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281
281화
신사가 주변을 둘러보며 큰 목소리로 외쳤다. 거대한 주목나무 활을 불끈 쥔 모습은 금방이라도 누군가를 쏴죽일 기세였다.
거의 반협박에 가까웠지만, 신기하게도 그 한마디에 불온한 공기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묵직한 경고가 떨어지자 누군가는 모른 척 고개 돌렸고, 누군가는 뒤돌아 자리를 이탈했다. 그에 따라 슬금슬금 멀어지는 거리감에 리디안의 파티는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리디. 빨리 윤재 데리고 아지트로 가.”
손가락을 뚜둑거리며 다가온 이노센트가 작게 속삭였다. 이노센트를 포함한 다른 간부들 역시. 여차하면 공격하겠다는 분위기였다.
사실, 하이 랭커들이 단합해 마음만 먹으면 주변을 몰살하고도 남을 전력이라 걱정할 건 없었다.
“별일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우린 아지트로 피신합시다.”
백검이 방긋 웃으며 손짓했다. 그 뒤로 이모탈과 환경파괴자가 달라붙었다. 신사의 선포에 엄한 분위기가 사라지긴 했으나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호위였다.
아무리 하이 랭커라고 해도, 저 정도 플레이어들이 동시에 공격하면 크라이그도 버티긴 힘들다.
“다들 베누스네 동선 파악이랑 검닉 이슈에 극도로 흥분해 있어서……. 그냥 쳐다보지도 말고 쭉 직진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모탈의 제안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길드 마스터들과 눈빛을 나눈 백검이 파티를 인솔했다.
조금 여유가 생긴 리디안은 페페와 캐티스, 연합 세인트들을 향해 꾸벅 고개 숙였다. 페페의 배웅을 확인하고 돌아서니 어느새 일반 플레이어들의 관심은 베누스 패거리에게 쏠려 있었다.
“베누스 저기 뒤져 있는데. 이제 어쩌려는 거지?”
“살아남은 놈들도 마저 죽여야지.”
“근데 왜 안 죽여? 빨리 죽여야지.”
“이왕이면 오뚝이로 계속 죽였으면 좋겠다.”
몇 걸음 이동하던 때 그런 대화가 희미하게 들렸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다들 극적인 흐름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괴자는 그런 군중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한숨을 뱉었다.
“와. 사람들 눈 돌아간 거 봐요. 잡는 건 우리가 잡겠다고 선포했는데. 무슨 자기들한테 심판 권리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네요. 이거 잘못하다간 우리도 욕먹겠는데?”
괴자의 말이 맞았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심판을 기다리고 있었고, 아직 대기 중인 전투 길드를 향해 비난 섞인 의문을 토로하는 중이었다.
뒤를 한 번 돌아본 백검은 쓰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 실수예요. 아무리 공익을 위해서였다고 해도 소수를 심판하듯 매도했으니. 명백히 우리가 선동한 거죠.”
“에이. 실수라뇨. 저 사람들이 지나치게 과몰입해서 그런 거지. 그리고 신세계, 저놈들. 이렇게 해야 편하게 잡지. 안 그랬으면 우리만 또 개고생했을걸요?”
“그 과몰입을 우리가 유도한 꼴이잖아요.”
백검이 또다시 쓰게 웃었다. 베누스에게 죄를 돌리던 괴자는 이번에는 대꾸하지 못했다. 반면 리디안은 백검의 말도 일리 있다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부활과 재생의 노래.”
그사이 앞쪽에선 캐티스가 베누스를 살려 냈다. 상위 스펠인 부재축을 배운 세인트가 엄연히 있음에도 말이다. 베누스에게 부재축은 아깝다며, 재료인 ‘신의 믿음’ 낭비라는 사람들의 부정적 의견 덕분이었다.
“이 시X!”
베누스는 베누스답게 살아나자마자 고래고래 욕설을 질러 댔다. 아무것도 못 하고 크라이그에게 순삭 당한 게 너무 억울하고 화났기 때문이다. 그것도 모자라 같은 편이라는 놈들은 도움 하나 없었으니, 모난 성격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를 만도 했다.
자리를 피하려던 리디안의 파티도 그 고함 소리에 멈춰 돌아봤다.
“저, 저… 개쓰레기 새X. 상황 파악 못 하고 또 깝치는 거 봐라.”
“저 새X는 진짜 페널티 다 까일 때까지 무한으로 죽여야 함.”
