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08)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308화
막간–여신의 일탈(3)
찰싹!
맑게 울려 퍼지는 소리.
비록 드레스를 입고 있기는 하나, 얇은 천 한 장으로는 복숭아처럼 탐스럽게 부풀어 오른 살덩어리의 감촉을 지우는 건 불가능했다.
[흐읏!]베가가 질끈 눈을 감은 채 움찔 몸을 떨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형용할 수 없는 탱글탱글함과 부드러움.
물기에 젖은 목소리와 수치심에 달아오른 베가의 모습.
‘뭐지.’
쿵, 쿵.
체벌을 내려달라는 베가의 요청에 따라 그녀의 엉덩이를 가볍게 후려친 오진의 가슴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뭔가 새로운 영역에 한 발자국 내디딘 기분이랄까.
‘아니, 아니, 이건 아니지.’
오진은 질끈 눈을 감으며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세상에 여러 취향이 있다고 해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천인공노할 욕망이 자신의 내면 깊이 잠들어 있을 줄이야.
“크, 크흠. 이제 됐지?”
오진은 괜히 헛기침을 흘리며 슬쩍 시선을 피했다.
베가가 애달픈 눈으로 그를 돌아봤다.
[버, 벌써 끝인 게냐?]“한 대면 충분하지.”
[…추, 충분하지 않으니라! 자칫하면 그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 않았느냐!]아직 ‘체벌’이 부족하다 호소하는 베가.
미치겠네.
오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러면 딱 다섯 대만 때릴게.”
이렇게 미리 숫자를 정해두지 않으면 스스로 제어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후우.”
깊게 숨을 들이마신 후 손을 들어 올렸다.
육체의 재구성 때문에 근력이 강해진 터라 섬세한 힘 조절이 필요했다.
‘너무 아프지 않게.’
그렇다고 아예 아무 충격도 없으면 안 된다.
어디까지나 따끔거릴 정도의 적당한 충격으로.
섬세하게 힘을 집중해 팔을 휘둘렀다.
짜악!
살결을 두들기는 맑은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꽤 요란했지만 섬세한 힘 조절로 인해 통증 자체는 크지 않았다.
아니.
이걸 과연 ‘통증’이라 불러야 할까.
[흐읏!]베가는 눈을 질끈 감으며 옅은 신음을 흘렸다.
우선 한 대.
오진은 마른침을 삼키며 빠르게 팔을 휘둘렀다.
짜악! 짜악! 짜악!
연달아 소리가 울려 퍼지며 점차 베가의 입에서 헐떡이는 듯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물기에 젖은 촉촉한 목소리.
손바닥에 느껴지는 이 세상의 것이라 믿을 수 없는 감촉.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힌 채 눈을 돌리는 베가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
다섯 대째.
짜악!
맑게 울려 퍼지는 소리를 끝으로 ‘체벌’이 끝났다.
[하으.]베가는 달아오른 숨을 내뱉으며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런 천박한 부탁을 해서 미안하구나.]수치심에 가득 차 있음에도 어딘가 만족했다는 듯한 표정.
오진의 내면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욕망이 기름을 들이부은 듯 강하게 타올랐다.
‘이걸 참으라고?’
세상에는 참아선 해결되지 않는 일도 있는 법이다.
이 일이 그중 하나였다.
짜악!
[히끅…!]예정에는 없었던 여섯 번째의 충격에 베가가 두 눈을 부릅뜨며 크게 몸을 떨었다.
엉덩이를 두드리던 따끔한 충격이 한층 거세진 게 느껴졌다.
[나, 나의 아이야?]당황한 표정으로 뒤돌아보는 베가.
오진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팔을 들어 올렸다.
“고작 다섯 대로 용서받을 수 있을 줄 알았어?”
[하, 하지만 그대가 다섯 대만 때리겠다고….]“거짓말이야.”
앞서 했던 말을 손바닥 뒤집듯 가볍게 번복하며 일곱 번째 ‘체벌’을 가했다.
