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Michelangelo in my previous life RAW novel - Chapter 429
A18. 12월 31일 오후 7시 27분
# A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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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오후 7시 27분.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 발표를 앞두고, 산타 크로체 성당 앞 광장을 내보내는 ROI 방송국의 시청률이 50.08%까지 치솟았다. 이탈리아의 전국노래자랑이나 마찬가지인 장수 음악 프로그램 산레모 가요제의 한 해 평균 시청률이 60%에 육박한다는 것을 떠올리면 엄청난 수치였다.
거기에 더해 아직 올해를 마무리 하는 행사는 시작도 안했다는 점과 산타 크로체 성당 앞에 모인 인산인해 같은 인파를 고려했을 때.
이미 ROI 방송국에서 틀어주는 방송에 대한 이탈리아인들의 관심도는 이미 평균 이상이었다.
시작이 그랬다.
방송을 함께 시청하던 너튜버들은 산레모 가요제의 올해 최고 시청률 67.75%을 넘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일부 흥분한 남자 너튜버는 감히 이탈리아 축구 남자 대표 A매치를 넘게 될지도 모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관심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서재에서 조용히 TV를 보던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오늘 방송에서 강석은 안전상 문제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로 결정되었음이 한달 전부터 대대적으로 퍼진 상태였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보이는 뜨거운 관심과 열기가 TV 너머에서부터 느껴지는 듯 했다.
이탈리아에서 국민 방송으로 통하는 산레모 가요제와 종교나 다름없는 축구에 버금가는 이 관심도는 그야말로 광기였다.
“(이탈리아가 강석이라는 사내한테 빠져도 단단히 빠졌군.)”
사랑이다.
이건 이탈리아가 강석을 사랑하는 거다. 그것보다 올바른 표현이 없었다.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는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숨길 수 없는 뿌듯함에 실소를 머금었다.
애초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는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서재에서 몰래 TV를 켜고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것부터가 이탈리아가 강석을 사랑한다는 증거였다. 이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도 강석과 관련한 소식이라면 정신을 못차리는데 다른 사람이라고 다를까.
“(강석이 한국에 [카사>를 만들러 갔을 때 반응이 궁금해지는군 그래.)”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이 발표가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갈 강석을 떠올리며 비소를 지었다. 이탈리아인들이 사랑하는 강석이, 이탈리아를 떠난다.
– ‘([카사>라는 작품이 완성될 때까지 한국에만 머물러 있을 생각인가?)’
– ‘(그러기는 어려울 겁니다.)’
– ‘(음. 어찌하여?)’
– ‘(워낙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서요.)’
강석은 중간 중간 다른 작업을 하러 다니겠다고 말했지만 오래 걸리는 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전처럼 장기 체류하는 횟수가 줄어들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다들 아쉬워하겠지.
누구보다 제일 아쉬워하는 얼굴로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화면을 바라보았다.
– ‘(그 [카사>라는 것은 어떤 작품이길래 그렇게 오래 걸릴 것이라 확신하나?)’
– ‘([카사>는···)’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는 강석이 해주었던 말들을 천천히 곱씹었다.
네 채에 달하는 거대한 건축물과 그 안을 채우는 각각의 대표 조각상 [아버지>, [어머니>, [누이>. 아마 말하지 않았던 나머지 한 자리에는 강석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들어설 테지.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팔걸이를 터트려버릴 기세로 손에 힘을 주었다. [카사>가 완성될 즈음에 [어머니>가 구원 연작 전부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인 것도 충격적인데, 강석이 설계한 건축물 안에 강석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들어간다는 소리는 언제나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를 괴롭게 했다.
‘왜 강석은 한국에서 태어났나.’
강석을 상징하는 조각상이 한국에 생긴다니···그 작업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이 욕구가 다 채워질지 모르겠어.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혀를 찼다. [카사>에 대해서 설명을 듣자마자 제대로 지어진 성북동 저택 하나를 구해보라고 아비마엘 스테파노 리날디를 한국에 보내놓은 상황이긴 하나, 아직 소식이 없었다.
