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86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86화>
일륜지천검(日輪至天劍)(1)
[개연성이 달성되었습니다.] [루갈 네크리스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할 것(달성)] [단월신검(斷月神劍)을 설정에 추가했습니다.]이제는 익숙해진 은색의 기둥이 떨어졌다.
이곳이 깊은 땅속이건 뭐건 전혀 상관없다는 듯 은색의 빛이 전신을 감쌌고, 곧 단월신검을 습득했다는 문자가 허공에 떠올랐다.
‘해냈다.’
정말로 단월신검을 익히는 데 성공했다.
무리라고 생각했던 두 가지 조건을 정말 시간 안에 달성해 낼 수 있었다.
여태까지 익혔던 어떤 설정보다도 강렬한 성취감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중 가장 긴 시간, 그리고 많은 노력이 들어갔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나는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서며 조용히 서 있는 데미안을 바라보았다.
그는 검은 먼지로 변해서 흩어지는 루갈의 육신을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한때는 친구였으며, 같은 칠영웅이었던 루갈.
자신을 목표로 삼고 끝내 타락하여 괴물이 된 자의 최후.
데미안이 지금 어떤 기분일지는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루갈은 쓰러트렸다.
하지만 아직 데미안과 얽힌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클레이! 무사한가요?”
그때, 리야가 급히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는 졸졸 따라온 마리아가 눈에 띄었다.
마리아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방금 전의 상황 때문인지 안색이 그다지 좋지 못했다.
“어, 괜찮고말고. 리야도 괜찮지?”
“후후, 그럼요. 저는 기껏해야 몇 마디 떠든 게 전부랍니다.”
여유 있는 모습이었지만, 그 손은 살며시 떨리고 있었다. 그건 그녀가 지금 상당한 힘을 발휘했음을 알려 주고 있었다.
칠영웅인 루갈의 마법을 강제로 억제했으니 당연한 거겠지.
만약 리야가 없었다면 이번 일은 난이도가 몇 배나 올라갔을 게 분명했다.
“정말 고마워. 언제나 너에겐 도움만 받네.”
“어, 어머나. 그, 그렇게 말씀하시면 부끄럽네요.”
리야는 고개를 숙이며 전하는 감사의 인사에 살며시 볼을 붉혔다. 그리곤 얼굴이 뜨거운지 손을 팔락팔락 흔들며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바, 반하르트 백작님, 이제 끝난 겁니까?”
그렇게 리야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몇몇 기사들이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방금 전까지 땅에서 계속해서 솟아나오는 언데드들을 상대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동자만은 반짝이고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보던 눈동자인데…….’
주로 젤빈이 나를 저런 눈으로 보곤 했다. 마치 전설 속 영웅을 눈앞에서 보는 듯한 시선이라고 해야 하나.
경외심이 깃든 아주 부담스러운 눈빛.
“그래, 이제 모두 끝났다. 밖에 나간다면 하늘도 맑아져 있겠지.”
“저, 정말입니까?!”
기사와 병사들이 저마다 서로를 얼싸안고 환호하며 저마다 무기를 하늘 높이 들었다.
“백작님에 대한 이야기가 설마 모두 사실일 줄은 몰랐습니다! 백작님과 함께 싸우다니 정말 일생의 영광입니다!”
감격한 어조로 떠드는 기사의 말에 나는 조금 무안한 기분이 들었다. 어찌 됐든 저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와 대립하던 데올릭가의 병사들이었으니까.
“……우선 부상자들을 챙기고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하도록. 나는 잠시 볼일을 보고 있겠다.”
“알겠습니다!”
기사들은 내게 힘껏 경례하며 가장 먼저 벽에 처박힌 로건 데올릭을 향해 달려갔다.
“마리아.”
“네.”
상황이 수습되는 걸 지켜보던 나는 마리아를 부르고 가볍게 눈짓했다.
그녀는 내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곧바로 내 뒤에 따라붙었다.
“데미안 경.”
