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15)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15화
올빼미 사냥 (6)
흑성회의 본부에서 돌아온 후.
오진은 USB 안에 담겨있던 정보들을 혈안이 되어 흑성회의 뒤를 쫓고 있는 길드들에 뿌리기 시작했다.
물론.
정보의 출저가 자신이라는 것을 들키지 않도록 철저하게 숨기면서.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구했냐고 물어보면 곤란하니깐.’
지배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남들에게 공개할 수는 없었다.
어쨌든.
오진을 통해 퍼지기 시작한 정보는 잉크가 번지듯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며 의심했던 길드도 흑성회의 지부 한두 개가 발각되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흑성회를 물어뜯었다.
‘본격적인 올빼미 사냥이 시작된 거지.’
은신처가 모조리 탄로 난 테러 조직의 말로를 예상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심지어 올빼미 파벌의 핵심 멤버는 천도윤을 따라 자리를 비운 상태.
해일처럼 밀려오는 각성자들을 버티지 못하고 올빼미 파벌은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천혜 길드의 활약이 가장 컸지.’
무려 칠성 중 하나로 꼽히는 탐랑성 천상길이 직접 움직였다.
설사 천도윤이 그 자리에 있다 해도 버티기 쉽지 않은 전력이었을 텐데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한 올빼미들이 칠성의 일원을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파죽지세.
햇빛 아래 몸이 드러나 버린 올빼미들은 무력하게 사냥꾼들의 손아귀에 붙잡혔다.
[천리안 뉴스에서 속보 전해 드립니다! 천혜 길드와 화랑 길드, 별빛 호수 길드 등 대형 길드의 연합이 현재 흑성회의 본부를 완전히 제압했다는 소식입니다!]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는 아나운서.
[이번에 붙잡힌 흑성회원은 무려 3천 명에 육박하며 이는 10대 대형 길드의 인원을 모두 합친 것과 비슷한 숫자입니다.] [대체 어디서 그렇게 많은 숫자의 각성자들이 나타난 걸까요? 성좌 하나가 수천 명의 각성자를 만드는 건 이례적인 일이잖아요.] [올빼미자리의 성좌에 대해서는 전문 팀이 따로 만들어져 조사에 착수한다고 하네요.]남자 아나운서와 여자 아나운서는 최대한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화제를 이어갔다.
그렇게 한국, 아니 전 세계가 주목하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을 때.
-와그작.
오진은 하은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팝콘을 씹고 있었다.
“와… 흑성회가 이렇게 한 번에 훅 가버리네.”
“그러게.”
뉴스를 보던 하은이 무릎을 베고 누운 오진의 뺨을 장난스럽게 꼬집었다.
“넌 저기 안 가냐?”
“굳이 내가 갈 필요도 없을 것 같더라고.”
“하긴. 이번에 탐랑성도 움직였다며?”
“엉.”
사실 처음엔 오진도 직접 작전에 참여해서 올빼미들을 사냥할 생각이었지만.
10대 길드 연합, 정확히는 발할라 길드와 천혜 길드 제외한 8대 길드 연합이 협회의 참여를 거부하면서 계획이 좀 틀어지게 됐다.
‘하긴, 지들 입장에서 똥줄 좀 타겠지.’
최근 일어난 민간인 테러와 천우성 사건 등 모두 협회와 발할라 길드가 해결해버리다 보니 다른 대형 길드들은 대체 뭘 하고 있냐는 여론이 들끓었다.
항상 협회를 자신들 아래라 생각하던 대형 길드들에게 있어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상황.
‘이번에 흑성회를 체포하면서 여론을 바꾸고 싶었겠지.’
겉으로는 정의감에 불타는 척 흑성회의 만행을 처단하겠다 떠들지만.
그 안에 이해와 타산이 엮여있지 않을 리가 없다.
‘정의만큼 이용해 먹기 좋은 명분은 없으니까.’
뭐, 어쨌든.
오진으로서는 쌍수를 들고 반길만한 소식이었다.
‘일하지 않아도 알아서 떠먹여 준다는 데 당연히 좋아해야지.’
흑사자 이우혁이 충실한 사냥개였다면, 이번엔 무슨 개미 떼를 손에 넣은 듯한 기분.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물어다 주는 먹이를 받아먹기만 하는 여왕개미가 된 느낌에 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어쨌든 이걸로 흑성회도 끝장났네.”
“아직 끝난 건 아냐.”
“천도윤 때문에?”
“응.”
올빼미 파벌이 사실상 와해됐다 해도.
올빼미의 왕이 남아 있는 이상 완전히 끝난 건 아니었다.
‘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야지.’
천도윤을 죽인 후에야 올빼미 파벌을 끝장냈다고 말할 수 있으리라.
