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12)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212화
뱀의 머리 (5)
쿠우웅! 쿵!
육중한 덩치를 지닌 마수들이 공터로 떨어져 내렸다.
“욱….”
“새, 생긴 게 뭐 저따구로 생겼어?”
공터에 착지한 수백의 마수 무리를 바라보며 이사벨라가 불쾌하다는 듯 입을 틀어막았고, 하은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입을 쩍 벌렸다.
“케르르륵, 케륵.”
터진 물집에서 흘러나온 노란 고름으로 만들어진 듯한 질척거리는 피부.
눈과 귀 없이 커다란 콧구멍 두 개와 관자놀이까지 길게 찢어 올려진 입.
피부병에 걸린 듯 오돌토돌한 혹이 가득한 등 뒤에는 섬뜩하게 꿈틀거리는 촉수 다발이 날개처럼 돋아 있었고, 팔다리는 마치 바퀴벌레를 연상시키듯 털이 돋은 기다란 다리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아니, 뭔 씹.”
오진 또한 마수 무리를 바라보며 욕지기를 내뱉었다.
‘뭐 저딴 마수가 다 있어?’
이제까지 적지 않은 마수를 만나고, 싸워왔지만.
이 정도로 불쾌한 외형을 지닌 마수는 처음이었다.
마치 광기에 미친 과학자가 어떻게 해야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을까 수십 년을 고심한 끝에 탄생시킨 최악의 키메라와 같은 모습.
“저, 저런 마수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네요.”
[본녀도 저토록 끔찍하게 생긴 마물은 처음 보는구나.]어지간하면 동요하지 않는 이사벨라와 베가조차 도저히 견디기 어렵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케르르르르륵!”
흉측하게 생긴 마수들은 커다란 코를 벌렁거리며 낮게 몸을 숙였다.
등에 돋아난 촉수 다발이 흉측하게 움직였다.
“어우 씨, 토 쏠리네 진짜.”
하은은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듯 시선을 피했다.
단순한 ‘외형’만으로 이 정도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마수는 처음이었다.
“마경의 마수들은 다 저따구로 생긴 거야?”
“나도 모르지 그건.”
여기서 마경에 와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들 잡담은 그만하거라.]베가의 나지막한 경고와 함께.
투두두두두두두두!
지축이 뒤흔들리며 오진 일행을 둥그렇게 포위한 마수들이 동시에 달려들기 시작했다.
“케륵! 케르르륵!”
기괴한 울음소리와 함께 길게 찢어진 입을 벌렸다.
기다란 혓바닥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불쾌한 것들이로구나.]베가가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양팔을 넓게 펼쳤다.
파지지직!
푸른 스파크가 그녀의 몸 주위에 튀어 올랐다.
[퍼져라.]낮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와 함께 푸른 스파크가 그물처럼 넓게 퍼져 나갔다.
“케르륵! 케렉!”
푸른 스파크에 휩싸인 마수들이 움찔움찔 몸을 떨며 몸을 비틀었다.
퍼석.
등 쪽에 부풀어 올라 있는 혹이 터져 나가며 끔찍한 악취가 나는 노란 고름들이 쏟아졌다.
“에라이 씨 진짜 못 봐주겠네!”
하은이 눈살을 찌푸리며 담뱃갑에서 연초를 꺼냈다.
치이이익!
연초 끝이 밝게 타오르며 거대한 불덩어리가 타올랐다.
“뒤져 이 징그러운 놈들아!”
화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파도처럼 출렁이며 마수들을 휩쓸었다.
“케르르륵!”
살이 타들어 가는 소리와 함께 희뿌연 연기가 치솟았다.
불길에 휩싸인 마수들이 바닥을 구르며 괴성을 내질렀다.
“그렇지!”
불끈 주먹을 움켜쥐며 기뻐하는 것도 잠시.
불길에 휩싸인 마수들을 뛰어넘으며 뒤쪽에 있던 마수들이 달려들었다.
“케레레렉!”
가래가 끓는 듯한 괴음.
바퀴벌레의 다리처럼 생긴 기다란 다리로 재빠르게 기어 온 마수가 등 뒤에 돋아난 촉수를 쏘아냈다.
“우욱 씹!”
끈적거리는 고름으로 뒤덮인 촉수를 바라보며 하은은 치솟아 오르는 구역질을 간신히 참았다.
한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재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치이이이익!
촉수가 스친 자리가 무슨 염산을 들이부은 듯이 녹아내렸다.
“이것들이 진짜…!”
하은이 양팔을 넓게 펼치며 사납게 이를 드러냈다.