나는 마리아와 함께 조용히 허공을 응시하는 데미안에게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이제는 완전히 사기가 사라진 공허한 공동을 멍하니 응시할 뿐이다.
루갈을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이 장소도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클레이로군. 훌륭했다. 덕분에 손쉽게 루갈을 쓰러트릴 수 있었구나.”
“전부 데미안 경이 루갈의 시선을 끌어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아니. 만약 나 혼자였다면 마지막 루갈의 마법을 막기 위해 동귀어진을 하는 게 고작이었을 거다.”
실제로 원작에서도 그러했으니, 그의 말은 조금도 틀리지 않은 사실이었다.
사실이니만큼 평상시 같으면 그냥 수긍하고 받아들였을 이야기였지만, 스승처럼 여기는 데미안이기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민망하게 다가왔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애써 민망함을 감췄다.
“큼큼. 데미안 경은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나의 역할은 끝났다.”
그는 조용히 나를 응시했다.
“루갈이 사라진 지금, 더 이상 이 세계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겠지.”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다.
데미안이 데스나이트까지 되어 가며 이곳에 갇혀 지냈던 이유는 오로지 루갈 때문이었으니까.
그 이유가 사라진 이상, 데스나이트의 몸으로 생을 이어 가길 바라진 않으리라.
“단월신검의 초식과 심득은 모두 너에게 전했다. 남은 건 네가 그것을 이해하는 것뿐.”
데미안은 이제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 이야기하곤 천천히 검을 들었다.
“마지막에나마 너를 만나 이렇게 나의 검술을 전수할 수 있게 되어 정말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백색의 검기가 맺힌 검이 망설임 하나 없이 그의 가슴께로 향하던 그때였다.
“……단월신검을 완성시키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 말은 아주 작은 속삭임과도 같았지만, 데미안이 그 말을 못 들을 리가 없었다.
가슴께를 향했던 백색의 검기가 크게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그게, 무슨 뜻이지?”
“저는 압니다. 데미안 경의 단월신검은 아직 미완성이라는 걸.”
“그걸 어떻게…….”
“알려 준 자가 있었으니까요.”
“알려 준 자?”
나는 천천히 손을 들었다.
성녀의 유물인 ‘시모사의 눈’.
그것을 천천히 손가락에서 빼냈다.
“그란세시아 아텔.”
“……!”
이내 데미안의 검에 맺혀 있던 검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투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진 알 수 없었지만, 크게 놀랐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란세시아가 말하더군요. 단월신검은 미완성이라고…… 무언가 억누른 것 같다고 말입니다.”
나는 손가락에서 빼낸 시모사의 눈을 뒤에 서 있는 마리아에게 건넸다.
마리아는 그것을 익숙한 동작으로 손가락에 끼웠다.
“데미안 경, 다시 묻겠습니다.”
홀린 것처럼 나를 바라보는 데미안을 향해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단월신검을 완성시키고 싶지 않으십니까?”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손에 쥐고 있던 검이 바닥을 굴렀다.
그것으로 대답은 충분했다.
“마리아.”
“네, 알고 있습니다.”
마리아는 시모사의 눈이 끼워진 손을 내게 내밀었다.
그리고 이어서 반대쪽 손을 데미안을 향해 뻗었다.
“…….”
나는 지금까지 데미안을 달과 같다고 생각했다. 고고하고 차가운 사람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데미안 경.”
살짝 재촉하듯 말하는 내 목소리에 데미안은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이내 마리아의 손을 천천히 쥐었다.
그리고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 * *
데미안은 멍하니 새하얀 세계를 바라보며 조용히 눈을 깜박였다.
‘눈이 깜박여진다고?’
데스나이트가 되어 육체를 잃은 후 단 한 번도 느껴 볼 수 없던 감각이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몸 전체에서도 위화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썩어 가는 육체를 지켜보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 착용했던 갑옷과 투구.
그러나 수백 년이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오히려 없으면 허전하게 느껴질 그것들이 어쩐지 불편했다.
“데미안 경.”
