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0)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30화
Under World (3)
서울역에 들어가기 전, 근처 숍에 들려 비상시 필요한 장비를 구했다.
‘우선 연막탄이랑 조명탄 두 개씩.’
허리춤에 맨 벨트에 연막탄과 조명탄을 끼워 넣었다.
현대식 병기가 거의 통하지 않는 괴수들에게 그나마 유용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이 연막탄과 조명탄이었다.
‘다음은.’
왼쪽과 오른쪽 허벅지에 나이프용 홀스터를 차고 각각 세 개씩 투척용 나이프를 끼웠다.
“아, 이것도 챙겨야지.”
진열대 구석에 있는 헤드라이트를 집어 들었다.
하수도를 탐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물건이다.
“마지막으론….”
덜덜덜.
진열대로 향하는 손이 병적으로 떨렸다.
밑에 적힌 가격표만 봐도 구역질이 치솟아 올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급 포션 세 병.’
다른 건 몰라도 이건 꼭 사둬야 한다.
“조명탄이랑 연막탄 각각 2개씩. 성유석 코팅 나이프 6개. LED 헤드라이트 하나랑 중급 포션 3병.”
카운터에 가져가자 점원이 바코드를 찍으며 계산을 실시했다.
“다 합쳐서 732만 원 되겠습니다~”
“야 이 날강도 새끼들아.”
위액이 역류할 것 같은 가격.
심지어 732만 원 중 600만 원 정도가 포션 값이다.
‘빌어먹을 약쟁이들.’
기껏해야 효과 빠른 마데카솔 정도밖에 안 되는 포션 가격이 무슨.
‘시벌.’
그래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거라도 있고 없고 차이가 컸으니까.
“예? 지금 뭐라….”
“아, 나이프의 날이랑 강도가 아주 좋다고요.”
-띠링!
닥쳐.
“하하! 저희 가게 제품이 품질 좋기로 유명하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덕에 미처 듣지 못했는지 점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제는 카드로 하시겠습니까?”
“현금으로 하겠습니다. 아! 그런데 이거 어쩌나… 돈이 딱 600만 원밖에 없는데….”
미리 뽑아둔 현금 봉투를 팔락이며 탄성을 내뱉었다.
방긋.
점원이 미소지었다.
“732만 원 되겠습니다.”
“그래도 현금으로 하는 데 좀….”
“정확히 칠백, 삼십, 이만 원 되겠습니다.”
“단골한테 이러기야? 내가 이 가게 이용한 지 몇 년 짼데!!!”
“저희 가게 일주일 전에 오픈했는데요.”
씨발.
“앞으로 몇 년 단골이 되겠다, 뭐 그런 뜻이죠.”
“…하아.”
점원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700만 원에 해드릴게요.”
“650만 원.”
“아니 진짜 더 못 깎아드려요.”
“중간에서 만나서 660만 원.”
“그게 왜 중간입니까?”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결국 670만 원에 장비들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제길, 좀 더 깎을 수 있었는데.’
근데 그러기엔 여기 죽치고 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돈 관련해서는 정말 지독하구나.]“아낄 수 있을 땐 아껴야지.”
‘낙원’을 위해서라면 전혀 돈을 아낄 생각이 없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장비를 구할 땐 아낄수록 좋다.
[흐음. 그대에게 이토록 돈이 중요한 줄 알았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마련해봤을 텐데…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하하. 이미 충분히 받았어.”
빈말이 아니라 진짜 그녀의 사도가 되고 난 후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벌어들였다.
[그래도….]베가는 못내 아쉽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우리 여신님의 사도 사랑이 엄청나구만.’
오진은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가자.”
준비를 마친 오진은 협회에서 준 하수도 지도를 따라 서울역 지하로 향했다.
[그나저나 서울역 아래 있다는 살덩어리 괴수는 정말 그대가 상대할 수 있는 게냐?]베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자연스럽게 이신혁의 기억에서 봤던 살덩어리 괴수의 모습이 떠올랐다.
몸체는 무려 20여 미터.
파괴적인 여덟 개의 팔이 달렸고, 수백의 괴수를 조종하며 서울역 전체를 박살 내버린 괴물.
‘뭐, 지금 그 괴물이랑 싸우면 무조건 뒤지겠지.’
하지만.
“놈은 지금 봉인된 상태야.”
