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0)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20화
사냥개를 풀어라 (1)
“…….”
죽음과도 같은 침묵.
잔뜩 일그러진 표정의 노인이 유진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홀홀홀. 유진이여━ 지금 대체 뭐 하고 있는 게냐?”
섬뜩하게 빛나는 노인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 그게. 그게 아니라….”
유진은 덜덜덜 몸을 떨며 진의 중앙에 쑤셔 넣은 검은 술잔에 필사적으로 마력을 흘려 넣었다.
하지만 아무리 마력을 흘려 넣어도.
“왜… 왜 아무 반응이….”
“…하아.”
백발의 노인, 천도윤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모습을 다른 집행관이 봤다면 얼마나 올빼미들을 조롱했을꼬….”
“아, 아닙니다! 그, 그게….”
“유진이여.”
딱.
가볍게 튕기는 손가락.
-피싯!!
“으윽!!”
눈 깜짝할 사이에 쏘아진 검은 깃털이 유진의 목덜미를 스쳐 지나갔다.
쇄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붉은 핏물.
유진은 피가 흐르는 목덜미를 손으로 압박하며 두려움에 가득 찬 시선으로 천도윤을 올려다봤다.
“지, 집행관님.”
“그 이상 날 실망시키지 말거라.”
“…크윽. 예.”
입술을 짓씹으며 고개를 숙였다.
“에잉, 흥이 다 식었구나. 유진이여. 이만 돌아가겠다.”
천도윤은 쯧쯧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다른 정무관들도 돌아가거라.”
“쿡… 쿡쿡.”
“호호호!”
주변을 둘러싼 검은 로브의 괴한들은 유진을 바라보며 조롱의 웃음을 터트렸다.
-푸드득!
이내, 검은 로브의 괴한들이 모두 사라졌다.
“…아, 으.”
홀로 남은 유진은 거칠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분노에 가득 찬 절규가 어둠이 내려앉은 산속에 울려 퍼졌다.
“씨발!!! 씨발!! 씨바아아아아알!!!!!”
투두두!! 투두두두둑!!!
발작을 일으키듯 몸부림칠 때마다 허공에서 생성된 검은 깃털이 기관총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허억! 허억!”
유진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벅, 저벅.
천문대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 유진 님.”
지하에는 오십에 달하는 자신의 부하들이 공포에 질린 시선으로 몸을 떨고 있었다.
“…그 새끼.”
유진의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인물.
살짝 처진 눈매에, 온화한 인상을 지닌 청년.
“그 새끼 죽이러 간 놈 어디 있어.”
“그, 그게.”
“연락이… 끊어졌습니다.”
“…….”
연락이 끊어졌다는 건, 임무에 실패했다는 의미였다.
“…찾아.”
“예?”
“그 개새끼 찾으라고, 이 쓸모없는 것들아!!!!!”
유진의 사나운 일갈이 쩌렁쩌렁 지하에 울려 퍼졌다.
* * *
목동에서 나타난 신생 게이트에 다녀온 지 일주일.
그동안 오진은 다른 게이트를 출입하지 않고 얌전히 집 안에 처박혔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당연히 눈 뒤집혀서 자신을 쫓고 있을 흑성회에게 몸을 숨기기 위해서였고,
다른 하나는━
“쓰읍.”
3성에 도달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한 마력과 육체에 익숙해지기 위함이었다.
“차핫!”
그가 세 들어 사는 주택의 옥상.
곰팡이와 거뭇거뭇한 때가 가득 낀 비루한 공간에 달아오른 땀방울이 튀었다.
-후웅! 후웅!
눈부신 속도로 휘둘러지는 창격(槍格).
찌르고, 베고, 끌어 치는 일련의 동작이 물이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허공을 수 놓았다.
“흐읍!!”
가볍게 발을 박차 공중으로 15미터 가깝게 점프한 뒤, 두 팔로 발목을 잡고 공중 백 텀블링을 실시했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감히 시도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아크로바틱한 동작.
아니, 제자리 점프로 15미터 가까이 날아오르는 건 어지간한 각성자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3성에 도달하며 한층 더 육체 스펙이 상승한 오진에게는 간단한 몸풀기나 다름없었지만.
“후우.”
착!
유려한 자세로 바닥에 착지한 오진은 땀에 젖은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확실히… 거문고자리의 성흔이 사기적이긴 하네.”
