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65)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6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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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야?”
“지, 지금 대체?”
“데네브의 사도가 한 방에 쓰러졌다고?”
술렁이는 성좌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욱한 먼지가 내려앉은 경기장을 바라봤지만, 몇 번을 살펴봐도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백은검 류이하오.
데네브의 12사도 중 막내라고는 하나, 뛰어난 실력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강력한 각성자가 경기가 시작된 지 1초도 지나지 않아 눈을 까뒤집은 채 기절해 버린 것이다.
[…어, 음.]대리전의 사회를 맡은 스피카도 벙진 표정으로 경기장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번쩍 손을 들어 올렸다.
[스, 승자는 직녀성의 사도, 권오진 각성자입니다! 혹시 방심이라도 했던 걸까요?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나왔습니다!]그녀의 말이 끝나고 나서야 충격에 빠져 있던 성좌들이 하나둘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마, 말도 안 돼.”
생각지도 못한 결과에 당황한 것은 데네브 또한 마찬가지.
류이하오가 그의 사도 중 막내라고는 하나, 오진과 동급의 성(星)을 지닌 각성자였다.
아니.
사실 동급이라 부를 수도 없었다. 류이하오가 7성에 올라선 건 1년도 더 전이었으니까.
같은 7성이라 해도 숙련도에 따라 엄청난 격차가 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히 더 오래전에 7성에 도달했던 류이하오가 오진을 압도해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압도는커녕 제대로 공격조차 해보지 못하고 한 방에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이익!!”
데네브는 분하다는 듯 이를 악물며 오진을 노려봤다.
의자 위에 올려진 그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런 데네브의 어깨를 알렌이 붙잡았다.
“진정해.”
“…알고 있어.”
데네브는 퉁명스럽게 답했다.
여기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성좌들 사이에서 또 조롱당할 것이 분명했다.
“류이를 데려와. 상처부터 치료해주고.”
“알았어.”
알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기장으로 내려갔다.
[자! 그럼 다음으로 나올 데네브 님의 사도는….]스피카는 말끝을 흐리며 데네브 쪽을 바라봤다.
“이반. 다음은 이반이 나가.”
“알겠습니다!”
이반 베로예프.
데네브의 12사도 중 서열 9위에 속하는 각성자였다.
류이하오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서열이었지만, 그는 7성이 아닌 8성 초입에 도달한 각성자.
성 하나의 차이로 얼마나 큰 격차가 생기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류이하오처럼 허망하게 당할 걱정은 없으리라.
‘그래도 더 높은 서열의 아이로 내보내고 싶긴 한데.’
데네브는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며 관중석을 가득 채운 성좌들을 바라봤다.
데네브의 12사도 중 누가 더 강하고 약한지는 이미 모르는 성좌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사실.
안 그래도 3명을 쓰러트려야 한다는 룰 때문에 데네브를 치졸하다 생각하는 성좌들도 많은 마당에 대뜸 높은 서열의 사도를 출전시키기라도 했다간 경기에 이겨도 망신을 피할 수가 없었다.
“걱정 마십쇼, 파파(Папа)!”
이반은 아버지를 뜻하는 러시아를 입에 담으며 호쾌하게 웃었다.
“류이하오 녀석이 좀 방심한 것뿐입니다! 놈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란 알았으니 제가 가서 상대하겠습니다!”
“그래?”
방긋 올라가는 데네브의 입가.
소년의 검푸른 눈동자가 이반에게 향했다.
“그럼 믿고 있을 게 이반!”
“옙!”
이반은 무식할 정도로 거대한 크기의 대검을 가볍게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발을 박찼다.
쿠웅!
2미터에 가까운 덩치를 지닌 그가 경기장 바닥에 착지하자 묵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다음 상대로 나온 데네브 님의 사도는 이반 베로예프! 파괴적인 힘이 담긴 검술을 자랑하는 각성자입니다!]스피카의 명랑한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이반은 오진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당신 같은 실력자를 몰라보고 허세를 떨어 미안합니다! 류이하오 대신 사과드립니다!”
“글쎄.”
오진은 피식 웃으며 창을 쥐었다.
“과연 방심을 했기 때문에 진 걸까?”
방심 따위 하지 않았더라도.
류이하오는 자신의 상대가 아니었다.
“그건 붙어보면 알겠죠!”
이반이 손에 쥔 대검을 높게 들어 올렸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백조자리의 성흔에서 찬란한 백색 빛무리가 흘러나왔다.
흘러나온 빛무리가 무식하게 큰 대검의 검날에 이슬처럼 맺혔을 때.
