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338
338화
[일반 몬스터 : 173 / 999]“프루츠맨 길드 정도면 잡는 속도야 빠르겠지만. 카운트가 너무 많이 늘었다? 갑자기 쏟아져 나오기라도 했나?”
도시를 떠나오기 전, 처리한 일반 몬스터의 수는 고작 100도 되지 않았었다. 그 사실을 기억한 마제스티가 인상을 찌푸렸다.
크라이그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 허공을 주시했다.
초가 지날수록, 처리된 일반 몬스터의 수는 자꾸만 늘어가고 있었다.
[일반 몬스터 : 208 / 999]“뭐야, 벌써 이백? 저건 진짜 이상한데. 연락해 봐야겠다. 잠깐 다들 대기요!”
출발을 약속한 십오 분이 지났지만, 바로 파프니르 계곡으로 진입하기엔 뒤통수가 서늘했다. 찝찝함을 느낀 마제스티는 길드원들에게 양해를 구한 뒤 서둘러 허공을 두드렸다.
그러나 레온이나 다른 길드 마스터들도 상황을 몰라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레온 : 큰일 남. 프루츠맨이 메시지 안 봄. 어쩌지? 다시 가볼까요?] [풍월주 : 지금 뭐예요? 저거 숫자 이상한데? 프루츠맨이랑 연락돼요?] [샤봉 : 마제님? 혹시 지금 보고 계세요?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까요?] [대장군 : 아무래도 뭔 일 생긴 거 같은데, 저희가 도시랑 가까우니까 다시 가볼게요.] [샤봉 : 마제 님?? 저 무서워요!] [핑크푸크 : ??] [풍월주 : 아, 저희가 가볼게요.] [핑크푸크 : 혹시 무스펠하임 수비팀 중 아무나랑 연락돼요?]갑작스럽게 몰린 메시지에 마제스티의 눈도 빙글빙글 돌았다. 간부들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니, 일반 길드원들의 메시지에도 불이 붙었다.
리디안도 보리알, 호드라. 그리고 신록의 숲으로 빠진 헤른과 우래귀에게서 오는 메시지에 혼이 빠질 지경이었다. 하지만 리디안도 상황을 몰라, 영양가 있는 답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다람 : 뭐임 저거?] [다람 : 과일 새끼들 사고 침?] [다람 : 님대답ㅈ]특히 크라이그는 연속으로 오는 다람의 메시지에 눈을 찌푸렸다. 마지막은 이상하게 끊긴 걸 보니, 눈치 빠른 고독한이 중간에 끊어낸 듯했다.
다시 한번 고독한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크라이그가 마제스티를 불렀다.
“형! 바로 무스펠하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은데요!”
“어어! 안 그래도 레온이랑 검이랑 그 얘기 했어. 가자. 여러분! 이동이요! 경계의 숲 탐색 중단하고 무스펠하임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혹시 성문 수비팀이랑 연락되는 분 있으면 바로 말씀해 주세요!”
엉겁결에 따라 일어난 길드원들은 불안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마제스티의 말대로 누군가와 연락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타 길드에 지인이 많은 행복조차 묵묵부답인 그들의 반응에 난처해하고 있었다.
“왠지 갑자기 몹들 쏟아져 나와서 다들 싸우느라 정신없는 것 같은데…….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급히 경계의 숲을 벗어나던 중, 자토가 넌지시 말했다. 사실 지금으로선 그게 가장 그럴듯한 추측이라 리디안도 걱정스러운 얼굴로 끄덕였다.
자토는 프루츠맨을 불신하여 다른 걸 걱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죽음의 무게가 달라진 만큼, 리디안은 그들의 안전이 1순위로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 * *
레기온 길드는 무스펠하임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절반은 사람들의 안전이 걱정돼서였고, 절반은 여전히 연락 없는 프루츠맨이 불안해서였다.
[일반 몬스터 : 341 / 999]경계의 숲과 무스펠하임의 거리는 대략 이십여 분 정도. 정신없이 내달리는 중에도 일반 몬스터의 카운트는 자꾸만 올라갔다.
아니, 올라가는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이제 잡는 요령이 생겼나 보네요. 프루츠맨이 그래도 하이 랭커라 전투 짬이 높을 테니…….”
힐끔 허공을 쳐다본 크라이그가 무심히 중얼거렸다. 마제스티도 왠지 그런 것 같다며 이마를 짚었다.
[대장군 : 저희 도착했어요.] [풍월주 : 자유 길드랑 성문 도착. 여기 지금 몹 진짜 많아요.] [대장군 : 사람들 몹한테 포위당한 상태라, 지원부터 하고 상황 나아지면 바로 연락드릴게요]가장 거리가 가까워 먼저 도착한 자유 길드 팀으로부터 연락이 닿았다. 아직 프루츠맨과 접촉한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포위당했다는 게 잘 이해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믿을 만한 대장군의 팀이 무스펠하임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마제스티는 크게 안도했다.
