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66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66화>
몽마(夢魔)사용설명서(2)
대충 상황을 수습한 후, 나와 마리아는 다시 블랙스컬의 길드 건물로 향했다.
마리아는 아직 생각이 완전히 정리된 거 같지 않았지만 비교적 침착한 모습이었다.
[예상보다 빨리 가네?]‘아무래도 마리아의 능력에 대해 빠르게 알아 둬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만약 마리아의 능력이 내가 생각한 대로라면 큰 무기가 될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빨리 마리아의 능력을 완전히 개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본래 마리아가 능력을 개화하는 건 한참 후였겠지만.’
적어도 내가 보았던 시놉시스의 내용 중에선 그런 내용이 없었다.
분명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개화했거나, 영영 하지 못했으리라. 원작의 마리아는 루티아를 찾기 위해 아인트반에 올 여유가 없었으니까.
“네놈들…… 어째서 다시 온 거지?”
안으로 들어서자, 이전에 나와 한판 벌였던 용병들이 사납게 우릴 쳐다보았다.
이렇게 부단장까지 바로 튀어나온 것을 보면 위험인물로 낙인찍힌 건지도 모른다.
“그보다 루티아는 어디에 있지?”
“루티아? 그러고 보니 네놈들은 루티아와 안면이 있는 것 같더군. 대체 무슨 사이인 거냐.”
“알아서 뭐하게.”
내가 심드렁하게 답하자 부단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뿐만 아니라 블랙스컬의 다른 용병들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
“어제도 생각했지만 간이 큰 녀석이로구나. 이번에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냐?”
“못할 것도 없지.”
나는 사납게 웃었다.
용병들의 세계는 약육강식이다. 여기서 양보를 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단숨에 잡아먹히게 되리라.
“이 새끼가…….”
“잠깐!”
부단장이 이를 갈며 검을 뽑으려던 순간, 분홍색 머리칼의 여성이 달려왔다.
어제보다 상당히 초췌해진 루티아였다.
“기다려.”
“루티아, 너 대체 이놈들과 무슨 사이냐.”
“……저 남자의 옆에 있는 아이는 내 가족이야.”
차마 딸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그야 루티아의 외견상 마리아와 같은 나이의 딸이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니, 수상하게 생각할 게 분명했다.
“…….”
물론 그건 그거고, 마리아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는지 몸이 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알겠다. 대신 어제와 같은 소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라. 아무리 너의 가족이라도 봐주는 건 한 번뿐이다.”
“알겠어.”
부단장은 루티아를 잠시 응시한 뒤 등을 돌렸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루티아는 작게 한숨을 내쉬며 우리를 보았다.
“……이쪽으로.”
다행히 이쪽도 하루가 지난 탓인지 어제 보았던 것과 같은 다급함은 보이지 않았다. 잠을 제대로 못 잤는지 안색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침착한 모습이었다.
다만 마리아에게 먼저 말을 걸 용기는 없었는지 먼저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마침 나도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어.”
루티아는 빈 방의 문을 닫으며 조용히 말을 꺼냈다.
아마 우리가 떠난 후 대화를 곱씹었던 모양이다.
“파비안이 죽었다는 게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지.”
“그걸 너는 어떻게 알고.”
“나도 너와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나의 대답에 루티아는 눈을 크게 떴다.
놀란 것은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루티아의 대화를 들은 마리아도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루티아의 예언이 사실이었을 뿐만 아니라, 그 사실을 내가 알고 있었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내용이었으니 놀라는 게 당연했다.
나는 이어서 허리춤의 매여 있던 검을 뽑아 들어 루티아에게 보였다.
“이게 그 증거지.”
“검을 갑자기 왜……. 잠깐, 이거 설마?”
루티아는 당황한 얼굴로 내 손에 쥐어진 검에 달라붙어 유심히 살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루티아는 알 수밖에 없으리라.
본래 이 검의 주인이 누구인지.
“이걸 왜 네가 가지고 있지? 이건 재해를 쓰러트릴 수 있는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검이란 말이야!”
