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2)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22화
사냥개를 풀어라 (3)
“…….”
아니.
이게 대체 뭔 미친 상황이지?
‘이신혁을 찾으라고?’
이미 뒤진 놈을 뭐 어디서 어떻게 찾아.
“…오진 씨?”
한준만 팀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바라봤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하하,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제길.’
뒤통수를 망치로 한 대 후려맞은 듯한 느낌.
‘그럼 발할라 길드의 길드 마스터라는 게….’
대충 누군지 짐작이 갔다.
‘이우혁.’
이신혁의 동생이자, 그에게 뿌리 깊게 내린 열등감의 대상.
‘그래… 그렇게 된 거였어.’
이신혁이 회귀하기 전 세계였다면 지금쯤 그는 병실에서 눈을 떠 제시간에 빵을 사 오지 못한 빵셔틀마냥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을 타이밍이다.
‘하지만.’
이신혁이 죽으며, 미래가 바뀌었다.
이우혁이 사라진 형을 찾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거는 미래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발할라 길드에 의뢰를 받겠다고 연락을 넣을까요?”
“잠시만요.”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생각을 정리했다.
이신혁과 이우혁.
꼴사납고 변변찮은 형과, 칠성의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뛰어난 동생.
뒤틀린 운명과 미래.
그리고.
‘…잠깐 이거.’
흑성회.
“하.”
짧은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머릿속에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감각.
짜릿한 전율이 등골을 타고 퍼졌다.
‘그래, 그런 방법이 있었네.’
씨익.
기나긴 생각을 마친 오진의 입가가 환하게 올라갔다.
‘이용할 수 있어.’
이 미쳐 돌아가는 상황을.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뒤바뀌기 시작한 미래를.
자신의 입맛에 조리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뇨.”
테이블 위에 올려진 서류를 다시 한 팀장 쪽으로 밀어냈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 의뢰는 받지 않겠습니다.”
“받지 않으신다고요?”
생각하지 못한 대답이었다는 듯, 한 팀장은 동그랗게 눈을 떴다.
하긴.
단순히 사람을 찾기만 하면 되는 의뢰에 20억이나 걸려 있는데 그 좋은 기회를 걷어찰 줄은 생각 못 했겠지.
“사람 찾는 재주는 없어서요.”
“으음.”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한 팀장은 난처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적였다.
“사실 발할라 길드는 협회와 꽤 친분이 깊은 관계라서 말이죠. 이번 기회에 오진 씨도 친분을 좀 쌓았으면 좋겠다 생각했거든요.”
협회 측에 북극성의 사도가 있다는 걸 동맹 길드에 과시하고 싶었던 건가.
나날이 떨어져 가는 협회의 위상을 생각하면 충분히 해볼 법한 생각이다.
“하하, 다음 기회가 있겠죠.”
그래.
발할라 길드와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기회는 또 생길 것이다.
그것도 아주 빠른 시일 내에.
“이번 의뢰는 그럼 안 받으시는 거로 알겠습니다.”
“예.”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흑성회에 대한 건 협회 측에서도 따로 한 번 조사해보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협회가 움직이기 전에, 내가 먼저 움직일 테니까.
“아 참.”
한 팀장을 향해 몸을 돌렸다.
“혹시 발할라 길드의 연락처를 받을 수 있을까요?”
“연락처요?”
”예. 협회랑 친분이 있다 하니 저도 좀 흥미가 생겨서요.“
방긋.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름뿐이라 해도 저도 같은 협회 소속 아닙니까. 기회가 된다면 동맹 길드랑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맞죠.”
“하하하! 물론이죠.”
같은 협회 소속이라는 말에 한준만 팀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발할라 길드의 연락처를 종이에 적었다.
“여기 발할라 길드의 연락처입니다. 아, 발할라 길드는 기본적으로 정보 공개를 안 하는 길드니 연락처를 다른 곳에 알려주시면 안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연락처가 적힌 종이를 주머니에 넣고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가벼운 발걸음을 떼었다.
“그럼 바로 낚시를 시작해 볼까?”
미끼는 혈기왕성한 27년산 청년 권오진이다.
* * *
목동 신생 게이트 앞.
새롭게 생긴 게이트를 공략하기 위해 파티를 찾는 각성자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따, 사람 바글거리는 거봐라.”
오진은 각성자들 사이를 헤치며 게이트 앞 주변을 산책하듯 거닐었다.
한 시간, 두 시간.
얼굴을 훤히 드러낸 채 게이트 주변을 계속해서 빙글빙글 돌았다.
“하암.”
