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1)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31화
Under World (4)
-치이이이익!!!
메케한 연기가 통로 가득 퍼졌다.
끔찍한 괴성이 고막을 뒤흔들었다.
“KarAaaaaaaaaaa!!”
고통에 몸부림치는 렙틸리언 무리.
그럴수록 통로를 뒤덮고 있는 은색 와이어가 복잡하게 얽혀들었다.
-카득! 카드득!
렙틸리언은 발작을 일으키듯 몸부림치며 날카로운 송곳 뼈를 뽑아내 와이어를 자르려 했다. 둔탁한 쇳소리와 함께 은색 와이어가 긁혔다.
“쉽게 안 잘릴걸?”
오진은 발버둥 치는 렙틸리언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성유석을 섞어 강도를 높인 와이어에 마력까지 잔뜩 흘려 넣은 상태니 렙틸리언의 공격 따위로 끊어질 리가 없었다.
“KaaaaaaaAAA!!”
렙틸리언 무리도 와이어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통로 뒤쪽으로 주춤주춤 물러났다.
운 좋게 와이어에 걸려들지 않은 렙틸리언들이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그때.
-콰아아앙!!!
“KuRAaaaaaa!”
흉포한 괴성과 함께 도망치던 렙틸리언의 몸이 포탄처럼 전방으로 쏘아졌다.
투두둑!
강렬한 충격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와이어가 출렁거렸다.
“저건….”
오진은 포탄처럼 렙틸리언을 집어던진 괴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른 렙틸리언에 비해 두 배가 넘는 덩치를 지닌 괴수.
제왕의 갑옷 같은 검붉은 근육들이 괴수의 몸을 뒤덮고 있었다.
‘렙틸리언 챔피언인가.’
렙틸리언 챔피언은 뒤돌아 도망치려는 렙틸리언들을 가로막으며 사납게 윽박질렀다.
렙틸리언들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다시 오진을 향해 몸을 돌렸다.
“Gurkaaaa!”
렙틸리언 챔피언의 호령에 따라 렙틸리언 무리가 한 곳에 뭉쳐 통로를 돌파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힘을 합쳐 도랑에 빠진 버스를 밀어내듯 와이어에 얽힌 채 죽은 렙틸리언의 시체들을 앞으로 밀었다.
-끼긱! 끼기긱!
은색 와이어 줄이 비명을 지르듯 쇳소리를 흘리며 팽팽하게 당겨졌다.
‘이 이상은 힘들겠네.’
오진은 쯧, 혀를 찼다.
손목에 찬 슈터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씨이이이잉!
렙틸리언의 시체를 잘게 조각내며 와이어가 슈터로 되돌아왔다.
“KuRuuuuuuuUU!!”
지금이 기회라 생각한 걸까.
렙틸리언 챔피언이 거대한 송곳 뼈를 뽑아 들며 포효를 내질렀다.
시체를 밀고 있던 렙틸리언 무리가 벽을 타며 달려들었다.
[후훗. 하찮은 것들이 발악을 하는구나.]베가가 조소를 흘리며 팔짱을 꼈다.
“그러게 말이야.”
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창을 들어 올렸다.
콰득! 콰자자작!!
그리고 이어지는 난투전.
오진의 창이 사납게 렙틸리언 무리를 휩쓸었다.
-파지지지직!!
“KaraaaaaAAAc!”
푸른 뇌전이 맺힌 창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렙틸리언 한 마리가 바닥에 누웠다.
와이어에 묶여 죽은 렙틸리언의 숫자가 워낙 많은 탓에 남은 렙틸리언이 우르르 달려든다 해도 딱히 위협적이지 않았다.
-쿵!
“GuRuAaaaaa!!”
보다 못한 렙틸리언 챔피언이 앞으로 나섰다.
“늦었어.”
처음부터 같이 달려들었어야지.
-쿵! 쿵!
렙틸리언 챔피언이 거칠게 발을 구를 때마다 통로에 묵직한 진동이 울려 퍼졌다.
이미 렙틸리언 무리가 다 도륙 난 상황에서 홀로 달려든 렙틸리언 챔피언이 거대한 송곳 뼈를 내질렀다.
“후우.”
카앙! 캉!!
창을 올려쳐 송곳 뼈를 막았다. 몸을 빙글 돌리며 창을 낮게 휘둘렀다.
파각!
빠른 속도로 휘둘러진 창이 렙틸리언 챔피언의 무릎을 후려쳤다.
비틀. 자세가 무너진다.
“KAaaRacC!!!”
뜻을 알 수 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렙틸리언이 챔피언이 발버둥 쳤다.
어떻게든 거리를 벌릴 생각인 듯 막무가내로 송곳 뼈를 휘두르며 뒤로 물러났다.
