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0)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60화
백조자리의 성좌 (1)
“쓰읍.”
낮고 깊게.
호흡을 들이킨다.
전신에 마력을 흘려 넣으며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활성화해 주변을 살폈다.
━은은한 빛으로 빛나는 넓은 신전.
신전 중앙에 서 있는 은빛 늑대인간.
“크르르르!”
리아크에게서 낮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은빛 갈기 사이로 푸른 뇌전이 사납게 타올랐다.
“간다, 애송이.”
나지막한 경고를 마지막으로.
-콰아아아앙!!
신전이 뒤흔들리며 리아크의 몸이 높게 치솟았다.
음속을 뛰어넘은 속도.
강렬한 소닉붐이 일어나 주변을 휩쓸었다.
“흐읍!”
짧게 호흡을 내쉬며 창을 내질렀다.
카아아앙!
강렬한 쇳소리와 함께 주르륵 몸이 뒤로 밀렸다.
손바닥을 타고 느껴지는 찌릿한 충격.
“이제 시작이다!!”
리아크의 공격이 몰아쳤다.
터질 듯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푸른 화염이 날카로운 손톱에 맺혔다.
-화르르르륵!
그와 동시에.
오진이 움켜쥔 창에도 푸른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뇌염과 뇌염의 격돌.
리아크의 화염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흉악했다면, 오진의 화염은 날카롭고 예리했다.
“고작 이 정도냐!!!”
리아크는 화염이 맺힌 창날을 가볍게 튕겨내며 낮게 몸을 숙였다.
몸을 한 바퀴 돌리며 말이 뒷발을 올려치듯 뒤돌려차기를 날렸다.
-콰앙!!
“크윽!”
포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오진의 몸이 신전 천장을 향해 튕겨 나갔다.
타앙! 타앙!
와이어를 펼쳐 공중에서 몸을 비튼 오진이 천장에 발을 붙이고 거꾸로 섰다.
“여전히 쥐새끼 같은 움직임이구나!”
리아크가 고개를 들어 올리며 뒷발을 쭉 뺐다.
육상선수처럼 몸을 낮게 숙이더니, 거칠게 발을 구르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타앙!
리아크가 도착하기 전에.
와이어를 신전 천장을 향해 발사해 고정시킨 후 길게 늘어트리며 신전 벽을 질주했다.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공중으로 날아올랐던 리아크가 벽을 질주하고 있는 오진을 향해 홱 몸을 틀었다.
파지지직!
허공에 생겨난 푸른 뇌전을 ‘밟으’며 공중에서 방향을 바꿔 도약했다.
“하여간 개사기라니까 그거.”
오진은 뇌흔을 밟으며 공중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리아크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뇌흔 밝기를 익히는 순간 2차원적인 평면 전투에서 3차원적인 전투로 바뀌게 된다.
표현 그대로, ‘차원’이 다른 움직임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기적인 기술.
‘예전이라면 속절없이 당했겠지만.’
오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벽을 박차 바닥으로 내려온 후, 미끄러지듯 바닥을 이동했다.
뇌흔을 밟으며 허공을 질주한 리아크가 머리 위로 떨어지며 손톱을 휘둘렀다.
‘지금!’
모래시계의 성흔이 빛을 뿜었다.
정지한 세계.
슬로우 모션 영화처럼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생각해.’
사고(思考)를 가속한다.
눈으로 좇을 수조차 없었던 리아크의 움직임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파악한다.
‘충전.’
파지지직!
오른손에 맺히는 전격.
한 번, 두 번, 세 번.
응축된 뇌전이 사납게 타올랐다.
“흐읍!”
날카롭게 파고드는 리아크의 공격을 최소한의 움직임을 피하고, 빙글 몸을 돌리며 리아크를 향해 뇌전이 응축된 오른 주먹을 휘둘렀다.
-콰아아앙!!
“크르르르!!”
완벽하게 들어간 카운터.
주먹에 얻어맞은 리아크의 몸이 거칠게 뒤로 튕겨 나갔다.
-타앙!
튕겨 나가는 리아크의 몸을 와이어가 휘감는다.
“흐아아아아아아!!!”
오진이 포효를 내지르며 팔을 크게 휘둘렀다.
콰아앙!
콰직! 쿵!
쿠궁!
그긍! 쾅!!
와이어에 묶인 리아크의 몸이 신전 벽과 바닥에 연달아 처박혔다.
‘마무리는.’
오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씨이이잉!!
와이어가 급격히 수축하며 리아크의 몸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화르르르륵!!!
