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5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95화>
개변(改變)의 원인(1)
촤아아악!
순식간에 통로 전체가 녹색 액체로 들어차며 사방을 녹여 버렸다.
마족에 의해 쓰러졌으리라 생각했던 부식의 재해.
놈은 죽지 않고 끈질기게 살아남아 여태 이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이, 이게 대체……!”
“괜찮소?!”
드워프들이 통로 밖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제노바를 재차 휘둘러 경계 밖으로 빠져나왔다.
“헉!”
그들은 내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어서 도망치세요!”
내가 소리침과 동시에 통로를 부식시키며 걸쭉한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드워프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경계검의 능력이 아니었으면 그냥 죽었겠네.’
반사적으로 경계검의 능력을 사용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다면 한 줌 핏덩이가 되어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근데 얜 별로 안 센 거 같은데?]‘마족한테 쥐어 터졌다잖아.’
갑작스런 습격에 당황하긴 했지만, 움직임이 너무나도 느렸다.
모든 것을 순식간에 녹여 없애는 저 능력은 엄청났으나, 조심한다면 그다지 문제 될 건 없어 보였다.
아무래도 마족들에게 당했던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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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시드 슬라임>
나이 : 2세
성별 : 무성
작중 역할 : 세 번째 재해(악역)
보유 능력 : 분열, 초재생, 재해화(災害化) [부식]
특이 사항 : 케즈먼 산맥에서 탄생한 세 번째 재해.
자신의 영역에 들어오는 이들을 사냥하며 조금씩 성장을 거듭한다.
탈루아 왕국이 카인젤 왕국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자, 이를 기회라 여겨 군을 이끌고 시오텐으로 향하던 제르비시아와 마주치며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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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의 설정을 확인하곤 눈을 가늘게 좁혔다.
‘……마족의 이야기는 없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원작의 내용은 너무나도 달랐다. 우선 부식의 재해가 마족과 맞부딪쳤다는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
이로써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마족 중에 원작의 내용과 다르게 행동하는 자가 있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리고 그 행동의 목적은 분명…….’
세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마족.
그런 자들과 불과 1년 남짓한 시간 사이에 세 곳에서나 얽히게 되었다.
아르투하 산맥.
아인트반.
라반테라.
그리고 이 세 곳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재해, 아니 정확히는 천하칠검을 찾고 있는 거겠지.’
재해가 있는 곳에 천하칠검이 있을 확률이 높다는 건, 나 또한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마족도 그것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아니, 근데 그게 가능한 거야?]‘루티아의 예지몽과 같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거라면 불가능한 건 아니지.’
루티아는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에, 원작의 내용대로 행동했다.
하지만 모든 이가 그렇게 생각하리라곤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러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오히려 나처럼 자신의 이득을 쟁취하려는 이들이 훨씬 많을 터였다.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하고, 눈앞에 놈부터 처리하자.’
스르르르륵!
부식의 재해, 에시드 슬라임은 통로에서 빠져나와 둥글게 뭉쳤다.
하지만 놈은 이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나의 모습을 주시했다.
‘일반적인 슬라임과 다르게 지성을 지닌 건가.’
아마 기습이 아닌 한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 생각은 옳았다.
내가 여태 만났던 재해 중에…… 이놈이 제일 만만했다.
“약해졌을 때 한 번에 끝내 주마.”
나는 제노바를 쥐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러자 녀석의 몸이 꿈틀거리며 크게 출렁이기 시작했다.
[조심해!]그란세시아의 외침이 울려 퍼지는 동시에, 에시드 슬라임은 말 그대로 폭사했다.
녀석의 몸을 구성하던 체액이 사방으로 흩뿌려지며 나무와 대지를 녹이고 구멍을 만들었다.
‘이건……!’
통찰안과 유식을 활용하여 나를 향해 날아온 체액을 모두 쳐 내는 건 성공했지만, 마냥 좋아할 수 없었다.
‘이건 공격이 아니야!’
