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6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96화>
개변(改變)의 원인(2)
나는 드워프들과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곧바로 리야와 엘프들이 있는 마을로 돌아갔다.
그들은 내가 생각보다 빨리 돌아오자 의아한 눈치였지만 사정을 설명하자 표정이 일변했다.
그야 당연한 일이었다.
죽었어야 할 재해가 멀쩡히 살아서 숲으로 도망쳤으니까.
“부식의 재해가 살아있단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분명 마법으로 계약까지 맺었는데!”
이런 사태를 대비해 라반테라는 마법까지 사용해 가며 마족과 철두철미하게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니 분개하는 것도 당연했다.
“목숨을 담보로 한 계약을 지키지 않다니…….”
“전투의 흔적 보면 아마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겁니다.”
케즈먼 산맥에 남아 있는 격렬한 전투의 흔적을 보자면 마족은 제대로 부식의 재해를 쓰러뜨리고자 했던 건 확실했다.
다만 재해의 능력을 온전히 알지 못했기에, 봉인검 씰핀의 능력을 다루지 못했기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겠지.
‘아니, 의도적으로 쓰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라반테라를 찾은 마족들의 목적이 천하칠검의 발견과 ‘운반’에 있다면, 씰핀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검의 주인은 단 한 명만이 될 수 있으니까.
‘아마 천하칠검을 원하는 건 마왕일 거야.’
아인트반에서 마주쳤던 마족은 무려 작위를 가진 최상급 마족이었다.
그런 마족을 부릴 수 있는 존재로는 마왕 이외에는 떠올릴 수 없었다.
봉인검 씰핀을 손에 넣은 마족은 마왕에게 검을 전달해야 했으니, 검의 주인이 되어 능력을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마왕이라니.’
머릿속이 복잡해져 왔지만, 당장은 눈앞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했다.
“지금은 눈앞에 닥친 문제를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라반테라의 국왕을 만나 뵙고 싶습니다.”
멍하니 서있는 촌장에게 그리 말하자, 그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알겠습니다. 이건…… 제 선에서 처리할 수 없는 일이로군요.”
아마 지금쯤이면 분열되었던 녀석의 육체도 다시 하나로 합쳐졌겠지만, 이 넓은 산맥에서 찾는다는 건 고작 마을 하나만으론 감당키 어려운 문제였다.
뭣보다 내게는 시간이 없는 터라 한시라도 빨리 부식의 재해를 찾아야만 했다.
‘이 기회에 제르비시아의 설정도 확인해야지.’
녀석의 설정을 통해서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 * *
라반테라의 본성(本城)은 계곡을 깎아 만든 만큼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제국에서 보았던 황성 또한 놀랄 정도였지만, 라반테라의 성은 자연이 주는 위압감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는 리야조차 라반테라의 성을 본 순간에는 살짝 놀란 모습이었다.
“이곳에 와서 아인족에 대한 인식이 정말 많이 바뀌네요. 이래서 많은 경험을 해야 되는 것 같아요.”
“맞아. 역시 사람은 세상을 겪어 봐야 하는 법이지.”
“황성에서 계속 시체처럼 지냈다면 몰랐을 거예요. 정말, 클레이를 만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리야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간만에 보는 그녀의 진심이 담긴 웃음이었다.
‘괜히 부끄럽네.’
그녀가 보이는 일방적인 호감은 가끔 부담스럽지만, 지금처럼 직설적으로 다가올 때는 나조차 순간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아마 그게 리야 아스크탈린이라는 여성이 가진 매력일 것이다.
“엘리어드 촌장에게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안으로 오시지요.”
성의 입구로 다가가자, 가벼운 경장을 입은 엘프가 나와 우리를 안내했다.
[나도 여긴 처음 와 봐.]그란세시아도 내심 즐거운 듯 떠들었다.
‘이전에 케즈먼 산맥 부근은 갔다고 하지 않았나?’
[말 그대로 부근일 뿐이지. 아마 인간 중에 라반테라의 본성에 들어온 건 네가 최초일걸?]그렇게 말하니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와닿았다.
‘그러고 보니 파비안도 여기에 왔다는 내용은 없었는데…….’
설마 그놈도 못 해 본 걸 내가 해 보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괜히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문을 열자, 넓은 홀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엘프, 드워프, 그리고 수인족으로 이루어진 기사들이 대열을 갖춰 서 있었으며, 중앙의 끝에는 옥좌에 앉은 왕이 보였다.
옥좌에 앉은 자는 중년의 엘프였다.
왕이라기엔 비교적 젊은 인상이었지만, 그건 그가 천 년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엘프이기 때문이리라.
‘이름이…… 세르빈 라반테라인가.’
이미 촌장에게 들었지만, 혹시 몰라 재차 그의 설정을 확인했다.
특별한 구석은 없었다.
원작에서도 특별한 업적은 없는 모양인지, 대부분 일반적인 이야기뿐이었다.
특이 사항에도 별다른 내용이 없는 걸 보면 제르비시아의 일과는 연관이 없는 것 같았다.
“그대가 오래전 신이 내린 검의 주인인가?”
“그렇습니다.”
“설마 내 대에서……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군.”
외견과 달리 말투는 점잖으며 노인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그는 녹안으로 조용히 나를 응시하다 입을 열었다.
“부식의 재해는 정말로 살아 있었나?”
“그렇습니다. 저와 함께 유적에 갔던 드워프들도 목격했습니다.”
“……그렇군. 역시 마족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침통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그에게 나는 재빨리 입을 열었다.
