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1화
등록 심사 (3)
찌릿.
푸른 뇌전이 옮겨붙은 오른팔.
창날을 튕겨낸 팔뚝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말도 안 돼.’
한준만 팀장의 눈이 살짝 떨렸다.
방금 전 확인한 성흔은 분명 두 획(劃).
고작 2성에 불과한 각성자의 공격을 튕겨냈다고 해서 팔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라니?
‘이게 대체….’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다시금 날카로운 창격이 그를 노리고 찔러 들었다.
“흐읍!”
콰앙!
거칠게 진각을 내디디며 어깨를 들이밀었다.
창날이 거세게 튕겨 나가며 가슴 쪽 공간이 훤히 드러났다.
글러브를 낀 주먹을 거칠게 휘둘렀다.
-빠악!
“커헉!!”
가슴을 정통으로 두들겨 맞은 오진의 몸이 배트에 후려맞은 야구공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형편없이 바닥을 구르며 연무실 벽에 처박혔다.
“쿨럭, 쿨럭!”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사람의 주먹이라기보다 전력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에 치인 듯한 감각.
‘이런 미친.’
이게 무슨 미친 괴력이야?
아찔한 감각이 등골을 스쳤다.
“괘, 괜찮으십니까?”
“…예.”
당황한 표정의 한준만 팀장을 뒤로하고 몸을 일으켰다.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창을 움켜쥔 팔이 가늘게 떨렸지만━
‘아직.’
싸울 수 있다.
움직일 수 있다.
-우우우웅!!
왼쪽 가슴의 성흔이 빛을 뿜는다.
가슴을 묵직하게 짓누르던 압박이 살짝 줄어들었다.
‘찌르기만으로는 안 돼.’
직선적인 공격으론 저 단단한 두 팔을 뚫을 수 없다.
그렇다면.
-후웅!!
몸을 낮게 숙이며, 바닥을 쓸 듯 창을 휘둘렀다.
노리는 것은 발목.
푸른 뇌전이 맺힌 창날이 낮게 바닥을 난다.
“하앗!!”
한준만 팀장은 발목을 노리는 창날을 향해 오히려 발을 휘둘렀다.
마치 축구공을 차는 듯한 움직임.
‘그렇지.’
오진의 입가가 비틀어 올라갔다.
그라면━ 피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파앙!!
낮게 휘두르던 창이 발에 걷어차이기 직전, 창대를 움켜쥔 손을 놓았다.
걷어차인 창날이 팽그르르 회전했다.
튕겨 나가는 창을 공중에서 낚아채고,
“흐아아아아아!!”
어깨를 향해 창을 내려찍는다!
-빠아아악!!
“크윽!!”
한준만 팀장이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났다.
뒤로 물러난 그를 쫓으며 창을 움켜쥐었다.
“하아, 하아!”
뜨거운 고양감.
타들어 가듯 머리가 뜨겁다.
입가가 올라가며 등골을 타고 전율이 퍼진다.
‘조금 더.’
몸을 태우는 이 감각을 즐기고 싶다.
밑바닥을 긁어내는 이 전율을 느끼고 싶다.
-우우우웅!!
성흔이 타오르듯 빛을 뿜는다.
파지지지직!!!!
베가에게 축복을 받았을 때처럼 푸른 뇌전이 거세게 타올랐다.
눈앞에 떠오르는 푸른 창.
무시한다.
“쓰읍.”
깊게 호흡을 들이킨다.
━코를 파고드는 짙은 땀 냄새.
공기와 먼지와 철의 냄새.
마치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사용한 것처럼 몸의 감각이 날카롭게 곤두선다.
‘조금만, 더.’
창을 휘두른다.
창을 내지른다.
더 집요하게, 더 악독하게, 더 악랄하게!
-캉! 카강! 카가가가강!!!
“크으으윽!!”