“뭐… 그건 탐랑성이 알아서 하지 않겠냐?”
“글쎄.”
설사 그렇다 해도.
천도윤이라는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을 그에게 넘길 생각은 없었다.
‘아직 천도윤을 노리기엔 이르긴 하지만.’
언젠가.
아니, 조만간 그를 사냥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
‘그러기 위해서 이번 일을 벌인 거고.’
오진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바라보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근데 언제까지 누워있을 생각이냐?”
“응애.”
“응애는 씨발.”
하은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삼키며 오진의 뺨을 쭈욱 잡아 늘였다.
“하여간 이럴 때 보면 그때 오지니랑 같은 놈이 맞나 싶다니깐.”
“언제 말하는 거야?”
“그건….”
하은이 발그레 뺨을 붉히며 가볍게 이마를 때렸다.
“몰라 새끼야.”
“아니 뭔데. 괜히 더 궁금하잖아.”
“궁금해도 안 알려줄 거덩요.”
혀를 삐쭉 내밀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누나 장 보러 갔다 올 게 좀 따 같이 저녁이나 먹자.”
“뭐야, 누나가 만들게?”
“후훗. 오늘 신메뉴를 도전할 테니 기대하고 있으렴?”
“아니.”
뭐지.
분명 그때 돌아와서 입을 맞춰줬는데.
왜 저주가 안 풀린 거지?
‘뺨에다 해서 그런가?’
뭔가 아쉽다는 듯 입술을 빼쭉 내밀던 하은의 모습이 떠올랐다.
“영양을 고려하면서 먹어야지. 만날 똑같은 거만 먹으면 질리잖아.”
제발 맛도 좀 고려해서 만들어줘 누나.
“그럼 갔다 온다~!”
쿵.
하은이 밖으로 나갔다.
“어디 그럼.”
소파에 앉아 흘러나오는 뉴스를 지켜봤다.
뉴스에선 두 아나운서의 대화가 쭉 이어지고 있었다.
[붙잡힌 흑성회원들이 3년 전 철원 교도소 실종 사건 당시 수감되어 있던 범죄자란 소식도 있는데요.] [예. 신원 파악 결과 붙잡힌 흑성회원의 대략 70% 정도가 당시 실종됐던 범죄자라고 합니다.] [끔찍한 일이네요. 붙잡힌 흑성회원들은 현재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길드 연합의 공식 발표에 의하면 과거 실종됐던 철원 교도소 수감자로 확인된 흑성회원은 따로 나눠서 교도소에 수용 중이고 나머지는 어떤 사유로 흑성회에 가담하게 됐는지 파악 중이라 하네요.] [하긴. 원치 않아서 조직에 가담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설사 그렇다고 해도 처벌을 피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아나운서의 말마따나.
강제로 흑성회에 가담했다 하여 완전히 처벌을 피하긴 어려울 것이다.
어느 정도 정상참작은 되겠지만.
[그럼 현재 신원 파악 중인 흑성회원들은 길드 연합에서 관리하고 있는 겁니까?] [예. 협회에서 협조하겠다 요청이 있었지만 거절했다고 하네요.] [협회와 대형 길드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군요.]두 아나운서는 심각한 표정으로 토론을 이어나갔다.
“공을 독식하려고 아주 발버둥을 치고 있구만.”
오진은 뉴스를 바라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데 이거 어쩌나.’
스윽.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다리를 꽜다.
“독식을 하는 건… 너희가 아니라 날 텐데 말이야.”
비릿한 미소가 입가에 지어졌다.
* * *
파주에 위치한 각성자 전용 교도소.
그곳에는 신원 파악이 끝난 흑성회의 올빼미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3년 전 철원 교도소 실종 사건 때 종적을 감췄던 범죄자들.
올빼미자리의 성흔을 부여받고 흑성회의 일원이 되어 수많은 사람의 삶을 짓밟던 그들은 각성자 전용으로 만들어진 특수 구속복에 묶인 채 감옥에 갇혀 있었다.
“제길! 당장 이거 안 풀어 새끼들아?!”
“말했잖아! 우린 강제로 흑성회를 따랐던 것뿐이라니까!”
“우린 죄가 없다고!!”
붙잡힌 흑성회원들은 교도관을 향해 바락바락 소리쳤다.
“…에휴.”
그들을 바라보던 교도관은 인상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죄가 없다고?”
그는 방금 죄가 없다고 외친 사내를 향해 다가갔다.
손에 쥔 두꺼운 서류철을 넘기던 그가 사내의 전과가 적힌 부분에서 손을 멈췄다.
“특수 강도 3회, 강간 살인 2회, 그 외 절도, 폭행 등 전과 다수.”
“…그, 그건.”
