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7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97화>
재해의 행방(1)
“이것이…….”
로건 데올릭은 나무상자 안에 들어 있는 흉흉한 기색의 검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딱 보더라도 평범한 검이 아니었다.
“데올릭 백작님이라면 괜찮으리라 생각합니다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흉흉한 기운이 풍기니까요.”
“확실히 그 말대로군.”
로건의 눈이 진중해졌다.
‘마검과 같은 부류인가?’
키튼 숲에 위치한 광산의 지하.
로건은 그곳에서 클레이의 검술을 보곤 내심 경악했다.
형편없는 재능을 지니고 있던 그가 자신과도 견줄 수 있는, 아니 그 위의 경지일지도 모르는 실력을 내보인 탓이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범재에 불과했던 그가 어떻게 그토록 단시간 내에 경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그에 로건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이것만 있으면 드디어 소드 마스터에…….’
천하칠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 검이 주인에게 특별한 힘을 주는 것이라고.
그리고 범재조차 그토록 강해질 수 있었다면, 자신은 대륙 제일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라고 말이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었다.
눈앞의 검에서 느껴지는 흉흉한 기세는 일전에 클레이가 지니고 있던 검과는 너무나도 상이했다.
‘하긴 천하칠검이 다 똑같을 리는 없지.’
그러나 로건은 이내 그렇게 수긍하며 다시금 검을 살폈다.
검신에는 특이한 문양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근처의 마력을 흡수하여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건 검의 힘을 봉인하기 위한 마법진이다!’
소드 마스터를 목전에 둔 로건이다.
마력의 흐름을 읽는 건 숨을 쉬는 것만큼 간단했다.
검신을 타고 흐르는 마력은 무언가를 억누르는 것 같은 인상이 강했다.
「나를…… 쥐어라……」
묘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며 들려왔다.
로건은 황급히 옆을 보았지만, 그윈 자작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내게만 들리게 말을 건 건가?’
로건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맺혔다.
정말로 보통 검이 아니었다.
설령 천하칠검이 아니라도 엄청난 힘을 지닌 검인 게 분명했다.
콱!
“데, 데올릭 백작님!”
“놀라지 마라.”
로건은 검을 쥐고 천천히 들었다.
그 순간 검을 통해 엄청난 힘이 흘러드는 것이 느껴지더니, 순식간에 활력과 마력이 온몸을 가득 메웠다.
놀라운 것은 그걸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봉인을…… 부숴라…… 봉인을…….」
검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더욱 강렬하게 그의 머리를 울렸다.
봉인을 부숴 준다면 세상에 다시없을 힘을 준다고 말이다.
‘이게 봉인된 힘이라고……?’
봉인이 되어 있음에도 이 정도 힘을 주고 있다.
그렇다면 봉인이 풀렸을 땐 과연 어느 정도의 힘을 선사할 수 있단 말인가.
철컹!
“돈은 하인들이 가져다 둘 거다.”
“감, 사합니다.”
그윈 자작은 표정이 좋지 않았지만 감히 로건의 말에 거스를 수는 없었다.
‘내 실력과 이 검의 힘이라면…….’
로건은 며칠 후 열릴 탄신제의 연회를 떠올렸다.
분명 그곳에는 클레이도 올 게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 로건의 목적은 클레이가 아니었다.
‘리비나 백작을 공개된 장소에서 쓰러트리고 칠영웅의 자리에 오른다.’
그것만 성공한다면 이전과 같은, 아니 예전 이상의 위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칠영웅이 뭔가!
대륙 최강의 7인이라 불리는 영웅들이 아닌가.
아직 소드 마스터에 이르지 못한 로건으로선 감히 엄두도 못 냈을 자리지만, 이 마검과 함께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레이 반하르트.’
녀석은 어디까지나 그다음이었다.
칠영웅이 되어 데올릭가의 권위를 찾고.
자신에게 굴욕을 주었던 놈을 철저하게 짓밟으리라.
* * *
제르비시아는 모함이라고 항변했지만, 결국 병사들의 손에 이끌려 투옥되었다.
아마 세르빈 국왕도 어렴풋이는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여태 노예상들의 행보를 보면 내통자가 없고서야 그리 신출귀몰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을 테니까.
거기다 제르비시아의 궁을 뒤져 보니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막대한 보물과 내통의 증거들이 속속히 튀어나왔다.