늘어진 하품까지 흘리며 몇 시간 넘도록 게이트 주변을 배회했다.
중천에 떠있던 해가 산 너머로 저물며 하늘이 붉게 타올랐다.
“아니 이 새끼들 이거 왜 이렇게 안 와?”
오진은 팍 인상을 찌푸리며 불평을 토로했다.
‘내일 또 와야 하나?’
한 놈쯤은 금방 걸려들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했던 것과 달리 영 소식이 없다.
‘되도록 베가가 눈을 뜨기 전에 끝내두고 싶은데.’
한숨을 내쉬며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거리를 거닐었다.
슬슬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려 했을 때.
━찌릿.
등골을 자극하는 선명한 살기.
사냥개자리의 성흔으로 인해 민감해진 감각이 살기가 흘러나온 방향을 정확하게 캐치했다.
‘드디어!’
오진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살기가 흘러나온 방향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눈에 뜨이는 로브 대신 검은 모자를 눌러쓴 중년 사내의 모습이 보였다.
‘새끼 일주일 동안 뺑이 좀 쳤나 보네.’
모자 아래로 보이는 퀭한 볼따구에 다크써클을 보니 그동안 자신을 찾겠다고 꽤나 고생을 한 모양.
“존나 기다렸잖아 짜식아.”
낄낄 웃음을 터트려 준 후,
-타다다다닥!!!!
전력으로 몸을 돌려 질주했다.
“엇, 어, 어어?”
어딘가로 전화를 걸고 있던 사내가 다급히 자신의 뒤를 쫓았다.
“머, 멈췄!!”
뒤따라오는 사내가 사납게 외쳤다.
손을 뒤로 뻗어 중지를 펼쳐 흔들었다.
“아저씨~!! 뭐 이렇게 느려터졌어? 머리털이 빠져서 그래?”
“이익!!”
사내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졌다.
모자를 쓰고 있어서 머리가 보이진 않았는데, 정곡을 찌른 건가.
“이 개자식이!!”
슈욱!
거친 욕설과 함께 검은 깃털 몇 개가 날아왔다.
‘저게 올빼미자리 성흔의 능력인가?’
저번에는 기습으로 성흔의 능력을 볼 새도 없이 죽였기 때문에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다.
‘성흔의 능력도 파악했으니.’
이제 슬슬 도발을 멈춰볼까.
-치이이익!
인적이 없는 공터에 도착한 후 급격히 제동을 걸어 멈췄다.
빙글.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창을 내질렀다.
“허업!”
카강!!
뒤따라오던 사내가 다급히 팔을 교차하며 창을 막았다.
팔뚝에 돋아난 검은 깃털에 창날이 튕겼다.
“오우, 야. 생각보다 단단한데?”
깃털에 창날이 튕길 줄이야.
“네 노옴…!”
“푸흐흐! 초면인데 뭘 그렇게 뜨거운 눈으로 쳐다봐?”
사람 부끄럽게 쓰리.
“건방을 떠는 것도 여기까지다!”
“그래?”
어깨를 으쓱이며 창을 고쳐잡았다.
사냥개자리를 활성화시키며 주변을 쓱 둘러봤다.
다른 흑성회원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근데 아저씨 혼자서 괜찮겠어?”
“흥, 네 놈도 어차피 혼자 아니냐.”
팔뚝을 검은 깃털로 뒤덮은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으며 자세를 취했다.
“아니? 난 혼자 아닌데?”
“…뭐?”
“지금이얏!! 덮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쳤다.
“크읏! 제, 제기랄!!”
사내가 기겁한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뒤돌아선 그에게 보인 것은,
“어?”
━텅 빈 공터.
“뭐야?”
“구라야.”
파지지지지직!!!!
푸른 뇌전이 타올랐다.
‘창뢰.’
창끝에 맺힌 뇌전이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가며 전방을 휩쓸었다.
“아아아아아아악!!!”
팔을 뒤덮은 검은 깃털도 뇌전까지 막을 순 없었는지 사내의 입에서 끔찍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비틀비틀.
뒤로 물러나며 사내의 자세가 무너진다.
“차핫!!”
벌어진 팔 틈으로 창을 찔렀다.
“크윽, 으아아아!!”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듯, 사내는 무너진 자세를 재빠르게 고쳐잡고는 깃털이 뒤덮인 손으로 창날을 움켜쥐었다.
“어디서 조잡한 속임수를…!!”
창날 끝에 푸른 뇌전이 타올랐지만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움켜쥔 창날을 잡아당겼다.
창대를 비틀며 창을 빼내려 했지만 사내의 손아귀에 붙잡힌 창은 쉽사리 빠지지 않았다.
