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노, 녹는 줄 알았다!’
성공의 메시지를 본 순간. 리디안은 새파래진 얼굴로 털썩 주저앉았다.
손이며 다리며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리고 있었다. 사실 스톤을 넣고 강화를 누르기 직전, 살짝 망설이긴 했다.
정말 그 추측이 맞는지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는 성공에 대한 확신이 더 컸기에 리디안은 직진했다. 결과적으로 성공했지만, 타인이 보기엔 아주 즉흥적이고 정신 나간 도전이었다.
“끼아아악!”
리디안보다 더 정신 나간 얼굴로 노네임이 까마귀 같은 비명을 질렀다. 그 역시 성공했다는 기쁨보다, 아이템이 녹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더 큰 듯했다.
적혈구도 리디안의 겁 없는 도전에 놀랐는지 완전히 창백해져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와… 저게 진짜 되네.”
“역시 GM리디안! GM리디안 님이 최고!”
시우와 파파가 각자의 반응을 보이는 한편, 크라이그는 그럴 줄 알았다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역시 예상대로 리디안은 특별했다.
“헐, X발. 방금 뭐야? 진짜임?”
“미쳤다. 저걸 스트레이트로 9강 띄워?”
“와 씨, 잠깐. 설마 저게 서버 내 유일 9강임?”
“무법자에도 스카디 하나 있다던데. 근데 그거까지 고강은 힘들 듯.”
“돌았다, 돌았다!”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던 망태 패거리도 스카디의 강화 성공 메시지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지나가다 멈춰서 하릴없이 구경하던 일반 플레이어들도 휘둥그레 눈 뜬 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다.
“여러분! 지금이 기회입니다! 수마장 8강짜리 한 번 더 갑니다!”
망태는 역시 프로였다. 돌발 상황에도 그는 당황하지 않고 미끼를 걸어 도박꾼들을 선동했다.
스카디 9강 성공 소식에 헛물 켠 도박꾼들이 죄다 성공에 걸었고, 눈치 빠른 망태는 얍삽하게 실패에 걸었다.
[망태 님이 수련 중인 마법사의 장갑 +9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결과는 참혹했다. 강화 운이 끝난 건지, 망태의 도전은 실패했고 성공에 고액을 베팅한 플레이어들 사이에선 죽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실패에 베팅한 망태만 떼 부자가 된 셈이었다.
“이야, 저 개X끼가 머리가 좋은 건지. 이 타이밍에 성공할거라고 믿은 저 병X들이 멍청한 건지…….”
그 와중에 힐끔 망태 패거리를 바라본 노네임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 다른 것도 아니고 스카디가 9강이 떴으니 그럴 만도 하다고. 파파가 깔깔거리며 대꾸하긴 했다.
그사이 리디안은 9강화에 성공한 스카디를 꺼내 붙들고 연신 꾸벅이고 있었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웃는 듯, 우는 듯. 신들린 듯 속삭이는 리디안의 모습에 적혈구가 실소했다. 대체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여기저기 존경스러운 시선에 이어, 기다렸다는 듯 파티원들에게서 축하의 말이 쏟아졌다.
“와, 리디안 님 진짜 축하해요. 이건 서버 역사에 길이 남을 일임. 아니, 근데 아깐 절대 안 지른다면서. 갑자기 지른 거 뭐예요? 혹시 노리고 있던 거? 그런 거면 리디안 님 진짜 치밀하시네.”
“역시 리디! GM리디안! 난 믿고 있었어!”
“와……. 저 9강 성공, 라이브로 직접 보는 거 처음이에요. 진짜 축하드려요.”
“대역죄인 되실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이네요. 축하해요, 리디안 님.”
“잘했어요. 이제 프로 강화러 다 되셨네.”
노네임, 파파, 시우, 적혈구, 크라이그가 차례대로 말했다. 리디안은 웃는지, 우는지 모를 얼굴로 연신 고개만 숙였다.
“이제 템 구경시켜 줘야지?! GM리디안 님! 9강화 스카디 구경 좀요!
귀 따가운 파파의 요청에 리디안도 퍼뜩 정신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수치가 궁금했다. 과연 이번엔 뭐가 올라갔으려나. 잔뜩 기대한 리디안은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스카디의 영광 (+9)
착용 조건 : 73 LV / 등급 : 유니크 / 단계 : 상급
공격력 : 20~25 / 정신력 : 19 / 지능 : 5 / 체력 : 9
HP : 230 / MP : 440
세인트의 모든 순간 회복 스펠 치유력 100% 고정
세인트 스펠 사용 시 소모 MP 감소
~안드바리의 황금 망치를 통한 추가 부가 옵션1 획득 가능~
~안드바리의 황금 망치를 통한 추가 부가 옵션2 획득 가능~
“우, 우와! 또 MP가 올랐어요! 6강부터 계속 MP만 오른 것 같은데……!”