아마 제르비시아는 옥에 유폐된 채 엘프의 긴 삶을 보내게 되리라.
내가 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그 뒤로 바로 부식의 재해를 수색하기 위해 발품을 팔며 뛰어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보고 드립니다! 남서쪽 능선 부근에선 부식의 재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보고 드립니다!”
한시가 급했던 고로 나는 곧바로 궁의 병사들을 이끌고 수색에 나섰다.
거기다 병사들은 각 마을에서 인원을 차출해 산맥을 이 잡듯이 뒤졌다.
엘프와 수인족, 그리고 드워프까지 합류해 찾는다면 조금 시간이 촉박해도 충분히 발견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불안한 건 어쩔 수 없었다.
‘제발 산맥 안에 있어라.’
내가 서둘러 놈을 찾으려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혹시나 부식의 재해가 케즈먼 산맥을 넘어 다른 곳으로 향할 가능성 있기 때문이다.
슬라임의 느려 터진 속도를 생각하면 아직은 산맥을 벗어나지 못했겠지만, 만약 벗어나기라도 한다면…….
‘그땐 정말 완벽히 재해로서 강림할 테지.’
산맥을 빠져나가 어딘가로 가 버린 놈을 찾을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리야는 다급해하는 내 얼굴을 보더니 조금 걱정된다는 듯 물었다.
“클레이, 그런데 정말로 혼자서 괜찮겠어요?”
“오히려 다른 사람이 있으면 방해야.”
애당초 이곳에서 재해를 상대로 정면에서 대적할 수 있는 나밖에 없었다.
그걸 알 텐데도 리야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았다.
‘대체 어디냐.’
나는 초조하게 수색 결과를 들으며 산맥을 뒤졌다.
그렇게 하루하고도 여덟 시간이 지났을 무렵, 아침 해가 동이 틀 때 답이 돌아왔다.
“찾았습니다!”
재해를 찾은 건 바로 수인족 병사였다.
그는 어찌나 쉬지 않고 달려왔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땀을 비 오듯 흘렸다.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텐브강 방향으로 이동 중입니다!”
나는 곧바로 텐브강의 위치를 떠올렸다.
텐브강은 케즈먼 산맥의 중턱에 흐르는 강으로, 하천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다.
‘계곡의 급류를 타고 단번에 이동할 작정이구나!’
슬라임 주제에 머리가 좋았다.
액체로 구성된 슬라임이니 물결에 쓸려 내려간다면 순식간에 산맥 밖으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텐브강으로 간다!”
나는 라반테라의 병사들을 이끌고 텐브강 주변으로 향하며 포위를 좁혔다. 녀석이 강 아래로 흘러가기 전에 따라잡기 위해서.
“저기입니다!”
한 엘프 병사가 한쪽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그가 가리킨 방향으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나는 왜 이렇게 산에서 달릴 일이 많아?’
전쟁터도 산맥이라 진짜 발에 땀나게 뛰어다녔는데, 또 산에서 이렇게 달리게 될 줄이야.
‘저기다!’
강가를 향해 움직이는 재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다지 빠르진 않은 터라 이 속도라면 충분히 따라잡고도 남았다.
사아아악!
슬라임은 마력을 통해 주변을 감지한다.
놈은 나의 접근을 알아차리곤 몸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마 이전처럼 목을 폭발시켜 하려는 거겠지.
그러나 똑같은 수에 당할 생각은 없었다.
“리야!”
“네! 흐름의 벽에 갇혀라!”
우우웅!
병마의 재해, 에드워드 윌리엄스를 가뒀던 투명한 장막이 놈의 사방을 감쌌다.
동시에 폭발이 일며 사방으로 녹색 체액이 비산했다.
병마의 재해, 에시드 슬라임은 장막을 내부에서부터 녹여 내곤 빠져나오려 했지만 분열하며 약해진 힘으로는 소용없었다.
‘좋아!’
다행히 계획대로 리야의 능력으로 분열 능력을 봉쇄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에드워드 때와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붙잡아 둘 수는 없겠지.
그러니 단숨에 끝낸다.
“이제 모두 물러서!”
약화된 분열체의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에시드 슬라임은 서둘러 하나로 몸을 합치기 시작했다.
스릉!
나는 그사이 재빨리 제노바를 뽑아 들고 달렸다.
“합!”
그리고 투명한 장막 앞에 도달한 순간, 기합을 내지르며 제노바를 휘둘렀다.
