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9화>
성녀 그란세시아(1)
이 라크메스 능선에 존재하는 모든 에피소드는 네 개.
그중 3개는 이미 일어났고, 가까운 시일 내에 일어나게 될 사건이었지만 단 하나만은 달랐다.
204~225화, 용의 재해.
작품의 핵심 전개를 관통하는 이 에피소드는 몇 년 후에나 발생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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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225화, ‘용의 재해’>
개요 : 드디어 일곱 번째 재해라 불리는 ‘용의 재해’의 행방을 알게 된 파비안 일행은 라크메스 능선으로 향한다.
미셸의 도움을 받아 용의 재해를 조사하던 파비안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용의 재해가 행방불명되었던 아스크탈린 제국의 황녀, 리야 아스크탈린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5년 전 라크메스 능선에서 탈루아 왕국군을 궤멸시킨 괴물이 재해로 각성하기 직전이었던 그녀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미셸은 리야 아스크탈린 황녀가 용의 재해로 각성하게 된 원인이 ‘용화의 저주’에 있음을 알아낸다.
또한 용의 재해를 쓰러트리기 위해선 성녀의 유물인 ‘시모사의 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파비안에게 건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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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왜 다 끝났다고 말한 건지 알겠네.’
이 내용을 처음 봤을 때 내 심정이 딱 그랬다.
설마 갑자기 세계의 존망을 위협하는 존재가 튀어나올 줄이야.
거기다 일곱 번째라고 하면 저 ‘재해’라는 게 최소 일곱 개 이상은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걸 쓰러트릴 파비안은 이 세상에 없었다.
아버지가 절망하는 것도 이상한 게 아니었다.
‘궤멸당할 작전에게 참가하게 되다니…… 젠장!’
시놉시스에 의하면 2주 뒤 있을 작전에서 우리 군은 용의 재해와 마주하여 궤멸하고, 카인젤 왕국에게 패한다.
머리가 아찔해졌다.
결국 내가 2주 후 참여하게 될 작전이 몰살당하는 결말을 맞이한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으니까.
‘리야 아스크탈린…….’
일곱 번째 재해인 용의 재해.
시놉시스는 그 괴물의 정체가 ‘리야 아스크탈린’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륙을 호령하는 아스크탈린 제국의 황녀로, 제국의 보물이라 불리는 인물.
그녀와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기에 나로서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후우…… 일단 앞으로 어떻게 할지부터 고민하자.’
지금은 우선 살아남을 방법에 대해서 고민해야 할 때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움직여 천천히 다가오는 남자를 보았다.
금발에 녹색 눈동자의 반듯한 인상을 지닌 사내.
선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저자가 바로 성녀의 후예인 미셸 아텔이었다.
천막으로 만든 간이 막사에는 그의 소지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주변에 널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온 미셸을 향해 게일 공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미셸 사제님, 부탁드려도 괜찮겠소?”
“공작 각하, 굳이 존칭을 붙일 필요 없으십니다. 전 어디까지나 대사제도 아닌 평범한 사제일 뿐입니다.”
“하지만 성녀님의…….”
“그건 어디까지나 그란세시아 님이 대단한 것일 뿐, 제가 대단한 게 아닙니다. 전 성녀님이 지녔던 피를 타고나지 못했으니까요.”
“으음.”
게일 공작은 뭐라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그럼 치료를 부탁하네. 전도가 유망한 젊은이일세.”
“맡겨 주십시오.”
미셸은 그렇게 말한 후 들 것에서 병상 위로 눕혀진 내게 다가왔다.
“반하르트 경, 그럼 바로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부탁드립니다.”
나는 새하얀 기운이 어리는 미셸의 손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지만 잘됐어.’
미셸 아텔에게는 용의 재해를 쓰러트리는 데 필요한 ‘시모사의 눈’이 있었다.
그 기능은 정확히 모르지만, 시놉시스의 내용대로라면 용의 재해를 상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만약 그것을 얻을 수 있다면 이제부터 있을 상황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
“우선 눈에 보이는 상처는 전부 치유하였습니다. 움직이시는 데 혹시 불편한 곳이 있으십니까?”
