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04)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04화
사기꾼의 승리법 (6)
빠악!
“커허어억!”
뺨을 후려맞은 천우성의 몸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안 그래도 피가 철철 흘러나오던 상처가 벌어지며 통로 바닥이 피에 젖었다.
“같잖은… 신념이라고요?”
천우성이 뺨을 부여잡으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켰다.
오진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몸 하나는 존나게 단단하네.’
저런 상처를 입었음에도.
손에 느껴지는 감각은 뭉툭하기 그지없었다.
“당신이… 당신이 뭘 안다고 그딴 소릴 지껄입니까?!!”
천우성이 발작을 일으키듯 소리쳤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린아이의 칭얼거림.
청년의 탈을 쓴 소년은 터져 나오는 감정의 격류를 오진을 향해 토해냈다.
“…….”
오진은 천우성의 눈을 지그시 응시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눈빛.
한없이 맑고, 선명한 감정들.
‘멈춰버린 건가.’
9년 전.
그의 어머니가 각성자에게 살해당한 이후.
천우성의 시간은 멈춰 버렸다.
멈춘 채로 몸만이 성장했다.
‘만약.’
자신이 하은을 잃게 됐다면.
가장 소중한 것을 다른 자의 손에 빼앗기게 됐다면.
어쩌면 천우성처럼 되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가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바닥에 꽂아 놓은 창을 들어 올렸다.
“모르지. 알고 싶지도 않아.”
창을 겨눈다.
“하지만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자신이 천우성을 알지 못하듯.
그 또한 자신을 알지 못한다.
“서로 모르겠다면.”
콰아앙!!
거칠게 발을 박찬다.
“알려주도록 하자고. 누가 옳은지.”
“크윽!!”
날카로운 창끝이 천우성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천우성은 다급히 몸을 뒤로 빼내며 흑익(黑翼)의 검을 만들어냈다.
-카아아앙!
창과 검이 격돌했다.
아찔한 충격이 통로를 뒤흔들었다.
“하아, 하아!”
천우성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오진이 쏟아내는 창격을 아슬아슬하게 쳐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사각을 정확히 노리고 파고드는 창격에 점차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게 어딜 봐서 5성 각성자의 힘이란 말인가.
아무리 그가 치명상에 가까운 상처를 입은 상태라 해도.
5성에 불과한 각성자에게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리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1성, 2성도 아니고 3성이나 차이가 나는데!’
그것도 자신은 갓 8성에 도달한 초짜가 아니라 9성을 눈앞에 둔 실력자였다.
원래라면 5성 각성자 따위는 손짓 한 번에 쓸어버려야 하거늘.
-카앙! 캉! 카가강!
“크윽! 컥!”
숨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창격.
몸을 휘감는 와이어와 중간중간 섞여 날아드는 발길질과 주먹.
만약 자신이 멀쩡한 상태였다 해도.
저 몰아치는 공격을 제대로 막을 수 있었을까.
‘대체 왜.’
어째서.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인 놈이…!”
아무런 고난도 겪지 않고.
어떠한 대가도 치르지 않고.
그저 운이 좋아 성좌의 선택을 받았을 뿐인 존재가.
-빠악!
“커허억!”
대체 왜.
이토록 강할 수 있단 말인가.
-쿵! 쿠궁!
천우성의 몸이 거칠게 바닥을 굴렀다.
“하아! 하아!”
너무 피를 많이 흘린 탓일까.
이제는 피조차 제대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아, 안 돼.”
비참하게 바닥을 긴다.
“이대로… 끝날 순 없어.”
비틀비틀 몸을 일으킨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통로.
“…엄마.”
밤하늘을 향해 손을 뻗듯.
천우성은 통로 천장을 향해 처량히 손을 뻗었다.
“나한테 힘을 줘… 엄마.”
두근, 두근.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이 타오르듯 밝게 빛났다.
-우우우웅!
찬란히 타오르는 빛무리가 천우성의 몸을 휘감았다.
슈드드득!
그의 등 뒤에 펼쳐져 있던 거대한 검을 날개가 천우성을 보호하듯 몸을 감쌌다.
