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369
369화
“어? 이거……!”
얼음 요정의 처리 직후. 인벤토리로 들어온 금색 망치 아이템의 리디안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망치를 입수한 건 리디안 말고도 몇 명 더 있었다. 예상치 못한 아이템 드롭에 파티원이 모두 멈춰 왁자지껄 떠들었다.
“와. 진짜 나오네? 그럼 이거 가지고 안드바리 대장간에 가면 옵션 조절해주는 건가?”
“그거 한 번 하려면 한… 스무 개? 그만큼 필요하다던데요?”
소식통 테세우스의 말에 리디안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정해진 바 없는 레벨 업 파티라 한동안 이곳에서 썩을 테지만, 드롭율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스무 개는 까마득한 숫자였다.
“그래도 스무 개에 한 번 돌려서 옵션 하나 뚫으면 개이득 아닌가? 특히 리디처럼 노옵 강화 템 쓰는 사람한테는.”
파파의 시선이 리디안에게 향했다. 졸지에 사람들의 눈길을 받게 된 리디안은 반사적으로 손에 쥔 스카디를 쳐다봤다.
[스카디의 영광 (+9)착용 조건 : 73 LV / 등급 : 유니크 / 단계 : 상급
공격력 : 20 ~ 25 / 정신력 : 19 / 지능 : 5 / 체력 : 9
HP : 230 / MP : 440
세인트의 모든 순간 회복 스펠 치유력 100% 고정
세인트 스펠 사용 시 소모 MP 감소
~ 안드바리의 황금 망치를 통한 추가 부가 옵션1 획득 가능 ~
~ 안드바리의 황금 망치를 통한 추가 부가 옵션2 획득 가능 ~]
강화는 9까지 이뤘는데, 옵션은 아무것도 없는 깡통이다. 리디안은 하단의 추가 옵션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장담하는데, 여기서 옵션만 뚫린다면 남부럽지 않은 무기가 될 것이다.
리디안은 뒤통수를 긁적이며 부끄럽게 웃었다.
“안 그래도 안드바리 대장간 얘기 나왔을 때, 기회가 되면 모아서 대장간에 가보려고 했어.”
“당연하지! 지금 그 스카디에 옵션 두 개 더 달리면 완전 대박인데.”
“보자. 지금 리디안 님 장비면 MP는 충분하니까. MP 회복 증가랑 HP 증가가 제일 나으려나?”
“여기서 원하는 수치 뽑으려면 얼마나 돌려야 할까요? 기존엔 망치 한 오십 개 쓰면 대충 뽑았는데.”
이러나저러나 역시 확률이 문제였다. 아무리 리디안이 공공연한 축캐라도 한 번에 원하는 옵션이 나오진 않을 테니까.
그에 한숨 쉬는 리디안을 향해 페페가 빙긋 웃었다.
“저는 장비 옵션 웬만큼 다 했으니까. 앞으로 나오는 건 리디안 님한테 드릴게요.”
밀어준다는 말이었다. 리디안은 고마움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근처에서 그 소리를 들은 마제스티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좋아! 우리도 그냥 리디안 님 무기부터 밀자!”
“맞는 말이에요, 형! 스카디가 완벽해져야 우리의 생존율도 오릅니다!”
테세우스마저 비장하게 외쳤다.
급격한 단체 행동에 리디안이 당황했다.
곧 자리에 있는 레기온 길드원들도 대동단결해버렸다. 아예 한 사람씩 밀어주는 식으로 가자는 발 빠른 처리에 타 길드원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저도 도와드릴게요.”
“앗. 보리 님까지…….”
점점 늘어나는 도움에 리디안의 얼굴이 빨개졌다. 하지만 거절하진 않았다. 리디안도 파티원들 대부분이 옵션 설정에 목마른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리디안은 고마움을 담아 모두에게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거, 강화는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문득 생각난 보리알이 스카디의 강화 계획을 물었다. 리디안은 스카디를 바라보며 멈칫했다. 사실 9강화 스카디면 정말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무기였다.
하지만 리디안은 헤임달을 통해 공식적으로 축복받았음을 확인한 상태였다. 리디안은 영혼 없이 웃었다.
“이거요? 아마… 미드가르드 대장간으로 가져가서 지르면 바로 10강 되지 않을까요?”
참 해맑은 대답이었다. 보리알은 물론. 주변인들이 펄쩍 뛰며 달려들었다.
“안 돼요! 그거 축복 기능 사라진 거면 어떻게 하려고요!”
“맞아! 헤임달이 돌변해서 바꿔버렸으면 어떡해!”
“어… 그거 그냥 그대로 두자. 리디야? 응?”
마제스티, 파파, 이노센트가 당황한 눈으로 뜯어말렸다. 하지만 리디안은 끝까지 해맑았다.
“아녜요. 그냥 감인데. 스톤 없이 질러도 그냥 10강 될 것 같아요!”