화면을 바라보던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의 눈이 가늘어졌다.
‘2주 정도 전에 아슈라 빈 무하 빈 사르만 알 사우드의 측근들 몇과 바티칸 교황청 소속 추기경 몇몇이 한국으로 급하게 들어갔다고 했었지.’
아마 그들도 성북동 저택을 구입하기 위해 발빠르게 한국으로 입국한 것일 터였다. 내가 아는 것을 그들이라고 모를 리가 있나.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는 팔걸이에 팔을 걸친 채로 불만스럽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최근 [헤일로>에 [누이>, 이어서 [G.미케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에도 럭스 대리석이 쓰이면서 비앙카 석산에서 채굴되는 루나 대리석과 럭스 대리석에 믹스라고 볼 수 있는 비앙카를 찾는 예술가와 사업가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일이 너무 바빠진 게 문제였다. 비앙카 석산에서 채굴되는 모든 대리석들에 대한 실질적인 업무들은 리날디 가문과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 손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래야 비울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저보다 먼저 아슈라 왕자와 첼레스티노 6세가 강석의 작업실에 방문하게 되면서 일이 꼬였다.
[카사>에 대해서 일주일 정도 빠르게 알게 된 그들은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보다 모든 면에서 일주일 앞서나가고 있었다.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미간을 좁혔다. 강석의 작품으로 채워진 거대한 미술관 4채가 생긴다는 소식을 일주일이나 늦게 알았다. 그리고 일주일이나 빨리 안 자들이 하필 아슈라 왕자와 첼레스티노 6세였다.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 못지 않게 강석을 좋아하고, 욕심쟁이들이 일주일이나 먼저 알았으니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였다고 할 수 있었다.
아슈라 왕자의 장난기 넘치는 그 못된 심보를 고려할 때 정말로 성북동 일대에 집을 사들여서 대저택을 만들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는 성북동 저택에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테고, [카사> 작업 참관부터 해당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실무 담당 권리에 대한 조율도 아슈라 왕자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될 수 있었다.
기업이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이 진행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더욱 친밀도가 중요했다. 엄청난 경제 창출 효과가 예견되는 [카사>에 대한 문제가 고작 친밀도 차이로 좌지우지 될 수도 있는 거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첼레스티노 6세는 이 엄청난 소식을 알고도 발빠르게 움직이지 못할 거란 점이지.’
첼레스티노 6세가 아무리 혜안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바티칸 교황청의 존재하는 자산을 함부로 퍼나르거나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건 개인자산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본래 이름조차도 첼레스티노 6세라는 빛나는 이름에 가려진,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진 첼레스티노 6세는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다.
그에게는 대의와 명분, 그리고 그것이 정말 사리사욕에 의거하지 않은 일인지조차 증명해야만 했다. 물론 첼레스티노 6세라면 그 모든 일을 어렵지 않게 해낼 테지만 상대가 또 하필, 아슈라 왕자와 저였다.
엄청난 규모의 돈이라도 자유롭게 쓸 수 있느냐 없느냐는 또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는 앞으로 [카사>를 두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아슈라 왕자와 첼레스티노 6세 그리고 한국이라는 유리한 고점을 선점한 산강그룹의 박선우를 떠올렸다.
[카사>를 만들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시키는 것을 평생의 대업으로 삼을 기세였던 강석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카사>를 두고 싸움을 벌어야 하는 셋을 떠올리고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가, [카사>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강석을 떠올리고는 기대감이 짙은 미소를 지었다.
늘그막에 이렇게 재미난 일이 생기다니.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웃었다.
황혼에 접어든 나이에 죽음을 앞두고 치열하게 싸우게 생겼구나.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희열에 찬 미소를 터트렸다.
“하하하!”
ㅡ (···오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과 [G.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 중에서 무엇이 진짜 무덤이 될지, 무엇이 세노타프(시체가 매장되어 있지 않은 묘)가 될 지 결정이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ㅡ (뭘 어떻게 생각하긴요. 둘 중 뭐가 되었든 살아있는 전설이 탄생하겠죠. 강석 또는 강석.)
