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241)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241화
별의 세례 (3)
작은곰자리의 성좌, 폴라리스.
최초이자 최고(最高)의 성좌.
가장 찬란히 빛나는 별.
“폴라리스가… 탄생한 곳이라고?”
오진은 놀랐다는 눈으로 베가를 바라봤다.
베가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지금은 폴라리스의 성역(星域)이 된 곳이니라.]“잠깐, 근데 폴라리스는 지금 은거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도 그 힘의 여파는 아직 남아있느니라.]그럼 고작 힘의 ‘여파’만으로 세 개의 용맥이 교차해 흐르는 장소를 자신의 성역으로 만들어 유지하고 있다는 건가.
[후훗. 긴장되느냐?]“뭐, 아니라고 하면 거짓말이지.”
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균열 쪽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
‘일단 직접 봐야겠어.’
은하수의 샘이라는 곳이 대체 어떤 곳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좀 의문이 풀릴 것이다.
그렇게 한 걸음.
오진은 은하수가 펼쳐진 것처럼 찬란한 빛이 반짝이는 균열 속으로 발을 디뎠다.
“크윽!”
지끈거리는 두통.
수백 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린 것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렸다.
‘뭐, 야…?’
오진은 눈을 찌푸린 채 미친 듯이 뛰고 있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마치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야수가 거칠게 난동을 피우고 있는 듯한 느낌.
가슴이 터질 듯한 통증을 억누르며 고개를 들어 올렸을 때.
“아.”
눈앞에 은하수가 흐르고 있었다.
별과 별이 교차하는 곳.
무저갱과 같은 우주의 어둠을 밝히며 더없이 찬란히 반짝이는 별들의 강물.
[아름답지 않으냐?]베가의 말에 오진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터질 듯한 가슴의 통증조차 순간적으로 잃어버렸을 정도로, 은하수의 샘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샘 크기는… 한 백 미터 정도 되는 건가.’
샘이라 부르기엔 살짝 크고, 호수라 부르기엔 너무 작은 크기.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깟 샘의 크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미친.”
오진은 샘에서 느껴지는 아득한 성흔의 마력에 꿀꺽 침을 삼켰다.
완전히 착각하고 있었다.
‘용맥 세 개가 교차하는 곳이라고 해서 저번에 갔던 던전의 세 배 정도의 마력이 흐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에 흐르고 있다는 용맥의 종류 자체가 이제까지 봐왔던 용맥과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번 흡수했던 용맥이 작은 시골 마을에 흐르는 냇물이라고 치면 이건 대륙을 관통하고 문명을 일궈낸 강물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용맥이 하나도 아닌 세 개가 교차해 흐르는 곳이다.
‘이건 흡수할 수 없어.’
오진은 긴장에 찬 눈으로 입술을 짓씹었다.
저걸 모두 흡수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흑천을 사용한 순간, 한계 이상으로 바람을 불어넣은 풍선처럼 몸이 부풀어 폭발하리라.
[으음? 무슨 문제라도 있느냐?]멍하니 서 있는 오진을 바라보며 베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퍼뜩 정신을 차린 오진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태연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냥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넋을 놓고 보고 있었어.”
[후후. 확실히 아름다운 곳이니라.]베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은하수의 샘을 바라봤다.
“감상은 나중에 하고 후딱 의식 준비부터 하자고.”
[그리 급할 필요도 없지 않으냐.]“헹! 난 누구 씨랑 다르게 바쁘거든요?”
데네브가 투덜거리며 오진을 향해 다가왔다.
“자, 그럼 우선 옷부터 벗어.”
“…예?”
갑자기 뜬금없이 옷을 벗으라니?
“샘 안에 몸을 담글 거잖아? 옷을 입은 채로는 마력 흡수에 방해가 될 거야.”
“…….”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성좌들이 모여 있는 앞에서 대뜸 옷을 벗으라니.
오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걱정하지 말거라 나의 아이야.]베가가 오진에게 다가오더니 양팔을 펼쳤다.