“흐아아아아압!!!”
쿠웅!
거칠게 진각을 밟으며 오진을 향해 대검을 내리쳤다.
오진과 이반의 거리는 30미터 이상.
아무리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해도 절대 닿을 수 없을 거리였지만.
-콰자자자자작!
순간 폭발하듯 피어오른 백색 기운.
대검 날에서부터 시작된 한기가 주변에 휘몰아치며 수 미터에 달하는 얼음 칼날이 오진을 향해 날아왔다.
-카아아앙!
반사적으로 창을 들어 올려 검격을 막은 오진.
검격을 막은 오진의 몸이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창대를 타고 전해지는 아찔한 한기에 동상에 걸린 듯 손바닥이 파랗게 멍들었다.
오진의 눈살이 살며시 찌푸려졌다.
‘이게 백조자리 성흔의 능력인가.’
‘냉기’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성흔.
소문을 듣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겪으니 느껴지는 압박감이 남달랐다.
‘하지만.’
오진은 핏물에 젖은 손으로 창을 움켜쥐며 씨익 웃었다.
대단한 능력이긴 했지만.
그가 지니고 있는 거문고자리의 성흔 또한 그 능력에 있어서는 백조자리의 성흔에 절대 밀리지 않았다.
‘익시드.’
파지지지직!
몸을 타고 흐르는 푸른 뇌전.
마력 회로가 급격히 수축하며 폭발적인 속도를 더한다.
왼쪽 심장에 잠들어 있던 용맥의 마력이 흘러나와 뇌전에 스며든다.
“청룡진.”
용의 형상을 띈 푸른 뇌전이 이반을 향해 쏘아졌다.
이반은 침착하게 대검을 들어 올리며 다가오는 뇌전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흐랏차아아아!!”
거친 기합과 함께 반으로 쪼개지는 뇌전.
검날을 타고 흘러든 뇌전이 그의 몸에 퍼졌다.
“크으으으! 이건 좀 찌릿찌릿하군요!”
뇌전에 감전된 이반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성흔에서 흘러나온 백색 기운이 푸른 뇌전을 몰아냈다.
“어디 한 번 이것도 막아보시죠!”
자신에 찬 표정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백색에 휩싸인 대검을 따라 주변에 한기가 몰아쳤다.
쿠구구궁!
검격을 따라 쏟아져 나온 얼음 파도에 대지가 뒤집히며 출렁였다.
파괴적인 위력의 검격.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얼음 파도를 바라보며 오진은 낮게 몸을 숙였다.
“글쎄, 굳이 막을 이유가 있을까?”
파지지직!
두 다리에 뇌전이 타오르며 오진의 몸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발아래를 휩쓸며 지나가는 얼음 파도.
이반은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으며 공중에 떠오른 오진을 향해 대검을 휘둘렀다.
“블리자드 스메시!!”
아래에서 위로 빠르게 올려 치는 검격.
분수처럼 솟구친 백색의 기운이 오진을 노렸다.
“하하! 이번엔 막을 이유가 생겼죠?”
이반은 오진을 향해 백색 검기를 쏟아내며 씩 웃었다.
지금 오진은 공중에 떠오른 상태.
공중에서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어쩔 수 없이 그의 공격을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버티지 못하겠지.’
단순한 파괴력에 있어서는 고위 각성자와도 견줄 수 있다 자신하는 이반이었다.
방금 전 가볍게 휘두른 검격을 막는 데만 해도 오진은 손바닥이 찢어져 피를 흘렸다.
이번 공격에 실은 힘은 처음 공격의 약 5배.
이번엔 손바닥이 얼어붙는 게 아닌, 그의 팔 전체가 얼음덩어리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강대한 위력이 담긴 공격이었다.
-콰드드득!
뒤틀리는 공간.
이반이 쏘아 보낸 백색 기운이 마치 그물처럼 펼쳐져 오진을 노렸다.
오진은 피할 공간 없이 몰아치는 백색 기운을 내려다보며 창을 움켜쥐었다.
[나왔습니다! 이반 베로예프 각성자의 절기라 할 수 있는 블리자드 스메시! 과연 권오진 각성자는 이 강력한 힘이 담긴 공격을 막을 수 있을까요?!]스피카가 눈을 빛내며 뜨거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블리자드 스메시.
이반 베로예프가 직접 만든 고유 스킬로 그 강맹한 위력에 대해서는 성좌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돌았을 만큼 유명한 기술이었다.
과연 오진이 어떻게 저 공격을 막을지 기대에 찬 눈으로 성좌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
“후우.”