한준만 팀장은 양팔을 교차해 얼굴을 보호하며 비처럼 쏟아지는 창격을 막았다.
‘뭐야, 이건.’
커져가는 의문.
처음 느꼈던 놀라움이 이젠 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경악이 그를 뒤흔들었다.
‘뭐냐고.’
-카앙! 캉!
사납게 타오르는 푸른 뇌전이, 거세게 휘둘러지는 창이 놀라운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그딴 것보다 더.
‘대체 왜━ 점점 강해지는 거야.’
걷잡을 수 없이, 종잡을 수 없이.
투명한 물속에 떨어진 검은 잉크 한 방울이 번지는 것처럼.
끈적한 불길함이 그를 휘감았다.
-우우웅!!
한준만 팀장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이 거세게 타올랐다.
6성 각성자가 2성 각성자를 상대하며 성흔을 사용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짓이었지만,
“흐아아아아압!!”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콰아아앙!!!
“커허어어억!!!”
글러브가 터져나가며 굵은 주먹이 맹렬하게 휘둘러졌다.
황소자리의 성흔으로 만들어진 힘의 파동이 공기를 짓뭉개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폭발했다.
-쿵! 쿠궁!
폭발에 휩쓸린 오진의 몸이 공깃돌처럼 튕겨 나가 바닥을 굴렀다.
“오, 오진 씨!”
당황한 한준만 팀장이 다급히 그를 향해 달려갔다.
“의료진!! 빨리 의료진 데려와!!!”
한준만 팀장이 다급히 외치자 연무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각성자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아, 으….”
“지혈부터 하겠습니다!”
각성자의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이 빛을 뿜었다.
밝게 타오르는 성흔.
두 팔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빛이 오진의 몸으로 흘러 들어갔다.
“하아, 하아.”
거칠었던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큰 상처는 아니네요.”
“…후우.”
한준만 팀장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포션도 있으면 가져와. 제일 좋은 거로.”
“예, 팀장님.”
다급히 밖으로 달려나간 각성자가 곧 포션을 한 병 들고 왔다.
곱게 간 성유석에 물병자리의 각성자가 힘을 불어넣은 포션이었다.
“드십쇼.”
“꿀꺽, 꿀꺽.”
오진은 한준만 팀장이 건네준 포션을 얌전히 받아마셨다.
아찔한 통증이 느껴지던 몸이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왔다.
‘와씨, 이게 얼마짜리야.’
텅 빈 포션병을 바라보며 아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물병자리의 각성자가 만든 포션이라니.
한 병에 천만 원은 가볍게 넘는 물건이다.
“죄송합니다!!!!”
한준만 팀장이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아뇨, 괜찮습니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비록 이기진 못했지만, 6성 각성자가 성흔까지 사용할 정도로 몰아붙였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어쨌든, 이걸로 확인은 끝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한준만 팀장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직녀성(織女星), 베가의 사도는 그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터무니없는 존재였다.
“이런 큰 실수를 저지르고 드릴 말씀은 아니나….”
그는 망설이는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습니까?”
“시간이요?”
“예. 따로 드릴 제안이 있습니다.”
제안이라.
‘일단 들어나 볼까?’
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 * *
“커피랑 차, 뭐로 드릴까요?”
“아리수요.”
“예?”
“아. 커피로 주세요.”
평소에 맨날 그것만 마시다 보니 말이 헛나왔다.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한준만 팀장이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두 잔 들고왔다.
“하실 말씀이란 게?”
“우선… 지금 오진 씨가 가입하시려는 길드가 따로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등록 심사를 받긴 했지만, 길드 가입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용병으로 활동할 생각입니다.”
“아.”
한준만 팀장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용병.
길드의 구성원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일들을 의뢰받아 처리하는 각성자들.
어디 한 곳에 소속되지 않기에 위험부담이 큰 직업이었지만, 능력만 된다면 어지간한 대형 길드 간부들은 우스울 정도로 고수익을 올리는 직업이었다.