찬연히 타오르는 푸른 불꽃.
은빛으로 빛나는 창날이 리아크를 꿰뚫었다.
-카아아앙!
“크하아아악!!”
정확히 배를 꿰뚫었음에도 살이 뚫리는 소리가 아닌 두꺼운 철판을 후려친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쿨럭! 쿨럭!”
뒤로 밀려난 리아크가 핏물 섞인 기침을 토했다.
치명적이라 할 순 없지만, 분명히 ‘상처’라 부를 만한 피해를 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고작 반년 전만 해도 5초도 채 버티기 힘들었던 강자를 상대로.
“크흐! 크하하하핫!!! 좋다! 애송이! 이제 좀 상대할 만해졌구나!”
리아크는 호탕한 웃음을 터트리며 거칠게 발을 굴렀다.
파지지지지직!!!
아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짙푸른 뇌전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크윽!”
리아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찔한 기세에 오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아, 하아!”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
이제까지 겪어 본 적 없는 아득한 감각에 의식이 순간 희게 점멸했다.
‘미친.’
오진은 믿기 어렵다는 듯 리아크를 바라봤다.
이제껏 숨기고 있던 리아크의 본 실력.
숨 막히는 압박이 오진을 옭아맸다.
제대로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의 압박이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냐.’
한 걸음을 내디디며 창을 들어 올렸다.
“크르르릉! 그래! 고작 이 정도로 무너지면 역천의 별이라 할 수 없지!”
리아크는 오진을 바라보며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는구나.’
처음 오진을 만났을 때.
그는 5초 만에 형편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이젠 본신의 힘을 억누른 상태에선 상대할 수도 없겠군.’
리아크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괴물.
이보다 그를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호칭이 있을까.
‘이거 성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군.’
성좌의 영혼 일부를 이어받은 존재.
성좌만큼은 아니지만, 성령 또한 율법의 제약에 묶여 있다.
즉.
성령도 성좌와 마찬가지로 ‘초월자’라는 것.
지금 오진은 그 초월자를 상대로 본신의 힘을 이끌어내도록 만든 것이다.
‘머지않아 저놈에게 따라잡힐지도 모르겠군.’
그만큼 오진은 경이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크르르!”
리아크는 흉포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몸을 낮췄다.
‘━하지만.’
파지지지직!!
푸른 뇌전의 격류가 주변을 휩쓸었다.
“얌전히 따라잡혀 주지는 않을 것이다!!”
콰아아앙!!
폭발하는 뇌전.
푸른 화염이 타오르는 은빛 선이 신전을 질주했다.
“크윽?!”
눈 깜짝할 사이에 앞에 나타난 리아크.
거대한 주먹이 머리를 노리고 휘둘러졌다.
오진은 주먹을 흘리기 위해 창을 비스듬히 세웠다.
하지만.
-콰아아아아앙!!!
“커허어억!!”
무시무시한 힘에 떠밀린 오진의 몸이 총알처럼 튕겨 나가 천장에 부딪혔다.
-터엉! 텅! 터덩!
천장에 부딪혀 떨어졌던 오진의 몸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가 다시 튕겨 올라갔다.
“이런, 씨이, 발…!”
주먹을 흘리긴 개뿔.
분명 전력을 담아 막았음에도 남은 충격만으로 무슨 탱탱볼마냥 몸이 신전 위아래를 왕복하며 처박혔다.
베가의 보호막이 아니었다면 진즉에 몸이 곤죽이 되었을 것이다.
“흐읍!”
정신없이 흔들리는 와중에 필사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집중해.’
다시 한번 모래시계 성흔을 사용했다.
느려진 시간 속에서 빠르게 마력을 재정비했다.
-우우우우웅!
용맥의 마력이 흘러나오며 짙은 푸른빛의 뇌전이 똬리를 틀 듯 몸을 휘감았다.
파지지지직!
응축되는 뇌전.
‘세 번으론 안 돼.’
다섯 번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 이상은.’
신체에 부담을 주게 된다.
잠시 주저하던 오진은 이내 씩 입꼬리를 올렸다.
“언제부터 그런 거 신경 썼다고.”
어차피 신전 안은 베가의 힘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상관없다.
파지지지직!!
무시무시한 뇌전이 양손에 응축된다.
“크으으으으!!”
우득! 우드드득!
마력을 압축한 손에서 섬뜩한 파골음이 울려 퍼지며 아찔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하하핫!! 좋군! 진정한 전사라면 전투에 있어 몸을 사리지 않는 법!”