“어딜 튀려고?”
타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와이어가 발사됐다.
-카앙!
재빠르게 반응한 렙틸리언 챔피언이 야구방망이로 공을 후려치듯 와이어의 추를 정확히 후려쳤다.
와이어가 튕겨 나가며 살점으로 이뤄진 벽에 틀어박혔다.
“KuRarara!”
와이어를 튕겨낸 렙틸리언 챔피언이 우쭐거리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았다.
“새끼, 쪼개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왼팔에 찬 슈터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씨이이이잉!
와이어 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며 입체기동을 하듯 몸이 앞으로 쏘아졌다.
━쏘아지는 기세에 몸을 맡기고.
“흐읍!”
오른팔로 창을 고쳐잡고 랜스 차징을 하듯 힘을 담아 내질렀다!
-콰드득!
“KaaaaaAAAA!!”
전력으로 내지른 창이 렙틸리언 챔피언의 눈을 관통했다.
렙틸리언 챔피언은 괴성을 내지르며 눈알에 박힌 창을 움켜쥐었다.
그걸로 끝.
“창뢰.”
파지지지지직!!
“KraaaaaRac!!!”
푸른 뇌전이 창을 타고 렙틸리언 챔피언의 뇌를 불태웠다.
쿵!
렙틸리언 챔피언의 거체가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후우.”
살짝 거칠어진 숨을 고르며 창을 뽑았다.
[창뢰를 쓰는 데 많이 익숙해졌구나.]“지난 3주 동안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별다른 일이 없는 날에는 이른 새벽에 일어나 해가 질 때까지 거문고자리의 성흔만 주구장창 수련했다.
아직 ‘축복’을 받았을 때만큼 자연스럽게 쓰진 못하지만, 처음 반쯤 어거지로 스킬을 성공했을 때와 비교하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흐음. 열심히 한다고 그리 쉽게 익힐 수 있는 기술이 아니지만 말이다.]더 이상 놀라는 것도 지쳤다는 듯 베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자, 그럼 전리품을 챙겨볼까?”
흐흐흐!
오진은 실실 웃음을 흘리며 창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허벅지에서 나이프를 꺼내 렙틸리온의 시체를 갈랐다.
‘성유석 크기는… 그닥이네.’
렙틸리온의 시체에서 성유석을 채취한 오진은 아쉽다는 혀를 찼다.
높은 등급의 괴수라 해서 무조건 질 좋고 큰 성유석을 지니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극단적인 경우엔 7, 8성급 괴수가 앤트혼보다도 못한 성유석을 토해낼 때도 있었다.
‘뭐, 이런 잔부스러기는 있으나 마나지.’
어차피 메인디쉬라 할 수 있는 농구공 크기의 성유석이 그를 기다리고 있지 않던가.
[꺼림칙한 색의 성유석이로구나.]렙틸리온 챔피언에게서 채취한 성유석은 예상했던 대로 검은색.
━변종의 성유석.
게이트 내에서 극히 드물게 발생하는 변종 괴수에게서만 채취할 수 있는 성유석이었다.
‘이젠 드물게 발생하는 것도 아닌 것 같지만.’
최근 하도 변종만 마주친 탓에 일반적인 푸른색 성유석보다 어째 검은 성유석이 더 익숙한 느낌이었다.
“여기서도 아까 느꼈던 불쾌한 느낌이 들어?”
베가에게 검은 성유석을 내밀며 물었다.
그녀는 검은 성유석을 양팔로 들어 올리며 이리저리 돌려봤다.
[희미하지만 아까 느꼈던 기운이 느껴지니라.]“흠.”
오진은 가늘게 뜬 눈으로 검은 성유석을 살폈다.
‘역시 검은 별의 힘과 변종 사이에 무슨 연관이 있는 거야.’
지난번 동굴에서 마주친 검은 슬라임들도 검은 성유석을 지니고 있지 않았던가.
검은 별의 힘이 깃든 성유물이 잠들어 있던 게이트에서 ‘우연히’ 변종 괴수들이 대량으로 발생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럼 여기도 검은 별의 힘이 깃든 성유물이 묻혀 있는 건가?’
그건 모르겠다.
이신혁의 기억에선 난동을 부리는 괴수의 모습만이 보였을 뿐이니.
[흐음. 여러모로 꺼림칙한 공간이로구나.]베가가 가늘게 눈을 뜨며 살점으로 뒤덮인 통로를 돌아보았다.
“그러게.”
검은 성유석을 손에 쥔 채 고민을 이어가던 오진은 이내 혀를 차며 몸을 돌렸다.
일단 검은 성유석의 정체에 대한 생각은 접어뒀다.
‘지금 고민해봤자 뭘 알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괜히 쓸데없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가자 이제.”