오진은 낮은 숨을 토해내며 공중에서 몸을 웅크렸다.
파직, 파지지직!
그의 몸 주변에 안개처럼 퍼지는 푸른 뇌전.
웅크렸던 몸을 튕기듯 피며, 안개처럼 퍼진 푸른 뇌전을 ‘밟았’다.
“뇌, 뇌흔 밟기?”
한 성좌가 그 기술을 알아봤는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베가의 성령, 리아크의 기술로 알려진 뇌흔 밟기.
성령 중에서도 최상위급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 리아크조차 그 기술을 익히는데 수십 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고 알려진 기술을 이제 막 각성한 지 1년이 된 각성자가 직접 펼친 것이다.
“하지만 피할 공간은….”
아직 기술이 미숙하기 때문일까.
오진이 공중에 뇌흔을 만들어 발을 디뎠을 때는 이미 이반의 공격이 코앞까지 도달해 있을 때였다.
오진은 코앞까지 다가온 백색 검격을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그 검격 안으로 몸을 던졌다.
“무, 무슨!”
이반의 눈이 크게 뜨였다.
전력을 다해 막아도 막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공격에 스스로 몸을 던진다고?
-슈우욱!!
오진의 몸이 그물처럼 백색 검격 속으로 들어갔다.
당장에라도 그물처럼 펼쳐진 검격에 몸이 잘려 나갈 것 같았지만.
마치 서로 짜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도저히 틈이 보이지 않을 것 같았던 검격 사이로 오진의 몸이 슉 빠져나왔다.
가벼운 생채기조차 없이 말끔하게.
“마, 말도 안 돼!”
이반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물처럼 펼쳐진 백색의 검격.
쥐새끼 하나조차 못 빠져나올 것 같았던 그 검격을 아무런 상처조차 없이 빠져나왔다고?
아니, 설사 사람 하나가 빠져나올 수 있는 틈이 있었다고 해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치지 않고서야 저길 어떻게…!’
사람 하나가 간신히 빠져나올 수 있는 좁은 통로가 있다고 치자.
그 통로의 벽면이 모두 날카로운 칼날로 이루어져 있다면, 과연 그 통로에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무리 성역 안에서 죽지 않는다고 해도 고통은 존재한다.
단 1미리라도 틀어지는 순간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걸 모를 리가 없을 텐데 그 속으로 어떻게 몸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말했지.”
파직! 파지직!
허공에 만들어진 푸른 뇌전을 마치 징검다리처럼 밟으며 떨어져 내린 오진이 씨익 입가를 올렸다.
“굳이 막을 이유가 없다고.”
순식간에 이반 베로예프의 앞에 착지한 오진.
경악에 찬 표정으로 벙쪄있는 그의 명치를 향해 창대를 내려찍었다.
-퍼억!!
“커허어억!!”
창대에 얻어맞은 이반이 명치를 움켜쥔 채 그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우웨에에엑!!”
걸쭉한 토사물을 입에서 쏟아낸 그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풀썩 그 자리에 쓰러졌다.
“…….”
[…….]경기장 안에 퍼진 정적.
사회를 맡고 있던 스피카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한 목소리로 외쳤다.
[스, 승자는 권오진 각성자! 권오진 각성자입니다!! 첫 경기에 이어 두 번째 경기까지 상처 하나 없이 데네브 님의 사도들을 압도하고 있습니다!]관중석을 가득 채운 성좌들의 입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압도적인 패배를 점쳤던 그들은 생각지도 못한 반전에 뜨거운 목소리로 오진에게 찬사를 쏟아냈다.
“이래야 북극성의 사도라 할 수 있지!”
“역시 베가 님의 사도야!”
“어디서 저런 인재를 찾으셨을까?”
인간으로 치면 투견 싸움을 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경기를 지켜보는 성좌들은 상상 이상으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오진은 쏟아지는 환호성을 들으며 데네브를 향해 다시 손을 까딱였다.
“다음.”
“…….”
데네브의 표정이 거칠게 일그러졌다.
믿었던 이반마저 순식간에 패배해 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은 기회는 단 한 번.
여기서 지게 되면 베가에게 신격을 헌납하게 될 상황이었다.
“다음은 제가 나갈게요.”
그때.
차분한 눈으로 대회를 지켜보고 있던 한 여인이 앞으로 나섰다.
데네브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크게 눈을 뜨며 여인을 돌아봤다.
설원에 핀 한 송이 꽃처럼 차가운 한기를 머금고 있는 여인의 이름은 샤오린.
데네브의 12사도 중 다섯 번째 서열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