8강화에서 360이던 MP는 9강화로 80이 늘어 총 440의 MP를 자랑했다. 보통 강화는 HP, MP 순서 없이 뒤죽박죽으로 오르는 편이라, 6강화 이후로 오로지 MP만 오른 리디안의 경우. 대단히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와, 이건 진짜 부르는 게 값이다.”
강화 수치와 상세 수치를 확인한 노네임이 벙찐 채 중얼거렸다. 파파는 장난으로라도 가격 매길 생각하면 안 된다며 팔짝 날뛰었다.
적혈구나 시우조차 단순한 감탄을 연이어 뱉으며 오랫동안 스카디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10강은 무리겠죠?”
바보처럼 헤죽 웃던 리디안이 장난처럼 불쑥 말했다. 그러나 미쳤느냐는 호통이 내려칠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모두에게서 존경의 눈빛이 닿았다.
“흠. 확실히 이번 기회에 리디안 님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바뀌는 느낌이다. 사람이 담이 세졌어.”
“저도 혈구 님 의견이랑 같아요.”
“…윤재야. 대체 그동안 리디안 님한테 뭘 가르친 거냐.”
“내가 뭘.”
“아냐, 아냐! 괜찮아! 우리 GM리디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
다채로운 반응에 리디안은 빨개진 얼굴로 땀을 줄줄 흘렸다. 너무 나간 모양이라고 말이다.
곧장 입을 다물며 민망하게 고개 숙였지만, 입이 귀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너무 겁 없는 도전이긴 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즉흥적인 결정을 반성하는 리디안 대신, 파티원들이 자기 아이템인 양 축하하고 기뻐하는 한편, 망태와 함께 있는 도박꾼 패거리도 소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와, 진짜 생각할수록 대박. 저 사람 그때 그 스카디 힐러 맞지? 이번에도 자기 손으로 띄운 거야?”
“개축캐다, 진짜.”
“요즘 버그 나돈다던데. 버그 아녀? 사람이 어떻게 저래?”
“나도 아이템 구경 좀 하고 싶다.”
스카디의 강화 소식은 단연코 화제였다. 주모자인 망태조차 대박 강화 소식에 리디안이 있는 쪽을 흘끔거릴 정도였다.
수군거리며 눈치 보던 그들을 조심스럽게 한 발짝씩 움직여 은근하게 기웃댔다. 그러나 크라이그의 싸늘한 눈초리와 노네임의 직설적인 거부 반응에 그들은 가까이 다가올 수 없었다.
“어, 점점 사람들 소식 듣고 몰려드는 것 같은데. 일단 옮기는 게 어떨까요?”
대장간 주위로 하나둘씩 모여드는 모습에 시우가 조심스레 제안했다. 그제야 정신 차린 리디안이 다시 사냥터로 가느냐며 물었지만, 노네임이 빽 소리 질렀다.
“사냥은 무슨! 9강 스카디가 떴는데 무슨 사냥이야! 당장 잔치 벌여야죠!”
하긴. 그것도 맞는 말이었다. 히쭉 웃은 리디안이 끄덕이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아지트로 귀환했다.
* * *
리디안의 강화 성공 소식은 고작 10분 사이에 길드 전체로 퍼졌다.
시시각각 아지트로 귀환한 길드원들은 한결같이 환호하며 축하의 메시지를 건네 왔다.
“와! 누나! 와! 대박! 대박!”
“역시 리디안 님! 리디안 님은 뭐든 해낼 줄 알았어요! 믿고 있었다구!”
헤른의 바보 같은 감탄과 테세우스의 호들갑을 시작으로 자토, 행복, 우래귀의 축하는 물론. 단둘이 어딘가로 나가 있던 백검과 이노센트까지 쏜살같이 나타나 환호성을 질렀다.
동굴 레이드 직후, 리디안의 스카디 강화를 크게 우려했던 백검은 성공해서 정말 다행이라며 바보같이 통곡했다.
“뭐야! 리디안 님이 스카디 9강 성공하셨다고?!”
거칠게 아지트로 난입한 이는 마제스티였다. 미미르의 샘을 나와 아직도 입구에 남아 이야기 중인 줄 알았던 리디안의 눈이 커다래졌다. 리디안은 놀란 눈으로 다가오는 마제스티를 향해 얼떨결에 물었다.
“어? 어라? 아직 길마분들이랑 얘기 중이셨던 거 아니었어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스카디요! 리디안 님, 진짜 스카디 9강 띄웠어요?!”
잡아먹을 듯 달려드는 마제스티의 모습에 리디안은 움찔 몸을 떨었다.
물론 흥분해서 그런 걸 알았다. 다만 마제스티가 제법 덩치가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작은 리디안에겐 다소 위협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에 크라이그가 나서 마제스티의 옷깃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질질 끌려 나가면서도 마제스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한숨 돌린 리디안은 스카디를 꺼내 모두에게 확인시켜 줬다.
덕분에 사람들에 빙 둘러싸여 한참이나 갇혀 있어야 했지만, 아지트는 축제 분위기였다.
요 며칠 PK로 지친 심신과 다운된 분위기가 단숨에 살아났다. 안 그래도 미미르의 건으로 정신없고 예민했었던 마제스티의 표정 또한 부드럽게 풀렸다.