자신의 몸을 천천히 훑어보던 데미안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클레이가 서 있었다.
그의 복장은 방금 전과는 조금 달랐다. 좀 더 편하고 가벼운 복장이었다.
“클레이, 여긴…… 어디냐?”
데미안은 자신에게서 흘러나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귀에 거슬리는 쇠를 긁는 음성이 아니었으니까.
“앞을 보시면 압니다.”
약간 웃음기마저 담긴 클레이의 목소리에 데미안은 조금 의아해졌다.
이 새하얀 세계가 대체 뭔지 궁금했지만, 우선은 클레이의 말에 따르고자 앞으로 시선을 돌렸다.
“……!”
그 순간, 숨이 멎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깨달았다.
새하얀 세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황량한 백색의 땅에, 한 존재가 서 있었다.
어떠한 것도 담고 있지 않은 황량한 백색의 땅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색을 빛내고 있는 존재가.
그것은, 금색의 태양이었다.
“데미안.”
금색의 머리칼에, 금색의 눈동자.
새하얀 옷을 전신에 두른 그란세시아가 한 걸음 발을 내디디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오랜만의 교육 시간이다.”
수백 년간, 그녀에 대한 기억은 조금씩 퇴색되었다.
남아 있는 건 마치 태양과도 같았다는 것뿐.
자신의 스승이자 우상이었던, 그런 그녀의 모습을 조금씩 잊고 살았다.
그것이 지금, 그녀의 말 한마디에 되살아났다.
자신만만하고 오만한 웃음.
태양과도 같이 빛나던 그녀가 지금 자신의 앞에 있었다.
“덤벼.”
익숙한 동작으로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 데미안은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아 들었다.
대체 언제 뽑아 들었는지 자신도 깨닫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녀가 지금 눈앞에 있는데.
“그란세시아 님.”
아아, 이 말을 다시 하는 것 또한 수백 년만이었다.
“한 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냐.”
말이 많다는 듯 손을 까딱이는 그란세시아는 기억 속 모습과 똑같았다.
정말,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이토록 달라졌건만.’
검을 쥐었다.
언제나 쥐었던 검이 낯설게만 느껴졌다.
오래전 검을 처음 쥐었을 때와 같이.
콰아앙!
폭음이 울리며 전력을 다해 내달렸다.
방금 전 루갈과 싸웠을 때보다 몸이 가벼웠다.
마치 살아 있던 그 시절의, 칠영웅이자 검신이라 칭송받던 전성기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었다.
백색의 검기가 검강이 되고, 그것이 수 미터가 넘게 늘어나며 안개처럼 흩어졌다.
──낙월(落月).
단월신검의 첫 번째 절기가 펼쳐지며, 백색의 검기가 나선으로 회전하며 위로 솟구쳤다.
그것은 마치 떨어지는 달처럼 백광을 내뿜으며 지상을 낙하했다.
“역시, 이 정도구나.”
그것을 보며 그란세시아는 작게 조소했다.
그녀의 오른손이 흔들린다 싶은 순간, 지상을 떨어지던 달이 산산이 부서졌다.
쿠우웅!
“커억!”
반사적으로 몸을 비트는 순간, 가슴께에 통증이 느껴졌다.
순식간에 주르륵 몸이 밀려나며 정신이 아찔해졌다.
만약 몸을 틀지 않았다면 그대로 끝이었으리라.
‘전혀 보이지 않았다!’
분명 자신의 감각 내에 완벽히 통제되던 공간 안이었음에도 볼 수 없었다.
그란세시아는 그런 데미안을 쫓지 않았다.
그저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너도 아직 오온(五蘊)에 머물러 있구나. 아니…… 아직 모르는 건지도.”
데미안은 그런 그란세시아의 말에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성천무극’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오온이라 하면…….’
성천무극은 인간을 완성하는 것.
오온은 그 두 번째 단계를 뜻한다.
육신을 완성시키고 완벽히 통제하는 영역.
인간을 초월하기 직전 그릇을 완성시키는 단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