[봉인?]상대가 아무리 위협적인 괴물이라 하더라도 봉인된 상태라면 말이 다르다.
봉인이라고 하면 어딘가에 꼼짝없이 묶여 있다는 의미인데, 아무 저항도 못 하는 괴수가 강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냥 덩치만 큰 샌드백이지.’
다시 한번 이신혁의 기억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이신혁은 분명 미리 봉인됐다는 걸 알았다면 막을 수 있을 거라 그랬지.’
그렇다면 자신이 못 할 이유가 없다.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추론해도 1회차 당시 이신혁에 비해 자신이 월등히 강하니까.
[호오. 어찌 그리 자신에 차 있나 했더니… 봉인된 괴수가 깨어나기 전에 미리 처리해둘 생각이었던 게로구나!]베가는 역시 회귀자는 계획부터가 다르다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놈을 찾아보자고.”
[정확한 위치는 모르는 게냐?]“1회차 땐 봉인이 풀려서 여기 전체가 붕괴했거든.”
[과연. 그랬다면 알기 어렵겠구나.]“어쨌든 이 서울역 아래 어딘가에 있는 건 확실해.”
열심히 찾아보면 최소한 단서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드르륵.
맨홀 뚜껑을 열고 하수도로 들어갔다.
“윽.”
하수도에 들어오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덮쳐왔다.
[실로 불쾌한 냄새로구나.]베가 또한 눈살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힘들면 들어가 있어.”
[아니. 본녀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느냐? 아직 제약도 그리 심하지 않으니 같이 있겠느니라.]그러면 나야 좋고.
“일단 아래쪽으로 내려가 보자.”
[알겠느니라.]복잡한 미로처럼 얽힌 하수도를 따라 내려갔다.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사용해서 추적하고 싶었지만, 차마 이 미친 악취 속에서 사냥개자리 성흔을 사용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도저히 못 찾겠으면 그때 가서 쓰면 되지.’
어쨌든 더 내려가 보자.
-철벅, 철벅.
신발에 닿는 오물의 감촉이 더없이 불쾌하게 느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장화도 사 올걸.’
그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헤드라이트의 빛을 따라 하수도를 내려갔다.
거의 최하층에 가까워졌을 무렵.
[나의 아이야. 저쪽에서 뭔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음?”
베가가 손을 들어 방향을 가리켰다.
지도를 들어 길을 확인했다.
‘저쪽엔 길이 없는데?’
지도상으로는 막다른 길이었다.
“가보자.”
그래도 베가가 꺼림칙한 기운을 느꼈다면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 전에 동굴에서 느꼈던 기운이랑 같은 기운이야?”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슷한 느낌이니라.]베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팔짱을 착, 끼며 말을 이었다.
[그때 느꼈던 기운이 몸에 달라붙는 듯한 끈적한 불쾌감이었다면… 이번에 느껴지는 기운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지는구나.]“그래?”
어쨌든 둘 다 불쾌한 기운이라는 의미.
‘…그렇다면.’
어쩌면 이번에도 검은 별의 힘이 얽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살덩어리의 머리에 박힌 농구공만한 성유석도 검은색이었으니까.’
최근 들어 그 찾기 힘들다는 변종의 성유석이 자주 발견되는 이유도 어쩌면 검은 별의 힘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가서 직접 확인해 보자고.”
창을 꺼내 들어 움켜쥔 채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막다른 길에 도달했을 때.
-쿠륵.
“이건….”
분명 벽으로 막혀 있어야 할 막다른 길에 검붉은 살점 덩어리로 이뤄진 통로가 보였다.
오진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빙고.’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모양.
그때였다.
-크륵, 크르르륵.
낮은 울음소리와 함께 살점으로 이뤄진 통로에서 검붉은 도마뱀 두 마리가 나타났다.
도마뱀이라곤 해도 머리만 도마뱀이지 몸은 인간과 유사했다.
‘렙틸리언.’
게이트에서 드물게 출몰하는 3성급 괴수.
‘…저것도 변종인가?’
일반적인 렙틸리언은 초록색인 것에 비해 놈들은 피처럼 검붉은 피부를 지니고 있었다.
“Krrrrrrrrrr!!!”
생각이 미처 이어지기도 전, 두 마리의 렙틸리언이 괴성을 내지르며 기다란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촤악!
