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3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63화>
미래를 꿈꾸는 자(2)
끼익!
나무로 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낡은 경첩 탓에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 중 몇이 나와 마리아를 향했다.
“뭐야? 저놈은?”
“그냥 어디 좋은 집 자식 같은데…….”
딱 봐도 험상궂은 인상의 사내들이 우리를 품평하듯 보았다.
처음에는 나뿐이었지만, 내 뒤를 따라 들어온 마리아를 보고는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대화가 많아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대충 내가 마리아를 호위하는 기사처럼 보인 모양이다.
하기야 마리아는 내 가슴에나 겨우 오는 작은 신장을 지닌 소녀였으니 당연하다.
‘심지어 얼굴도 가리고 있으니 딱 봐도 정체를 숨긴 귀족처럼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겠지.’
[어휴. 외견만 보고 판단하다니, 실력들 알 만하다.]그란세시아가 혀를 차며 그런 용병들을 비웃었다.
내가 보기엔 제법 한가락 하는 것 같았지만 그란세시아의 입장에선 그저 우스울 뿐인 모양이다.
“이봐! 얼마나 좋은 집 아가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비싸다고!”
“얼굴은 또 왜 꽁꽁 숨기고 있어? 조금쯤은 보여 줘도 되잖아!”
낄낄거리며 비웃는 소리가 울렸다.
이 린트리아의 치안이 얼마나 개판인지 알 수 있는 모습이다.
“저를 귀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저런 발언을 하다니 황당하네요.”
“사실상 치외 법권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무튼 찾았어?”
“아뇨. 1층에는 없는 것 같아요.”
나도 주변을 훑어봤지만, 눈에 띄는 설정을 가진 자는 없었다. 대부분이 엑스트라, 루티아와 얽힌 인간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있는 게 블랙스컬의 전부인가?”
“그런 건 왜 묻는 거지? 혹시 의뢰라도 할 생각인가?”
내 말에 근육질에 거대한 덩치를 가진 사내가 벌떡 일어났다. 가뜩이나 사나운 얼굴에는 몇 개나 되는 칼자국이 나 있어 더더욱 험악한 인상으로 보였다.
나는 그 사내를 향해 작게 비웃음을 날렸다.
“아니. 그냥 여기 있는 게 전부라면 용병단 수준도 알 만하다 싶어서.”
“이 새끼가……!”
내 말에 몇 명이나 되는 용병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특히 바로 내 앞에 있던 용병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두터운 주먹을 단숨에 휘둘렀다.
퍼어억!
“크억!”
용병의 몸이 붕 날아가 몇 개나 되는 탁자를 부수며 처박혔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였다.
자리에 앉아 있던 용병들이 일제히 일어나며 내게 덤벼든 것이다.
“건방진 새끼가! 무사히 나갈 생각은 하지 마라!”
저마다 무기를 손에 쥐며 덤벼드는 모습에 나는 천천히 주먹을 말아 쥐고 자세를 잡았다.
‘굳이 검을 꺼낼 필요도 없겠는데.’
대부분 소드 유저에, 소드 익스퍼트는 두 명에 불과했다. 이 정도는 떼로 덤벼도 무서울 것이 없었다.
퍽퍽퍽!
“크윽!”
순식간에 용병 세 명이 앞니가 부러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성천무극과 신성의 묘리가 섞여 완성된 공격.
기존에도 어떤 기술과도 비할 바 없이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신성이었으나, 거기에 성천무극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눈으로 좇을 수조차 없는 속도를 발휘했다.
그것을 눈앞에서 목도한 용병들은 그제야 상황이 아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주춤거렸다.
“이게 지금 무슨 소란이냐!”
그때, 위층에서 누군가가 내려와 큰 소리로 외쳤다.
‘저자로군.’
나는 뒤늦게 나타난 남성의 설정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아래에 있는 건 말단이고, 진짜는 다른 곳에 있었던 모양이다.
“죄, 죄송합니다, 부단장님. 저 애송이가 우리를 도발해서…….”
“쯧, 상대의 실력도 알아보지 못하고 입을 놀렸으니 당연한 일이지.”
부단장이라 불린 남성은 혀를 차며 나와 마리아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야? 아래가 소란스럽던데.”