다들 손가락질하듯, 리디안도 그런 베누스를 질렸다는 눈으로 바라봤다. 인성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알겠는데. 대체 바닥이 어디인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멈출 줄 모르는 베누스의 불성실한 태도에 여론은 더 나빠져만 갔다. 작게 수군거리던 불만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신사가 나서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신사는 되도록 일반 플레이어들의 귀환을 부탁했고, 그사이 레온과 마제스티가 베누스에게 다가갔다.
“베누스 님. 잠깐 저희랑 얘기 좀 하시죠.”
마음 같아선 흠씬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마제스티는 가까스로 참았다.
애초 계획은 무력으로 응징하자, 였다. 하지만 현재 사람들의 분위기는 다소 위험해 보였다. 신세계 길드에 척살령을 내린 지 겨우 하루째인데,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었다.
레온은 그간의 경험상, 여기서 베누스를 힘으로 찍어 눌렀다간 분위기에 휩쓸린 사람들이 점점 더 난폭해질 것을 확신했다. 마제스티도 그 의견에 동감했다. 훗날 비슷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때 역시 마녀 사냥 하듯 모두가 광기에 폭주할 게 분명했다.
무엇보다 지금 이곳이 단순한 게임이 아닌 만큼. 현 상황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전투 길드 마스터들은 신중한 판단을 해야 했다.
그래서 무력을 앞세우기보단 먼저 대화를 시도해 보려 한 것이다. 적어도 일반 플레이어들이 모두 물러날 때까지는 말이다.
“얘기? 뭔 얘기? 지금 오뚝이 시키려고 되살린 거 아니었음?”
삐딱하게 대꾸한 베누스는 두리번거리다 크라이그를 찾아내곤 바드득 이를 갈았다.
“저 재수 없는 새X. 검닉 되고도 X나 당당하네. 시X. 내가 검닉 됐음 개떼처럼 달려들었을 새X들이. 하이 랭커 우르르 몰려왔다고 쫄려서 공격도 못 하는 개X신들.”
다 들으란 식인지, 점점 높아져 가는 베누스의 목소리에 마제스티가 이마를 짓눌렀다.
“베누스 님. 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되나 본데. 잘 생각하세요. 지금 우리는 본인 최대한 배려해 주려고 하는 겁니다.”
“뭐래, 이 시X 근육 돼지 새X가.”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난 베누스는 거침없었다. 예의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언사에 지켜보던 이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가능한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던 마제스티의 안면도 파르르 떨렸다. 덩달아 주먹을 꽉 쥐는 마제스티의 모습에 레온이 나서 한마디 했다.
“자꾸 이러시면 저희도 못 봐 드려요. 지금 주변이 어떤 분위기인지 파악하고 잘 생각해 보세요.”
눈치 좀 챙기라며 만날 베누스를 구박하던 햄스터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레온은 제발 알아들어 먹으라며 하소연했고 베누스는 하던 대로, 생각이 짧음을 자랑했다.
“뭐 어쩌라고. 사람 X나 많으니까 이틈에 망신이라도 주게? 어디 해봐, 시X. 하나도 안 쫄리거든?”
“…삐딱하게 나오지 마세요. 저희는 큰 거 안 바라요. 그냥 앞으로 그냥 PK 자제하고 무분별한 도발하지 않는 거. 그냥 기초적인 매너만 지켜 주세요. 그거 약속 못 하고 계속 날뛰면… 저희도 저 사람들 못 막아요.”
조용히 말한 레온이 곁눈질로 구경꾼들을 가리켰다.
플레이어들은 신사의 요청에도 돌아갈 기미가 없어 보였다. 오히려 베누스의 부활에 더 자극성을 느끼며 계속해서 이 사태를 지켜보길 원하는 눈치였다. 더불어 베누스가 망언을 뱉을 때마다 욕설도 서슴지 않았다.
“아니, 그래서 진짜 어쩌라고? 저 허접 새X들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서약이라도 하리? 내가? 미쳤냐?”
“베누스 님. 지금 저 사람들 중에 님한테 당한 사람. 아니, 원한 가진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베누스는 반박하지 못했다. 옛날부터 저레벨 들쑤시고 다닌 게 어디 한두 번이어야지. 그걸 다 기억한다면 손가락이 백 개여도 모자랄 것이다.
시선을 회피한 베누스는 은근슬쩍 좌중을 살폈다. 사람들은 베누스와 눈이 마주치자, 기다렸다는 듯 욕설을 내질렀다.
“개X끼야! 죽어버려!”
“양아치 새X. 빨리 조져 주세요!”
