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180)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180화
리빙 아머 (5)
-띠링!
[‘두꺼비자리의 성흔’을 성공적으로 흡수했습니다!]눈앞에 떠오르는 푸른 메시지창을 치우며 새롭게 심장에 자리를 잡은 별자리의 힘을 끌어올렸다.
두꺼비처럼 우둘투둘하게 변하는 피부.
기괴할 정도로 팽창된 두 다리의 근육이 입고 있는 바지를 찢어버릴 듯 팽팽하게 부풀었다.
‘이건 변형으로 좀 바꿔야겠네.’
흉측하게 일그러졌던 오진의 피부가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팽팽하게 부풀었던 다리 근육이 수축했다.
두꺼비자리를 사용하니 안 그래도 초인적이었던 육체에 강맹한 힘이 끓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좋네.’
신체 강화라는 단순한 효과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상황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빼미자리나 해마자리와 같은 성흔은 남들 앞에서 자유롭게 사용하기 까다로웠으니까.
“쉬이이이익.”
귓가에 들려오는 음산한 소리.
오진은 고개를 내려 칠흑의 갑주를 몸에 두른 마수를 내려다봤다.
‘아니, 이 경우엔 갑주를 몸에 둘렀다는 표현은 맞지 않지.’
저 검은 갑주 자체가 마수의 육체였다.
그 안에 있는 건 도깨비불처럼 타오르는 검푸른 불길밖에 없겠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쉽게 두꺼비 자식들이 쓸려버렸지만.’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갑옷 이음새에서 흘러나오는 불길의 기세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오진은 통신용 구슬에 마력을 흘려 넣으며 이사벨라와 이우혁에게 신호를 보냈다.
짧게 숨을 들이쉬며 창을 움켜쥐었다.
사냥감의 체력을 빼놓는 데는 성공했다.
그러면.
“자, 그럼 이제 2차전이다.”
콰아앙!
두꺼비자리의 각력을 이용해 높게 뛰어올랐다.
리빙 아머를 향해 손을 뻗으며 올빼미자리의 성흔을 활성화했다.
-후두두두두둑!!
비처럼 쏟아지는 뇌전의 깃털.
“쉬이이이익.”
리빙 아머는 쏟아지는 뇌전의 깃털을 향해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검푸른 불길이 빗발치는 뇌전의 깃털을 불살랐다.
“내, 놔라.”
살의에 번들거리는 검푸른 눈동자.
리빙 아머의 투구 사이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심장을, 내, 놔라.”
“이건 우리 누나 거라 주기 좀 힘들 것 같은데. 대신 이건 어때?”
오진은 리빙 아머를 향해 중지를 추켜올렸다.
그 뜻이 뭔지는 리빙 아머가 알 턱이 없을 테지만.
“쉬이이이익.”
쉽사리 심장을 내줄 생각이 없다는 것만큼은 그에게도 전해졌을 터.
리빙 아머는 기괴한 소리를 흘리며 창을 움켜쥐었다.
옅어졌던 검푸른 불길이 다시금 사납게 타올랐다.
쿠웅!
거칠게 발을 박차며 높게 날아오르는 리빙 아머.
순식간에 수십 미터 높이로 점프한 리빙 아머가 창을 내질렀다.
“흐읍!”
타앙!!
오진은 뇌흔 밝기를 사용해 공중에서 방향을 틀며 와이어를 발사했다.
와어이 슈터에서 뿜어져 나온 여섯 줄의 와이어가 리빙 아머의 갑옷을 칭칭 옭아맸다.
“폭뢰.”
파지지지직!
와이어를 타고 흘러 들어간 푸른 뇌전의 격류가 리빙 아머를 강타했다.
“쉬이이이익.”
굉음이 울려 퍼지며 리빙 아머의 갑주가 살짝 우그러졌지만, 그게 전부.
공격을 받기나 했냐는 듯 기괴한 소리를 흘리며 몸을 휘감은 와이어를 움켜쥐었다.
후웅!
무시무시한 힘으로 와이어를 잡아당기는 리빙 아머.
오진은 리빙 아머의 힘에 끌려가기 전에 슈터에 마력을 흘려 넣어 와이어 줄을 끊어버렸다.