여섯 마리의 화룡이 그녀의 몸을 휘감으며 타올랐다.
“불이여!”
쿠웅!
거칠게 발을 구르며 넓게 펼친 양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싸그리 다 태워버려라!”
화르르르륵!
여섯 마리의 화룡이 춤을 춘다.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처럼 허공을 유영한 화룡들이 달려드는 마수를 집어삼켰다.
노란 고름이 타들어 가며 풍기는 끔찍한 악취에 하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자, 잠깐. 우욱.”
“언니!”
이사벨라가 비틀거리는 하은의 앞을 가로막으며 싸늘하게 눈을 빛냈다.
핏빛 기운이 그녀를 휘감으며 검붉은 낫이 만들어졌다.
촤아악!
낫이 휘둘러질 때마다 달려들던 마수들의 몸이 두 쪽으로 쪼개져 바닥을 굴렀다.
“빌어먹을, 대체 몇 마리나 있는 거야 이거?”
하은과 이사벨라의 반대편에서 마수들을 막고 있던 오진이 눈을 찌푸렸다.
처음 암석에서 떨어진 놈들은 분명 2~300마리 정도였는데 무슨 증식이라도 하는 것처럼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었다.
상황 자체만 놓고 보면 산 프루투오소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이 새끼들, 강해.’
오진은 위협적으로 쏘아지는 촉수를 창으로 잘라내며 바닥을 뚫고 튀어나오는 마수의 머리통을 거칠게 짓밟았다.
산 프루투오소 때는 단순히 숫자만 많았지 고작 1성급 괴수에 불과한 앤트혼이었기에 어찌어찌 상대할 수 있었지만.
공터에 나타난 흉측한 마수 무리는 한 마리 한 마리가 최소 6성급이 넘을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개체마다 공격 패턴이 조금씩 달라서 상대하기 까다로워.’
어느 마수는 가재처럼 커다란 집게를 휘두르며 달려들었고, 어떤 마수는 톱날 같은 가시를 사방으로 쏘아냈다.
오진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들을 가까스로 막아내며 눈을 찌푸렸다.
“오진 씨, 이쪽은 제가 혼자 상대할게요. 오진 씨는 하은 씨랑 같이 반대편을 막아주세요.”
이사벨라는 가장 많은 마수가 몰려오는 정면 통로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괜찮겠어?”
“후훗. 걱정해 주시는 거예요?”
오진을 향해 빙글 몸을 돌린 이사벨라가 고혹적인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몸을 돌린 그녀의 등을 향해 수십 마리의 마수들이 덮쳐들었다.
이사벨라는 등짐을 진 자세로 손목만을 이용해 낫을 휘둘렀다.
촤아아아악!
검붉은 혈선(血線)이 그어지며 이사벨라를 향해 달려들던 마수들의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
이사벨라는 후두둑 쏟아지는 마수들의 육편을 배경으로 방긋 미소를 지었다.
“저를 걱정해 주실 필요는 없답니다?”
“…그래 보이네.”
오진은 헛웃음을 삼키며 몸을 돌렸다.
하긴.
걱정할 사람이 따로 있지 이사벨라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오진은 이사벨라가 막고 있는 반대편 통로에 섰다.
정면 통로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쪽에서도 수십, 수백에 달하는 마수들이 꾸역꾸역 밀려 들어오는 중이었다.
파지지지직!
익시드를 사용해 마력을 끌어올리며 손에 쥔 창에 힘을 더했다.
“누나가 그럼 후방에서 지원해 줘.”
“오키! 이 누님만 믿어 인마!”
[본녀도 도우겠느니라!]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달려드는 마수 무리를 향해 발을 박찼다.
타앙!
높게 솟은 암벽에 와이어 슈터를 박아 넣고, 곡예를 하듯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마수들이 오진을 쫓아 재빠르게 암벽을 기어오른다.
“흐읍!”
와이어를 길게 늘이며 뇌흔 밟기로 허공을 질주했다.
암벽 주위를 한 바퀴 빙 돌며 수십 미터 길이로 늘어난 와이어로 암벽을 기어오르고 있는 마수들의 몸을 휘감았다.
“케르르륵! 케륵!”
와이어에 묶인 마수들이 바퀴벌레의 다리처럼 생긴 기다란 다리를 바둥거리며 발버둥 쳤다.
오진은 혐오스럽기 짝이 없는 광경에 눈을 찌푸리며 마력을 끌어올렸다.
‘폭뢰.’
파지지지직!