이른 새벽부터 지금까지 거의 3시간이 넘도록 쉴 틈 없이 육체를 혹사시키고 있는데 땀만 좀 흐를 뿐 지친다는 느낌이 없다.
각성자를 기준으로 해도 황소자리와 같은 육체 특화 계열 성흔이 아닌 이상 단순한 신체 능력만으로 같은 3성에서 자신을 따라올 각성자는 없을 것이다.
‘더 높은 등급이라면 몰라도.’
각성자는 성흔의 종류와 상관없이 성(星)이 올라갈수록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물론, 육체 특화 계열 성흔의 경우 다른 성흔들에 비해 신체 능력이 상승하는 폭이 훨씬 더 크다.
‘반대로 물병자리 같은 치유 특화 계열 성흔은 신체 능력 상승 폭이 작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같은 육체 특화 계열이라 해도 황소자리와 같은 파워 타입은 근력이, 전갈자리와 같은 스피드 타입은 민첩성을 중점으로 신체 능력이 향상된다.
‘거문고자리가 사기적인 건 딱히 육체 특화 계열이 아닌데도 그 정도급의 신체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거지.’
거문고자리의 성흔의 능력은 뇌전.
굳이 분류하자면 육체 특화가 아닌 초능(超能) 특화 계열이었지만, 신체 능력은 무슨 황소자리 뺨 싸대기를 좌우로 후려칠 정도로 강력했다.
게임에 비유하면 마법사 캐릭터가 지팡이로 전사 캐릭터를 후드려 팰 정도로 강한 육체를 지닌 격이랄까.
“밸런스 팀이 있었다면 난리 났겠네.”
오진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창을 벽에 기대어 세워놓았다.
몸을 쓰는 수련은 충분히 했으니 이제 성흔을 사용한 스킬들을 수련할 타이밍.
“스킬 창.”
파앗.
나지막이 내뱉은 말에 호응하듯 푸른색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거문고자리의 성흔】
◆보유 스킬 목록
① 《뇌전(雷電) Lv3》
② 《창뢰(蒼雷) Lv2》
③ 《낙뢰(落雷) Lv1》
현재 그가 보유한 스킬의 숫자는 세 개.
‘뇌전을 제일 중점적으로 수련해야 해.’
지난 일주일 동안 각각의 스킬들을 수련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거문고자리 성흔의 가장 중심이 되는 스킬은 뇌전이다.’
창뢰와 낙뢰는 어디까지나 뇌전에서 파생된 스킬일 뿐, 성흔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뇌전》 스킬이었다.
‘뇌전 스킬의 레벨만 올려두면 다른 스킬들은 자연스럽게 오를 거야.’
지그시 눈을 감으며 왼쪽 가슴에 마력을 집중했다.
-파직! 파지지직!!!
강렬한 스파크와 함께 푸른 뇌전이 타올랐다.
2성이었을 때와 비교해 확연히 늘어난 뇌전의 양.
뇌전을 조종해 구체의 형태로 뭉쳤다.
농구공 크기로 뭉친 뇌전이 사납게 번쩍였다.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차이가 크네.”
3성으로 격상하면서 마력의 총량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량이 늘어난 게 더 컸다.
‘어차피 마력량은 2성 때나 지금이나 차고 넘치니까.’
단순히 마력의 총량만 놓고 본다면 그는 6성, 7성급 각성자랑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을지도.
“…마력을 펑펑 써도 줄어들지 않았던 적도 있고.”
줄어들지 않기만 했을까? 오히려 늘어났다.
점액질 거인과의 전투에서 수십, 수백 발의 《창뢰》를 연달아 쏟아냈을 때, 성흔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던 기억을 떠올렸다.
‘왜 그딴 현상이 일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에 그때와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는지 날을 잡아 시험을 해봤는데, 그때는 평소랑 똑같이 정상적으로 마력이 줄어들었다.
마력을 사용할수록 오히려 더 늘어났던 기현상은 그때 한 번뿐.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어차피 지금 생각한다 해서 그 원인을 알 수 있는 것도, 그때와 똑같은 현상을 만들어낼 수도 없다.
“지금은.”
전신에 타오르는 뇌전을 주먹이나 발에 집중하며 가벼운 권각술을 펼쳤다.
-후웅! 후웅!
“흐읍!”
권각술이라고 해도 전문적으로 배우거나 스킬이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그래도 연습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지금이야 뭐 붕쯔붕쯔 팔다리를 허공에 휘젓는 것에 불과하지만, 이 짓도 하다 보면 나아지지 않겠는가.
