덤벼라.”
데미안의 손에는 목검이 쥐어져 있었다.
일반적이라면 손대중을 하기 위해 목검을 쥐었다고 생각했겠지만 도리어 반대였다.
목검으로 패면 적어도 죽지는 않으니 목검을 들었을 뿐이다.
“하아압!”
반대로 내 손에 쥐어진 건 진검이었다.
심지어 마력까지 실어 전력을 다해 초식을 펼쳤다.
데미안이 가르쳐준 단월신검의 형(形).
그것을 어떻게든 흉내해 휘두르자 백색의 검광이 어렴풋이 빛났다.
“어설프다! 좀 더 마력의 운용은 빠르게! 그리고 어깨의 각도가 틀렸다. 좀 더 위로 올려!”
‘말은 쉽지!’
애초에 데미안은 단월신검의 기본적인 형만을 잡아 줬을 뿐, 제대로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실전에서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다는 논리였다.
퍽퍽퍽!
“으아악!”
목검은 내가 빈틈을 보이거나, 단월신검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면 사정없이 날아와 나를 두들겼다.
“쯧쯧. 고작 1초식인 월아(月牙)조차 제대로 펼치지 못해서야…….”
혀를 차는 데미안의 목소리에 나는 뭐라 한마디 하고 싶었다.
‘이게 대체 뭔 단순무식한 수련법이야?’
어차피 개연성을 달성하려면 데미안과 지도 대련을 해야 되긴 했다. 하지만 설마 데미안의 수련의 90퍼센트가 지도 대련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런 단순무식한 수련법을 고안한 인간은 데미안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데미안을 단련시킨 ‘어떤 몹쓸 성녀’였다.
[……단순무식해서 미안하네.]‘알았으면 반성해라.’
[나, 나 때는 다 이렇게 배웠어! 그리고 이게 가장 빠르게 실전에서 검술을 응용할 수 있는 법이란 말이야!]틀린 말은 아니긴 했다.
데미안의 지적은 정확했고, 1초식 월아를 몇 번이고 펼칠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건 실감했다.
심지어 매번 실전처럼 싸우니 초식이 조금 어설퍼도 언제 사용할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휘두르는 게 위력적인지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워낙 스승이 뛰어나니 이런 단순무식한 수련법이 엄청난 효율을 내는 것이다.
“그래도 전보다는 나아졌군. 처음에는 대련을 두 번만해도 뻗어 버리더니.”
데미안은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근 한 달 동안 매일같이 이런 훈련을 하니 익숙해지지 않을 리가 있겠습니까?”
“확실히 넌 회복이 빠르니 매일같이 이걸 반복할 수 있었지. 설마 이런 재능이 있을 줄은 몰랐다.”
데미안은 진심으로 감탄한 어조였다.
무리한 체력 단련과 이어진 반복 대련.
매일같이 전신에 피멍이 들었고 근육통이 뒤따랐지만, 나는 한숨 자고 일어나면 깔끔하게 나았다.
‘신혈……. 사기이긴 해.’
언제나 신체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키는 신혈.
놀랍게도 신혈에는 피로 회복 효과까지 있었다. 덕분에 피멍이나 근육통은 빠르게 회복되었고, 매일같이 이 지옥 같은 수련을 할 수 있었다.
“지닌 바 재능에 비해 실력이 빠르게 늘어난 것도 그 덕분일 테지.”
데미안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실력이 늘긴 했습니까? 솔직히 전 매일 그게 그거 같은데요.”
“늘었다. 아직도 월아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앞으로 3일 정도면 제대로 사용할 수 있을 거다. 그럼 월아에서 파생되는 절기를 익힐 자격이 생기겠지.”
절기.
그 말에 나는 눈이 번쩍 뜨였다.
“단월신검은 총 12개의 초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 4개의 초식에서 파생된 절기가 존재한다.”
그러니 절기의 숫자도 네 개.
그중 하나가 월아를 펼친 뒤 이어서 사용하는 연계기 ‘낙월(落月)’이다.
“낙월은 가장 처음으로 익히는 절기이며, 가장 간단한 기술이자 기본이지.”
“월아만 익히면 저도 낙월을 사용할 수 있는 겁니까?”
“사용할 수는 없다. 월아를 익히는 건 어디까지나 배울 조건을 달성할 뿐이다.”
“……그렇군요.”
“당연한 거다.”
데미안은 실망한 기색을 보이는 내게 차분히 말을 이었다.
“아무리 낙월이 절기 중 가장 간단하더라도, 단월신검의 정수 중 하나다. 고작 초식 하나를 익히고 사용할 기술이 아니지. 적어도 12초식 중 절반은 익혀야 사용할 수 있다.”
12초식 중 절반이라면 6초식.
아직 1초식인 월아도 제대로 익히지 못한 나로선 그저 까마득할 뿐이었다.
그러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기도 했다.
‘월아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초식은 분명 더 대단하겠지.’
고작 일부를 익혔을 뿐임에도 그 대단함을 알 수 있는 단월신검.
그것을 끝까지 익히게 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경지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의 두근거림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