여론의 분위기만 봐도 전투 길드가 나서지 않으면 얼마든지 나설 기세였다.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수십이 모여 둘러싸고 있으니, 단합은 물론이거니와 정의 구현 의욕이 그 어느 때보다 불타고 있었다. 그 맹렬한 기세에 베누스도 짐짓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래 봤자 저레벨들의 울부짖음이었다. 픽 웃은 베누스가 양손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세웠다.
“X 까세요. 저딴 븅X 새X들이 뭐가 무섭다고. 뭐, 어젠 나 보는 즉시 조져버리니 개소리하더니. X나 악역처럼 보일까 봐 그래? 그래서 나 못 치겠냐? 응?”
베누스는 자신보다 키가 큰 레온, 체격이 큰 마제스티의 어깨를 툭툭 치며 도발했다.
“와, 개웃기네? 시X. 니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니네 운영자임? 왜 내 마음대로 게임도 못 하게 함?”
어찌나 목소리가 우렁찬지. 멀리 떨어진 리디안도 베누스의 말을 알아들을 정도였다.
리디안은 상식을 벗어난 베누스의 모습에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언젠가 탐구자의 섬에서 신사가 던전데이트 길드와 대화하던 것이 떠오르기도 했다. 당시 문제를 일으켰던 길드원이 막무가내로 뻗대던 것과 똑같은 꼴이었다.
“사람이 어쩜 저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을까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리디안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개인의 자유가 있다지만, 다수의 의견이라면 어느 정도 수용할 줄도 알아야 할 텐데. 끝까지 철딱서니 없이 구는 베누스에게 이젠 분노가 치밀 정도였다.
“지금 이게 평범한 게임 상태가 아니라는 거, 알고 하는 소리예요?”
바락바락 소리 지르는 베누스를 마주하면서도 레온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되물었다. 하지만 은근한 물음에도 베누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그게 뭐. 누가 몰라? 지금 여기 개X신 된 거? 서버 오류든, 이세카이 드립이든. 솔직히 나한텐 둘 다 상관없거든?”
“아니, 지금 그걸 말이라고…….”
“그리고 그깟 죽는 거. 그게 뭐 어때서? 페널티? 제한? 내가 뭐 한 사람만 수십 번 오뚝이 시켰냐? 그냥 좀 한두 번 죽는 거 가지고 유난이야, 시X. 이해를 못 하겠네.”
코웃음 친 베누스가 이번엔 전투 길드원들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니네, 잘 들어라. PK도 엄연한 내 권리거든? 근데 니네가 니플헤임으로 안 오니까 내가 빡쳐서 일반 필드 돌아다니는 거 아니야. 니네가 PK에 협조적이었으면 내가 필드로 나갔겠냐고. 하라는 PK는 안 하고 필드만 처돌아다니는데. 나 같은 사람은 당연히 빡치지 않겠냐?”
“정당화하지 마세요. 그리고 PK 의무 아닙니다.”
“아, 그래서 프리피케 새X들한테도 빌빌거리면서 도망다닌 거?”
“얘기가 왜 그쪽으로 샙니까. 궤변 늘어놓지 마세요.”
“그러니까 요점은 내 꼴리는 대로 하겠다는 거라고. 니네가 무슨 권리로 이러냐고. 어?”
베누스는 단세포 패배자의 마인드였다.
이곳이 게임이든, 현실이든. 별 볼 일 없는 진짜 현실에서보다 더욱 손쉽게 약자를 짓밟으며 군림할 수 있는 이곳이, 베누스에겐 더 매력적이었다. 그러니 이곳 생활에 몰두하며 제멋대로 행동하는 게 당연했다.
“권리가 아니라 협력에서 비롯된 이성적인 요청입니다. 지극히 상식적이기도 하고요.”
점점 설득에 지쳐 가는지, 레온의 미간도 찌푸려져 갔다. 그럼에도 여전히 성의 없는 베누스의 반응에 마제스티가 꿈틀하며 나섰다.
“그래서 당신네들은 여기서 이대로 평생 살 생각입니까? 그동안 당신들끼리 충분히 즐겼잖아요. 이제 겨우 힌트가 보이는데, 계속 당신들끼리만 빌런처럼 살 겁니까? 나이 먹을 만큼 먹었잖아요. 애처럼 굴지 맙시다.”
묵직한 발언에 드디어 베누스의 안면이 일그러졌다.
본인도 내심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라. 베누스는 애처럼, 이라는 단어에 발끈해 입술을 실룩거렸다.
“시X. 정의로운 친목질은 니네끼리 하세요. 그것도 강요인 거 모르냐?”
“그럼 방해나 하지 마세요. 당신네들 때문에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쾌감 느끼며 불편을 겪었는지 알기나 합니까?”
