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living as a healer in the fantasy Nord world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검은 털을 뒤집어쓴 늑대 두 마리는 공터를 종횡무진 휩쓸었다. 두 형제는 어마어마한 각력을 자랑하며 오로지 팔심만으로 죄수를 번쩍 낚아챘다. 그러곤 자비 없는 아가리로 그 몸을 사정없이 씹어 삼켰다.
분명 플레이어들을 돕는 듯한 광경인데. 죄수들이 뼈째 잘려 나가는 모습이며, 사방으로 뚝뚝 떨어지는 핏물에 플레이어들이 얼어붙었다.
다소 잔인한 광경에 몇몇은 반사적으로 질끈 눈을 감기고 했다. 그 침묵을 깬 건 검을 휘두르던 보스였다.
“배신의 검.”
바닥으로 피신을 알리는 붉은 자국이 생겼다. 정신 차린 플레이어들은 허둥지둥 움직였다. 칼날 비가 쏟아지는 공격 패턴을 회피하는 동안, 늑대 형제는 죄수들을 몽땅 해치운 뒤 하늘을 향해 하울링했다.
다 끝난 건가, 하고 모두가 눈치를 살피자 하얀 안광이 플레이어들을 향했다. 금방이라도 뛰어올 듯한 기세에 리디안은 흠칫 놀라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감시자에 의해 열린 열두 시 감옥의 문이 덜컹거리며 움직였다.
크르륵―
이를 갈며 분노하던 늑대 형제는 투명한 사슬에 감겨 빨려 들어갔다. 감옥에 처박힌 늑대 형제가 사납게 울며 반항했으나, 감옥 문은 매정하게 닫힌 뒤였다.
리디안은 마른침을 넘기며 감시자 NPC를 바라봤다.
감시자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처음 그대로 조용했다.
“NPC가 이렇게 든든하게 느껴지긴 처음이에요…….”
“그러게요. 저게 이런 용도였다니.”
여전히 쏟아지는 보스의 공격에도, 사람들은 조금 전 늑대 형제의 등장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파파는 감시자와의 거래에 재미를 느꼈는지, 후다닥 뛰어가 또다시 거래했다.
“와. 아까만 해도 X나 토 나왔는데. 이거 이렇게 하니까 괜찮네?”
이용하니 이토록 편리할 수 없었다. 감시자만으로 패턴 두 개에 대항할 수 있게 되니, 플레이어들의 자신감이 상승했다.
“자자, 힘냅시다!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할 수 있어!”
신난 백검이 아저씨처럼 껄껄 웃었다. 그에 모두가 기분 좋게 뒤돌아선 때, 딜러들에게 고통 받던 보스가 검을 늘어트린 채 허공을 바라봤다. 크라이그는 보스가 어쩐지 작게 한숨 쉬는 것 같아 미간을 좁혔다.
“사색과 침묵의 시간.”
조용한 혼잣말에 가까이 있던 플레이어들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무슨 소리인가 싶어 갸웃거리니 갑자기 보스가 갑자기 걷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작된 무적 패턴에 딜러들이 기막힌 숨을 토했다.
“무적 패턴인가 보네요. 잠시 대기.”
손을 들어 정지하면서도 신사는 보스의 움직임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나스 평야의 눈꽃 여왕이 그랬듯, 타락한 기사 역시 무적 패턴 중에 어떤 변수를 보일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보스는 아무런 위해 없이 오로지 대감옥 내부를 마음대로 걸어 다녔다.
“뭐야, 쟤. 왜 갑자기 계속 돌아다녀? 정신 사납게.”
“어… 여러분. 바닥이… 바닥 색을 보세요.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들끓는 대지 패턴 이후, 바닥을 힐끔거리던 호드라가 겁먹은 눈으로 물었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서둘러 바닥을 훑기 시작했다.
가까운 곳은 별 이상이 없었는데, 저 먼 곳에서부터 하얀 연기가 스멀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플레이어 전원이 연기의 존재를 확인하자 불안감은 더 커졌다.
“와. 저건 또 뭔데.”
“어째 점점 가까워져 오는 것 같지 않아요? 피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디로? 또 감옥? 감옥은 들끓는 대지 패턴에만 열어 주잖아.”
“벌써 근처까지 왔어요!”
“아, 근데 저 새끼는 자꾸 어디로 가는 거야?”
혼란한 와중에도 타락한 기사는 어느새 저 먼 곳까지 나간 후였다. 내뱉은 대로 진정한 사색과 침묵의 시간이었다.
혼자만 유유히 마실 중인 보스의 작태에 테세우스와 스타일리쉬가 가슴을 퍽퍽 쳐댔다.
어느새 연기는 플레이어들이 있는 곳까지 침투했다.
