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33)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233화
작은 것들을 위한 영웅 (3)
“무슨…?”
남궁휘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급류에 빠진 오진을 내려다봤다.
그가 알고 있기로 거문고자리의 성흔의 능력은 ‘뇌전’을 다루는 것.
저렇게 물속에서 멀쩡히 움직일 수 있는 능력 따위는 존재하지 않을 터인데.
“대체, 왜.”
오진은 잔잔한 온수 풀에 몸을 담고 있기라도 하듯 여유롭기 짝이 없는 태도로 물속을 헤엄치고 있단 말인가.
“뭐야, 너….”
낚시로 건져 올린 물고기가 갑자기 지느러미로 서서 아무렇지도 않게 육지를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본다면 이런 느낌일까.
남궁휘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급류 속을 헤엄치는 오진을 내려다봤다.
물론 고위 각성자의 초인적인 육체를 지닌 그도 저 정도 급류 속에서 헤엄치는 건 가능했지만, 오진처럼 여유롭게 움직이는 건 불가능했다.
“키르르르륵!”
물살을 가르며 오진을 둥글게 포위하는 괴수 무리.
오진은 강물 깊이 잠수한 채 양팔을 넓게 펼쳤다.
‘폭뢰.’
콰자자자작!
푸른 뇌전이 폭발하듯 퍼져나가며 다가오는 괴수 무리를 휩쓸었다.
굳이 달려드는 괴수들을 노리고 조준할 필요조차 없다.
이곳은 뇌전의 힘이 가장 강해지는 물 속이었으니까.
‘대충 공격을 쏟아내기만 해도.’
파지직! 파직!
막무가내로 뇌전을 터트린다.
“쿠르륵. 케륵.”
푸른 뇌전의 격류에 휩쓸린 괴수들이 새하얗게 눈을 뒤집어 깐 채 둥둥 수면 위로 떠올랐다.
-띠링!
[녹 등급의 괴수를 처치했습니다.] [청 등급의 괴수를 처치했습니다.] [청 등급의 괴수를 처치했습니다.] [녹 등급의 괴수를 처치했습니다.]순식간에 주르륵 올라가는 포인트.
‘달다, 달아!’
손목에 찬 은색 팔찌를 내려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은 오진은 공중에서 이쪽을 빤히 내려다보고 있는 남궁휘를 올려다봤다.
급류 속에 잠수해 있는 터라 남궁휘 쪽에서 자신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을 터.
‘선물을 받기만 하는 건 너무 염치가 없으니까.’
오진은 칼날처럼 날카로운 비늘을 지닌 괴수 한 마리를 움켜쥐었다.
‘충전.’
파직, 파지직!
괴수의 몸속에 직접 뇌전을 불어넣는다.
몸속에 뇌전을 머금은 괴수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복어처럼 배가 빵빵해진 괴수.
‘지금!’
괴수의 몸이 폭발하기 직전.
오진은 전력을 다해 괴수를 집어던졌다.
촤악!
포탄을 발사한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솟구치는 괴수의 몸.
“크읏?!”
바람을 탄 채 물속에 잠수한 오진을 내려다보고 있던 남궁휘가 다급히 부채를 들어 올렸다.
콰자자자작!
괴수의 몸속에 응축되어 있던 뇌전이 폭발하며 날카로운 비늘들이 클레이모어를 터트린 것처럼 사방으로 비산했다.
“바람이여!”
남궁휘가 부채를 펼치자 돌풍이 몰아닥치며 비산하는 비늘들을 튕겨냈다.
남궁휘가 비늘들을 튕겨내는데 정신이 팔린 사이.
촤아아아악!
돌고래처럼 물속에서 튀어 오른 오진이 남궁휘에게 바짝 접근했다.
뻐어어어억!
“커헉!”
남궁휘의 인중에 꽂히는 시원한 스트레이트 펀치.
가죽을 몽둥이로 내려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중에 떠올라 있던 남궁휘의 몸이 급류에 처박혔다.
“쿨럭! 쿨럭! 크윽!”
갑작스럽게 급류에 휩쓸렸다고 해도 그도 10성 초입에 도달한 각성자.
재빠르게 바람을 다시 일으키더니 급류 속을 빠져나와 다시 공중으로 떠올랐다.
“뭐, 뭐 하는 짓입니까 지금!”
“살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사고라는 게 일어나기 마련이라며?”