이번에 들린 건 여성의 목소리였다.
부단장의 뒤로 대략 여섯 명의 용병들이 나른한 얼굴로 2층에서 내려왔다.
‘과연, 전부 원작에 언급되는 이들이야.’
그 여섯 명의 용병들은 하나같이 실력이 뛰어났다.
‘소드 익스퍼트 다섯에, 상급 둘이라…….’
맨 처음 내려왔던 부단장까지 포함하면 일곱.
아마 이들이 블랙스컬 용병단의 핵심일 것이다.
‘용병단치고는 지나치게 호화로운 집단인데.’
하기야 이러니 주인공과 함께 재해와 싸울 수 있었겠지.
차분히 관찰하고 있자 부단장이 눈살을 찌푸렸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건 알겠지만, 용병단의 본거지에 들어와 이런 짓을 벌이다니 간이 크군.”
“비웃음을 사고 참으면 호구지.”
“가끔은 참는 것이 답일 때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부단장의 말에 내가 가볍게 답하자, 그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여섯 명 사이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대범한 오빠네. 근데 뒤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야?”
그중 유일한 여성이었던 소녀가 앞으로 나오며 싱긋 웃었다.
분홍색 머리칼에 붉은 눈동자.
설정을 안 봐도 이 소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마리아의 어머니인 루티아였다.
[……켁. 오빠래, 오빠. 나이가 몇인데 저러고 싶나?]‘너도 일흔이잖아.’
[난 마음은 항상 젊어. 그리고 쟤처럼 끼 부리지 않거든? 아휴. 닭살 돋는다, 닭살.]내가 보기엔 둘 다 그게 거였지만 넘어가기로 했다.
아무튼 예상한 것처럼 루티아는 십대 중후반의 소녀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가벼운 복장에, 전체적으로 날렵한 인상을 주었으며 상당한 실력자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서큐버스라는 사실은 숨기고 있군.’
하긴 당연한 일이다. 서큐버스는 엄연히 마족이니까.
“……제가 누구인지 궁금하신가요?”
그때, 조용히 있던 마리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는 늘 그렇듯 무미건조한 어조였지만, 나는 마리아가 자신의 감정을 극도로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스르륵.
“누구인 것 같습니까?”
마리아는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그러자 긴 분홍색 머리칼이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나와 마리아를 바라보던 루티아의 얼굴이 굳었다.
“왜 그래, 루티아?”
기묘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주변에 있던 다른 단원들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그러자 마치 그 말에 반응한 것처럼 루티아가 마리아를 향해 달려들었다.
타탁!
“따라와!”
그녀는 순식간에 마리아의 손목을 낚아채더니 건물 밖으로 달려 사라졌다.
워낙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용병단 건물 내부는 단숨에 고요해졌다.
“쟤…… 갑자기 왜 저래?”
“둘이 닮은 것 같은데, 설마 자매인 거 아냐?”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용병들은 하나둘 입을 열수 있었다.
당연히 엄청난 속도로 사라진 루티아와 그녀의 손에 잡혀 끌려간 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봐, 네가 데려온 아가씨는 대체 누구지? 루티아가 저렇게 반응하는 건 처음 봤는데…….”
나는 떨떠름하게 묻는 부단장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곤 천천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
어차피 내가 볼일이 있는 건 루티아지, 저놈들이 아니었으니까.
* * *
루티아와 마리아는 블랙스컬의 본거지에서 조금 떨어진 술집에 있었다.
치안이 좋지 않은 린트리아에선 상당히 위험한 곳이었지만, 블랙스컬에 소속된 루티아를 건드릴 간 큰 용병은 없었다.
“…….”
“…….”
술집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둘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어색한 분위기에, 내가 옆에 의자를 끌고 와 앉았다.
“모녀의 재회치고는 너무 서먹한 것 같은데.”
“……너 뭐야.”
“응?”
그녀는 나를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분명 이곳에 왔어야 할 자는 네가 아니었는데……. 거기다 마리아가 여기 온다는 이야기는 없었어.”
“뭐?”
태연하게 루티아의 말을 듣던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태도는 마치 ‘원작’을 알고 있는 듯했으니까.
