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여신의 손길! 성령의 축복! 여신의 손길!”
인원이 적다 보니 버프의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그만큼 바쁘기도 했다. 리디안은 시시각각 떨어지는 파티원들의 HP를 철저하게 관리했다.
여전한 마법 공격에 매초 조마조마했지만, 벤딩이가 ‘지옥 창’으로 지면을 내려친 순간. 지나가던 페이지가 경직에 걸린 백두오리의 뒤를 잽싸게 후려갈겼다.
당연하겠지만 백두오리는 페이지의 공격을 버틸 수 없었다. 리디안은 백두오리가 죽어 마법 공격이 멎자 크게 안도했다. 덕분에 더 자신 있게 스펠을 사용할 수 있었다.
“나쵸! 뭐해! 빨리 매지션 살려!”
“아, 자, 잠깐! M, MP가……!”
침착한 리디안에 비해 나쵸는 굉장히 부산스러워 보였다.
초반에 크게 활약해야 할 매지션이 벌써 누워버렸으니 아주 낭패였다. 빨리 살려 놔야 하는데, 초반부터 지나치게 힐을 연사한 나쵸의 MP는 부쩍 줄어들어 있었다. 햄스터는 차마 입 밖으로 욕을 하지 못하고 사나운 눈매만 찌푸렸다.
우연히 1킬을 딴 페이지가 다시 오디오스를 쫓는 사이, 위협을 느낀 타래도 직접 나서서 디버프 필드를 깔기 시작했다.
“신성한 축복!”
물론, 리디안의 범위 내에 있어 타래의 디버프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약 오른 타래가 다시 개복치를 묶어 두겠다고 나섰지만, 수면 효과는 리디안의 ‘신축’에 1초도 못 가고 풀려버렸다. 리디안의 빠른 반응 속도에 기죽은 타래는 다시 쿠앤크가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리디안 님, 힐 범위 괜찮아요?”
“네. 근데 더 움직여도 될 것 같아요!”
“그럼 다섯 걸음만 더 가요. 저기 교감 묶어버리게.”
김팔라는 이노센트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교감을 가리키며 웃었다.
탱커와 딜러를 겸업하는 김팔라는 비정상적인 힘 스탯으로, 세밀하게 따지면 어중간한 위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활용도가 높았다. 너무 센 딜러만 아니라면 여차하면 어그로로 묶어 둘 수도 있고 상대의 HP를 깎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마침 주변엔 위험 딜러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김팔라는 용기 있게 전진했고, 리디안과 다람이 종종걸음으로 따라갔다.
하지만 김팔라의 뒤만 쪼르르 쫓아다니는 게 근질근질했는지, 다람이 작전을 무시하고 앞으로 뛰쳐나갔다. 놀란 리디안이 돌아오라 소리쳤지만, 다람은 자신만만하게 주력 디버프 필드를 깔아 댔다. 워낙 적은 체력의 소유자라, 틈만 나면 쏟아져 들어오는 공격기에 리디안의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벤딩이가 중앙에서 적절한 경직 견제를 하고 있어 다람은 아슬아슬하게 임무를 완수하고 돌아왔다. 김팔라는 목표했던 교감에게 다가가지 못해 돌아온 다람에게 크게 화를 냈다. 당연히 다람은 귀담아듣지 않았다.
“아, 빨리 안 풀고 뭐 해요!”
순간, 오디오스를 걱정한 타래가 버럭 소리 질렀다. 스타일리쉬와 고독한의 맹공에도 생각보다 잘 버티고 있던 나쵸가 버벅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다.
나쵸는 오디오스에게 걸린 방어력 감소 디버프가 잘 풀리지 않아 몹시 당황했다. 진작 햄스터에게 다람에 대해 들어, 지능 무기를 준비했으나 정신없는 와중에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한 번 버벅거리기 시작한 나쵸는 결국 네 번이나 의미 없는 ‘신축’을 사용했다. 그러다 아차, 하며 바로 스위칭을 했지만…….
구원해야 할 오디오스는 페이지와 개복치의 협공에 당한 뒤였다.
“아! 진짜! 뭐 하냐고요! 템! 템 떨구잖아! 빨리 부재노라도 써요!”