은색 장막이 오진의 그녀와 오진을 둥그렇게 둘러쌌다.
[자! 이제 아무도 그대의 옥체를 볼 수 없느니라!]흐응!
콧바람을 뿜으며 당당하게 외치는 베가.
‘아니 베가 네가 보고 있잖아.’
오진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베가를 바라봤다.
그런 오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베가는 눈을 반짝이며 오진에게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본녀가 옷을 벗는 걸 도와주겠느니라.]“아니 뭐 내가 애도 아니고.”
[어허! 가만히 있거라.]베가가 짐짓 엄한 표정을 지으며 오진이 입고 있는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표정은 근엄했지만 옷을 벗기는 그녀의 손길에는 숨길 수 없는 흥분이 가득 차 있었다.
순식간에 상의와 하의가 벗겨진 오진.
베가는 꼴깍 침을 삼키며 오진의 속옷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 잠깐만!”
[은하수의 샘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오라기 하나 걸쳐서는 안 되느니라!]뜨거운 눈빛을 한 베가가 오진의 몸에 걸쳐진 마지막 천 쪼가리를 향했다.
“응? 언니 속옷 정도는 상관 없… 꺄악!”
파지지직!
뇌전이 튀어 오르는 소리와 스피카의 비명이 들려왔다.
“베가 방금….”
[스피카가 잠깐 착각을 한 모양이더구나.]베가는 시치미를 뚝 떼며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속옷을 훌렁 벗겼다.
[자! 본녀의 품에 안기거라! 은하수의 샘까지 그대를 안전하게 옮겨주겠느니라!]“어억!”
잔뜩 흥분에 찬 표정으로 오진을 와락 끌어안아 들어 올리는 베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의 오진은 몸을 압박하는 거대한 힘에 감히 항거하지 못한 채 베가의 품에 안겼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든 와중에도 믿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자, 장군감이로구나.]오진을 끌어안은 베가가 살며시 뺨을 붉혔다.
“…어쩌다 베가가 저렇게 돼버린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데네브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흘렸다.
다른 성좌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럼 시작하자고.”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고 있던 데네브가 은하수의 샘 외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일정 거리를 벌리며 여섯 명의 성좌들이 은하수의 샘을 둥글게 둘러쌌다.
[세례를 시작하겠느니라.]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진을 끌어안은 채 입꼬리를 올리고 있던 베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몸에서 은색 빛무리가 흘러나오더니 은하수의 샘으로 스며들었다.
다른 다섯 명의 성좌 또한 마찬가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은하수의 샘으로 성흔의 마력을 흘려 넣었다.
[은하수의 샘 앞에 여섯 개의 별이 자리했으니.]베가의 입에서 나지막한 축문이 흘러나왔다.
[오너라, 일곱 번째 별이여.]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도중.
오진은 은하수의 샘 안에 몸을 담근 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끝없는 별의 마력들.
그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한 마력 양에 오진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처음부터 샘의 마력을 모두 흡수할 생각은 없었긴 한데.’
애초에 바로 수십 미터 앞에 성좌들이 서 있는 와중에 샘의 마력을 모조리 흡수할 수는 없었다.
처음 은하수의 샘에 관한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흡수해도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일부만 흡수할 생각이었지만.
‘이건 그것도 힘들 것 같은데.’
너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마력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만약 흑천을 잘 못 사용하기라도 했다가는, 댐이 무너진 것처럼 마력이 밀려 들어올 터.
‘내가 제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오진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은하수의 샘 안에 가득 들어찬 마력이 탐나는 건 사실이지만.
‘포기하자.’
여기서 욕심을 부렸다가는 모든 걸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어차피 굳이 흑천을 사용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마력은 흡수할 수 있어.’
오진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옅은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는 샘물이 보였다.
‘빛의 세기는 횃불… 정도인가.’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생각해보면 같은 북극성의 사도인 알렌 오스칼도 이 정도의 밝기라 했으니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여기쯤에서 만족하자며 스스로를 달래고 있을 때.
쿠르르르륵.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소리.