“…뭐야?”
오진은 천우성에게서 거리를 벌리며 가늘게 눈을 떴다.
‘또 성좌의 축복인가?’
창을 움켜쥔 손에 힘을 주며 천우성을 살펴봤지만.
‘…아냐.’
박건우와 아샤드 칸 때와는 다르다.
피부가 쭈글쭈글해지지도, 허리가 굽지도 않았다.
그저 밝은 빛무리에 휘감긴 채 찬란히 타오르고 있을 뿐.
‘설마….’
오진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천우성을 바라봤다.
저렇게 성흔의 빛이 전신을 휘감는 경우는 한 가지뿐.
‘이 새끼 9성으로 올라서고 있는 거야?’
소년만화의 클리셰마냥.
위기의 순간에 어머니를 떠올리며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딛으려고 하는 건가.
“염병.”
뭐 이딴 경우가 다 있어?
오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창을 들어 올렸다.
‘빨리 죽여야 해.’
천우성의 성(星)은 8성.
여기서 그가 한 단계 더 높은 경지로 올라선다면.
탈 인간의 경지라는 고위 각성자가 되어버린다.
‘그러면 끝이야.’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고위 각성자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각성을 마치기 전에 죽인다!’
소년만화에서 나오는 악역처럼 상대방의 변신이나 각성을 가만히 서서 기다려 줄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위기의 순간에 어머니를 떠올리며 힘을 끌어올리고 있다면.
그 사이 배때기를 쑤셔 죽은 어머니 곁으로 보내주면 된다.
“차핫!”
콰아앙!
발을 박차며 검은 날개에 휘감긴 천우성을 향해 질주했다.
마력을 창끝에 집중시키며.
창을 내지른다!
-카가가가각!!!
날개에 막힌 창날에서 불꽃이 튀어올랐다.
“크윽!”
날개 채로 자르기 위해 힘을 더했지만.
창은 날개에 3분의 1도 채 파고들지 못한 채 뒤로 튕겨 나왔다.
-슈슈슈슈슉!
푸욱! 푸욱! 푹!
베어내지 못한 날개에서 쏘아진 검은 깃털이 오진의 몸을 난자했다.
“크으으으!!”
어깨와 허벅지, 옆구리에 박힌 검은 깃털.
오진은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같은 장소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카아앙!
강한 반발력과 함께 튕겨 나오는 창날.
슈르륵.
심지어 연달아 이어진 창격에 움푹 파였던 날개는 눈 깜짝할 사이에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제길!”
더럽게 단단한데 자동으로 복구까지 된다니.
오진의 입에서 거친 욕지기가 흘러나왔다.
‘지금 내 힘으론 못 뚫어.’
익시드에 뇌염까지 사용하고도 뚫지 못했다면.
폭뢰나 다른 기술을 사용한다 해도 뚫을 가능성은 없었다.
‘저 날개를 피해 공격할 수밖에 없는데.’
검은 날개는 천우성의 몸을 한 틈의 빈틈조차 없이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쉽지 않았다.
-슈슈슈슈슉!!
“크윽!”
가만히 있기라도 하면 모를까.
검은 날개에서 계속해서 깃털이 쏘아지는 바람에 공격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빌어먹을.’
점차 밝아지는 빛무리.
시간이 없다.
오진은 이를 악물며 천우성을 휘감고 있는 검은 날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카앙! 캉! 카가가강!!
하지만 몇 번을 찔러도 빈번히 날개에 가로막혀 창이 튕겨 나왔다.
“크윽!!”
날개에서 쏘아진 깃털이 오진의 몸을 푹푹 파고들었다.
‘제길.’
오진은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상처 입을 걸 각오하고 쉬지 않고 날개를 공격했지만 결국 날개는 뚫리지 않았다.
무슨 난공불락의 요새를 상대하는 듯한 감각.
‘이대로 공격해봤자 의미 없어.’
날개의 재생 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연달아 공격을 몰아치는 건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한 방에 뚫어야 해.’
하지만 어떻게?
“…….”
흑천과 거문고자리 성흔의 힘으로 8성 각성자와도 대등하게 싸우고 있지만.