생각을 정리했을 무렵, 눈부시던 빛이 점차 흐려졌다.
부드러운 웃으며 말을 거는 미셸의 모습에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성녀의 후예라는 게 허명이 아니구만.’
전신에서 느껴지던 격통이 완전히 사라졌다.
도리어 힘이 넘칠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금이 갔던 뼈들이 완벽히 붙어 있고, 자잘한 상처들이 회복되어 있었다.
내가 사제들에게 자주 치유를 받아 본 건 아니지만, 이건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공작 각하, 그럼 이제…….”
미셸이 게일 공작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게일 공작은 근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음. 물론일세. 그대들이 말한 조사에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지.”
조사?
뭔가 불온한 느낌을 주는 말에 나는 들것에서 내려와 물었다.
“각하, 혹시 무슨 말씀인지 물어도 괜찮겠습니까?”
“아까 말했네만, 사제분들이 이곳에 온 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은빛의 빛기둥 때문일세. 사제분들은 그것이 신의 계시라 생각하는 모양이네만…….”
“아…….”
게일 공작의 말에 나는 슬그머니 미셸을 보았다.
미셸은 황홀한 얼굴을 한 채 당시 보았던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예, 분명 신의 계시인 게 분명합니다. 그 광경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를 정도니까요.”
당시 은빛 기둥이 얼마나 대단한 신의 기적인지 떠드는 미셸의 모습에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이용할 수 있겠군.’
맹목적인 신념만큼 다루기 쉬운 것도 없었다.
‘그나저나 짐이 상당히 많은데?’
은빛 기둥과 신의 기적에 대해 미셸이 떠드는 동안, 나는 천막 내부를 둘러보았다.
대부분은 간단한 짐들이 놓여 있었지만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다.
‘관?’
그것도 평범한 관이 아니라 굉장히 고풍스런 관이었기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뭔가 있다.’
아무 이유 없이 관을 이곳에 들고 왔을 리는 없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관의 설정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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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관>
전설적인 성녀, 그란세시아 아텔의 유해와 유물이 들어 있는 관.
성녀 순례를 위해 사제 미셸 아텔이 운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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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의 관?!’
주신 알타이르의 성녀 중에서도 역대 최고로 꼽히는 성녀, 그란세시아의 유해와 유물이 들어 있는 관이라니.
‘미셸이 이 근처에 있었던 게 성녀 순례 때문이었군.’
성녀의 관에 적힌 ‘성녀 순례’는 나도 익히 아는 것이다. 물론 설마 관을 짊어지고 하는 것인 줄은 몰랐지만.
‘혹시 성녀의 설정도 볼 수 있나?’
확인된 타인의 설정은 개연성이 달성될 시 내 설정에 추가할 수 있다.
바이안의 은성검도 그러했으니, 어쩌면 성녀도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성녀의 능력 중 단 하나만 얻을 수 있어도 내게는 크나큰 이득이었다.
“관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궁금하신 모양이군요.”
그때, 미셸이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아차, 너무 유심히 바라본 건가.
“아,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사제가 머무는 천막에 관이 있으니 궁금한 것도 당연하지요.”
전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한 미셸은 어쩐지 복잡한 눈으로 관을 응시했다.
“물론, 저 안에 잠든 이가 누구인지는 말씀드릴 수 없으니 양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미셸은 그리 말했지만, 나는 저 관 안에 있는 유해가 누구의 것인지 안다.
‘좋아.’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미셸이 관에 시선이 팔린 사이, 안에 든 존재를 제대로 확인했기 때문이다.
내가 성녀의 설정을 되새김질하는 사이,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던 게일 공작이 입을 열었다.
“미셸 사제, 그럼 바로 가도록 하지.”
“아, 이렇게 빨리 도와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무얼. 처음부터 약속했던 일이지 않나. 아, 그러고 보니…….”
게일 공작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나를 보며 말했다.
“그때 은빛의 기둥이 떨어졌던 장소가 반하르트 경이 쓰러져 있던 곳이 아닌가?”
“예?”