“쉬이이이익!”
리빙 아머는 와이어를 끊고 멀찍이 도망치는 오진을 향해 높게 들어 올린 창을 거칠게 내려찍었다.
쿠르르르릉!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화물선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던 수십 개의 컨테이너가 공깃돌처럼 사방으로 튕겨 나갔다.
“와, 씨벌.”
지금 이게 힘이 빠진 상태라고?
“어째 두꺼비 자식이 너무 허무하게 뒤졌다 싶었더니.”
냉정하게 말해 후안의 실력이 그리 좋은 건 아니었다.
아무리 잘 쳐줘도 올빼미의 왕과 비슷한 정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흑성회의 집행관이 뭔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인공에게 쓸려나가는 길거리 양아치마냥 허무하게 뒤진 걸 생각하면 리빙 아머의 힘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
‘이거 좀 상황이 꼬였는데.’
서로 동귀어진을 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어도, 적어도 이렇게 팔팔하게 날뛸 힘이 남아있지는 않길 바랐는데.
‘아니, 그것도 아닌가.’
오진은 침착하게 리빙 아머의 움직임을 살폈다.
“쉬익, 쉬익, 쉬익.”
큰 공격을 한 번 사용한 이후 리빙 아머는 거친 숨소리를 흘리며 제대로 공격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었다.
확실히.
지금이 저 괴물을 죽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흐읍!”
쿠르르릉!
오진은 리빙 아머가 쏟아내는 무지막지한 공격을 피해 이리저리 허공을 날아다녔다.
그렇게 시간을 끌며 리빙 아머의 체력을 최대한 빼놓고 있을 때쯤.
“오진 씨!”
“지원 왔습니다!”
이사벨라와 이우혁이 화물선에 도착했다.
둘은 대형 화물선을 두 쪽 낼 기세로 날뛰는 리빙 아머를 바라보며 무기를 꺼내 들었다.
“흑성회는 어떻게 된 겁니까?”
“다 저놈이 죽여버렸죠.”
“…저 괴물 혼자서 말입니까?”
이우혁은 놀랐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우혁 옆에 섰다.
“놈이 체력을 회복하면 더 잡기 까다로워질 겁니다.”
“지금 최대한 몰아붙여야겠군요.”
이우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들어 올렸다.
사자자리의 성흔이 빛나며 야수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바람이 그의 몸을 휘감았다.
“양자리의 성좌 아리스여, 그대의 어린 양에게 치유의 빛을 내려주소서.”
이사벨라의 지팡이 끝에서 흘러나온 금빛 광채가 오진과 이우혁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제가 전위(前衛)를 맡겠습니다!”
이우혁이 먼저 달려 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바람이여!”
휘이이이익!!
검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돌풍이 휘몰아쳤다.
아래에서 위로.
거칠게 진각을 밟으며 끌어 치듯 검을 휘둘렀다.
“몰아쳐라!”
성흔의 빛이 검을 휘감으며 아홉 개의 문양이 떠올랐다.
아홉 번째 바람, 큰 센바람.
해일이 몰려오든 사방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리빙 아머에게 쏟아졌다.
“쉬이이익!”
카앙! 캉! 카가가강!
리빙 아머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창을 휘둘렀다.
단단한 철판을 망치로 후려치는 듯한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리빙 아머의 갑주에 기다란 균열이 생겼다.
‘이우혁 이 자식, 8성 맞아?’
오진은 리빙 아머를 몰아붙이는 이우혁을 바라보며 짧은 탄성을 흘렸다.
물론 두꺼비 파벌과 싸우며 리빙 아머의 체력이 대부분 고갈됐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걸 테지만.
그걸 감안한다고 해도 이우혁의 실력은 이미 8성의 영역을 초월했다.
‘조만간 9성 찍겠네.’
좋은 소식이다.
사냥개가 강해질수록 흑성회의 목덜미를 더 확실하게 물어뜯을 수 있을 테니까.
“충전.”
오진 또한 이우혁을 보조하며 리빙 아머에게 공격을 퍼부었다.