앞선 체벌보다 살짝 더 힘을 실어서.
‘그래, 이번에 본때를 보여줘야 해.’
그래야 우리 여신님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는 이런 이상한 부탁을 해오지 않을 거 아닌가.
그래.
이건 베가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어쩌겠는가?
차라리 이번에 따끔한 맛을 보게 해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는 게 옳았다.
찰싹!
힘이 더해진 탓일까.
베가는 살짝 높아진 비명을 지르며 움찔 몸을 떨었다.
어딘가 간지러운 것처럼 두 다리를 배배 꼬았다.
“설마 좋아하고 있는 거야?”
[아, 아니니라!]다급히 외치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지만.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에 선명한 열기가 떠올라 있는 걸 눈치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하려는 거야?”
오진은 싸늘하게 식은 눈빛으로 베가를 내려다봤다.
베가는 오진의 차가운 눈빛을 받으며 꿀꺽 침을 삼켰다.
그녀의 눈빛이 묘한 기대감에 차오르는 것이 보였다.
[미, 미안하구나. 실은 조금… 아, 아주 조금! 기분이 좋았느니라!]“분명 난 지금 ‘체벌’을 내려주고 있었던 거로 기억하는데.”
[그건….]“기분이 좋다면 체벌로써 의미가 없는 거 아니야?”
[으으.]베가는 수치심에 가득 찬 표정으로 우물쭈물 시선을 피했다.
붉어진 얼굴로 눈물을 글썽거리는 여신님의 모습.
‘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툭’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체벌이라면.”
오진은 팔을 들어 올렸다.
“좋아하면 안 되지!”
짜악!
힘을 더 실어 그녀의 엉덩이를 때렸다.
물에 젖은 가죽을 몽둥이로 후려치는 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베가의 몸이 퍼뜩 튀어 올랐다.
[으으! 자, 잘못했느니라!]“잘못했으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한 건 베가 아니었어?”
한번 타오르기 시작한 욕망은 우스울 정도로 간단하게 오진의 이성을 무너뜨렸다.
분위기에 휩쓸린 채 오진은 연신 베가의 엉덩이에 ‘체벌’을 가했다.
[요, 용서해 주거라. 나의 아이야!]“안 돼.”
베가는 필사적으로 용서를 구하면서도 오진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몸을 따로 구속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피하고자 한다면 얼마든 피할 수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이 괘씸한 여신님이!’
오진은 흥분에 찬 콧김을 내뿜으며 다시금 팔을 들어 올렸다.
힘껏 그녀의 엉덩이를 내려치려고 한 순간.
“네 이노오오옴! 지금 베가 님에게 무슨 짓을 하는 거냐!”
리아크의 분노에 찬 호통이 벼락처럼 내려꽂혔다.
“…어?”
[리, 리아크?]베가와 오진은 기겁한 표정으로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리아크를 바라봤다.
베가의 의문이 채 이어지기 전에.
“감히 베가 님으으으을!”
리아크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오진에게 달려들었다.
오진은 다급히 팔에 뇌전을 두르며 그의 주먹을 막았다.
“커헉!”
쿠웅!
팔뚝 너머로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이 내부를 뒤흔들었다.
주먹이 아니라 무슨 공성추에 맞은 듯한 아찔한 충격.
오진의 몸이 붕 떠올라 텐트 밖으로 튕겨 나갔다.
“뭐, 뭐야?”
“무슨 일인가요?!”
다른 텐트에서 잠자고 있던 하은과 이사벨라가 다급히 달려왔다.
리아크는 두 여인 쪽에는 시선조차 주지 않은 채 튕겨 나간 오진을 향해 사나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
[머, 멈추거라!]“비키십시오, 베가 님.”
리아크는 앞을 막아선 베가를 바라보며 사납게 눈을 떴다.
