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42)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42화
별이 버린 땅 (4)
“코시로오오오!!!”
터져 나갈 듯한 폭음이 주변을 휩쓸었다.
“예! 오야붕!!”
“코시로오오오오!!”
“예!! 오야부우우웅!!”
“코시로오오오오오오!!!”
“오야부우우우우웅!!!”
이 새끼들 뭐 하는 거지.
“좋아! 쉬고 와서 그런지 목소리에 패기가 넘치는군!”
“오야붕 덕분입니다!”
코시로가 빠릿하게 차려 자세를 취하며 답했다.
“크하핫! 준비는 다 끝났겠지?”
“물론입니다 오야붕! 식구들 모두 연장 챙겨서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병동 일대를 쫘악 포위해뒀습니다!!”
“역시 우리 행동대장이구만!”
파아아앙!
사카키가 코시로의 등짝을 치자 그의 몸이 포탄처럼 튕겨 나갔다.
어찌나 힘을 세게 줘서 친 건지 코시로가 날아가 부딪힌 근처 담벼락이 쩍 갈라지며 무너져 내렸다.
하은이 헛웃음을 흘리며 무너진 담벼락 아래 깔린 채 움찔거리는 코시로를 내려다봤다.
조악한 B급 코미디를 보는 듯한 광경이다.
“저거 뒤진 거 아니야?”
“그런 것 같은데.”
그것보다 코시로 직책이 행동대장이었구나.
-콰앙!
담벼락에 깔려 있던 코시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옷이 좀 찢어지고 먼지를 뒤집어썼지만, 놀랍게도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사나이가 그렇게 쉽게 날아가면 쓰나!”
“죄송합니다, 오야붕!”
“허리다 허리! 늘 말하지만 코시로 넌 허릿심이 부족해! 그래서야 여동생을 지킬 수 있겠나?”
“앞으로 힘 빡 주겠습니다!”
“크하핫! 그래! 그래야 좋은 여자도 만나고 그러지! 안 그래도 여동생이 결혼 좀 하라며 들들 볶는다며?”
“하하….”
사카키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코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원래 사카키가 부하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성격이긴 했지만, 이 정도로 친근하게 대하는 사람은 코시로 하나였다.
두목과 부하 사이라기보단 삼촌과 조카 같은 느낌이랄까.
“두 분은 어떻게 만나신 겁니까?”
“이놈과도 꽤 오래됐지. 내가 자경단을 만들어 괴수와 싸우고 있던 시절에 이놈이 날 찾아왔다네. 그때 이놈이 뭔 짓을 한지 아나?”
“오, 오야붕! 그때 얘기는…….”
코시로가 당황한 표정으로 쭈뼛거렸다.
사카키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코시로의 어깨를 두드렸다.
“각성자도 아닌 꼬맹이가 갑자기 사나이가 돼서 자기 여동생을 지키고 싶다고 자경단 기지 앞에서 무릎을 꿇고 며칠을 뻐팅겼더랬지!”
“오야붕!”
“하하핫!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니깐!”
코시로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오진은 흥미롭다는 듯 코시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코시로 씨는 각성자가 아닌데도 자경단에 지원하셨던 겁니까?”
아무리 각성자의 숫자가 부족한 일본이라 해도 괴수와의 전투에 비각성자를 끌어들이기는 어려웠다.
애초에 성흔의 힘이 깃들지 않은 공격들은 괴수에게 거의 통하지 않았으니까.
“그래. 비각성자는 받아줄 수 없다고 몇 번을 퇴짜를 놔도 막무가내로 받아달라 떼를 썼었지.”
사카키는 흐뭇한 표정으로 코시로의 등을 두들겼다.
“뭐, 하늘도 이놈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는지 얼마 안 돼서 방패자리의 각성자가 되긴 했지만 말이야.”
“으으. 제발 그만둬 주십쇼 오야붕.”
코시로가 애원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방패자리라.’
방어력 면에서는 따를 존재가 없다고 알려진 성흔이다.
아까 담벼락이 무너질 정도로 처박히고도 멀쩡했던 이유가 있었구만.
“자! 그럼 준비도 끝났으니 흑성회 놈들을 잡으러 가세나!”
사카키가 앞장서며 휘적휘적 걸어갔다.
코시로를 필두로 쿠로우시의 조직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가자 오지나.”
“응.”
오진과 하은도 쿠로우시의 조직원들을 따라 흑성회가 숨어 있다는 폐병동으로 향했다.
오진은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활성화하며 폐병동 주변을 살폈다.
정찰병은 물론 흔한 보초 하나조차 보이지 않았다.
‘뭐지?’