처음 두꺼비 파벌을 쓸어버렸을 때와 비교해 눈에 띄게 약해진 리빙 아머는 이우혁과 오진의 합공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쾅! 쿠득! 우지끈!
공격이 이어질수록 우그러지는 검은 갑주.
사납게 타오르던 검푸른 불길이 점차 그 힘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후욱! 후욱!”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됩니다!”
이우혁과 오진은 거친 숨을 내뱉으면서도 계속해서 리빙 아머를 몰아붙였다.
하지만.
“크윽.”
오진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짧은 신음.
왼쪽 가슴에서부터 시작된 강렬한 통증이 독처럼 번졌다.
‘빌어먹을.’
데네브의 사도들과의 전투 이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내상.
그게 오진의 발목을 붙잡았다.
이사벨라의 버프를 받아 어떻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상의 영향은 점차 커졌다.
“하아, 하아.”
턱 끝까지 차오른 숨.
마력이 회로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과 함께 전신을 흐르는 마력이 제어를 벗어나 마구잡이로 날뛰는 게 느껴졌다.
통증은 참을 수 있다고 해도, 마구잡이로 날뛰기 시작하는 마력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앨릭서를 써야 하나.’
주머니에 든 앨릭서를 꺼내기 위해 손을 움직인 순간.
“위험합니다!”
후웅!
오진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검푸른 창.
이우혁이 다급하게 오진의 앞을 막아서며 창을 받아냈다.
“커헉!”
쿠웅!
창을 막은 이우혁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그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한 움큼 쏟아졌다.
이우혁을 튕겨낸 리빙 아머가 오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오진 씨한테서 떨어져!”
이사벨라가 리빙 아머를 향해 지팡이를 내밀었다.
지팡이 끝에서 만들어진 금빛 광채가 리빙 아머를 향해 쏟아졌다.
“쉬이이익!”
파마(破魔)의 힘이 담긴 빛에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는 리빙 아머.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발을 멈추는 것에 불과했다.
리빙 아머가 오진에 바짝 달라붙으며 창을 크게 어깨너머로 쳤다.
오진이 다급히 창을 들어 올리며 검푸른 창을 막았다.
“커헉!”
콰드드득!
오진의 창이 엿가락처럼 휘어지며 아찔한 충격이 그를 덮쳤다.
공깃돌처럼 튕겨 나간 오진이 거칠게 바닥을 굴렀다.
“쿨럭! 쿨럭!”
그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쏟아져 가슴을 적셨다.
“오, 오진 씨!”
이사벨라가 기겁한 표정으로 바닥에 쓰러진 오진에게 달려왔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헐떡이며 신음을 흘리고 있는 오진을 끌어안았다.
“…….”
오진의 턱을 타고 가슴을 적시고 있는 검붉은 핏물.
창백하게 질린 그의 표정을 내려다보는 이사벨라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사파이어처럼 푸른 빛으로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에 밤이 온 듯 빛이 사라졌다.
“저 쓰레기 같은 고철 덩어리가 감히….”
빛을 잃은 동공이 리빙 아머를 향했다.
그녀에게서 끈적한 피 냄새가 흘러나왔다.
이사벨라는 오진의 입가에 흐르는 피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닦으며 혀를 살짝 내밀어 피 묻은 손을 핥았다.
그녀의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려 했을 때.
부우우우우우웅!!!
부둣가 쪽에서 묵직한 배기음이 울려 퍼졌다.
이사벨라의 품에 안겨 숨을 헐떡이던 오진의 시선이 부둣가로 향했다.
컨테이너 사이로 커다란 바이크 하나가 질주하고 있었다.
‘뭐야?’
오진은 눈을 찌푸리며 빠르게 다가오는 바이크를 바라봤다.
끼이이이이이익!!
바닥에 기다란 스크래치를 남기며 정지하는 바이크.
모델처럼 쫙 빠진 몸매를 지닌 여인이 쓰고 있는 헬멧을 벗어 던졌다.
기다란 적갈색 머리칼이 불처럼 흔들렸다.
“넌 누나 놔두고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니냐 새끼야?”
이사벨라의 품에 안긴 오진을 바라보며 하은이 쯧,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