“저 비열한 놈이 베가 님의 약점을 잡고 협박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야, 약점? 협박? 무슨 소릴 하는 게냐 대체?]“발뺌하지 마십시오! 제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
리아크가 쓰러진 오진을 손가락을 척 가리켰다.
“저 애송이 놈이 베가 님의 옥체에 손을 대는 모습을!”
“뭐?”
“…그게 무슨 말이죠?”
하은과 이사벨라가 가늘게 뜬 눈으로 베가와 오진을 바라봤다.
리아크는 흥, 코웃음을 치며 두 여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텐트 안에서 애송이 놈이 베가 님에게 모욕적인 말을 쏟아내며 손찌검을 하고 있었다!”
“…….”
“…….”
싸늘하게 식은 눈빛이 오진을 향했다.
[그, 그런 게 아니니라!]베가는 허둥지둥 고개를 저으며 필사적으로 오진을 변호했다.
[나의 아이는 아무 잘못도 없느니라! 보, 본녀가… 본녀가 부탁한 일이니라!]“베가 님이 부탁하셨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그러니까. 그… 체, 체벌을.]“체벌? 베가 님이 무슨 잘못을 하셨기에 체벌을 부탁한단 말입니까?”
리아크는 거짓말하지 말라는 듯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설사 베가 님이 잘못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애송이에게 손찌검 당하면서까지 용서를 구하실 이유는 없습니다!”
북극성의 성좌를 한낱 인간이 엉덩이를 팡팡 때려가며 체벌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아니,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인간만 해도 과거 고귀한 신분의 귀족들은 자신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대신해서 맞아주는 하인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성좌를, 세계를 수호하고 운영하는 초월자가 잘못했다고 해서 직접 체벌을 가한다고?
말도 되지 않은 소리다.
[그, 그건!]베가가 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여기서 더 변명을 이어가봤자 리아크가 들어먹을 리 없었다.
“비키십시오, 베가 님. 저 건방진 애송이 놈을 흠씬 두들겨 패….”
[보, 본녀가 좋아서 부탁한 것이니라!]어쩔 수 없이.
베가는 눈을 질끈 감은 채 진실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예?”
리아크는 동그랗게 눈을 뜬 채 베가를 바라봤다.
[보, 본녀가 어, 엉덩이를 맞고 싶어서! 오진에게 부, 부탁한 것이니라!]“…….”
리아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베가 님께서 부탁하신 일이란 말씀입니까?”
[그, 그러느니라.]“애송이가 엉덩이를 때려주는 게, 베가 님에게 ‘기분 좋은 일’이라는 거였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그건!]무언가 변명하려던 베가는 이내 질끈 눈을 감으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그러느니라. 보, 본녀가 좋아서… 때, 때려달라고 한 것이니라.]터질 듯이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이는 베가.
리아크는 사납게 이를 드러내며 쿠웅! 발을 굴렀다.
“지금 그걸 제게 믿으라는 말씀입니까!”
엉덩이를 가볍게 때리는 정도의 소프트한 플레이는 인간 세계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지만.
그런 정보들에 대해 전혀, 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지한 리아크에게 있어 이건 받아들일 수 없는 변명이었다.
[거, 거짓말이 아니니라!]“지금!”
쿠웅!
“베가 님이! 애송이에게 엉덩이를 맞으며! 굴욕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게! 모두 베가 님께서 원하시는 일이었단 말씀입니까아아아아!”
[그, 그만! 그만 말하거라!]베가는 다급히 리아크에게 달려들었다.
“…어, 음.”
“그, 그런 취향이셨군요.”
그래도 리아크보다는 그런 쪽 플레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하은과 이사벨라는 얼굴을 붉힌 채 베가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아.]그리고 그게 결정타.
한계점을 아득히 넘은 수치심이 그녀의 이성을 무너뜨렸다.
[본녀가… 히끅! 보, 본녀가 다 잘못했느니라… 이, 이제 그만하거라.]베가는 눈물을 뚝뚝 흘린 채 무너지듯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