녀석은 지금 도망치려고 하는 것이다.
사방으로 흩어진 체액, 그 전부가 녀석의 본체다.
이 중 하나만 살아남아도 놈은 시간을 들여 다시 되살아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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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열>
일시적으로 육신을 분열하여 사방으로 퍼트릴 수 있다.
그 힘은 쪼개진 숫자가 많을수록 약해지며, 하나만 살아남아도 ‘본체’로 몸을 구성할 수 있다.
여러 조각으로 분열했을 시 조각 중 하나만이 본체가 될 수 있으며, 나머지는 중심이 되는 조각에 자연스럽게 흡수되거나 사멸한다.
사멸한 조각의 수만큼 힘은 약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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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히 까다로운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당연히 나로선 녀석의 몸이 터지며 흩어진 조각을 전부 처리할 수 없었다.
‘이래서 봉인검이라는 게 필요했구나!’
마족의 손에 들어갔다는 봉인검 씰핀.
저 조각을 전부 처리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씰핀이 있었다면 간단했을 텐데…….’
봉인검 씰핀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시놉시스에 의하면 파비안이 씰핀의 능력을 사용하여 부식의 재해를 쓰러뜨린 건 확실했다.
아마 씰핀을 가져간 마족은 씰핀의 능력을 해방할 수 없었기에 완벽히 재해를 쓰러뜨릴 수 없었던 거겠지.
후두둑!
비처럼 쏟아진 체액은 저마다 빠르게 도망가기 시작했다.
재빨리 몇 개의 조각을 제노바로 제거했으나, 결국 대다수는 놓쳐 버리고 말았다.
“칫.”
내가 짧게 혀를 차며 검을 거두자, 그란세시아가 걱정스런 어조로 물었다.
[마족이 검을 가져갔다면 저 녀석은 해치울 수 없는 거 아니야?]‘나 혼자였다면 무리였겠지만, 지금이라면…….’
나는 흘깃 리야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
연기가 되어 흩어지던 에드워드를 속박하던 그녀이니, 같은 방법으로 놈도 분열하지 못하게 억누르는 것도 가능할 터였다.
다만 문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이었다.
‘되도록 검만 찾고 빠지려 했지만…….’
이곳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았다.
* * *
부식의 재해는 아직은 위협적인 힘을 지니고 있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분명 귀찮은 상대가 될 터였다.
녀석이 강해지기 전에 서둘러 놈을 발견해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나와 리야 단둘이서 케즈먼 산맥 일대를 모두 뒤진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놈을 서둘러 찾기 위해선 아인족들의 힘을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나의 목적을 이야기하자, 드워프는 우선 건네줄 것이 있다면 우리를 마을로 안내했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하자, 드워프의 대표는 나에게 극검 델토드를 건넸다.
“이게 극검 델토드인가…….”
델토드는 다른 검보다 묵직한 느낌이었다.
검이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둔탁한 느낌을 주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정말 이것으로 그 검을 부술 수 있는 거요?”
“예. 분명 부술 수 있습니다.”
“으음…….”
드워프들은 영 어두운 얼굴이었다.
광검 헬라는 드워프들이 만들어 낸 최악의 유산.
여태 파괴할 수가 없어 제단에 봉인해 뒀던 물건이니 그럴 만도 했다.
“제가 그 증거를 보여 드리죠.”
“증거?”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드워프들에게 씩 웃은 후, 제노바를 쥐고 델토드를 강하게 내리쳤다.
“헉! 지, 지금 무슨 짓을!”
제노바와 맞부딪친 델토드는 쩌저적, 금이 가며 산산이 부서졌다.
당연히 이 광경을 지켜보던 드워프들은 크게 경악했으나, 이윽고 검의 파편이 제노바의 안으로 흡수되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서, 설마 그게 그 검의 힘인가?”
“예. 제노바는 자신이 파괴한 천하칠검의 힘을 흡수할 수 있죠.”