렙틸리언의 손등에서 송곳처럼 생긴 새하얀 뼈가 튀어나왔다.
“뭐, 가볍게 몸풀기로는 딱이네.”
오진은 씩 웃으며 은창을 움켜쥐었다.
새로 장만한 무기의 첫 데뷔.
기대감에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GuRuuuuuu!!”
괴상한 울부짖음과 함께 두 렙틸리언이 벽을 타고 질주했다.
확실히 앤트혼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른 속도.
‘하지만.’
북극성의 성좌가 경악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자신에게 위협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후웅!!
은빛 궤적이 렙틸리언의 목을 노리고 쏘아졌다.
폴짝!
벽을 타고 질주하던 렙틸리언이 송곳 뼈를 앞으로 내밀며 점프했다.
-까앙!!
“Krrrraaaaaaa!!”
은창을 송곳 뼈로 막는 것과 동시에 몸을 틀어 기다란 꼬리로 오진을 후려치려 했지만,
“안 되지.”
파지지지지지직!!!!!
“Kaaaaaaa!!!!!”
은창을 휘감으며 타오르는 푸른 뇌전.
이신혁의 창을 사용했을 때처럼 창날에만 집중된 전격이 아닌, 창 전체에 고루 퍼진 뇌전이 송곳 뼈를 타고 렙틸리언의 몸을 태웠다.
끔찍한 괴성과 함께 렙틸리언 한 마리가 뒤로 튕겨 나갔다.
“Karu…!”
달려들던 다른 한 마리의 렙틸리언의 움직임이 멈췄다.
노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났다.
“뭐, 벌써 쫄았냐?”
“karaaaa.”
씩 웃으며 다가가자 렙틸리언이 몸을 돌려 살점으로 이뤄진 통로 너머로 도망쳤다.
[따라가지 않는 게냐?]“따라갈 이유가 없지.”
[음?]베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신을 바라봤다.
“뭐, 조금만 기다려 봐.”
렙틸리언은 기본적으로 집단생활을 하는 괴수다.
나름 조직화가 되어 있고, 적당히 지능도 있다.
입구에 얼쩡거리던 두 마리도 감시병이리라.
‘그렇다면.’
한 놈이 죽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친 뒤에 할 행동이야 어차피 뻔하다.
“낚시하기 딱 좋은 상황이구만.”
[낚시?]“뭐, 낚시라기보단 족대 질에 가깝지만.”
오진은 낄낄 웃으며 와이어 슈터를 벽에 겨눴다.
-타앙! 타앙! 타앙!
왼쪽과 오른쪽 3발씩.
여섯 개의 선이 만들어졌다.
[과연. 그런 뜻이었구나.]오진이 무슨 짓을 하려 하는지 알겠다는 듯 베가가 살며시 웃었다.
그렇게 3분 정도를 가만히 기다리자.
-투두두두두두!!!
“KAraaaaaaaaa!!!”
“GruAaaaaaa!!”
끔찍한 괴성과 함께 통로가 흔들렸다.
통로 끝에서부터 수십 마리의 렙틸리언이 벽을 타며 사납게 달려왔다.
“뭐, 지능이 좀 있다고 해봤자 괴수는 괴수지.”
오진은 달려드는 렙틸리언 무리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넓게 벌린 양팔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성흔의 마력을 흘려 넣었다.
-씨이이이잉!!!
거센 쇳소리와 함께 벽에 박아 넣었던 여섯 개의 와이어가 통로를 뒤덮었다.
“Kraaaa?”
무언가 위기를 감지한 렙틸리언이 다급히 발을 멈췄지만, 뒤따라 밀려드는 수십 마리 렙틸리언 무리에 떠밀려 앞으로 떠밀려졌다.
여섯 개의 와이어가 그물처럼 렙틸리언 무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창뢰.’
와이어를 타고 푸른 뇌전이 거세게 타올랐다.
살이 타들어 가는 메케한 냄새가 통로에 진동했다.
“Kaaraaaaaaaa!!!”
“Grururururururu!!”
렙틸리언들은 와이어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여섯 줄의 와이어가 더 복잡하게 그들에게 얽혀들었다.
오진은 흡족한 표정으로 와이어에 묶여 타들어 가는 렙틸리언들을 바라보았다.
‘캬하!’
성능 쥑이네!
파자[《궁색한 변명 Lv2》을 발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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