-파직!! 파지지직!!
어차피 수련의 핵심은 권각술이 아닌 신체 어디든 자유롭게 뇌전을 집중시키는 것.
어설픈 권각술에 비해 뇌전을 다루는 실력은 나날이 체감될 정도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차핫!”
마지막으로는 벽에 기대여 놓았던 창까지 들어 뇌전을 사용했다.
푸른 뇌전이 맺힌 창날이 날카롭게 허공을 갈랐다.
“…흠.”
그렇게 30분 정도 더 수련을 이어갔을 때.
탁.
오진은 창을 바닥에 내리며 못마땅하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뭔가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쯧.
움켜쥔 창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이것도 좋은 무기긴 한데.”
이신혁이 사용했던 창은 가볍고 날카로웠지만, 아무래도 창대가 나무 재질로 되어 있다 보니 뇌전을 사용할 때 방해가 됐다.
‘그리고 이렇게 창만 쓰는 것도 뭔가 아쉽고.’
뇌전 스킬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선 달랑 창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저번 전투에서도 창을 등에 박아 넣은 이후 다른 무기가 없어 맨손으로 거인과 싸우지 않았던가.
‘내가 뭐 무협지마냥 창술의 고수가 될 것도 아니고.’
그나마 창술을 잘 다루는 것도 이신혁의 스킬을 계승했기 때문이다.
‘조만간 새 장비를 마련해야겠네.’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아니다.
장비보단 스킬의 숙련도를 더 끌어올리는 것이 더 시급했으니까.
“슬슬 돌아가 볼까.”
땀에 젖은 셔츠를 들치며 계단을 내려갔다.
“음?”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하은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목발을 짚은 채, 창문을 열고 연초를 태우고 있었다.
“또 펴?”
“하루에 몇 대 핀다고 짜식아.”
“걍 집 안에서 피우라니까. 밖까지 나오지 말고.”
“냄새나잖아.”
“그럼 피지 마시던가요.”
“고건 또 안 되지.”
“미친 골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그녀를 지나쳐 계단을 내려갔다.
어차피 여기서 집까지는 스무 걸음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라 그녀 혼자 충분히 오갈 수 있다.
“어딜 가시려고?”
“집이요.”
“누나 다 필 때까지 기다려 인마.”
“비흡연자에게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꼬우면 너도 피던가. 어차피 각성자 됐으면 담배 독성 정도는 알아서 치유돼.”
“돈 아까움.”
“씨발.”
내가 말을 말아야지.
하은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후딱 피십쇼.”
계단 옆에 멈춰서 그녀가 연초를 다 태우기를 기다렸다.
치익.
더듬거리며 재떨이를 찾은 하은이 담배를 비벼껐다.
“수련은 끝났냐?”
“엉.”
“어우, 씨바 땀 냄새. 어서 들어가 씻어 이 새꺄.”
“아니, 누나가 붙잡았잖아.”
“아, 맞다. 히히! 쏴리~”
이년이.
“끙차.”
더듬더듬 손을 뻗어 자신의 팔을 끌어안은 하은이 어깨에 턱 머리를 기댔다.
“자, 얼렁 누나를 부축하도록.”
“땀 냄새난다며?”
“응. 존나 심해. 누나 코 썩겠다 이 자슥아.”
근데 왜 달라붙는 거야.
“…에휴.”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부축해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하은을 침대에 눕힌 후, 비좁은 화장실에 들어가 바가지에 물을 받았다.
-촤악!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이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식혔다.
“어으, 좋다.”
고된 일과를 마친 중년 같은 신음을 흘리며 싸구려 비누로 몸 구석구석을 박박 닦았다.
-달칵.
개운하게 씻고 나오니 침대에 걸터앉아 있는 하은의 모습이 보였다.
“다 씻었냐?”
“엉.”
“이리 와봐. 잘 씻었나 확인하게.”
“아니 뭐 애도 아니고.”
“얼렁 와 짜식아.”
하은이 옆자리를 팡팡 두들기며 말했다.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킁킁.”
가깝게 다가온 하은이 코를 벌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이내 만족스럽다는 듯 씨익 입가를 올렸다.
“히히! 짜식, 깨끗이 씻었구만!”
“방금 누나 존나 변태 같았어.”
“어쩌라고.”