‘간단하게 회사원과 프리랜서의 차이지.’
등록 심사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북극성의 사도’라는 이름값만 있으면 몸값을 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혹시 협회에 가입하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역시 영입 제안인가.
“어느 한 곳에 소속되는 건 좀 어려울 것 같네요.”
단체에 소속되게 되는 순간 필연적으로 행동이 제약된다.
그리고 지금 자신은, 절대 행동의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회귀자가 되기 위해 무슨 짓까지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까.’
다 마신 커피잔을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이….”
“소속 자체는 협회로 두겠지만, 정식 직원으로 출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 물론 출근하시지 않더라도 월급은 지급되실 겁니다. 대형 길드에 비해 많이 박봉이긴 하지만요.”
뭐요?
출퇴근을 안 하는데 월급을 준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죠?”
“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이름만 협회 소속으로 두시고, 자유롭게 용병 일을 하셔도 괜찮습니다. 오진 씨만 괜찮으시면 저희 쪽에서 적당한 의뢰를 알선해 드릴 수도 있고요.”
솔깃한 제안이었다.
협회를 통해 의뢰를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보수금을 떼먹히는 개 같은 경우는 없을 테니까.
‘좋은 조건이긴 한데.’
그래도 냉큼 미끼를 물 수는 없지.
“음….”
오만상을 찌푸리며 고민에 잠긴 척 침음을 흘렸다.
“원하시는 조건이라도 있으십니까?”
“두 달… 아니, 한 달 정도만 제 정보가 퍼지는 걸 막아주실 수 있습니까?”
힘을 숨긴 채 살아갈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북극성의 사도’라는 타이틀을 이용할 수는 없었다.
‘북극성의 사도’라는 타이틀은 분명 막강한 권력이지만, 권력에는 책임이 따르기 마련이니까.
‘시간이 필요해.’
북극성의 이름을 등에 짊어질 만한 실력과 실적을 쌓을 시간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퍼지는 건 저희 쪽에서 최대한 막아드리겠습니다.”
좋아.
그 정도만 해줘도 폭발적으로 정보가 퍼지는 건 막을 수 있다.
‘그럼 요약하면 소속만 협회로 두면 내 정보가 퍼지는 걸 막아주고, 알아서 좋은 의뢰를 알선해준다는 건가?’
심지어 출퇴근 안 해도 월급까지 주겠단다.
‘씨벌.’
불알이 덜덜 떨릴 정도의 미친 조건.
조건만 놓고 보면 무슨 을사늑약 뺨칠 정도로 일방적인 조건이지만, 협회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직녀성의 사도를 협회 소속으로 둘 수 있는 기회니까.’
안 그래도 대형 길드의 등쌀에 치여 나날이 권위가 바닥을 향해 고꾸라지고 있는 협회에 이만한 기회는 없을 것이다.
“…어떠십니까?”
꿀꺽.
한준만 팀장이 마른침을 삼키며 물었다.
긴장에 가득 찬 표정.
오진은 소파 등받이에 여유롭게 기대며 다리를 꽜다.
마음속으론 이미 협회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결정 내렸지만.
‘여기선 존나 카리스마 있게 나가야지.’
발정 난 개새끼처럼 달려든다면 말짱 도루묵.
자신은 결국 협회의 개로 전락해 버리고 만다.
‘개가 될 수는 없지.’
지난 8년을 개처럼 살아왔다.
아니.
한평생을 개처럼 살아왔다.
‘이젠 아니야.’
더 이상 개처럼 살지 않으리라.
더 이상 굴복하고, 복종하지 않으리라.
‘오늘부터 나는.’
━‘주인’이 된다.
“글쎄요.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여기에 세금까지 전면 면세해 드리겠습니다.”
“오늘부터 협회의 개가 되겠습니다.”
“예?”
“크르르릉!! 커헝!! 컹컹!!”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