‘이건…….’
황급히 루티아의 설정을 확인한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왜 이곳에 있는지.
그리고 어째서 마리아를 버리고 떠났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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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티아 티몬스>
나이 : 48세
성별 : 여성
작중 역할 : 예언자(조연)
보유 능력 : 예지몽, 서큐버스의 매력
특이 사항 : 마리아 티몬스의 어머니이자, 아인트반에서 파비안을 돕는 조력자.
서큐버스 일족 중에서 무척 강하고, 특이한 능력을 가진 존재.
예지몽을 통해 미래의 일부를 볼 수 있다.
그녀가 마족을 떠나 마리아를 낳은 것도, 모든 걸 버리고 아인트반으로 향한 것도 모두 그 때문.
파비안은 그녀의 도움으로 겨울 정령이자, 검의 수호자 시오르를 쓰러트린다.
이후 루티아는 검을 노리고 습격한 최상급 마족, 적염의 백작 마르갈에게서 파비안 일행이 도망치는 걸 돕는다.
도망치는 파비안에게 마지막 유언을 전한 후, 마르갈을 꿈속에 가둬 시간을 벌지만 끝내 사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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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었던 루티아의 행동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마족인 그녀가 왜 티몬스 상단주와 결혼했던 건지.
그리고 어째서 마리아를 낳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인트반으로 떠났던 건지도.
‘하지만 일반적인 미래라기보단 ’원작‘의 미래를 보았던 건가.’
어찌 보면 내 시놉시스와 비슷한 능력이다.
특히 완벽하지 않은 미래의 ‘일부’만을 본다는 점에서.
‘단지 꿈으로 보았다는 게 다를 뿐이지.’
그러나 지금 더욱 신경 쓰이는 건 따로 있었다.
‘좋지 않은데.’
나는 어떻게든 미래를 뒤바꿔, 원작의 내용과는 다른 미래를 만들 생각이었다.
루티아 티몬스가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미래를.
하지만 루티아의 설정은 본 순간, 절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최상급 마족이라니…….’
시놉시스에는 단순히 ‘검을 빼앗기 위한 습격한 마족’이라고만 명시되어 있던 탓에 큰 문제는 아니라고 여겼다.
이미 상급 마족마저 이겨 보았기에 어떻게든 가능하리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마주할 상대는 무려 작위를 지닌 최상급 마족이었던 것이다.
여태껏 터무니없는 위기를 몇 번이나 극복해 왔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왜 말을 안 해?”
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자, 조바심이 났는지 루티아가 재차 물었다.
“너는 누구야? 어째서 벨런 영지에 있을 마리아와 함께 있는 거지?”
그녀는 극도로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분명 그녀가 본 예지몽에는 내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리라.
“나는 클레이 반하르트. 벨런령 바로 옆에 있는 반하르트령의 영주다.”
“반하르트령? 거긴 이미 사라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어머니.”
당황하여 더듬더듬 말하던 루티아에게 마리아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백작님은 저를 구해 주셨어요. 만약 백작님이 아니었다면 전 벨런 백작가의 하녀가 되었을 테죠.”
“기, 기다려, 마리아. 너는 결코 그런 운명이 아니란다. 너는 그곳에서 좀 더 위대한…….”
“위대한? 몸종으로 팔린 제가 말입니까? 저는 어머니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마리아의 시선은 한없이 냉랭했다. 그녀의 입장에서 루티아는 이해할 수 없는 말과 행동을 할 뿐이니 당연했다.
“기다려, 마리아.”
나는 보기 드물게 감정이 격해진 마리아를 말렸다.
“화를 내는 건 이야기를 마저 듣고 해도 늦지 않아.”
“…….”
마리아는 아랫입술을 꾹 깨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죄송합니다. 어머니를 보니 감정이 조금 격해져서.”
그건 특별히 마리아의 탓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부모를 만난다면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루티아 티몬스, 우선 하나씩 묻겠다. 어째서 루티아를 버리고 아인트반으로 떠난 거지?”
“그건…….”
나는 설정을 통해 루티아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고 있었지만, 마리아에게는 설명이 필요했다.
거기다 설정에 적힌 게 전부라는 법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