쿡쿡.
하은이 손가락 끝으로 옆구리를 찌르며 삐쭉 입술을 내밀었다.
“자, 이쪽으로 등 돌려봐.”
“등은 왜?”
“누나가 말하면 걍 들어 인마.”
오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몸을 돌렸다.
-주물럭.
보드라운 손길이 어깨에 닿았다.
딱 기분 좋은 정도의 힘이 담긴 손가락이 등 근육을 부드럽게 자극했다.
“뭐야? 안마 해주는 거야?”
오진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 왜. 불만이야?”
“푸흐흐! 아니. 좋아서 그러지 뭐.”
“닥쳐 새끼야.”
거친 말투와는 달리 천천히 원을 그리며 등을 자극하는 하은은 손길은 기분 좋기 그지없었다.
“눈나 나 죽어~!”
너무 기분 좋구만.
“좋냐 새끼야?”
콰드득.
어깨가 무슨 압착 프레스기에 끼인 듯한 강렬한 통증이 달렸다.
“누나 나 죽어!!!”
진짜 죽어!!!!
“히히힛!! 새끼 엄살은!”
하은이 뭐가 그리 웃긴지 낄낄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이게 뭔 엄살이야!”
지금은 비록 성흔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쪽짜리에 불과했지만, 과거 7성에 도달했던 각성자인 만큼 그녀의 손아귀에 담긴 힘은 결코 웃어넘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흐흐흐, 알았어 알았어 새끼야. 살살할게.”
하은은 실실 웃음을 흘리며 다시 처음처럼 딱 기분 좋은 정도의 힘을 담아 등을 주물렀다.
“다 됐다.”
“땡큐.”
“괜히 무리하지 마 이 짜슥아. 새벽부터 나가서 몇 시간을 뛰댕기는 거냐?”
“딱히 무리하는 건 아닌데.”
거문고자리 성흔이 워낙 사기적인지라 몇 시간 연달아 수련해도 지친다는 느낌이 없다.
“또, 또 누나 말에 말대꾸한다.”
하은이 옆구리를 가볍게 꼬집더니 이내 등짝에 조심스럽게 이마를 기댔다.
“…….”
순간적으로 내려앉은 어색한 침묵.
“…야.”
조심스럽게.
어색한 침묵을 깨며 퍼지는 목소리.
“응?”
“각성자 되고 나서… 돈은 많이 벌었냐?”
“엄청 벌었지.”
말 그대로 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수준.
‘운이 좋았지.’
유일무이한 베가의 사도라는 점, 이신혁의 기억들, 그리고 때마침 나타난 흑성회라는 호구까지.
다른 각성자와 비교해도 말이 안 되는 속도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그래?”
까끌한 모래알을 씹어 삼키듯,
메마른 목소리가 이어졌다.
“그럼 이제 우리 이렇게 같이 있을 날도 얼마 안 남았네.”
전원 스위치가 꺼지듯.
차갑고 딱딱하게 굳은 공기가 비좁은 집 안에 퍼졌다.
“그래.”
오진은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안 남았지.”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목표로 했던 100억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두 끝나게 될 것이다.
영원히 이어질 것 같았던 이 일상도.
“히히! 새끼 뭐 또 갑자기 진지해졌냐?”
송하은이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등짝을 때렸다.
퍽! 퍽!
더럽게 아프다.
-우우우웅!!
그때, 선반 위에 올려둔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뭐야? 전화 왔냐?”
“엉. 잠시만.”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니 ‘한준만 팀장’이라는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달칵.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아, 전화 통화 괜찮으십니까?
“예. 안 그래도 한 번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
흑성회에 관한 정보를 모을 겸 그들에게 뜯어낸 성유석과 성유물을 처분하기 위해 연락할 생각이었는데 타이밍이 딱 맞았다.
-잘됐군요. 저도 오진 씨에게 드릴 말씀이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무슨 일이죠?”
-긴급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외뢰라.
흑성회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지금 타이밍이 좋지 않다.
적어도 베가가 다시 현신할 수 있을 때까진 몸을 사리는 게 옳다.
“죄송합니다. 지금은 의뢰를 받을 만한 상황이 아니….”
-보수는 20억입니다.
“왈!! 왈왈!! 크르릉! 커헝!!!”
-예?
“지금 바로 협회로 가겠습니다. 자세한 건 가서 얘기하죠.”
일주일만의 외출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