[일반 몬스터 : 534 / 999]부랴부랴 도착한 무스펠하임 도시 앞마당은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리디안은 눈앞에 펼쳐진 비현실적인 전장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진흙 골렘, 돌 골렘, 트롤, 드라우그. 그리고 화염 골렘. 거인 특성의 몬스터들이 무스펠하임 앞마당을 새까맣게 점령한 뒤였다.
문제의 과일박스 길드는 무스펠하임 성문을 기점으로, 오도 가도 못한 채 몬스터들에게 완벽히 포위당한 상태였다.
그 현장을 크게 한 바퀴 둘러본 삼촌이 의아하게 말했다.
“이상하네? 정상적인 루트라면 도시 내부에서 나오거나 소환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저건 아무리 봐도 90% 이상이 앞마당에서 바로 소환된 그림인데……?”
“헤임달 이 새끼…….”
“일단 지원부터! 자유 길드 쪽이 세 시 쪽 뚫고 있으니까 우린 여섯 시 방향 뚫으면서 합류합니다!”
곧 북쪽과 서쪽, 동쪽에서 동맹 길드들이 도착할 것을 떠올린 마제스티가 외쳤다. 시기적절하게도 신록의 숲으로 향했던 백검의 파티도 이제 막 도착한 상태였다.
“검아! 여섯 시부터 공략!”
재빨리 동맹 신청을 넣은 마제스티가 커다랗게 외쳤다. 백검은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일단 마제스티의 지시에 따라 몬스터 소굴로 뛰어들었다.
“신의 사슬! 레기온 길드원분들! 주변엔 일반 몹뿐이니 다굴만 조심하고 제 뒤, 잘 따라오세요!”
든든한 탱커 백검이 신의 사슬로 몬스터들을 끌어당겼다. 하츠가 필드를 깔기도 전에, 곧장 이노센트가 그 무리를 덮쳐 상위 스킬을 시전했다.
정확히 급소만을 노리는 날카로운 펀치에 돌 골렘이 조각나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자연스럽게 디버프 필드까지 시전되자 딜러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테세우스와 시우, 불꽃심장, 행복을 비롯한 매지션들은 광역기를 이용해 꾸역꾸역 밀려드는 몬스터들을 견제했다.
제법 자리가 넓어지자 기회를 노리던 보조 탱커들이 사각지대를 맡아 방어했다. 고레벨 딜러들이 전진하는 동안, 헤른과 같은 중고레벨들은 HP가 현저히 줄어든 몬스터들 위주로 일점사했다.
“여신의 손길! 성령의 축복!”
리디안은 후방에서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주변에 득시글한 게 일반 몬스터뿐이라지만. 현재 파티에는 헤른이나 우래귀 같은, 중고레벨들도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다행히 레기온의 길드원들은 사냥에 익숙했고 지휘자의 말을 잘 따랐다. 누구 하나 욕심 부리지 않고 차분하게 천천히 움직였다. 앞에 가서 부딪치기보다, 최전선에서 싸우는 하이 랭커들을 보조하는 것에 중점을 두니 HP가 닳을 일이 없었다.
“이대로 천천히 뚫고 들어가면서 영역 넓힐게요! 서모너, 도도 님이랑 독재 님이 뒤에 안 막히게 해주시고 매지션분들은 전방만 계속 견제해 주세요!”
소수의 화염 골렘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냥 난도가 높지 않은 것들뿐이라. 중고레벨 길드원들도 무리 없이 상대할 수 있었다. 다만 범위를 넘어 튀는 어그로에 몬스터들이 계속해서 모여들고 있어 쉴 틈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러다 MP가 먼저 동나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리디안은 긴장한 채 MP를 계속 주시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진로는 금세 뚫렸다. 시우와 테세우스의 연이은 신스펠 합동 공격에 까마득하던 몬스터 벽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것이다.
그 너머로 세 시 방향에서 뚫고 들어가던 자유, 청풍명월, 노르드연합, ANG, 이상성욕자 길드가 보였다.
서로서로 위치를 인지하니, 합류는 금방이었다.
“마제 님! 혹시 어떻게 된 일인지…….”
먼저 도착했던 대장군은 혹시나 해 마제스티에게 달려와 물었다. 그러나 마제스티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민망한 웃음이 돌아오자 대장군은 쓰게 웃었다.
“저희도 여기 와보니까 몹이 가득하더라고요. 거의 다른 필드로 퍼지기 직전이라, 어쩔 수 없이 뛰어들었어요. 근데 프루츠맨 님 싸우는 거 보니까… 한꺼번에 나온 게 아니라, 소량씩 단계적으로 갑자기 소환된 게 맞는 것 같아요.”