헉―! 놀라 또 허둥대던 나쵸는 빨리 오디오스를 살리라는 타래의 닦달에 또 한 번 아찔해졌다. 지금 상태에서 ‘부재노’를 사용했다간 MP가 거덜 날 테니까.
멀리서 나쵸의 모습을 지켜보던 리디안은 얼핏 떠오른 의문에 곰곰이 생각했다. 정말 지능 스탯으로 바꾸면 스위칭 없이 다람의 디버프를 한 번에 풀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 의견으로도 그럴 확률이 높다했고, 간혹 레이드에서 지능 ‘신축’이 필요한 상황이 있으니 생각해 보면 참 편리할 것 같긴 하다. 일일이 무기를 스위칭하지 않아도 되니까.
물론, 그러기엔 줄어들 기본 MP가 아까웠기에 리디안은 금세 생각을 지워버렸다.
모두의 예상대로였다. 오래 지나지 않아 나쵸는 결국 자멸했다.
‘신축’과 힐, 부활. 컨트롤에 서툰 나쵸는 한꺼번에 쏟아진 선택지를 홀로 감당할 수 없었다. 나쵸는 붉어진 얼굴로 울먹이다 고독한에게 헤드샷을 맞아 누워버렸다.
“하, X발! 야! 일단 튀어!”
유일한 힐러였던 나쵸가 죽자 베누스가 당황해 소리쳤다. 도망치자는 외침에 살아남은 이들이 부리나케 이동했다. 그러나 고독한과 스타일리쉬의 반응이 더 빨랐다. 미리 순서를 정해 놓았던 그들은 바로 방향을 바꿔 백사부를 조준했다.
그때 리디안의 눈이 반짝 빛났다. 본인을 향하던 공격이 모두 멈추고, 적 길드의 플레이어가 뒤돌아 도망치는 데다 아군이 뒤쫓아 가는 모습을 보는 순간, 영역을 써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디안은 반사적으로 앞으로 나가 크게 외쳤다.
“여신의 영역!”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발밑으로 익숙한 마법진이 피어올랐다. 범위 내 있던 아군 딜러들의 입꼬리가 쭉 올라갔다. 뛰어가던 원거리 딜러들은 영역의 범위에 멈춰 버프 효과를 누렸다.
오디오스를 처리하고 자유의 몸이 된 개복치와 페이지는 잽싸게 백사부를 포위했다. 도망칠 곳 없던 백사부는 자연히 집중된 다굴에 풀썩 쓰러졌다.
“백두오리! 오디오스! 나쵸! 백사부 컷!”
페이지의 우렁찬 외침이 퍼져 나갔다. 적나라한 중계에 신세계는 더 기가 죽어 꼬리를 내렸다. 김팔라도 잽싸게 움직여 영역의 끄트머리에 섰다. 마침 적절한 거리에 햄스터와 교감이 이노센트를 다굴 하고 있었다.
“아오, 진짜! 야, 교감! 튀어!”
좀 떨어진 곳이라 도망가기 전에 이노센트 하나쯤은 잡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건만, 햄스터는 근접한 김팔라의 모습에 욕지거리를 뱉으며 물러났다.
그에 김팔라가 서둘러 신의 사슬을 사용해 어그로를 끌었다. 하지만 ‘신의 사슬’에 걸린 건 교감뿐이었다.
반응 빠른 햄스터가 쌩하니 도망가자 이노센트가 바람처럼 뒤쫓아 등을 가격했다. 타격에 휘청거린 햄스터는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다시 이노센트에게 옆구리를 얻어맞았다.
“아, 씨! 진짜!”
짜증이 난 햄스터는 서슬 퍼런 눈으로 이노센트를 째려봤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꾸는 콧방귀와 안면 어택이었다. 주먹 쥔 손등으로 턱을 얻어맞은 햄스터는 더 짜증 내며 이노센트에게 달려들었다.
흥미진진한 일대일이었지만, 게임 때와는 사정이 달랐다. 보다 더 완벽해진 이노센트의 능수능란함으로 일대일 결투는 오래가진 못했다.
이노센트는 햄스터가 빠른 공격을 할 수 없게, 자세를 낮춰 적극적으로 근접했다. 그러곤 일부러 팔, 손 부위를 노려 검술류 공격을 사용 못 하도록 방해했다.