나는 갑작스런 게일 공작의 말에 당황해서 미셸에게 시선을 돌렸다.
방금 은빛의 기둥에 대해 이야기하던 미셸을 생각해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 보듯 뻔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시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러고 보니 절벽 아래쪽으로 빛기둥이 떨어졌던 것 같기도 하군요.”
“절벽 아래? 혹시 그 아래에 성물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요?”
아예 기둥을 못 봤다고 하면 수상하니 조사하기 힘든 절벽 아래쪽을 언급하자 자연스럽게 주제가 넘어갔다.
험준한 절벽의 아래라면 발견되지 않은 무언가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으니까.
“절벽 아래라……. 그럼 상당한 준비를 해야 될지도 모르겠군.”
“혹시 반하르트 경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반하르트 경을? 음, 아쉽게도 반하르트 경은 다른 일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네만.”
“그런가요? 아쉽습니다.”
순간 조사를 도울 수 있냐고 묻는 미셸의 말에 가슴이 철렁했으나, 이어진 게일 공작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지.’
아무 의미 없는 조사에 시간을 낭비하기엔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었다.
방금 게일 공작이 언급한 ‘다른 일’.
아마 그것은 곧 있을 기습 작전일 게 분명했다.
‘이번에도 바이안은 이미 카인젤 왕국에 작전 정보를 전달했겠지.’
원작에서는 게일 공작이 죽고 아트람 후작이 주도하는 작전.
바이안은 게일 공작의 독살에는 성공하지만, 결국 주인공인 파비안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그는 죽기 직전에 이미 해당 작전에 대한 정보를 카인젤 왕국에게 전달한 상태였다.
‘단지 이번에 녀석을 쓰러트린 건 파비안이 아니라 나지만.’
어찌 됐든 그가 정보를 흘렸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시기를 따져 보면 확실하다.
그러니 카인젤 왕국군은 지금쯤 우리 군의 기습 작전을 역으로 이용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중요한 것은 바로 작전 과정에서 마주치는 용의 재해다. 이것을 막지 못한다면 어차피 카인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할 테니까.
“후우.”
나는 작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굳게 다졌다.
이제부터가 진정한 분기점이었다.
* * *
“하아, 하아.”
테드릭 이튼.
이튼 후작가의 장남이자 후계자인 그는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닦으며 검을 내렸다.
지난 며칠간 용의자의 신분으로 구속되어 있던 탓에 제대로 검술을 수련하지 못했다. 게일 공작이 깨어나고, 모든 의혹이 풀린 뒤에야 그는 다시 검을 잡을 수 있었다.
‘반하르트 경이 아니었으면 대체 어떻게 되었을지.’
아직도 구속되었던 당시를 떠올리면 간담이 서늘했다.
그가 모든 상황을 알아차리고 대처하지 못했다면, 아무리 후작가의 후계자인 자신이라도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직도 잠자리에 누우면 당시의 일이 생생히 떠올랐다.
절망에 짓눌려 소리치던 그때, 홀로 다가온 클레이는 테드릭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이튼 경, 제가 제안을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테드릭은 그것이 마치 악마의 유혹처럼 들렸다. 그가 무슨 제안을 하더라도 차마 거절할 용기 따위는 없었다.
그런 주제에 ‘듣고서 판단한다’는 말을 지껄이며 허세를 부렸지.
서른이 넘은 이후, 그렇게 긴장했던 적이 또 있을까 싶다.
그런 그에게 클레이는 이렇게 말했다.
「제 편이 되어 주십시오.」
상상도 못한 말이었다. 오히려 테드릭이 부탁하고 싶은 말이었으니까.
테드릭은 곧바로 그러겠노라고 답했다.
만약 자신을 도와준다면, 언제든 그를 위해 검을 뽑고 싸우는 친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의 일은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는 용의자의 신분에서 벗어나 다시 탈루아 왕국 최고의 기사 중 하나로 돌아와 있었다.
“이튼 경.”
흐르는 땀을 닦고 숨을 고른 테드릭은 익숙한 목소리의 등을 돌렸다.
그곳에는 그의 친우가 서 있었다.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습니까?”
물론,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