발밑을 가득 채운 연기에 리디안은 조심스럽게 발을 살짝 들었다. 물론, 들어 올린다고 연기에서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유유자적 산책 중인 보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기에 플레이어들이 우왕좌왕 당황했다. 발목 위까지 새하얗게 점령한 연기는 서서히 보랏빛으로 변해갔다.
그 색 변화에 예민한 플레이어들이 욕설을 읊조렸다.
“우리 망한 것 같은데요?”
“그러게.”
돌아가는 상황이 어째 뻔해 보였다. 플레이어들은 전멸을 확신하며 절규했다. 그러던 중, 사이가 검지를 들어 보스를 가리켰다.
“보스! 보스요!”
이미 멀리 떨어져 관심 밖이 되어 버린 보스였다. 사이의 한이 맺힌 목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걷고 있던 보스가 어느 순간 덜컥 멈춰 있었다.
그 주변으로 꽤 넓게 공간이 있었는데, 약 올리듯 그 부분만 맨땅이었다. 보스는 그곳에 서서 대감옥의 전경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플레이어들은 그제야 깨달았다.
“아! 이건 따라가는 패턴이다!”
마제스티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외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기세 좋은 몇몇이 재빨리 달려 나간 순간, 끓어오르던 지면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아…….”
리디안은 또다시 0이 된 HP를 마주해야 했다.
* * *
“아, 짜증나네.”
깨어나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분노했다. 리디안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불평불만에 거칠게 욕을 하던 사람들은 이내 헛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게 진짜 전에 없던 패턴들이라, 예측하기 힘들다.”
“하. 게임이었으면 재밌다고, 신선하다고 좋아했을 텐데. 지금은 참…….”
“저 이제, 한 다섯 번 더 죽으면 진짜 마지노선일 듯. 암만 템으로 떡칠해도 피 3천 못 넘길 듯요.”
태양 길드의 두명인간이 나지막이 한숨 쉬었다. 그러곤 ONE 길드의 작약과 토토리아를 힐끔 쳐다봤다. 두 사람은 한계치를 넘은 지 오래라, 두명인간의 말대로 아이템 효과로도 HP 3천이 넘지 못하는 신세였다.
“진짜 용감하네요, 저분들은. 저래도 계속 가겠다고 하는 걸 보면… 난 HP 뚝 떨어진 거 보니까 조금 겁나네.”
“솔직히 그동안은 템빨로 커버 되니까 50씩 깎이는 건 사실 크게 눈에 안 띄었죠. 지금이야 최종 템으로 수치 완전히 고정됐고. 추옵으로도 한정적이니까. 6, 700 정도 깎인 사람들은 티가 확 나는 거죠.”
사망 횟수 축적이 높아지니, 플레이어들도 슬슬 떨어진 HP를 불안하게 쳐다봤다. 누군가는 다른 옵션을 포기하고 모조리 체력 증가로 채워야겠다고 우스갯소리를 던지기도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스탯 초기화 물약을 어떻게든 구해서 올 체력할 걸 그랬네요.”
“체력 아쳐? 말만 들어도 개쓰레긴데… 아, 근데 이상성욕자는 벌써 해봤을 듯.”
슬쩍 향하는 시선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씁쓸한 전멸에도 플레이어들은 씩씩하게 농담을 나누며 다시 니플헤임으로 향했다.
[대감옥]“다시 와서 반복하는 것도 일이네…….”
보스존에 들어와 여덟 개의 형상을 부술 때가 되자, 사람들이 끌끌 혀를 찼다. 이터널리스트와 파파는 이 행동을 몇 번이나 반복할지 내기를 하기도 했다.
“섀헌 둘 없으니까, 화력 조금만 더 신경 써 주세요.”
신사의 부탁에 딜러들의 움직임에 불이 붙었다. 아쉽게도 작약과 토토리아가 이번 타임부터 빠졌다.
나스 평야와는 달리, 나스트론드 레이드에 즉사 패턴이 등장한 이상, 앞으로 뭐가 더 나올지도 몰랐다.
차라리 모든 패턴을 알아낸 뒤 합류하든지, 아니면 아예 제외하든지.
버베나가 두 가지 선택권을 내밀자 두 사람은 빠지는 것을 선택했다.
당연히 두 사람의 성격 상, 처음에는 조금 꺼리는 눈치였으나 별수 없었다. 아무리 두 사람이라도 화가 난 버베나는 이길 수 없었으니까.
“작약 님이랑 토토 님 화력이 진짜 아까운데. 어쩔 수 없죠, 뭐. 정 안 되면 포기해야죠.”
아쉬움을 삼킨 마제스티가 사람들을 위로했다. 아직 나오지 않은 패턴이 있어, 사실 미친 듯이 할 필요는 없겠지만… 분신 패턴은 아니었다.
이 패턴은 실패하면 보스의 HP가 회복되는 만큼, 제한 시간 안에 여덟 개의 형상을 완벽히 처리해야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이번엔 미리 대응을 준비한 참이었다.