통로에 널브러진 렙틸리온의 시체에서 모두 성유석을 채취한 오진은 통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뭔가 똥 싸다 끊긴 듯한 찜찜함이 남아 있었지만.
‘돈만 된다면 뭐든 상관없어.’
푸른색이건 검은색이건 뭔 상관이란 말인가.
아니, 오히려 변종의 성유석 쪽이 더 비싸게 팔리니 변종이 늘어나는 건 반길만한 일이다.
‘검은 별의 힘도 흡수할 수 있고.’
검은 별의 힘이 정확히 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자신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철벅, 철벅.
통로를 따라 쭉 안으로 들어갔다.
중간에 몇 번 렙틸리온 무리가 습격했지만, 별다른 문제 없이 쓸어버릴 수 있었다.
그렇게 30여분 정도를 걸었을 때.
“오오.”
통로의 끝.
검붉은 살점으로 뒤덮인 공동 가운데에 번데기처럼 둥글게 몸을 말고 있는 살덩어리 거인이 보였다.
살덩어리 거인은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와 씨, 이렇게 보니 장난 아니네 진짜.’
크기는 대략 10미터 정도 될까?
이신혁의 기억 속에서 봤던 크기에 비해 많이 작았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저 괴수는 진짜 존나 세다.
그런 직감이 머리를 스쳤다.
“쓰읍.”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살덩어리 거인을 향해 왼팔을 들어 올리며 와이어 슈터를 겨눴다.
-타앙! 타앙! 타앙!!
강한 반동력과 함께 쏘아진 와이어가 거인의 몸에 틀어막혔다.
주르륵.
와이어가 틀어박힌 자리에서 검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지만 살덩어리 거인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창뢰.’
파자자자작!!!
푸른 뇌전이 와이어를 타고 흘러 살덩어리 거인을 태웠다.
역시.
이번에도 살덩어리 거인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흐흐, 짜식 지가 강하면 뭐 해? 엉?”
오진의 입가가 씨익 올라갔다.
확실히 살덩어리 거인은 보는 것만으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위압적이었지만.
‘그래 봤자지.’
어차피 봉인 당한 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머저리 아닌가.
아무리 덩치가 크고 숨 막힌 위압감이 느껴진다 해서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1회차 때 서울역을 초토화시킨 주범이지.”
오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둥글게만 살덩어리 괴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뭐… 지금은 보다시피 덩치만 큰 호구 새끼지만!”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살덩어리 괴수를 올려다봤다.
‘이렇게 개꿀로 성유석을 손에 넣을 수 있다니.’
이신혁 이 새끼.
아주 쓸모가 많단 말이야.
“자, 후딱 죽여버리자고.”
오진은 은창을 움켜쥐며 성흔을 활성화시켰다.
“으랏차!!!”
가까이 다가가 창을 내질렀다.
푸욱!
살점이 벌어지며 핏물이 튀었다.
“흐압! 하앗! 차하앗!”
힘찬 기합을 터트리며 물 흐르는 듯한 연격을 이어갔다.
베고, 찌르고, 비틀고.
창을 휘두를 때마다 핏물과 살점이 튀어 올랐다.
‘푸흐흐! 이거 좀 재밌네.’
굉장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샌드백을 후드려 패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오락실 앞에 놓인 펀치 머신을 두드리는 느낌에 더 가까울 것이다.
“뒤져 이 덩어리 새끼야!”
무력한 살덩어리를 신나게 두들겨 패고 있자니 절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
‘스트레스도 풀고, 돈도 벌고!’
이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고맙다 신혁아!!’
내가 너 때문에 산다 증말!
“하하하하하!!”
그렇게 신나게 창을 휘두르고 있을 때.
찌걱.
━살덩어리 거인이 눈을 떴다.
“어?”
오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뭐야 이 새끼.’
갑자기 눈을 왜 떠.
[나의 아이야. 분명 괴수는 봉인되어 있다 하지 않았느냐?]“그, 그럼! 물론이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새끼 저거 눈깔만 저렇게 뜨는 거고 움직이진 못해!”
아무래도 이신혁의 말한 봉인이라는 건 의식은 그대로인 채 몸만 구속하는 종류의 봉인이었던 것 같다.
‘그래.’
의식 정도는 남아 있어도 상관 없━
-쿠르르르릉!!
살덩어리 거인이 몸을 일으켰다.
“KAAAAAAAAAAAARRRRRRAAAAAAAAAAAAAA!!!!”
지옥의 악마를 숭배하는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집회에서나 들릴 법한 끔찍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쿵! 쿵! 쿵!
살덩어리에서 솟구친 네 개의 팔이 사납게 벽을 두드렸다.
“어라 씨발?”
이 새끼 왜 움직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