리아크가 환희에 찬 눈으로 오진을 응시했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오진을 볼 때마다 그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벅차올랐다.
수백 년 동안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투지’라는 감정이.
“와라! 애송이!!!”
“오냐, 간다 새끼야!!”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리아크와 오진이 동시에 발을 박찼다.
푸른 뇌전의 격류가 격돌하기 직전.
[━그만.]딱.
베가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 간단한 동작만으로.
사납게 몰아치던 뇌전의 격류가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여, 여신님?”
“어?”
갑작스럽게 힘이 사라져버린 오진과 리아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베가를 돌아봤다.
[대련치고는 너무 열이 올랐구나.]베가는 한숨을 내쉬며 둘 사이에 섰다.
그녀는 찌릿 오진을 노려보며 엄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올렸다.
[몸이 다 나은 지 얼마 지났다고 또 무리하려 하느냐?]“끄응. 쏘리, 좀 흥분해서 그만.”
오진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녀의 말마따나 마지막에 너무 열이 오르긴 했다.
[하아. 하여간 못 살겠구나.]베가는 한숨을 내쉬며 오진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요즘 성소에 쭉 함께 있는 건 좋으나 너무 무리하는 것 같구나.]“누나도 열심히 구르고 있는데 나라고 가만히 있긴 그래서.”
낙원을 다녀온 지 일주일.
오진은 하은 없는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게 싫어 거처를 아예 베가가 있는 성소로 옮겨버렸다.
‘어차피 당분간은 나도 수련에 집중할 생각이니까.’
흑성회 6위의 집행관과 7위의 집행관을 꼴랑 한 달 사이에 날려버렸으니 지나치게 어그로를 끌긴 했다.
물론 소스케를 죽인 건 대외적으로 사카키로 발표가 되긴 했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노릇.
‘뱀자리 여왕의 눈에 띄지 않으려면 성소에 있는 게 최고긴 하지.’
흑성회의 움직임이 확실해질 때까지 한동안 성소에 숨어 수련에 집중할 계획이었다.
베가가 제 힘을 끌어낼 수 있는 성소만큼 안전한 장소는 없었으니까.
안 그래도 흑천이 육성개화를 이뤄내며 얻은 힘에도 익숙해져야 했으니 일석이조였다.
‘리아크라는 좋은 대련 상대도 있고 말이지.’
오진은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기 위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가만히 있거라.]베가가 살며시 날아와 오진의 뺨에 손을 대었다.
파직, 파지직!
작은 스파크가 튀어 오르며 순간적으로 오진의 몸을 휘감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축축하게 적시고 있던 땀방울들이 증발해 버렸다.
‘아니, 뇌전으로 이런 것도 가능해?’
오진은 경악한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피부 위의 땀방울만을 날려버리려면 대체 얼마나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할지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땡큐.”
[자, 이리 누워 쉬거라.]바닥에 앉은 베가가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렸다.
매번 탈진할 때까지 수련을 마치고 나면 저렇게 허벅지를 베고 누우라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허. 빨리 오래도.]오진이 머뭇거리고 있자 짐짓 엄한 표정으로 말하는 베가.
오진은 할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올렸다.
[후훗.]베가는 허벅지 위에 올려진 오진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가 떠오른 듯 딱딱하게 굳는 베가의 표정.
그녀의 보드라운 허벅지를 베고 누워있는 오진의 입장에선 보이지 않는 복잡한 표정을 지은 채 상냥하게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길을 멈췄다.
“베가?”
오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를 들어 올리려고 할 때.
“하하하!! 이야, 둘이 사이가 아주 좋네? 역시 사도가 하나뿐이라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거야?”
넓은 신전 안에 울려 퍼지는 명랑한 목소리.
앳되고 가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에는 검푸른 머리칼을 지닌 소년이 서 있었다.
기괴해 보일 정도로 화려한 복장의 소년.
각양각색의 보석들로 이뤄진 여섯 줄의 목걸이.
소년의 양 손가락에는 큼지막한 보석이 달린 반지가 손가락마다 두 개씩 무려 스무 개가 채워져 있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듯, 아무리 값비싼 보석들이라 하더라도 저 정도로 무식하게 몸에 걸치면 꼴사나워 보이기 마련이지만.
신이 직접 조각한 것처럼 완벽한 소년의 외모는 그런 꼴사나움조차 지워내고 있었다.
[…데네브?]놀란 눈을 하며 소년을 바라보는 베가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
그건 백조자리의 성좌이자, ‘북극성’이라 불리는 세 명의 성좌 중 하나의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