툭툭 주먹을 털며 입꼬리를 올리는 오진.
“예를 들어 우연히 휘두른 주먹이 앵앵거리며 날아다니는 파리 새끼의 아갈통을 후려친다거나 그럴 수도 있지.”
“당신….”
남궁휘가 사납게 눈을 뜨며 오진을 노려봤다.
스산한 살기가 피어오르며 부채를 펄럭이려고 할 때.
-치이익! 치익!
남궁휘의 허리춤에 있는 네모난 무전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남궁휘 님! 찾았습니다! 검은 등급의 괴수입니다!
남궁휘는 목소리가 더 이어지기 전에 재빠르게 무전기의 전원을 꺼버렸다.
“아쉽지만 전 이만 가봐야겠군요.”
휘이이잉!
강렬한 돌풍이 남궁휘 몸을 휘감았다.
바람에 휩싸인 남궁휘의 몸이 공중으로 높게 날아올랐다.
“아까처럼 추적 스킬을 사용해도 의미 없습니다.”
남궁휘의 말마따나.
바람을 결계처럼 몸에 두른 탓에 체취가 밖으로 흘러나가지 않고 완벽하게 차단된 상태였다.
공중을 날아 이동하는 거라면 발자국과 같은 흔적도 남지 않을 테니 추적은 불가능하리라.
“일단 칠성이 되고 난 후… 당신에게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남궁휘는 오진을 날카롭게 쏘아보더니 이내 몸을 돌려 저 멀리 사라졌다.
“저 새낀 뭐 입털어서 10성을 찍었나.”
오진은 멀어지는 남궁휘를 바라보며 실소를 흘렸다.
“아쟈씨!”
도도도 달려온 이오가 오진의 품에 안겼다.
“다, 다친 곳은 없어요 아저씨?”
“보다시피.”
오진은 어깨를 으쓱이며 훌쩍이는 이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이오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남궁휘가 날아간 자리를 노려봤다.
“아니 뭐 저런 사람이 칠성 후보로 뽑혔대요?!”
“그러게 말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봤지만, 남궁휘처럼 그림으로 그린 듯이 찌질한 놈은 또 오랜만이었다.
“저런 사람은 저~얼대 칠성에 못 뽑힐 거예요! 제가 장담할게요!”
이오는 가슴을 두드리며 성난 표정으로 외쳤다.
오진은 귀여운 그녀의 모습에 피식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냥 말로만 하는 얘기가 아니라고요! 만약 저 사람이 대회에서 1등을 한다고 해도 제가 탈락시킬 거예요!”
“그래, 그래.”
오진은 길길이 날뛰는 이오의 등을 두드려주며 그녀를 안아 들었다.
포인트 파밍도 달달하게 했겠다, 이제 그녀를 세이프티 존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줄 타이밍이었다.
“꽉 잡아.”
“아앗!”
타앙!
오진은 강물 반대편에 있는 암석에 와이어 슈터를 발사한 후 높게 점프했다.
“꺄아아아아!”
이오는 오진의 목을 꼭 끌어안으며 비명을 질렀다.
강물 반대편까지 이동한 오진은 안고 있는 이오를 내려놓았다.
“와아! 와아! 짱 재밌어요 아저씨!”
이오는 눈을 반짝이며 폴짝폴짝 점프했다.
“한 번 더! 한 번 더 해주세요!”
“위험하니까 안 돼.”
오진은 호들갑을 떨며 옷깃을 잡아당기는 이오를 뒤로한 채 세이프티 존이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
* * *
“저게 세이프티 존인가.”
남궁휘의 냄새를 추적해 도착한 곳은 녹색 보호막이 뒤덮고 있는 장소였다.
오진은 은은한 녹색 빛이 흘러나오는 보호막을 손등으로 툭툭 쳤다.
‘단단해.’
오진도 쉽게 부수기 힘들 정도로 강력한 보호막이었다.
이 정도로 단단한 보호막이라면 괴수 한두 마리의 힘으로는 절대 부서지지 않을 터.
“후으. 도착해 버리고 말았네요.”
이오는 오진과 헤어지는 게 못내 아쉽다는 듯 발끝으로 툭툭 돌조각을 찼다.
“대회가 끝나면 한 번 보러 갈게.”
“아! 진짜죠 아저씨?! 저랑 약속한 거예요!”
이오는 눈을 빛내며 오진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래, 약속이다.”