오진은 아직 5성에 불과한 각성자였다.
마력이라면 흑천을 통해 흡수한 덕분에 아직 여유가 있었지만.
‘결국… 좁은 마력 회로 가지고는 한계가 있어.’
5성이기에 필연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는 마력 회로.
그게 오진의 발목을 잡았다.
‘익시드도 이미 사용한 상태고.’
애초에 익시드는 마력 회로를 압박해서 마력을 거세게 내뿜는 것일 뿐.
한 번에 많은 마력을 내뿜을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오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공격을 잠깐 멈추고.
창을 길게 늘어트렸다.
‘한 번에 방출할 수 있는 마력에 한계가 있다면.’
마력을 방출하지 않은 채 쌓는다.
응축하고, 압축한다.
-끼긱! 카득! 콰직!
마력을 한계 이상으로 불어넣은 창이 돼지 꼬리처럼 뒤틀렸다.
‘안 돼.’
이 이상은 창이 견디지 못한다.
‘창이 안 된다면━.’
오진은 창을 쥔 손을 힐끗 내려다봤다.
창이 아닌 손에.
마력을 응축시킨다.
“크윽!”
덜덜덜.
창을 쥔 오진의 손이 거칠게 떨렸다.
-띠링!
[경고! 한계 이상의 마력이 응축됐습니다!] [마력을 방출하지 않을 시 ‘주화입마’ 상태에 돌입하게 됩니다!]붉은색 경고창이 떠오르며 그의 행동을 막는다.
‘주화입마라면… 이신혁이 뒤졌던 그건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오히려 더 많은 양의 마력을 회로 안에 응축했다.
“크윽! 크아, 으.”
실핏줄이 터지며 눈을 타고 붉은 핏물이 흘러내렸다.
코에서도, 입에서도, 귀에서도.
붉은 핏물이 흘러내려 몸을 적셨다.
-띠링!
[경고! 한계 이상의 마력이 응축됐습니다!]“시끄러워.”
눈앞에 떠오른 경고창을 치우며 창을 움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우득! 우드득!
마력의 응축을 견디지 못한 걸까.
뼈가 우그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손이 뒤틀렸다.
손가락이 제멋대로 꺾이더니, 손목이 있을 수 없는 각도로 돌아갔다.
-타앙!
와이어를 사용해 우그러진 손과 창을 꽁꽁 묶었다.
‘한 번 더.’
마력을 밀어 넣는다.
콰드드득!!
뼛조각이 살점을 헤치며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하아.”
한 번 더.
마력을 응축한다.
한 번 더.
마력을 압축한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한 번 더.
-띠링! 띠링! 띠링!
붉은색 경고창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아찔한 격통이.
날카로운 갈고리로 살점을 헤집는 것 같은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난자했다.
“푸, 흐흐!”
오진은 몰아치는 고통의 향연 속에서 환하게 웃었다.
-띠링!
[극한의 상황에서 뇌전을 다루는 데 성공했습니다!] [《충전(充電) Lv1》과 《방전(放電) Lv1》 스킬을 터득했습니다!] [《뇌전(雷電) Lv9》스킬의 영향으로 《충전(充電) Lv1》과 《방전(放電) Lv1》 스킬의 레벨이 6레벨로 상승합니다.]충전과 방전.
새롭게 터득한 스킬의 사용법이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왔다.
‘충전은 이미 차고 넘치게 했어.’
그렇다면.
“쓰읍.”
검은 날개 안에 몸을 숨긴 채.
9성으로 향하는 길목 앞에 선 천우성을 바라봤다.
“아아, 엄마… 고마워.”
어머니의 환영이라도 보고 있는 걸까.
날개 안에서는 천우성이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걱정 마라 짜식아.”
오진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파지지지지지직!!!!
한계까지.
아니, 한계 이상으로 응축된 푸른 뇌전이 사납게 타올랐다.
“그렇게 보고 싶은 엄마 금방 보게 해줄게!!”
방전.
푸른 뇌전의 격류가 날개 안에 몸을 숨긴 천우성을 향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