“와, 진짜 장난 아니었다니까요? 스톤 꽉 채울 때까지 절대 안 지르겠다던 애가. 제 절망심 9강 실패하자마자 눈 번뜩이면서 냅다 지르는 거 있죠?”
파파는 열띤 눈으로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뒤따라 노네임도 과장된 추임새를 넣었고 듣고 있던 길드원들도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
괴자를 포함한 몇 명은 리디안이라면 아마 10강도 거뜬할 거라며 자기들끼리 심각하게 토론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 소감이 어떠신가요!”
나서기 좋아하는 삼촌이 장난기를 가득 담아 냅다 소리 질렀다. 돌연 집중된 시선에 간신히 가라앉았던 열기가 다시 얼굴로 모여들었다. 리디안은 새빨개진 얼굴을 이리저리 매만지며 민망하게 웃었다.
“다, 당연히 너무 좋죠……!”
도무지 내려올 줄 모르는 입꼬리에 사람들이 박장대소했다. 지금 리디안의 표정은 너무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 같았다.
“진짜 프로 강화러 다 됐다니까요?”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며 파파가 짓궂게 킥킥 웃었다. 리디안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저도 모르게 대꾸했다.
“나 이제 진짜 강화가 뭔지 알 것 같아.”
천연덕스러운 목소리에 또 한 번 아지트 내부가 뒤집혔다. 물론, 그 말이 진심이라는 게 무서운 일이었지만.
길드원들은 진정한 강화에 눈 뜬 리디안을 ‘찐 고인물’로 인정하자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놀리는 건지도 모르고, 리디안은 그저 좋아서 따라 웃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누군가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버베나 : 리디안 님! 스카디 9강 떴다면서요? 완전 축하!]생각지도 못한 인물이었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하고 리디안은 갸웃했다. 버베나는 미미르의 샘에 동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제스티가 방금까지 길드 마스터들과 함께였으니 남매인 레온이 말한 것일 수도 있었다.
뭐, 아이템이 스카디인 만큼. 소문이 퍼지는 건 당연했기에 리디안은 헤실헤실 웃으며 답장을 적었다.
그 답장을 날리자마자, 어지간한 사람들에게서 메시지가 연이어 날아들기 시작했다.
[포푸리 : 리디안 님 진짜 스카디 9강 실화예요? 와, ㅊㅋㅊㅋㅊㅋㅊㅋ] [작약 : 리디안 님 스카디 축하해요!] [페페 : 소식 들었어요. 스카디 9강 성공하셨다면서요? 리디안 님, 정말 축하드려요ㅎㅎ 직접 얼굴 보고 축하드리고 싶은데……. 지금 바쁘시겠죠?ㅎㅎ]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친구 목록에 타 길드원이 적은 편이라, 메시지는 딱 세 개였고 나머지는 편지였다. 호기심에 하나 열어 보니 발신자는 캐티스였다.
이만하면 ONE 길드에는 다 퍼졌다고 보는 게 맞을 듯했다. 리디안은 진작 친구 신청을 해놓을 걸 그랬다며 아쉬워하는 캐티스, 그레이스, 규호, 드림드림의 비슷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 [편지가 도착했습니다.]이후로도 편지가 끊이질 않았다. 일일이 하나하나 열어 보던 리디안은 혀를 내둘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강화 성공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친구 사이가 아닌 탓에 손수 우편 센터에서 편지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텐데.
지금쯤 다들 우편 센터에 우르르 모여 있을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편지 계속 오나 보네요.”
지나가던 크라이그가 리디안의 손짓을 보곤 단박에 유추했다. 리디안은 부끄럽게 미소 지었다.
“당장 길드성 우편 센터에 나가 봐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요. 다들 귀찮으실 텐데 이렇게 축하해 주셔서…….”
“이왕 나가는 김에 탐섬도 한 번 갈래요?”
짓궂은 눈웃음에 리디안의 머리털이 쭈뼛 섰다. 그래도 거기는 아닌 것 같다며 아연실색하는 리디안의 모습에 크라이그가 어깨를 떨며 웃었다.
뭐, 어차피 미드가르드 전역으로 소문이 퍼지고 있을 테니 굳이 갈 필요는 없었다. 겨우 웃음을 멈춘 크라이그는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리디안을 바라봤다.
9강 스카디 힐러.
장담하는데, 어지간해선 앞으로 나오기 힘들 타이틀이었다. 게다가 원래 플레이어의 유명세는 실력과 아이템에 더 크게 영향받는 법이다.
실력이야 큰 실수 없이 잘하고 있으니 문제될 것 없고, 애초부터 리디안은 선한 이미지로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던 플레이어였다.
거기에 스카디에 신스펠로 더 이름을 알렸는데, 이젠 스트레이트로 스카디 9강화에 이르렀으니 여러모로 주목받아 마땅했다.
누가 뭐래도 리디안은 이제 명실상부, 완벽한 네임드 플레이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