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Inheriting the Novel RAW novel - Chapter 99
<소설을 계승 중입니다 99화>
광검(狂劍) 헬라(1)
“정말로 데올릭 백작이 그런 비도덕적인 일에 관여한 게 사실입니까?”
게일 공작의 명으로 알드레드 리비나는 상당수의 기사들과 함께 로건 데올릭을 구속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그의 아들인 젤빈도 속해 있었는데, 젤빈은 현 상황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놀라는 것도 당연하겠지. 나 역시 각하에게 자세한 설명을 듣기 전까진 믿을 수 없었으니…….”
리비나 가문과 데올릭 가문은 탈루아를 대표하는 무가로, 서로 맞부딪칠 일이 잦을 수밖에 없었다.
대대로 치열하게 경쟁을 해 왔던 두 가문이기에 로건과 알드레드는 친해질 수 없었으나,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사이였다.
“욕심이 많은 사내이긴 했으나 결코 어리석은 인물은 아니었는데…….”
나이를 먹으며 변한 것일까?
알드레드는 로건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맛이 썼다.
“아버지는 데올릭 백작이 순순히 구속되리라 생각하십니까?”
“설마 저항하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놈은 여태 이룬 걸 모두 잃게 될 테니.”
자신을 보낸 건 정말 만약의 사태를 대비했을 뿐이다.
사안이 상당히 심각한 일인 건 분명하나, 이것만으로 로건을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명예는 크게 추락할 테지만, 다른 귀족들처럼 몰락에 가까운 타격은 받지 않으리라.
“바로 저곳이 현재 데올릭 백작의 별장입니다!”
수도에 마련된 데올릭가의 별장이 눈에 들어왔다.
알드레드는 그곳을 향해 수십의 기사들과 함께 천천히 접근했다.
‘……뭔가 이상한데.’
그때, 알드레드는 묘한 불안감을 느꼈다. 저택에 가까이 접근할수록 그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정지!”
결국 알드레드는 손을 들며 저택을 향해 접근하던 기사들의 발을 멈췄다.
‘이 기운은…….’
저택 안에서 느껴지는 단 하나의 기척.
그것에게서 흘러나오는 기운은 수많은 전장을 누볐던 그조차도 처음 느껴 보는 이질적인 것이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흉포한 게 인간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아버지?”
알드레드에게서 긴장한 기색이 느껴지자, 젤빈은 의아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누가 있어서 감히 소드 마스터를 긴장시킬 수 있다는 말인가.
“물러서라.”
알드레드는 천천히 기사들을 뒤로 물리며, 허리춤의 검에 손을 뻗었다.
“도대체 무슨…….”
결국 젤빈이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연 그 순간이었다.
저택의 문이 파괴되며 새까만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젤빈의 머리를 향해 쏘아졌다.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반응조차 하지 못하던 그때.
카아앙!
오로지 알드레드만이 몸을 움직였다.
그가 황급히 그것을 쳐 내자, 채찍처럼 쏘아진 무언가는 순식간에 저택의 안쪽으로 되돌아갔다.
“바, 방금 뭐야?”
“저택의 문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기사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라!”
알드레드의 외침에 웅성거리던 소리가 단번에 사라졌다.
긴장한 낯으로 저마다 무기를 꺼내는 기사들을 향해 알드레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예정이 변했다. 모두 이곳은 내게 맡기고 당장 물러…….”
덜컹.
알데레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부서진 저택의 입구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그에 따라 알드레드에게 향했던 시선이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역시 알드레드로군. 대단한 실력이야.”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걸어나온 자는 바로 로건 데올릭이었다.
“로건……?”
로건의 모습을 확인한 알드레드의 눈빛엔 의구심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방금 전 일격은 로건의 소행이었단 말인가.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방금 전 그 일격은 소드 마스터인 자신조차 간신히 반응할 정도였으니까.
그때, 로건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붉은 검이 알드레드의 시선에 들어왔다.