멍하니 중얼거리는 그들의 말에 답해 준 후, 나는 제노바를 들고 설정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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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검(人劍) 제노바>
인류의 기원과 소망에 반응하여 강해지는 검.
기원검(冀願劍) 제노바라고도 불린다.
…….
…….
<능력 추가>
모든 경계를 베어 낼 수 있다. 단, 세계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육신의 능력을 한계까지 끌어낼 수 있다. 또한 이 검을 쥐고 있는 한 결코 지치지 않는 무한한 체력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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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해!’
극검 델토드의 능력은 소유자의 육신을 강화시키는 능력이었다.
막연한 설명에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천천히 알아 가면 되겠지.
제대로 델토드의 능력이 흡수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드워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런데 천하칠검을 얻기 위해선 그 검의 수호자가 시험을 내리곤 하던데, 이 검엔 수호자가 없습니까?”
“라반테라에 자리하고 있는 검은 대대로 각 부족의 장이 관리하고 있소. 말하자면 우리가 검의 수호자라고 할 수 있지.”
그렇게 된 건가.
말하자면 극검 델토드는 드워프, 봉인검 씰핀은 엘프가 검의 수호자라는 의미였다.
‘잠깐, 라반테라에는 수인족도 있잖아?’
나는 문득 떠오른 의문을 드워프들에게 물었다.
“그럼 혹시 수인족도 천하칠검을 지키고 있습니까?”
“……그게.”
드워프들은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달싹였다.
말해도 괜찮을지 상당히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도굴당했소.”
이윽고 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예?”
“수인족이 지키던 유적이 확실히 있었지. 하지만 하루아침에 도굴당해 버렸다고 하오.”
“허.”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라 천하칠검을 도굴당했다고?
말 그대로 골이 띵했다.
‘……나중에 찾아가 봐야 할 곳이 늘었군.’
분명 그곳에도 시놉시스가 있을 게 분명했다.
이게 원작의 내용 그대로인지, 혹은 개변으로 일어난 변화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아무튼 재해의 수색은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다른 쪽에도 부탁을 해야 되는 터라, 서둘러 돌아가야 해서 말이죠.”
“으음. 알겠소. 그 외에도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주시오. 그대는 우리의 은인이니 힘이 닿는 한 뭐든지 돕도록 하지.”
“아뇨, 꼭 그러실 필요는…….”
거기까지 말하던 나는 말을 멈췄다.
재해에 신경이 쏠려 잊고 있었던 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럼 혹시 저희와 거래 좀 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현재 반하르트가의 광산에서는 막대한 양의 미스릴이 채굴된다. 더불어 마정석도 쏟아져 나오는 상태였다.
이걸 그냥 팔아도 전혀 문제는 없지만, 일부로는 무구를 만든다면…….
‘그것도 드워프가 만든 무구라니!’
내가 이걸 여태 잊고 있었다는 사실이 정말 바보 같았다.
천하칠검에게 열등감을 내보이며 시무룩해 있는 드워프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교 대상이 ‘신검(神劍)’이기 때문이다.
드워프는 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대장술을 지닌 종족.
그들이 만든 무구는 희대의 명품으로 취급받으며, 정말로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다.
그러니 이들과 인연을 만들어 두고 지속적으로 거래를 터 둔다면 돌아올 이득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터였다.
“그러고 보니 그대는 인간들을 다스리는 영주라고 했었지.”
인간에게 데인 것이 있다 보니 그들은 살짝 망설이는 기색이 엿보였다.
그에 나는 재빨리 말을 내뱉었다.
“앞으로 인간이 결코 이 라반테라를 넘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힘써 드리는 건 물론, 최고의 대우를 약속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알겠소. 은인의 부탁인데 거절할 수야 없지.”
약간 망설이는 기색이 있었지만, 여태 도운 게 있어서인지 어렵지 않게 승낙을 따낼 수 있었다.
‘이제 이걸 마리아에게 말만 하면…….’
앞으로 돌아올 이득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이 귀에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