스윽!
솔라리스의 능력으로 장벽 너머로 넘어간 나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도망은 포기하라고.”
청각이 존재하지 않는 슬라임이니 본래라면 내 말을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그러나 녀석은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내 말에 격렬히 반응했다. 전신을 꾸물거리며 요동치기 시작한 것이다.
꽈악!
나는 제노바를 꾹 움켜쥐며 놈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러나 이어진 놈의 행동은 예상외였다.
“……?”
갑자기 놈의 몸이 무섭게 녹아내리며 묽은 물처럼 변했다.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당황하던 그때였다.
쏴아아아!
넓게 퍼진 놈의 몸이 마치 거대한 파도처럼 변하여 나를 향해 쇄도했다.
‘확실히 밀폐된 장소에선 저렇게 공격해 오면 피할 방도가 없지.’
위험하다.
하지만…….
지금은 충분히 해볼 만했다.
“극검 델토드.”
제노바의 검신이 울리며 새로운 능력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델토드는 소유자에게 한계를 벗어난 신체 능력과 무한한 체력을 부여해 준다.
나는 이 검의 능력을 알게 되었을 때,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일륜지천검.’
검신 데미안 비에트가 최후에 완성한 검술.
그란세이아를 통해 마력 운용법까지 익힐 수 있었으나, 결국 제대로 검술을 펼쳐 보진 못했다.
일륜지천검의 마력 운용을 해내려면, 최소 소드 마스터급의 육신을 완성시켜야 하는 탓이었다.
‘하지만 델토드의 능력이라면…….’
치이이익!
제노바의 검신이 백광으로 물들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데미안이 보여 주었던 것에 비하면 한없이 부족했지만…….
이것은 분명한 일륜지천검이었다.
“모조리 증발시켜 주마.”
촤아아악!
백광을 머금은 검격은 닿는 모든 것을 모조리 불태웠다.
파도가 되어 나를 덮치던 에시드 슬라임은 격통을 견디지 못하고 몸부림쳤다.
나는 틈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베고, 베고, 또 베고.
‘느껴진다.’
검을 휘두를수록 느껴졌고, 보였다.
내 시계(視界)는 그 어느 때보다 넓어져 있었다.
한계까지 활성화된 육신은 내가 도달해야 할 길을 명확히 비추었다.
내가 넘어야 할 벽을 똑바로 보여 주었다.
“후우우우.”
나는 천천히 검을 거뒀다.
확장됐던 시야가 정상으로 돌아오며 머리가 울렸다.
‘이게 내가 한 건가?’
열기가 사방을 메우고 있는 공간에 남은 건 바람에 흩어지는 연기뿐이었다.
방금 전까지 필사적으로 발악하던 부식의 재해의 모습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아쉽다.’
재해를 무사히 처리했음에도 나는 묘한 아쉬움을 느꼈다. 조금만 더 있었으면 벽을 넘어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던 탓이었다.
그러나 내가 그 실마리를 찾는 것보다 재해가 쓰러지는 게 빨랐다.
‘쩝.’
묘하게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하긴, 계속 싸웠어도 마땅한 방법은 찾지 못했을 확률이 컸다.
아마 그건 소드 마스터에 도달하기 위한 벽일 테니까.
[소드 익스퍼트가 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무슨 욕심을 그렇게 부려?]그런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그란세시아가 지적했다.
‘하긴 그렇지?’
[뭐, 하지만 그 검을 이용한다면…… 몸이 완성되는 것보다 빠르게 경지를 밟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진짜?’
혹시나 싶어 묻자 그란세시아는 작게 웃으며 답했다.
[응.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드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마.]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란세시아가 이렇게 말할 정도라면 희망을 가져 봐도 좋을 것 같았으니까.
“클레이.”
그때, 등 뒤에서 리야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천천히 몸을 돌리자 어째서인지 리야가 코앞까지 접근해 있었다.
“리야?”
내가 의아한 어조로 묻자, 리야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정확히 그녀가 바라본 건 내 오른손이었다.
본래라면 그 오른손에는 장갑이 끼워져 있었겠지만, 부식의 재해와 싸우며 녹아내린 탓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오직 시모사의 눈만 빼고.
‘설마…….’
그제야 깨달았다.
리야가 용안(龍眼)을 사용해 시모사의 눈을 뚫어지게 보고 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