“……로건, 하나만 묻겠다.”
“얼마든지 물어도 좋네. 나와 자네 사이 아닌가?”
“그 검으로 대체 무슨 짓을 했나.”
알드레드의 말에 로건은 히죽거리며 웃었다.
“많은 걸.”
“……너.”
수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말에 알드레드는 미간을 좁혔다.
아니, 사실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저택 안에서 흘러나오는 진한 혈향이 모든 걸 설명해 줬으니까.
“당장 그 검을 놓아라, 로건.”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로건은 검을 들어 올려 검붉은 검신을 황홀한 눈으로 보았다.
“이 검만 있다면 나는 더 강해질 수 있다. 소드 마스터…… 아니, 그 이상을 넘어 인간을 초월할 수 있단 말이다.”
“그것이 수많은 사람을 죽여서라도 이루어야 할 일이란 말인가?”
“너는 모르겠지.”
로건은 천천히 검을 내리고 알드레드를 응시했다.
지금 그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마검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고, 모든 일은 자신의 의지라고 착각했다.
“네놈만 아니었다면, 네놈만 없었다면 내가 이 왕국 제일의 검사가 되었을 것이다. 내가 소드 마스터에 도달하지 못한 것도 모두 네놈 때문이란 말이다!”
여태까지의 여유는 단숨에 사라지며 로건의 눈동자가 새까맣게 물들며 형형히 빛났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나는 네놈을 넘어설 기회를 얻었다. 이제 조금이다. 내일 네놈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거기까지 말한 로건의 입이 멈췄다.
그리곤 망가진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머리가 움직였다.
“……아니지. 꼭 내일일 필요는 없지.”
작은 중얼거림이었으나, 알드레드는 그 말을 똑똑히 들었다.
“어차피 너도 내게 볼일이 있어서 온 걸 테지. 기사들까지 이끌고 온 것을 보면 결코 좋은 의도는 아닐 테고 말이야.”
“로건.”
“내 이름을 가벼이 부르지 마라. 나는 네가 싫다. 그래, 이렇게 됐으니 이것도 좋겠지.”
로건은 검을 천천히 위로 올려 알드레드를 향해 겨눴다.
“나는 이제부터 네놈을 죽이고 칠영웅의 자리에 오르겠다.”
“너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야! 당장 그 검을 버려!”
“크크크.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이 검만이 나를 구원해 줄 수 있는데.”
손에 쥔 검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알드레드는 그것이 검이 아닌 마치 생물처럼 느껴졌다.
“……젤빈.”
“예, 아버지.”
로건의 기이한 기색에 젤빈이 긴장한 어조로 답했다.
“여긴 내가 맡겠다. 너는 기사들과 함께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 그리고 누구도 이곳에 오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하지만……!”
“괜찮다.”
쩌적, 쩌저적!
로건의 몸이 마치 돌이라도 된 것처럼 금이 가며 새까만 속살을 드러냈다.
“나는 탈루아 왕국의 적사자이며, 칠영웅 중 한 명. 저런 것 따위에게 질 리가 없지 않느냐.”
씩 웃으며 말한 그의 목소리에는 숨기지 못한 긴장감이 엿보였다. 로건이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게 되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가라, 젤빈.”
붉은 검기를 뿜어내며 말하는 아버지의 모습에 젤빈은 이를 악물며 등을 돌렸다.
그런 젤빈을 잠시 응시한 알드레드는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는 로건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생각해 보니 너와 검을 나누는 건 꽤나 오랜만이로구나.”
되도록 이런 식으로 싸우고 싶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알드레드는 쓰게 웃었다.
* * *
라반테라에서 모든 일을 끝마친 나는, 곧바로 리야와 함께 왔던 길을 서둘러 되돌아왔다.
‘제발 아무 일 없어라!’
내가 라반테라에서 있었던 날은 사흘.
솔직히 결코 길다고는 할 수 없는 시간이다.