오진은 이오의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이오는 배시시 미소 짓더니 품속에서 네모난 장치를 하나 꺼냈다.
“그럼 아저씨의 점수는… 두구두구두구!”
입으로 요란한 효과음까지 중얼거리던 이오가 번쩍 양팔을 들어 올렸다.
“빰빠밤! 만점! 만점입니다아!”
-띠링!
[‘일반인 2호’를 무사히 세이프티 존으로 인도했습니다.] [1000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한 번에 1000포인트.
오진도 잡기 까다로웠던 청 등급 괴수가 30포인트에 불과했다는 걸 생각하면 엄청난 점수였다.
‘이거 진짜 일반인 구출 위주로 포인트를 쌓는 것도 괜찮겠는데?’
물론 다른 일반인이 이오처럼 그에게 만점을 줄지는 알 수 없었으나.
확실히 막대한 포인트를 한 번에 벌 수 있는 건 꽤나 매력적이었다.
“헤헤. 그럼 저는 이만 안에 들어가 있을게요.”
“안에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지 말고 끝날 때까지 얌전히 있어.”
오진은 칼로리 바를 하나 더 꺼내 이오에게 내밀었다.
이오는 칼로리 바를 받아들며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대신 아저씨도 대회 끝나면 꼭 저랑 놀아주셔야 해요?”
“그래.”
이오는 도도도 뛰어가 세이프티 존 안쪽으로 들어갔다.
세이프티 존 안에는 다른 후보자들에게 구출된 건지 9명의 일반인이 들어가 있었다.
‘모두 머리에 녹색 브리지가 있네.’
무슨 깔맞춤이라도 한 걸까.
세이프티 존 안에 얌전히 앉아 있는 일반인들의 머리칼에는 이오와 같은 녹색 브리지가 섞여 있었다.
지루한 표정으로 세이프티 존에 앉아 있는 일반인들을 훑어보던 오진은 이내 몸을 돌렸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9명의 일반인이 이미 세이프티 존에 들어와 있다는 건 최대 9명의 후보자가 일반인 구출에 성공했다는 의미.
물론 그들 모두가 자신처럼 만점을 받지는 않았을 테지만, 그중 2명 이상을 구출한 후보자가 있다면 포인트를 따라잡기 어려웠다.
“이거 진짜 검은 등급 괴수라도 노려봐야 하나.”
오진은 팔짱을 낀 채 가늘게 눈을 떴다.
하지만 검은 등급 괴수를 잡고 싶다고 해도 그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상황.
‘남궁휘가 날아간 게… 분명 저쪽 방향이었지.’
맵으로 보면 빙하 지형이 있는 장소였다.
“일단 가볼까.”
오진은 사냥개의 자리를 활성화하며 빙하 지형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휘이이이잉!
빙하 지형에 가까워질수록 피부를 에는 혹한의 바람이 몰아쳤다.
‘이런 건 잘도 만들었단 말이야.’
고작 몇 분 달려왔을 뿐인데 순식간에 주변이 눈 덮인 설원이 되어 있었다.
“음?”
사냥개자리 성흔의 감각에 뭔가 걸렸다.
오진은 코를 킁킁거리며 차가운 빙하 위를 걸었다.
“…피?”
투명한 얼음 위에 핏물이 뚝뚝 떨어져 있는 게 보였다.
오진은 핏물이 이어진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핏물이 이어진 곳에는 높이가 50여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얼음 동굴이 있었다.
‘얼음 동굴로 들어간 게 아니야.’
반대였다.
핏자국의 주인은 얼음 동굴 밖으로 ‘도망친’ 것이다.
안에 있는 무언가를 피해.
“…….”
오진은 핏자국이 이어진 흔적을 따라 얼음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크리스탈처럼 투명한 얼음으로 이뤄진 동굴.
그 동굴 입구에는.
“…남궁휘?”
만신창이가 된 남궁휘가 쓰러져 있었다.
“뭐야 이 새끼?”
쓰러진 남궁휘를 툭툭 건드려보자.
“괴, 괴물… 안에, 괴, 괴물이….”
덜덜덜 몸을 떨고 있던 남궁휘가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날카로운 검에 베인 듯한 상처에서 붉은 핏물이 새어 나와 바닥을 적셨다.
“…….”
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동굴 안쪽을 바라봤다.
남궁휘가 여기 있다는 게 의미하는 건 하나.
‘이 안에.’
검은 등급의 괴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