순수함에서 나오는 확신인지, 아니면 해탈에서 비롯된 장난인지.
해말간 미소에 잠시 혼돈이 찾아왔다.
“…리디안 님이 아무래도 헤임달한테 뒤통수 맞은 게 충격이 꽤 크신가 봐.”
백검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소곤소곤 떠들었다. 이노센트는 조용히 백검의 등짝을 후려쳤다. 그사이 혼란해진 사람들이 리디안을 설득했다. 그중엔 페페도 포함이었다.
“리디안 님? 그건 정말 아닌 것 같아요. 혹시라도 나쁜 생각…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황한 웃음이 번진 얼굴이었다. 나름대로 진지했던 리디안은 진심이었다고 대꾸하려 했지만, 그 순간 근방에서 몬스터가 발각됐다. 플레이어들의 반사적인 반응에 대화는 툭 끊겼다.
“정령 셋! 관우 님, 백검 님이 나눠서 맡아주시고 한 놈씩 일점사 할게요!”
중계하랴, 잡는 순서 마킹하랴. 바쁜 신사를 알아주듯 딜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쏟아지는 집중 공격에 얼음 정령들도 차례차례 사라져 갔다.
그러나 세 번째 정령을 잡아갈 무렵, 돌아다니던 다람에게서 비명이 치솟았다.
요란하게 비명 지르는 다람의 근처엔 ‘얼음 꽃’이 피어 있었다. 줄기부터 이파리, 꽃잎 모두 얼음으로 이루어진 신기한 꽃이었다.
다만 수술이 있어야 할 중앙에는 육식 동물처럼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었다. 그 시커먼 입속에서 작은 얼음 탄이 날아와 다람을 가격하고 있었다.
“고정형입니다. 다람 님 빨리 이쪽으로 나오세요.”
회복 스펠을 믿고 미련하게 맞고 있던 다람이 쪼르르 달려왔다. 얼음 꽃은 범위에서 대상이 사라지자 입을 다물곤 고요해졌다.
가까이 다가가지만 않으면 위협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내둘 순 없었다. 신사는 얼음 정령이 다 죽어가는 것을 확인한 후, 원거리 딜러들에게 얼음 꽃의 처리를 부탁했다.
“저거 조심하세요. 움직이진 않는데, 한 자리에 여러 마리가 피어 있는 때도 있어요.”
일전에 나스 평야를 경험해본 흑도가 신사에게 귀띔했다. 새로운 정보에 신사의 콧잔등이 찌푸려졌다.
원거리 딜러들의 사정거리가 더 길기에 잡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문제는 얼음 꽃의 외관이었다.
하얀 설원에 하얀 꽃이라니.
제아무리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도 꽃이 입을 벌리지 않는 한, 멀리서는 알아채기 힘들다.
“이동 시 얼음 꽃 조심하세요. 거의 위장 색이라 여러 마리 못 보고 맞으면 순식간에 죽을 수도 있어요.”
신사는 주변 경계를 강조하며 다시 사냥에 몰두했다.
한참 후에야 얼음 정령과 꽃이 나란히 처리됐다. 그 순간 마제스티가 오― 하며 소리 질렀다.
“템 나왔다.”
그에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몬스터를 잡고 아이템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만, 마제스티 씩이나 되는 인물이 ‘잡템’을 두고 반응할 리 없었다.
굳이 묻지 않아도 신규 아이템일 게 분명했다. 플레이어들이 기대에 찬 눈으로 모여들자 마제스티가 상기된 얼굴로 아이템을 꺼내 보였다.
플레이어들은 절로 입 벌려 감탄했다. 마제스티가 보인 건 광이 나는 검은 비늘 표면에 검붉은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건틀릿이었다.
[위대한 용사의 투지 – 건틀릿착용 조건 : 80 LV / 등급 : 레전더리 / 단계 : 중급
가디언, 팔라딘, 바드, 세인트 착용 불가
힘 : 20 / 민첩 : 11 / 체력 : 11
기본 공격력 : 100 / HP : 200 / MP : 200
모든 방어력 108 증가
모든 공격력 10% 증가 / 모든 속성 저항력 15 증가
세트 아이템 5 부위 이상 착용 시 추가 옵션 적용
~ 안드바리의 황금 망치를 통한 추가 부가 옵션1 획득 가능 ~]
“대박. 레전더리?”
옵션을 확인한 사람들은 너도나도 입을 쩍 벌렸다. 유니크 다음 등급임은 물론. 아이템의 세부적인 능력치도 높았다. 그에 흥분된 분석이 난무했다.
“와. 리디안 님 귀걸이는 퀘템이니까 그렇다 쳐도. 원래 레전더리는 90 이상에서 나온다고 그러지 않았나?”