하지만 사안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수도의 성문을 통과하자마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익숙한 얼굴이 우리를 맞이했다.
실눈에 평범한 인상을 한 남성, 제이드였다.
“어서 오십시오, 백작님. 정말 딱 맞춰 오셨군요.”
평소와 같은 어조였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에 담긴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일이 생긴 건 아니겠지?”
“생기지 않았다……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습니다만.”
제이드의 실눈이 천천히 치켜떠지며 사나운 시선이 어느 한 곳을 향했다.
“터졌습니다.”
“어디지?”
“로건 데올릭입니다.”
“뭐라고?”
예상치 못한 이름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로건 데올릭이 왜?
이번 일에는 전혀 관련이 없는 자였을 텐데?
“이번 노예 경매에 참여했던 이 중에 로건 데올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백작님이 말씀하신 검을 구매해 갔습니다.”
“……그래서, 설마 놈이 그 검을 뽑았다는 말이야?”
“예.”
콰콰콰쾅!
먼 곳에서 폭음이 울려 퍼졌다.
땅이 흔들리고 순간적으로 옷깃을 펄럭일 정도로 퍼져 나가는 돌풍에 사방에서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드레드 경이 지금 간신히 막아 내고 계십니다만…… 솔직히 저는 도우러 가시는 걸 반대합니다.”
“왜지?”
“그건 인간의 싸움이 아니니까요.”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갔다.
방금 전의 폭음은 평범한 인간의 싸움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두 사람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나는 이미 인간을 초월한 자들의 싸움을 눈앞에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검신 데미안과 성녀 그란세시아.
두 사람의 싸움은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해 있었다.
앞선 경험이 있기 때문일까, 그다지 두려움은 생기지 않았다.
“괜찮아. 어디지?”
“……후.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습니다.”
제이드는 가볍게 턱짓으로 따라오라는 듯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제이드를 따라가기 전에 조용히 나를 응시하는 리야에게 말했다.
“리야, 혹시 주변에 피해가 커지지 않도록 막아 줄 수 있어?”
“네. 얼마든지요. 하지만…… 혼자서 괜찮나요?”
이미 한 번 들었던 말이다.
아니, 재해를 상대할 때마다 리야는 내게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 대답은 한결같았다.
“물론. 나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시작조차 하지 않아.”
“믿을게요.”
리야의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곧바로 제이드의 등을 쫓아 달렸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폭음이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검과 검이 부딪치는 소리임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더불어 등골이 오싹해지는 사이한 기운이 느껴졌다.
더 접근한다면 위험하다고 직감이 강렬하게 경고했다.
[여태 몇 번이나 재해라는 녀석들을 보았지만…….]그때, 그란세시아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
[망자도 아닌 녀석이, 이렇게 더러운 느낌이 드는 건 처음이네.]딱 그 말이 맞았다.
느껴지는 기운이나 느낌이 명왕 루갈을 만났을 때와 비슷했다.
아니, 그때는 단순히 사기(死氣)라고 칭할 수 있었지만 이건 좀 달랐다.
“제이드, 여기까지면 됐어. 더 들어가면 네가 위험할 거야.”
“……어떻게 아신 겁니까? 과연 백작님입니다.”
제이드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덧붙였다.
“좀 더 나아가면 기사분들이 구축한 전선이 나타날 겁니다. 인간이 있을 수 있는 영역의 한계에 구축한 전선이 말입니다.”
인간이 있을 수 있는 영역?
상당히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의문이 들었지만 일일이 물어볼 여유는 없었다.
“알겠어.”
“그럼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제이드는 거기까지 말한 후, 순식간에 사라졌다.
녀석으로선 이 정도면 파격적일 정도로 의리를 지켜 준 것이리라.
‘나중에 제대로 보답을 해야겠어.’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하는 법.
나는 제이드가 사라진 방향에 잠시 시선을 준 뒤, 폭음이 울리는 장소를 향해 한달음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