와이어를 타고 흘러간 푸른 뇌전이 굉음과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30미터 높이의 암석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우르르 무너져 내리며 희뿌연 먼지가 높게 솟아올랐다.
연기가 가라앉고 나니 짓이겨진 마수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윽.”
짓이겨진 시체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노란 고름과 끔찍한 악취.
속이 울렁거리는 역겨움에 오진은 침음을 흘렸다.
‘역겨운 것도 이 정도로 레벨이면 무기나 다름없네.’
시각과 후각만으로 이 정도의 고통을 줄 수 있는 게 달리 또 있을까.
한평생 밑바닥 삶을 살며 비위가 강한 편에 속한다고 자부했지만.
이 마수의 경우는 그 역치를 한참 웃돌 정도로 끔찍한 역겨움을 지니고 있었다.
“케르르륵!”
[나의 아이야!]무너진 암석 파편을 밟으며 날아오르던 마수 한 마리가 베가가 쏘아낸 벼락에 맞고 떨어져 내렸다.
오진은 푸른 스파크에 휘감긴 채 떨어지는 마수를 가볍게 피하며 끝없이 밀려오는 마수 무리를 학살했다.
“하아, 하아.”
한 시간? 아니, 두 시간?
시간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정신없이 창을 휘두르던 오진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수백 명의 천혜 길드원들이 죽어 있던 공터에는 이미 그들의 시체를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을 정도로 역겨운 마수의 시체가 뒤덮고 있었다.
오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달려드는 마수의 턱에 칠흑의 창을 틀어박았다.
‘그래도 끝이 보이고 있어.’
남은 마수는 이제 30여 마리 정도.
아직 이사벨라 쪽은 좀 더 많이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이 정도면 10분 안에 다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오진은 남은 마수들에게 먼저 달려들지 않고 하은의 앞을 지키며 진형을 유지했다.
몇 시간에 걸쳐 이어진 전투에 하은과 오진, 베가 모두 지쳐 있는 상태.
처음처럼 막무가내로 돌진할 수는 없었다.
“…오지나. 저기 쟤들 보여?”
하은이 무너진 암석 위에 서서 가만히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두 마리의 마수를 가리켰다.
커다란 코와 길게 찢어진 입을 지니고 있던 다른 마수들과 달리 노란 빛으로 빛나는 ‘눈’을 지니고 있는 마수들이었다.
“후우. 쟤들이 왜?”
“저 자식들 아까부터 움직이지 않고 이쪽을 구경하고 있어.”
하은의 말을 듣고 보니 ‘눈’을 지닌 두 마리의 마수가 방관자처럼 가만히 이쪽을 지켜보고 있는 게 보였다.
“보스 같은 건가?”
“그럴 것 같은데.”
오진이 눈을 찌푸리며 가만히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두 마리에게 와이어 슈터를 날리려 했을 때.
“허업!”
“꺄아아아아악! 미친 저 새끼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하은과 오진은 동시에 경악성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가만히 서 있던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 위에 올라타며━ 거칠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으니까.
“이런 X발아알!”
오진은 거친 욕지기를 내뱉으며 서로 몸을 겹치기 시작한 두 마리에게서 눈을 돌렸다.
안 그래도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역겨운 외형을 지닌 마수 두 마리가 눈앞에서 뜬금없이 몸을 섞기 시작하니 도저히 맨정신으로는 봐줄 수가 없었다.
“오, 오지나! 오지나 저거 어떻게 해!!!”
“나도 몰라 X발!”
“저, 저 새끼들 좀 막아봐 오지나아아아!”
뒤에서 절규하고 있는 하은.
참지 못하고 시선을 돌린 오진과 달리, 후방 지원을 맡은 그녀는 지금 아직 남아 있는 몇몇 마수들에게 불덩어리를 날리느라 강제로 몸을 섞고 있는 마수의 모습을 직관할 수밖에 없었다.
“오지나! 오지나아아아!”
하은의 절규가 쩌렁쩌렁 공터에 울려 퍼졌다.
“저, 저 새끼들 초, 촉수가 막 엉켜서!”
“설명하지 마!”
“갸아아악! 서, 서로 빨아 재끼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설명하지 말라고!”
오진은 시선을 피한 채 이를 악물고 치솟아 오르는 구역질을 참았다.
“오지나아아아아!!! 쟤들 알 깐다! 알 깐다고오오오!”
“아니, 아까부터 왜 자꾸 그걸 설명하는 건데!”
“모르면 약이야 오지나!”
“그러니까 왜!”
“알아야 병이란 말이야!”
“아니.”
뭐라는 거야 이 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