혹시 정보가 잘못되기라도 한 걸까.
그런 의문이 떠오르는 것도 잠시.
서로 무슨 만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폐병동 안쪽에서 오십 명쯤 되는 사람들이 걸어 나오는 게 보였다.
올빼미 파벌처럼 수상쩍은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도 없는 폐병동에서 저렇게 우르르 몰려나왔다는 것만으로 그들의 정체가 뭔지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뭐야 이 새끼들은?”
입술과 코, 심지어 눈썹에까지 피어싱을 한 여인이 폐병동을 둘러싼 쿠로우시 조직원들을 돌아보며 눈을 찌푸렸다.
“미, 미카님 저놈들 저거 쿠로우시 아닙니까?”
“뭐?”
미카라 불린 여인의 눈이 부릅뜨였다.
“사카키 료 맞네.”
미카의 옆에 서 있던 곱상한 외모의 남자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저놈들이 어떻게 여길…!”
미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쿠로우시 조직원들을 노려보더니 이내 부하로 보이는 흑성회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뭘 얼타고 있어 새끼들아! 빨리 전투 준비해!”
“예, 옙!”
폐병동에서 빠져나온 각성자들은 미카의 명령에 따라 다급히 무기를 꺼냈다.
오합지졸 같은 모습과는 달리, 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마력은 순간 폐병동 일대가 살짝 흔들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들이 해마자리의 각성자라는 게 의심할 여지가 없어진 상황.
“애들아! 준비는 됐냐?”
“예, 오야붕!!”
쿠웅!
거칠게 발을 구르며 등에 멘 검집에서 일본도를 꺼내 들었다.
일본도라고는 해도 일반적인 얇고 날렵한 형태의 일본도가 아닌 저걸 과연 들고 휘두를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로 무시하게 크고 두꺼운 날을 지닌 일본도였다.
“사나이란 뭐라 했지?”
사카키의 호령에 따라 쿠로우시의 조직원들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식구를 지키기 위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죽는 자입니다!”
“그렇지!!”
이건 또 뭔 개지랄이지.
“오지나 얘들 뭐 약을 한 사발 처먹은 거냐, 아니면 원래 먹어야 할 약을 안 먹은 거냐?”
“저런 증상의 약이 있다는 건 못 들었으니까 후자인 거 같은데.”
“그치?”
오진과 하은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닌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사카키를 바라보고 있던 미카도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가자 애들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쿠로우시 조직원들이 함성을 지르며 우르르 달려 나갔다.
“으랏차하아아아!!!”
선두에 선 사카키가 거대한 일본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검격을 따라 만들어진 무형의 파동이 흑성회원들을 덮쳤다.
“커헉!!”
“으아아아악!!”
주변에 돌풍이 몰아칠 정도로 강렬한 파동에 맞은 흑성회원의 몸이 공깃돌처럼 뒤로 튕겨 나갔다.
“사카키 료! 사카키 료만 노려!!”
흑성회원 중 하나가 손을 쫙 펼치며 바닥을 짚었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해마자리의 성흔이 검은빛을 뿜으며 타올랐다.
-촤르르륵!
바닥을 짚은 손을 따라 거대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그물처럼 펼쳐졌다.
흙과 섞여 질척한 진흙이 된 물줄기가 사카키의 몸을 휘감았다.
“어딜!”
사카키가 거칠게 몸을 비틀자 그를 휘감던 진흙들이 터져나갔다.
“솟구쳐라!!!”
사카키가 몸을 휘감은 진흙을 털어내고 있을 때.
다섯 명의 흑성회원이 주문을 외우며 사카키를 향해 무기를 겨눴다.
-콰르르르륵!!
소방호스에서 물이 뿜어지듯 거대한 물줄기가 사카키를 노리고 쏘아졌다.
“오야붕!”
코시로가 사카키의 앞을 막아서며 양팔 양팔을 십자 형태로 교체했다.
3미터에 달하는 푸른 방패가 만들어지더니 사납게 쏟아지는 물줄기를 튕겨냈다.
“어억!”
“커헙! 큭!”
자신들이 쏘아낸 물줄기에 휩쓸려 버린 흑성회원들이 허우적거리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라 코시로!”
사카키는 물대포를 막아준 코시로를 향해 되레 윽박지르며 사방에서 격전을 벌이고 있는 조직원들을 돌아봤다.
흑성회원들의 숫자가 훨씬 더 적긴 했지만, 무슨 영약이라도 들이마신 건지 마력을 펑펑 쏟아부은 공격들을 연달아 펼치고 있어서 조직원들이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저쪽이나 도와!”
“하, 하지만.”