“그야 내가 쓰러트렸으니 가지고 있는 게 당연하잖아?”
“뭐?”
“제국에서 나타났던 병마의 재해, 그걸 죽인 게 바로 나다.”
루티아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내 옆에 잠자코 서 있던 마리아에게 시선을 던졌다. 내 말이 사실이냐고 묻는 듯했다.
“네가…… 어제 마리아가 말했던 클레이야?”
“그럼 누구겠어?”
“그럴 수가. 내가 보았던 미래에는 너 같은 사람은 없었는데…….”
당연한 일이다. 본래의 난 카인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죽었을 인물이니 루티아의 꿈에 나타났을 리가 없다.
“아무튼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다.”
“부탁? 당신이 누군지도 모르는데 내가 왜?”
“마리아와 관련된 일이니까.”
마리아의 이름이 거론되자 루티아의 눈매가 단번에 날카롭게 휘어졌다.
“혹시 마리아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지?”
“물론.”
“……정말이지?”
루티아가 미심쩍은 눈으로 마리아를 바라보자, 마리아는 바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제야 안도한 듯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 알겠어. 클레이라고 했지? 그래, 어떤 부탁을 하고 싶은 건데?”
“내가 부탁하고 싶은 건 두 가지야.”
“두 가지?”
“그래. 먼저 하나는 마리아가 능력을 다룰 수 있게 도움을 줬으면 해.”
“능력이라면……?”
루티아는 의아한 시선을 내게 던졌다.
그녀는 마리아가 자신의 피를 얼마나 강하게 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몽마로서의 능력.”
“……마리아가 서큐버스의 능력을 이었다고?”
“외모를 본다면 알 텐데?”
“으, 으음. 알겠어. 그럼 또 하나는 뭐야?”
루티아는 내심 긴장한 얼굴로 내게 물었다.
처음 부탁이 그다지 어려운 게 아니었던 만큼 두 번째는 어려운 걸 부탁하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나 두 번째는 훨씬 간단한 일이었다.
“네가 보았던 예지몽에서 파비안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자세히 알려 줘.”
* * *
마리아를 루티아에게 맡겨 둔 이후, 나는 수도인 나베즈로 돌아왔다. 마리아가 루티아에게서 능력을 배우는 동안 따로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근데 둘이 놔둬도 괜찮아?]‘아무렴 가족인데 별일 있겠냐.’
[가족이라고 다 사이가 좋은 건 아니야. 하물며 어머니가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애잖아.]아무래도 그란세시아는 린트리아에 두고 온 마리아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루티아는 마리아를 진심으로 사랑하니까 걱정하지 마.’
[그럼 그나마 다행이지만…….]묘하게 걱정이 담기 어조에 나는 피식 웃었다. 매번 툴툴 거리긴 해도 정이 많은 녀석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내가 나베즈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장소는 바로 도둑 길드였다.
전과 달리 길드의 입구에 도착하자, 안에 있던 길드원들이 재빨리 튀어나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주르륵 줄을 서며 인사하는 모습이 마치 뒷세계 조직의 보스라도 된 기분이었다.
‘제국의 힘이란 무섭구만.’
[제국보단 네가 문제인 거 아냐?]‘내가 뭐했다고.’
그냥 문장 좀 보여 주고 알아서 기라고 한 게 전부다.
오히려 전부 뒤집어 버리지 않았으니 나는 꽤 선처를 베풀었다고 생각한다.
[넌 절대로 권력 같은 걸 가져서는 안 될 놈이야. 그냥 백작령의 영주로 남아.]그런 대화를 나누며 붉은 방으로 들어가자 도둑 길드의 길드장, 제이드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다시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백작님.”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순박하게 웃는 제이드의 모습은 정말 건실한 청년 같았다. 특히 눈도 실눈처럼 가늘게 뜨고 있어서 선량한 인상을 주었다.
외견만 봐서는 누구도 도둑 길드의 수장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리라.
나는 조용히 제이드를 응시하다가 차분히 운을 띄웠다.