“재해의 힘은 일반적으로 감당키 힘듭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우리의 잘못이 크다. 우리의 안위를 위해 검의 주인이 아닌 마족에게 검을 내준 것이니…….”
그렇게 말한 세르빈 국왕은 내게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순간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런 그의 행동을 만류하는 자는 없었다.
“이제부터 우리 라반테라는 온 힘을 다해 그대를 돕겠다. 천하칠검 중 한 자루, 아니 도굴당한 검까지 두 자루를 허망하게 잃었으니 우리가 그것을 대신해야 할 테지.”
그는 마치 내게 잘못을 비는 것 같았다.
오랫동안 살아온 아인족이니만큼 천하칠검이 가지는 가치를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럼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현재 부식의 재해는 산맥 어딘가로 숨어들었습니다.”
“수색에 도움을 빌리고 싶다는 거로군.”
“바로 그렇습니다. 그리고 뭣보다 제겐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틀 안에 반드시 재해를 찾아야 합니다.”
세르빈 국왕은 내 말에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지금 당장 모든 국민에게 그대의 말을 전달하여 돕도록 하겠다. 이제부터 클레이 반하르트, 그대는 나의 대리인이나 마찬가지이며 왕국에 존재하는 모든 이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마.”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그가 방금 내게 사과를 할 때에도 잠깐 술렁였을 뿐인 홀이 지금은 크게 들썩였다.
“아버지! 지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런 세르빈을 향해, 어느새 다가온 한 남자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따졌다.
‘저자가 제르비시아로군.’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의 설정을 살핀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 수밖에 없었다.
‘……역시.’
그렇지 않을까 예상은 했지만, 직접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니 두통이 밀려왔다.
이번 사태는, 시작부터 틀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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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비시아 라반테라>
나이 : 331세
성별 : 남성
작중 역할 : 라반테라의 왕자, 광의 재해의 첫 번째 주인(엑스트라)
보유 능력 : 마법(5서클), 정령술(하급)
특이 사항 : 라반테라의 왕자. 국왕이 되기 위한 공을 세우기 위해 탈루아 왕국을 침공하던 중, 부식의 재해와 맞닥뜨리게 된다.
이후 도주 과정에서 광검 헬라를 얻게 되며 광의 재해의 첫 번째 주인이 된다. 광검의 능력으로 주변에 존재하는 이들의 생명력을 마구잡이로 흡수하고, 대량 학살을 벌이다 결국 사망하게 된다.
현재는 라반테라의 노예상, 그윈 자작과 거래를 하며 거래 중.
탈루아의 정보와 대량의 뇌물을 받으며 부를 축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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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르비시아의 설정은 다음과 같았다.
대부분 이미 예상했던 것이었으나, 내가 주목한 건 맨 아래에 적힌 두 줄이었다.
‘그윈 자작…….’
그는 카인젤 왕국과의 전쟁에 참여했던 귀족 중 하나다.
원작에선 카인젤과의 전쟁에서 탈루아는 괴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다.
그윈 자작은 카인젤의 후방을 습격하는 작전에 참여했던 자이니 분명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원작의 일일 뿐.
현재는 나의 영향으로 탈루아 왕국이 승리했으니 멀쩡히 살아남았다.
‘그리고 노예상이 되었지.’
원래부터 그 일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론 그렇게 된 거다.
[그럼 이 모든 게 그윈인가 하는 애가 살아서 생긴 일이란 말이야?]‘크게 두 가지 이유야. 그윈 자작이 살았고, 탈루아 왕국의 국력이 약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지.’
원작에서는 탈루아를 침공하며 공을 세우려던 제르비시아였지만, 역사가 바뀌며 카인젤과의 전쟁에서 탈루아가 승리했으니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방법이 동족을 노예로 팔아넘기는 것이라니.
나로 인해 역사가 변화하며 이러한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찝찝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저 오래전 전설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천하칠검? 고작 그걸로 그 괴물에게 정말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나는 격앙된 어조로 소리치는 제르비시아를 차분히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르비시아.”
“……뭐? 네놈, 지금 나를 이름으로 부른 것이냐?”
“그래, 불렀지.”
내가 당당히 허리를 펴며 이야기하자 제르비시아는 심히 어이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아버지, 보십시오! 저 무뢰한 인간이 지금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전부 아버지가 과한 권한을 주어 저런 추태를 부리는 겁니다!”
그러나 세르빈 국왕은 제르비시아의 외침에도 굳게 입을 닫았다. 그건 단순히 내게 자신과 동등한 권리를 내줬기 때문이 아니었다.
“너 혹시 그윈 자작이라고 아냐?”
“……!”
격양되어 벌게져 있던 제르비시아의 얼굴은 이어진 나의 말에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처음 듣는 이름이다. 대체 누굴 말하는 거지?”
“참 연기도 어색하다. 이미 네가 뭘 했는지는 국왕 전하의 귀에 다 들어간 상태야.”
“뭐, 뭣이?! 나, 나는 특별한 일을…….”
“노예상과 내통하고 있잖아.”
홀에 있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크게 말하자, 주변이 크게 웅성이기 시작했다.
라반테라의 왕자가 국민을 납치하는 노예상과 내통하고 있다니!
이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나는 결코 모르는 일이다!”
“증인이 있다. 그리고 그윈 자작도 지금쯤 구속되어 옥에 갇혀 너에 대한 이야기를 불고 있을 거야.”
“……!”
이 이야기는 이미 세르빈 국왕의 귀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야 촌장이 가장 먼저 왕에게 보고한 상태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