“분신이여.”
HP 95%. 보스는 초반부터 분신을 소환했다. 플레이어들은 다시금 여덟 개의 형상을 마주하며 노려봤다.
형상들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탱커들이 일제히 뛰어나가 어그로 스킬을 사용했다.
고속으로 이동하던 형상들이 용기의 외침과 신의 사슬에 걸려 덜컥거리자, 이번엔 리디안과 페페가 뛰었다.
“두 시에 두 마리가 제일 가까워요!”
분신을 사용하는 동안 보스는 움직이지 않는다.
제한 시간은 180초.
숫자로만 따지면 마리 당 22.5초 안에 잡아야 클리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러모로 봐도 지금으로선 좀 힘든 상황이라.
그랬기에 초반부터 리디안과 페페를 투입해 여신의 영역을 전개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두 시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후 페페가 보스의 근처. 리디안이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아 동시에 여신의 영역을 외쳤다.
페페의 주위로 근거리 딜러들이 몰려들었고, 리디안의 주위론 원거리 딜러들이 몰렸다. 많은 인원이 한 번에 영역의 효과를 누리게 되자 화력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영역의 효과로 얼음 족쇄에 걸리지 않아, 원거리 딜러의 경우 놓치는 시간 없이 공격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매지션이 난사하는 광역기도 큰 효과였다. 첫 타깃과 가까이 붙어 있던 형상의 게이지도 쭉쭉 줄어 들어갔다.
그사이 다른 형상들이 충성의 검과 배신의 검 패턴을 사용했지만, 보스보다 위력은 약했다. 빠르게 들어오는 공격 대미지에도 나머지 세인트들의 회복으로 충분히 커버할 수 있었다.
“오케이. 쌍 영역으로 두 마리 처리.”
처음 타깃 잡은 형상 둘이 제거되자 곧장 다음 거리의 형상으로 우르르 이동했다. 세 번째 형상은 다람이 ‘디스펠 필드’를 사용해 방어력을 낮췄다.
순식간에 세 마리가 처리됐고 나머지 다섯 마리는 정상적인 속도로 잡을 수 있었다. 다행히 앞의 형상들을 빨리 처리해 시간이 촉박하진 않았다.
“와… 진짜 다템이랑 세인트 신스펠. 니플헤임 레이드에선 필수네요.”
“나스 평야에서 확실하게 파밍하고 올라오라는 뜻이었을지도.”
“마지막 한 마리!”
마지막 형상을 잡기 시작할 때, 남은 시간은 34초였다. 신스펠, 스킬 없이 플레이어들이 정상적인 속도로 하나 잡는 데엔 25초가 걸렸다.
9초를 남기고 모두 잡자 플레이어들이 감격해 소리 질렀다.
“됐어! 이제 이렇게 하면 돼!”
“이건 진짜 영역이랑 디스펠 필드 없었으면 못 깼겠네요? 못해도 마리당 22초 내외에 컷 해야 하는데. 없이 하면 25초 컷이니까 여덟 마리 잡으려면 총 200초… 와, 3분으론 사실상 택도 없네.”
사람들이 혀를 내두르는 동안, 분신을 모두 잃은 보스는 쿨럭거리며 주저앉았다. 쓰러진 형상은 모두 재가 되어 사라졌고 보스는 다시 일어서 들끓는 대지 패턴을 사용했다.
다행히 파파가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며 감옥을 열고 있어 혼란은 없었다. 정해진 감옥으로 재빨리 이동했지만, 플레이어들의 얼굴엔 근심이 서렸다.
이 패턴도 보스의 HP가 떨어질수록 빈번해질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둠이여.”
들끓는 대지 패턴이 지나가자 다음은 디버프 타임이었다.
석화 패턴에 다섯이나 걸려 발을 동동 굴릴 무렵, 검을 몇 번 휘두른 보스가 검은 오욕을 사용했다.
천장에서 뚝뚝 떨어지는 검은 물방울에 플레이어들은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얼음 족쇄에서 완벽할 순 없었다. 비격수나 원거리 딜러 중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불가능한 몇몇은 보스에 집중하느라 움직이는 것을 잊곤 했다.
공교롭게 검은 오욕에 걸린 그들은 검은 물방울을 맞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행히 그걸 가지고 꾸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피 85%!”
디버프가 끝나고 들끓는 대지, 나를 따르라 패턴이 막 지나간 참이었다. 제법 두들겨 맞은 보스는 갑작스레 털썩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버렸다.
“속죄의 시간.”
손까지 모아가며 고개 숙이는 태도에 리디안이 멈칫했다.
갑작스러운 반성에 모두가 쭈뼛쭈뼛 당황하던 순간, 기도하던 보스의 몸은 검은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