“찾을 자들이 있다.”
“찾을 자들이라면……? 루티아라면 아직 블랙스컬 길드에 있습니다.”
“내가 찾는 건 루티아가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인간조차 아니지.”
그 말에 웃고 있던 제이드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곤 가늘게 뜨고 있던 눈이 치켜 올라가며 날카롭게 변했다.
[……인상 변하는 게 순식간이네?]‘괜히 도둑 길드의 수장이 아니지.’
설정에는 단순한 엑스트라로 나와 있지만, 지닌 바 능력 중에 쓸 만한 게 몇 가지 눈에 띄었다.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개연성을 확인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
“내가 찾고자 하는 건 마족이다.”
“……정말 이곳에 마족이 있는 겁니까?”
“그래. 이미 아인트반에 숨어든 마족이 있을 거다. 놈을 어서 찾아야 해.”
“어째서입니까?”
“재해가 닥칠 테니까.”
제이드라면 제국에서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그중에는 기드온 황제가 경고했던 재해의 위협 또한 있으리라.
“그런 전염병이 아인트반을 덮친다니…….”
“전염병이 아니야. 아인트반을 덮치는 건 다른 형태의 재해지. 최근 수도에서 퍼지고 있는 기면증이 재해와 연관되어 있어.”
“그것이 재해와 관련되어 있었을 줄은 몰랐군요.”
거기까지 말한 제이드는 생각에 잠겼다.
“……마족이 어째서 아인트반에 온 건지 알고 계십니까?”
“아마 검 때문일 거다.”
“검? 혹시 백작님이 가진 것과 같은 검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확실해.”
시놉시스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확신 가득한 내 말에 제이드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백작님은 그것들을 어떻게 알고 계신 겁니까?”
“알잖나. 내게는 이 검이 있다는 걸.”
나는 허리춤의 제노바를 가리켰다.
거기다 제국 황제가 이미 나를 ‘재해를 상대할 영웅’으로 지정한 상태였다.
“나는 자연스럽게 알게 돼.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아인트반까지 찾아왔을 리가 없잖아?”
“마리아 티몬스의 어머니를 찾으러 왔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겸사겸사지.”
물론, 루티아는 이번 재해를 상대할 때 필요한 존재였지만 굳이 그런 것까지 시시콜콜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어때? 할 수 있겠어?”
내가 태연자약하게 묻자, 제이드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설령 할 수 없어도 해야만 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군요.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팔 대상들도 전부 사라지게 될 테니.”
“현명한 생각이군.”
“하지만 이런 사태라면 직접 아인트반의 국왕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그야 그게 편하긴 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존재했다.
‘왕성에는 겨울 정령의 본거지인 유적이 있으니.’
그 유적을 중심으로 현재 왕성 전체는 겨울 정령의 영역이었다. 그 안에서 하는 대화는 모두 겨울 정령의 귀에 들어갈 터였다.
아인트반의 국왕의 도움을 구했다가는, 도리어 나의 계획이 노출되어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컸다.
[마족은 얘네들한테 찾게 한다 치고, 우선 최대한 빨리 재해를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어?]‘뭐, 그러고야 싶은데 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으니까.’
겨울 정령, 시오르의 힘이 닿는 곳은 현재 나베즈의 3분의 1 정도
하지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수도 전체가 놈의 영역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놈은 재해로서 활동을 시작하겠지.
그 전까지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공간의 틈새를 넘나들며 이동하는 놈을 쫓기란 불가능했으니까.
‘그래, 그때까진 마음껏 날뛰어 봐라.’
나는 루티아가 보았다는 미래를 몇 가지 되짚었다.
그리곤 마치 퍼즐처럼 시놉시스의 부족한 부분에 그것을 끼워 넣었다.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 바로 끝내 줄 테니까.’
확실히 몽환의 재해는 성가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몰랐을 때의 이야기고, 전부 안다면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도리어 재해의 특성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했다.
‘잘하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겠어.’
나는 속으로 짙은 웃음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