“뭐? 불쾌? 내가 할 말이다, 이 근육 돼지 새X야. 시X, 우리가 너네 통제질에 불쾌감 느끼는 건 생각 안 함? 이 새X, 이거. 요즘 레온이랑 어울리더니 통제에 미쳤나. 작작 해라 시X 진짜. 그냥 지들이 다 해 처먹고 싶어서 안달 났네? 솔직히 말해 봐. 니네 여기서 완장 달고 운영자 짓 하고 싶은 거지? 응?”
“베누스 님……. 진짜 적당히 합시다. 우리 좀 어른처럼 대화하자고요.”
“X신 새X들. 그냥 니네끼리 엿이나 처드셈.”
리디안은 실감했다. 세상에는 무슨 말을 해도 절대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말이다. 갱생 불가. 딱 그 단어가 떠올라, 리디안은 고개 돌렸다.
지켜보던 사람들도 한숨 쉬며 탄식하고 분노했다. 모두가 예상했듯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했다. 레온과 마제스티 역시 더 이상의 설득을 중단했다.
베누스는 자기만의 틀에 박힌 사고에 갇혀 사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애초에 대화가 통할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에게 대화를 제안한 건, 사방에 포진한 수많은 시선. 그리고 그저 사람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에서 비롯됐을 뿐이다.
레온과 마제스티는 지친 한숨을 쉬었다. 그사이 베누스는 두 사람에게 가운뎃손가락을 또 세우며 어깨를 치고 지나갔다.
반성이나 창피함은커녕. 제 잘못도 모르고 당당히 맵을 가로지르는 모습에 마제스티가 조용히 경고했다.
“베누스 님. 후회하기 전에 다시 이리 오세요. 자꾸 그렇게 나오면 진짜 못 지켜 줍니다. 마지막 경고예요. 돌아오세요.”
“뭐래, 병X들. 지켜 주긴 뭘 지켜. 니네 대장 레온이나 지키셈. X 같은 근육 돼지 새X야.”
베누스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다시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러곤 갈라지는 인파를 보며 비죽이 웃었다.
레온의 말마따나 악감정을 품은 이들이 몇몇 보이긴 했지만, 섣불리 자신을 공격할 기세는 안보였다.
‘그럼 그렇지. 쩌리 새X들. 쫄려서 치지도 못하는 븅X들이 뭐가 무섭다고.’
픽, 코웃음 친 베누스는 보란 듯이 군중을 흘겨봤다. 그 거만한 눈빛과 마주친 사람들로부터 별안간 욕설이 쏟아져 나왔다. 별별 입에 담지도 못할 욕들이 귀를 찔러 댔지만, 베누스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그래, 이 개X끼들아. 계속 그렇게 짖어라, 짖어.”
시시덕거린 베누스는 특유의 관종 끼를 부리며 여유 있게 웃었다.
리디안의 일행은 점점 더 가까워지는 베누스를 바라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양말은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느냐며 헛웃음을 삼켰다.
“설마 이대로 보내는 거예요?”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고 리디안이 놀라 이모탈과 백검, 크라이그를 쳐다봤다. 그에 크라이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기다려 봐요. 곧 터질 테니까.”
리디안이 무슨 뜻인지 몰라 반문하려던 때였다.
[뺙뺙 님이 아이스 에로우를 사용하셨습니다.]느긋하게 걷던 베누스가 깜짝 놀라 허공을 쳐다봤다. 돌연 날아든 공격에 HP가 찔끔 줄어들었다. 베누스로선 전혀 예상 못 한 공격이었다.
베누스는 쌍욕을 내지르며 다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시X! 어떤 새X야! 나와! 뺙뺙? 이 시X 새X야!”
먼저 공격을 해왔으니 찾아서 죽여버리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앞뒤, 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뺙뺙’은 보이지 않았다. 일단 사람이 너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것도 그랬고, 공격한 사람이 작정하고 숨어 찾기 힘든 지경이었다.
“아, 나오라고! 개 같은 병아리 새X야!”
바락바락 고함을 쳐댔지만, 응답 대신 이번엔 다른 스킬이 날아왔다.
[야구스타 님이 살기의 질풍 을 사용하셨습니다.] [다니 님이 스트라이크 샷 을 사용하셨습니다.] [미쳐버린나 님이 쾌속의 칼날 을 사용하셨습니다.]한 사람이 시작하자 뒤이어 다른 사람들도 슬그머니 베누스를 툭툭 건들기 시작했다. 잔뜩 찌푸려져 있던 사람들의 표정은 어느새 사악하고 짓궂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베누스는 곳곳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에 일순간 섬뜩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