“죄가 없기는 뭐가 없어 새끼야.”
심지어 이건 흑성회에 가담하기 전에 기록된 전과에 불과했다.
지난 3년 동안 흑성회 아래서 얼마나 더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왔을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데 ‘죄가 없다’니.
“너희도 다 똑같은 새끼들이야. 알아?”
교도관은 사납게 눈을 부라리며 구속된 흑성회원들을 노려봤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철원 교도소에 수감됐던 범죄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전과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인제 와서 억지로 흑성회를 따랐다느니 죄가 없다느니 말하니 기가 찰 수밖에 없는 노릇.
“계속 떠들면 입도 다 막아버릴 테니까 닥치고 있어. 앙?”
“…….”
교도관은 한결 조용해진 감옥을 쭉 훑어보며 벽에 걸린 시계를 올려다봤다.
‘슬슬 교대시간이구만.’
시계를 바라보는 그의 눈가에 짙은 피로가 서렸다.
2천 명에 달하는 범죄자들을 감시하는 건 여간 치지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처럼 길드 연합에서 최대한 철저하게 감시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을 때는 더더욱.
그렇게 흘러가는 시계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 때.
-삐이이이이이익!!!!
시끄러운 사이렌 소리가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졌다.
“뭐, 뭐야?”
“무슨 일이야?”
교대시간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교도관들이 다급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폈다.
-콰앙!
“사이렌 울리고 있는데 뭣들 하고 있어 이 머저리들아!!”
“소, 소장님?”
그때, 거칠게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달려 들어왔다.
교도소장 정재철.
현재 길드 연합의 의뢰를 받고 붙잡힌 흑성회를 수용하고 있는 교도소의 총 책임자였다.
“B동에서 대거 탈옥자가 발생했다!! 빨리! 빨리 튀어 나가!!”
정재철은 송충이처럼 굵은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호통쳤다.
“옙!”
“바,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소장의 호통에 놀란 교도관들이 우르르 밖으로 뛰쳐나갔다.
“…….”
정채철 소장은 다급히 뛰쳐나가는 교도관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교도소 내부로 들어갔다.
마치 닭장을 연상케 하는 교도소 내부.
빼곡하게 늘어선 감옥 안에는 특수 구속복으로 묶인 흑성회원들이 갇혀 있었다.
“어디 보자.”
정채철 소장은 교도관이 들고 있던 두꺼운 서류철을 들어 쭉 훑었다.
“총 2192명이라.”
붙잡힌 흑성회원들의 전과를 쭉 살피던 소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슬슬 준비해볼까.”
드르르륵.
정재철 소장은 거대한 가스통을 바닥에 질질 끌며 안으로 가지고 왔다.
“뭐… 뭐야?”
“당신 뭔 짓 하려는 거야?”
구속복에 묶인 흑성회원들이 정재철 소장의 기행을 바라보며 험악하게 표정을 구겼다.
“뭘 하긴.”
털썩.
정재철 소장은 거대한 가스통 위에 걸터앉으며 입맛을 다셨다.
“사냥이 끝났으니 이제 요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
“━뭐?”
흑성회원들은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소장을 바라봤다.
정재철 소장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더니 가스통의 밸브를 돌렸다.
-치이이이익!!
가스통에서 보랏빛 연기가 빠져나와 교도소 안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쿠, 쿨럭! 뭐, 뭐야 이거?!”
“도, 독가스?”
“이, 이, 이 미친 새끼가!!!”
구속복에 묶인 흑성회원들이 기겁한 표정으로 소장을 노려봤다.
“여기 있는 사람 다 죽일 생각이냐?!”
“머, 멈춰 이 미친 자식아!!! 아, 아니. 멈춰주세요 제발!!!”
아수라장이 된 교도소 내부.
정재철 소장은 울부짖는 흑성회원들을 쭉 훑어보며 몸을 일으켰다.
“멈춰 달란 말 많이 들었지?”
“…뭐, 뭐?”
“그만둬 달라는 말도, 살려달라는 말도 질리게 들어봤지? 그치?”
“…….”
“그 말을 들었을 때 멈춘 적 있어?”
“…그, 그건.”
흑성회원들의 표정이 파랗게 질렸다.
“푸흐흐! 하긴, 멈췄다면 여기 있지도 않겠지.”
정재철 소장은 손바닥을 쫙 펼쳐 얼굴에 가져다 댔다.
우득, 우드득!
뼈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정재철 소장의 얼굴이 우그러졌다.
뭉개진 점토처럼 형태를 바꾸는 얼굴.
그 속에서.
“역시 우린 서로 좀 통하는 게 있다니깐?”
환하게 미소짓는 오진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도━ 멈춰본 적 없거든.”
찌찌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