반복되는 방해 공작에 햄스터는 한참이나 짜증스러운 고함만 외쳐 댔다. 그러다 결국 도망가기 위해 공격을 포기하고 이동에 집중했다.
그에 간신히 이노센트에게서 몇 걸음 떨어졌다 싶었던 그때, 다람이 난입했다.
“슬로우 필드, 아머 다운 필드.”
발밑으로 두 색상의 마법진이 생겨난 순간, 햄스터의 속도가 느려졌다. 디버프에 걸린 햄스터는 쌍욕을 중얼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다람을 노려봤다. 다람은 거북이처럼 걷는 햄스터를 따라다니며 얄밉게 깐족거렸다.
“햄스터 님 하이? 지금 도망가는 중? 근데 도망가는 건데 왜 이렇게 느리게 가요? 느리게 가면 심심할 테니까 내가 같이 가면서 말동무해 드리겠음. 근데 님, 몇 살임? 베누스랑 무슨 관계? 동갑? 실친? 초창기부터 그 캐릭 본주였음? 욕 엄청 잘하던데 베누스한테 배운 거? 아니면 원래 성격? 아, 근데 왜 검술류 트리 탔음? 나이트는 검기류가 더 편하지 않나? ONE 길드 길마도 그렇고, 님도 좀 특이한 듯? 무기는 몇 강임? 나 구경 좀 시켜…….”
“아, 미친. 개극혐. 진짜 뭐라는 거야, 이 개또라이 새X가!”
귀 따갑게 쫑알거리는 다람의 모습에 화를 참지 못한 햄스터가 휙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슬로우 필드에 의해 느려진 상태라 다람은 그럴 줄 알았다며 슥 고개 숙여 손쉽게 피했다.
빗나간 공격에 햄스터가 악, 소리 지르며 분개했다. 마음 같아선 스킬을 사용하고 싶은데, 이노센트를 상대하느라 MP가 모두 소진된 상태였다. 설상가상 MP 회복 스펠도 끝난 상태였는데, 바드인 신의아들 역시 저 멀리 도망치는 중이라 리젠 스펠을 받긴 어려운 상황이었다.
화가 난 햄스터는 사나운 눈으로 다람을 부라렸다. 멀뚱멀뚱 눈을 끔뻑이던 다람은 대뜸 씩 웃어 보였다. 그러곤 완드를 들어 햄스터의 머리와 어깨를 두들겨 팼다.
악악거리는 햄스터의 짧은 비명이 맵 안에 울려 퍼졌고, 리디안은 본격적으로 햄스터를 두들겨 패는 다람의 모습에 잠시 당황했다.
“야 이 개X끼야! 그냥 죽여! 그냥 깔끔하게 죽이라고!”
“응? 그건 싫은데! 너님 아까 나한테 분명 시끄럽다고 했음. 또라이 같다고도 했지? 근데 방금 또 나보고 또라이라고 했지? 나 기분 나빠서 그냥 못 지나감.”
다람은 분노의 완드질을 멈추지 않았다. 저러다 다람이 검닉이 될 판이라고, 파피루스가 김팔라와 리디안에게 걱정스레 속닥거렸다. 곧이어 햄스터가 또다시 버럭 소리 질렀다.
“아, X발 개다람 새X야! 그만하라고!”
“파이어 에로우.”
열받은 햄스터의 멘탈이 터지기 직전. 핑, 날아간 스킬이 햄스터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이미 이노센트에 의해 HP가 소진된 햄스터는 그 한 방에 고꾸라졌다.
햄스터를 고이 보내 준 범인은 고독한이었다. 햄스터와 다람이 시끄러워서인지, 아니면 다람이 햄스터를 두들겨 패는 모습이 보기 좀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고독한 덕분에 더는 시끄러운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다음 다굴 대상자는 교감이었다.
이미 김팔라의 어그로에 걸려 있던 교감은 뭐 특별할 것도 없었다. 공교롭게도 여신의 영역 범위에 걸친 딜러들이 가까이 있는 탓에 교감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이제 남은 건 은신한 쿠렉, 베누스, 쿠앤크. 그리고 바드 신의 아들과 다크 템플러인 타래뿐이었다.