“아마 그럴 거예요. 한꺼번에 다 나왔으면 프루츠맨이 저렇게 무식하게 버틸 일은 없죠.”
마제스티는 프루츠맨이나 과일박스 길드원들의 대략적인 성격을 떠올렸다.
대장군도 은연중에 인정하듯 프루츠맨은 누구보다 자기 목숨 우선시하는 인물이다. 그런 사람이 미쳤다고 적진 한가운데서 버티고 있을 리 없다.
“저 사람도 처음에 조금씩 소환되는 거 보고 만만해 보여서 잡기 시작한 거겠죠. 그러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많아진 거고.”
진흙 골렘 하나를 처리하고 온 크라이그가 프루츠맨이 있는 곳을 보며 간단하게 추리했다.
“근데 저쪽도 잡을 만한가 봐? 계속 버티고 있는 걸 보면.”
“과일이가 그래도 하이 랭커고, 길드 애들도 장비는 좋잖아.”
이노센트와 백검 역시 프루츠맨의 도전을 나름대로 해석했다. 정말 그들 말대로 저 너머에 보이는 과일박스 길드의 상황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잘 싸우고 있어 과일박스를 전투 길드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를 보며 다행이라는 리디안의 말에 파파가 곧장 얼굴을 찌푸렸다.
“와. 저래놓고 여태 뒤에서 아무것도 안 한 거? 애들 표정 보니까 몹 무서워하는 것도 아니구만!”
솔직히, 객관적으로 프루츠맨을 평가하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작정 타인의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마제스티가 그를 지적했고 파파는 작은 한숨과 함께 반성했다.
* * *
레기온이 타 길드들과 합류한 시점부터 처리된 몬스터의 수는 더 늘어갔다.
전투 길드는 몬스터 사냥에 특화되어 필드와 개체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작전 면에서 체계적이니 처리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일반 몬스터 : 563 / 999]파죽지세로 휩쓸고 있으니 멀리 북쪽, 서쪽, 동쪽으로 나갔던 대기업과 ONE, 태양 연합도 차례차례 도착했다.
대기업도 박회장의 빠른 판단 아래, 열한 시 방향에서부터 바로 진입을 시도했다. 그다음으로 ONE이 아홉 시, 태양 연합이 두 시 쪽에서 차례대로 진입을 시도했다. 각 방향에서 전투 길드가 밀고 들어오니, 카운트는 미친 듯이 올라갔다.
곳곳에서 매지션의 광역기가 터졌고, 딜러들이 달려들 때마다 다수의 몬스터가 증발했다. 육안으로도 몬스터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보일 정도였다.
칙칙하고 괴기스럽게 우글거렸던 앞마당도 점차 한적한 연둣빛을 되찾아갔다. 리디안은 이제 좀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몬스터의 수가 줄고 시야가 넓어지니, 포위당해 있던 과일박스 길드의 시야도 닿았다. 그들은 후방에서 밀고 들어온 전투 길드를 보자 손을 흔들며 좋아했다.
“아주 살판나셨구만.”
“야. 그간 몹 잡고 싶다고 근질근질하던 애들. 다 저쪽 애들이었던 거 아니야?”
파파에 이어 노네임도 못마땅하게 수군거렸다.
하기야, 과일박스는 길드 마스터인 프루츠맨을 닮은 관종들이 많기로 유명하니……. 뒤늦게 정의감을 불태우던 플레이어가 섞여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후…….”
마제스티는 조용히 분노를 삼켰다.
이 아수라장에도 과일박스의 길드원들은 자기들끼리만 딴 세상인 듯, 낄낄 웃는 모습에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당장 쫓아가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우선은 주변 정리부터 해야 했다.
[일반 몬스터 : 901 / 999]대강 앞마당의 몬스터가 대부분 처리됐을 즈음. 리디안은 저벅저벅 걸어가는 길드 마스터들의 뒷모습에 마른침을 넘겼다.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가볍게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프루츠맨 님.”
성문에 성큼 가까워진 레온이 정색하며 그를 불렀다. 강화 이슈 때, 단죄의 단도를 날리고 그저 그런 유니크 무기를 든 채, 거구의 트롤을 처리한 프루츠맨이 반색하며 달려왔다.
“오! 오셨네요! 여러분 안녕하세요. 참, 참. 보셨어요? 아, 메시지 계속 오던데. 다 잡고 연락드리려고 했어요. 와, 근데 진짜 장난 아니었어요. 저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요? 도망가야 하나 했는데, 몇 마리 잡아보니까 할 만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 딱 붙잡아놓고 계속 버텼죠.”
프루츠맨은 보란 듯이 턱을 세웠다. 마치, 나 잘했느냐는 듯한 우쭐한 표정이었다.
이후로도 물밀듯이 쏟아지는 자화자찬에 길드 마스터들의 이마로 쌍심지가 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