“실질적으로 유니크로 90까지 버티기 힘드니까 80으로 바꾼 듯요. 그리고 라스트 최종 등급 90으로 또 뽑으려고 했을 듯?”
“이거 장난 아닌데? 이렇게만 봐도 유니크 종결보다 훨씬 나은데. 심지어 중급이야.”
“여기에 강화 찍고 방어력 더 증가하고, 안드바리 옵션까지 뚫으면 쩔겠네요.”
“설마 부위별로 공격력 증가 붙는 건가? 완전 공셋이네.”
“깔끔하게 80 제한인 것도 괜찮은데요? 보통 쓸 만한 유니크 착용이 73레벨부터니까 레전더리는 당연히 83부터일 줄 알았는데. 영자들이 난이도 생각해서 미리 조절해놓은 건가?”
“지능 수치는 없네? 탱커랑 바드, 세인트는 착용 불가인 거 보면 장비가 따로 있으려나.”
당장 눈에 보이는 옵션을 낱낱이 훑은 딜러들의 입에서 침이 줄줄 흘렀다. 그것만 해도 어마어마한데, 크라이그가 결정적인 옵션을 읊었다.
“세트 아이템 효과 중에 모든 종족에게 받는 대미지 감소가 있네요. 정확한 수치는 안 적혀 있는데, 이렇게 써놓을 정도면 꽤 될 것 같네요.”
그저 조용히 감탄하던 리디안이 반사적으로 헉, 숨을 삼켰다. 모든 종족이라고 하면, 용족인 파프니르도 그에 해당한다.
즉, 최소 세트 아이템만 착용해도 파프니르에게 받는 대미지가 줄어든다는 이야기.
또 하나 나타난 방법에 마제스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잘하면… 우리. 파프니르 브레스 버티겠는데?”
신규 장비의 드롭율이 파악되지 않아 설레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돌파구가 생겨났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의 플레이어들에겐 큰 힘이었다.
단순 레벨 업 작업만이 목표였던 파티에 아이템 파밍이라는 새로운 목적이 추가됐다.
플레이어들에게서 열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레벨 업 작업 이틀 차. 리디안은 아침부터 부지런히 일어나 준비했다. 오늘도 어제와 같이, 열정적인 사냥이 진행될 거다. 어제의 고생을 떠올린 리디안은 잠시 한숨 쉬었다. 그러나 숫자가…….
[플레이어 정보이름 : 리디안 / 길드 : 레기온
레벨 : 76 / 직업 : 세인트 / 보조직업 : 재단사
HP : 3105 / MP : 6210]
레벨 76. 개인 랭킹은 이제 199위였다. 아직 자신의 랭킹이 얼마나 상승했는지 모르는 리디안은 우스갯소리로 중얼거렸다.
“와. 나 이러다가 조만간 100위 안에 들어가는 거 아니야……?”
물론 활동 중인 현역 하이 랭커가 많아 100위 진입은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리디안은 고작 하루 사이에 바뀐 레벨에 몹시도 설렜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말도 안 되는 속도였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리디안의 파티는 어젯밤 늦게까지 나스 평야에 머물렀다.
덕분에 79, 80레벨 플레이어를 제외한 대다수가 거의 1업. 혹은 1업 가까이 달성한 상태다.
오늘 자 랭킹이 갱신된 명예의 전당은 현재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었다.
“헐. 하루 만에 애들 레벨이 이렇게 오른다고? 혹시 나 몰래 경험치 이벤 중임?”
“니플헤임이랑 화산 필드 경험치가 개쩐다더라. 완전 버그 수준. 그래서 어제 온종일 사냥터에서 썩었을 걸?”
“장난 아니야. 이제 먹고 자는 것도 필드에서 해결하려는 기세임.”
“근데 헬하임은 정상 경험치라서 나머지 일반 랭커들이 X나 부러워하더라.”
“에이, 다 같은 팀인데. 80 작업부터 한 다음에 나중에 다 쩔해주겠지. 들어보니까 신규 장비도 잘 나오는 것 같드만.”
누군가의 말마따나 니플헤임의 몬스터 경험치는 두 배 이벤트나 다름없었다. 더군다나 요령이 좋아진 하이 랭커들이 필드에 익숙해지니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것도 당연했다. 같은 이유로 라피아 화산 필드의 레벨 업 파티도 마찬가지였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이후로 80레벨 플레이어가 현저히 늘어날 것이다.
그 때문에 백검이 신스펠, 스킬의 수요와 공급을 걱정했다.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다면 지하도시 레이드에 재도전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신사는 드롭율이 떨어진 지하도시에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니플헤임 보스 레이드를 주시했다.
레벨이야 올리면 되는 일. 게다가 블루벨과 실버린의 결혼식 퀘스트를 위해서라도 언젠가 도전해야 할 레이드였다.
신사는 그곳에서 신스펠, 스킬. 그리고 신규 장비가 쏟아져 나올 것을 굳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