햄스터의 사망 과정에 겁먹어, 주춤거리며 욕설을 내뱉던 쿠렉은 벤딩이의 광역기에 걸려 넘어졌다, 은신이 풀린 채 붙잡힌 쿠렉은 이후 개인적인 원한이 가장 큰 스타일리쉬에게 의도적인 헤드 샷을 맞아 사망했다.
구석에서 조용히 있다가 몰래 도망치려던 베누스도 똑같은 신세였다. 베누스는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스타일리쉬, 고독한, 개복치, 이노센트, 페이지의 다굴을 받았다.
예상대로 베누스는 베누스답게 쉼 없이 불쾌한 욕설을 쏟아냈다. 그에 다람이 쪼르르 달려가 슬로우 필드를 시전했다. 이번에도 역시, 다람은 베누스의 움직임이 느려지자 들고 있던 완드로 베누스의 머리통을 연신 두들겨 팼다.
“악! 시X! 이 개또라이 새X가 진짜! 미친 새X야! 그냥 평범하게 죽여! 평범하게 죽이라고! 악! 아놔, 이 X같은 디버프!”
연이은 디버프에 베누스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홧김에 종종 무기를 휘둘렀으나 모두 헛방질이었다. 느려터진 베누스는 바보처럼 맞기만 했고, 가끔 봉인이 걸려 합죽이가 되기도 했다. 그사이 다람은 요리조리 움직여 베누스의 몸 곳곳을 두들겨 팼다. 어쩐지 아까보다 더 신난 표정으로 말이다.
“리디안 님! 얘 자손 한 번만 해줘요! 계속 때리게!”
자애의 손길. 베누스의 HP를 채워 달라는 다람의 요구에 리디안은 잠시 땀을 흘렸다.
하긴, 금방 죽이는 것보다 조금 더 살려 놓고 계속 때리는 게 더 고문이긴 하다. 다람은 아주 오랫동안 베누스를 괴롭히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야! X발! 너 나한테 힐하기만 해봐! 너 진짜 내 손에 죽을 줄 알아. 앞으로 보이면 넌 무조건 척살이야! 어?!”
그 치욕적인 상황이 싫었던 베누스는 리디안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위협했다. 그에 다람이 곧장 베누스의 정수리를 내려쳤으나, 이미 리디안의 표정은 찌푸려진 상태였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아 웬만해선 모른 척 넘어가려 했는데, 베누스가 약간 괘씸해진 리디안은 주저 없이 베누스를 향해 스펠을 외웠다.
“자애의 손길.”
밑바닥에 가깝던 베누스의 HP가 쭉 차올랐다. 베누스는 비명에 가까운 고함을 질러댔고 다람은 깔깔 웃기 바빴다. 함께 지켜보던 파피루스도 신기하고 재미있는지 한참이나 몸을 들썩였다.
햄스터와는 다르게, 베누스가 맞는 모습은 확실히 더 재미있었다. 그 볼썽사나운 광경에 때리던 사람들도 킥킥 웃으며 힐끔거렸다. 베누스는 이제 귀까지 시뻘게져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이 시X! 개 미친 새X야! 그만하라고!”
“뭐래. 너도 내 척살 대상임. 너도 아까 날 모욕했음. 뭐? 오뚝이를 세 번 시켜? 용서 못함. 넌 특별히 내가 때려죽이겠음. 리디안 님! 이번엔 영역 써줘요! 그다음에 또 힐!”
영역에 또 힐이라니. 대체 언제까지 베누스를 패려는 건지……. 정말 무서운 집념이 아닐 수 없다며 리디안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다람의 요청을 거부할 마음은 없었다.
“쿨타임 좀 남았어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리디안이 대놓고 협조적으로 나오자, 베누스의 얼굴이 살짝 창백해졌다. 영역 효과로 대미지만 더 늘어난다 쳐도 고통의 연속임은 분명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었는지 베누스가 잠깐, 잠깐 하며 다람에게 손바닥을 내밀었지만 어림없었다. 다시 끔찍한 비명이 이어졌다.
“자자, 그럼 우린 나머지 정리합시다!”
이노센트의 외침에 잠시 한눈팔던 딜러들이 목표에게 집중했다.
어차피 다들 독 안에 든 쥐 신세였다. 딜러들은 사악하게 웃으며 남은 적들에게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