흑천의 먹구름이 움직일 때 들리는 소리였다.
“……!”
오진은 소리 없는 아우성을 내지르며 두 눈을 부릅떴다.
제어할 새도 없이, 심장 안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흑천이 은하수의 샘물에 녹아들어 마력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크윽!”
해일처럼 밀려드는 마력에 오진은 신음을 흘렸다.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흑천은 굶주린 맹수처럼 은하수의 샘물을 먹어 치우기 시작했다.
-띠링!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마력을 흡수했습니다!] [‘흑천’의 여덟 번째 개화 조건을 모두 달성하였습니다!] [‘흑천’의 여덟 번째 개화가 시작됩니다!]눈앞에 떠오른 푸른 메시지.
오진은 밀려드는 마력의 해일 속에 쓸려가려는 의식의 끈을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맑은 방울 소리가 귓가를 울리며 메시지창이 이어졌다.
[흑천이 ‘팔성개화(八星改化)’에 도달했습니다!] [흡수한 마력을 제어하기 위해 ‘전승’이 뒤로 미뤄집니다.]“허억, 허억!”
흑천이 팔성개화에 도달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해일처럼 밀려들던 마력이 멈췄다.
오진의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
그는 긴장에 가득 찬 눈으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이, 이게 대체.]“마, 말도 안 돼….”
그곳에는 경악에 가득 찬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성좌들의 모습이 보였다.
‘X됐다.’
설마 흑천을 사용하는 게 들키기라도 한 걸까?
오진은 은하수의 샘에서 느껴지는 마력을 체크했다.
‘샘의 마력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어.’
애초에 너무 막대한 마력이 모여 있는 탓에 흑천으로 마력을 먹어 치웠음에도 티조차 나지 않았다.
‘흑막 때문에 흑천의 기운 자체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면 왜.
성좌들은 저렇게 경악에 찬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단 말인가?
“비, 빛이….”
“이, 이런 장면은 처음 보는군.”
빛?
오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고개를 내렸다.
“아.”
그곳에는, 마치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는 샘의 모습이 보였다.
오진의 입에서 나지막한 탄성이 흘러나왔다.
‘마력 흡수량에 따라서 빛의 세기가 달라진다고 했지.’
간접적으로 흘러드는 마력을 받아들인 다른 각성자들과 달리 자신은 흑천으로 직접 샘의 마력을 흡수했으니 이렇게 터무니없을 정도로 밝게 빛을 뿜고 있는 것이다.
“후우.”
다행히 흑천이 걸린 건 아니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을 때.
우우우우우웅!
은하수의 샘 전체가 빛을 뿜으며 파도가 치듯 출렁이기 시작했다.
[이건….]“서, 설마?”
성좌들이 경악에 찬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둥그렇게 뭉친 샘의 물이 서서히 공중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저건 또 뭐야?’
연달아 벌어지는 기현상에 오진이 혼란스럽다는 표정으로 마치 알처럼 둥그렇게 뭉친 채 떠오르고 있는 샘물을 바라봤다.
샘물이 반으로 갈라지며 그 안에서 한 존재가 나타났다.
마치 은하수로 몸이 이뤄진 것처럼 찬란한 별빛으로 뒤덮인 존재.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뒤덮고 있는 별빛은 강렬했다.
[폴라리스…?]베가는 당황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폴라리스? 저게 폴라리스라고?’
오진은 부릅뜬 눈으로 별빛으로 이뤄진 존재를 바라봤다.
별빛으로 이뤄진 존재가 천천히 오진을 향해 날아왔다.
[그대였구나.]베가처럼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지는 목소리.
여자인지 남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중성적인 목소리였다.
[오랜 세월… 그대를 기다리고 있었다.]날 기다리고 있었다고?
오진은 당황한 표정으로 폴라리스를 올려다봤다.
[정해진 운명을 뒤바꿀 존재, 섭리와 인과를 거스르는 별.]잠깐.
이거 뭔가 익숙한 상황인데.
[그대가 바로 역천의 별이었구나.]“…예?”
아닌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