“사나이는 잔말하지 않는 거다!”
“으….”
잠시 머뭇거리던 코시로가 조직원들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콰르르륵!!
코시로가 몸을 비키자 거센 물줄기들이 사카키의 몸을 강타했다.
“크으!”
무슨 물줄기가 아니라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전신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이까짓 공격으로….”
우득! 우드득!
사카키의 전신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입고 있던 유카타가 터질 듯 팽창했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8개의 획(劃)이 찬란한 빛을 뿜었다.
“사나이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아아아!!!”
사카키는 거센 물줄기를 몸으로 받아내며 흑성회원들을 향해 사납게 돌진했다.
“이, 이 미친놈이!”
“막아! 막으라고!”
“미, 미카 님! 이 자식 너무 강합니다!”
콰아앙!!
다급히 누군가를 부르던 흑성회원들이 사카키의 몸과 부딪혀 저 멀리 튕겨 나갔다.
사람과 부딪힌 게 분명함에도 날아간 그들의 몸은 덤프트럭에라도 치인 것처럼 처참히 구겨져 있었다.
“크하하핫!! 해마자리 놈들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다들 벌벌 떠나 했더니 별거 없구나!”
사카키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양 떼 사이에 들어간 늑대처럼 해마자리의 각성자들을 쓸어버렸다.
“미, 미카. 이건 안 될 것 같은데?”
“제길! 소스케 님한테는 연락 안 돼?!”
“연락을 안 받으셔!”
곱상한 외모의 남자가 초조한 표정으로 통신용 구슬을 흔들었다.
“빌어먹을… 저 미친 황소 새끼가 왜 여길…!”
풀리지 않은 의문에 히스테릭하게 으드득 이를 간 미카가 고갤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녀의 시선에 살짝 떨어져 관망하듯 전투를 바라보고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시라누이. 저기 쟤들 보이지?”
“어? 응.”
“저 새끼들 쿠로우시가 아니야.”
“그럼?”
“그것까진 모르겠는데.”
미카의 눈이 가늘어졌다.
쿠로우시가 아닌데도 쿠로우시랑 같이 있다.
이 사실이 중요했다.
‘저놈들은 꼴에 의리니 뭐니 철저하게 지키는 놈들이니까.’
만약 저들이 이곳의 위치를 사카키에게 전해준 ‘제보자’라면.
사카키 성격에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무조건 지키려들 게 분명했다.
“저 새끼들을 인질로 잡자.”
“오케이.”
시라누이가 몸을 돌리며 미카와 눈빛을 교환했다.
“내가 여자 쪽 맡을게. 남자 쪽은 미카 네가 부탁해.”
“새끼 설마 이 상황에서 저년 보고 발정 난 건 아니겠지?”
미카가 찌릿 시라누이를 노려봤다.
이런 걸 따져 물을 상황이 아니란 것쯤은 그녀도 알고 있었지만, 왼쪽 눈가에 안대를 찬 여자의 외모가 미카 자신이 봐도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던 탓에 자기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고 말았다.
“지금 그런 걸 따질 상황이야?”
“끄응. 알았어.”
미카와 시라누이가 동시에 발을 박찼다.
찰박! 찰박!
그들이 내딛는 발아래 물웅덩이가 생기며 폭발적인 속도로 몸이 가속했다.
“헛…!”
사카키가 당황한 표정으로 미카와 시라누이를 쫓았지만.
“워워, 가만히 있어 미친 황소 씨.”
순식간에 오진 곁에 도착한 미카가 백허그를 하듯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칼날을 오진의 목에 들이밀며 사카키를 노려봤다.
다급히 달려오던 사카키가 우뚝 몸을 멈췄다.
“흐응. 아무래도 예상 적중인 것 같네.”
당황에 찬 사카키의 표정을 보니 둘을 인질로 삼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이 자식 목을 잘라버릴 거야.”
“크읏!”
사카키가 침음을 흘리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후훗. 좋아, 좋아. 그렇게 얌~전히 있으면 돼.”
“…….”
오진은 자신을 뒤에서 끌어안은 채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여인을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봤다.
“뭐야, 겁에 질려서 말도 안 나와?”
미카는 오진을 바라보며 씩 입꼬리를 올렸다.
“가까이서 보니 꽤 귀엽게 생겼네?”
좀 내 취향인데, 라고 중얼거리며 길게 혀를 내밀었다.
혀 중앙에 박힌 해골 피어싱이 반들반들 빛을 뿜었다.
“누나 말만 따르면 다치지 않을 테니까 얌전히 있으렴?”
미카는 요염한 웃음을 흘리며 오진의 뺨을 혀로 핥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