ㅡ 와아아아아아!
ㅡ 강석! 강석! 강석!
ㅡ 강서어어어어억!
ㅡ (벌써부터 열기가 뜨겁네요!)
강석 또는 강석.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TV 속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협탁에 올려놓았던 와인잔을 들어올렸다.
거대한 교향곡처럼 울리는 사람들의 함성을 들으며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 또한 동의했다.
옳다.
오늘 살아있는 전설이 탄생할 거다.
그리고 그것은 강석 아니면 강석이 될 터였다.
잔을 높게 든 바오르 프리모 리날디가 허공을 향해 건배했다.
“PRO GANGSUK(강석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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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날 밤.
12월 31일 오후 11시 16분.
산타 크로체 성당 앞을 가득 채운 관중들 앞에서 [G.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이 93.64%라는 말도 안 되게 앞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으로 채택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불꽃놀이조차 먹어버리는 산타 크로체 성당 앞을 채우는 거대한 함성이 그 사실을 축하했다. 이탈리아 한 해의 가장 추우면서도 가장 뜨거운 날이 그렇게 장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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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살아있는 전설이 되다.] [한국 나이로 25세를 맞이한 강석, 한국으로 귀국 예정···?] [한국의 미켈란젤로, 강석!] [역사를 새로 쓰다! [G.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이 진짜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이 되기까지···] [청화예고 미술과 조소전공 경쟁률 577:1···!] [세계적인 조각가를 배출해낸 청화예고를 향해 ‘엄청난 사교육열 부추긴다는 비판’ 쏟아져···일부 누리꾼들 이게 맞나 눈살 찌푸려진다 “역비난”] [외국인 관광객들 강석의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한국 방문, 엄청난 외화벌이···강석 ‘국민효자아들’ 등극?] [이탈리아가 사랑하는 한국인 “강석”] [세계적인 조각가 강석, 아버지는 한국에서 가구점 운영중···! 강석의 아버지 강현도에게 육아비법 묻기 위해 전국에서 사람 몰려···] [강석의 성장에 도움을 준 이들]양선구가 뉴스 기사들을 읽어내리며 수염 밑으로 웃음을 흘렸다. 대한민국 온 천지가 강석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언제나와 같지 않냐고 하겠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이번만큼은 다르고 말고.’
강석은 여태까지 한국인으로서 엄청난 일들을 해내었고, 예술가들이 보기에 언제나 처음 가는 길을 걸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전세계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최초의 업적을 만들어내었다는 게 달랐다.
누구도 이 업적만큼은 까내리지 못하고 부정할 수 없으리라.
역사를 뒤집은 거다.
이미 제작되어있던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을 제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90%가 넘는 지지를 받으며 [G.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의 무덤>을 역사에 새겨넣었다.
이게 주는 울림은, 같은 예술가들이라면 모두가 알 것이었다.
전설.
그야말로 전설이었다.
이것이 선례가 될 것이고, 이것이 조각가라는 예술가들의 최고점이 될 터였다. 전세계에 있는 조각가들이 강석이 일궈낸 업적을 뛰어넘기 위해 예술이라는 산을 오를 거라는 소리였다.
이게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지.
이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양선구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하하하하하!”
“···아빠, 저 할아버지 이상해.”
“쉬이잇. 그런 거 소리내서 말하는 거 아니야.”
“다른 데로 가자.”
“야, 야, 옆에 봐봐···”
“저런 거 눈 마주쳤다가 봉변 당하는 거야. 돌아서 가자.”
크흠흠.
한참을 웃던 양선구가 들려오는 소리에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강의를 위해서는 서둘러 움직여야만 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석이 녀석이 언제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했었지? 양선구가 고개를 내려 핸드폰 화면을 켰다.
그리고 고개를 숙인 양선구의 머리 위로 하얀 선을 그리며 비행기가 날아올랐다. 유달리 새파란 1월 4일, 오후의 일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