‘힘은 저쪽이 더 센가.’
상관없다.
힘만 세다고 이기는 건 아니었으니까.
“조잡하다는 것 치고는 잘 속으시던데?”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창대를 잡은 손을 ‘놓았’다.
“어엇?”
갑작스럽게 창대를 놓아버리자 사내의 몸이 뒤로 쏠렸다.
-쿵!
거칠게 발을 박차며 점프했다.
휘청거리는 사내의 머리에 움켜쥔 주먹을 내려찍었다.
‘낙뢰.’
파지지직!!
망치를 내려찍듯 사내의 머리를 있는 힘껏 주먹으로 내려찍었다.
“커헉! 컥!”
털썩.
사내가 벌러덩 뒤로 넘어지며 몸을 비틀었다.
재빨리 바닥에 떨어진 창을 쥐어 사내의 목을 겨눴다.
“크윽!”
목에 창이 겨눠진 사내가 분하다는 듯 입술을 짓씹었다.
“이걸로… 이겼다 생각하지 마라.”
“이겼는데?”
생각보다 반항이 거셌지만, 어쨌든 승리한 건 자신이다.
“하! 나 하나 죽인다고 네가 흑성회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나?”
사내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유진 님을 건드리고 무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착각이다!”
낄낄낄!
갑자기 사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네놈은… 결코 그분을 이길 수 없어.”
“응, 나도 알아.”
유진이 얼마나 강한 각성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 자신이 이길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너흰 곧 다 뒤질 테니까.”
“…무슨 자신감으로 그딴 소릴 지껄이는 거지?”
사내가 의문에 가득 찬 시선으로 물었다.
피식.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사냥개를 풀 거거든.”
“…사냥개?”
“그런 게 있어 짜식아.”
괜히 주절주절 떠들어봤자 시간 낭비다.
슬슬 마무리를 지어보자.
-푸욱!!
“커헉! 크륵… 꺽.”
목을 깊게 찌르자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쳤다.
“자, 어디 그럼.”
오진은 사내의 품속을 뒤져 스마트폰을 꺼냈다.
홍채 인식 잠금장치가 되어 있어 죽은 사내의 눈꺼풀을 벌려 잠금을 풀었다.
‘성흔까지 흡수해두고 싶지만.’
소란을 듣고 다른 사람이 올지도 모르니 우선 여기부터 정리해야지.
“흣차.”
시체를 들어 맨 후 공터 밖으로 빠져나왔다.
흑막을 사용해 기척을 완전히 숨기고 근처에 있는 산을 찾아 올라갔다.
주변에 사람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을 때.
“어디 보자… 그래, 이쯤이 좋겠네.”
-찰칵.
피 묻은 창을 나무 근처에 세워둔 뒤 사진을 촬영했다.
“이 창을 쓰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구만.”
어차피 조만간 바꿀 생각이었기에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크흠! 아, 아, 아.”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목소리를 조정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건 꽤 자신이 있는 일이라 어렵지 않게 바꿀 수 있었다.
-뚜르르르.
한준만 팀장에게 받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발할라 길드 김선영입니다.]어딘가 지친 기색이 물씬 느껴지는 여인의 목소리.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목소리였다.
‘그때 그 안경 쓴 여자인가.’
이신혁에게 전승받은 기억을 떠올렸다.
“길드장님을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현재 길드장님은 전화를 받을 수 없….]“이신혁을 찾았습니다.”
[…에?]짧은 침묵.
[자, 잠시만요!!]우당탕!
소란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형을 찾으셨다고요?]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
이신혁의 기억을 통해서가 아닌, 현실에서 처음 들어보는 이우혁의 목소리였다.
‘자, 그럼.’
사냥개를 풀어보자.
“정확히는, 저희가 데리고 있죠.”
[…뭐?]“하하하. 이해 못 하신 겁니까?”
사납고, 난폭한 사냥개를.
“이신혁 씨는 지금 저희한테 붙잡혀 있다고요.”
[어디서 그런 헛소리를.]“헛소리? 으음. 이거 그럼 증거 사진을 보내드려야겠네요.”
[…이 사진은.]“어디서 많이 보신 창 아닙니까?”
나를 대신해.
적의 목을 물어뜯어 죽일 사냥개를.
[━너, 누구야.]“하하하!! 이제 믿어주시는 것 같군요!”
[누구냐고 이 새끼야!!!!]사냥개의 이름은… 그래.
심플하게.
“제 이름은━ 유진, 이라 합니다.”
이우혁이라 부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