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330)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330화
보물찾기(9)
[고유 마력 패턴 분석 중. 잠시만 기다리십시오.]황금의 성.
이제껏 데이모스가 모아온 재화가 보관된 황금의 보고(寶庫) 입구는 거대한 철문으로 굳건히 잠겨 있었다.
보고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쳐야 할 문은 3개.
문 하나하나가 수십 겹의 결계로 보호되고 있으며, 그의 기사들이 24시간 철통 경비를 서고 있기에 쥐새끼 한 마리 지나칠 수 없는 곳이 바로 ‘황금의 보고’였다.
황금의 보고를 지키고 있는 첫 번째 문.
경비대 소속이 아니면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문 앞에 한 마인이 서 있었다.
[황금의 기사 경비대 소속 ‘오르칼 델’ 신원 확인되었습니다.]“황금에 영광 있으라.”
오르칼이라 불린 무뚝뚝한 인상의 마인이 철문을 향해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했다.
끼이익.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아, 오셨습니까 오르칼 부대장님!”
“황금에 영광 있으라!”
안으로 들어가자 경비를 서고 있던 두 마인이 그를 향해 경례했다.
“늦어서 미안하군.”
오르칼은 경비병들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쪽에서 대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알겠네.”
몸을 돌려 경비대 사무실로 들어갔다.
안에는 멋들어진 콧수염을 기른 푸근한 인상의 사내가 앉아 있었다.
“교대 시간에 10분이나 지각했군.”
“죄송합니다.”
오르칼은 경비대장을 향해 깍듯이 경례했다.
경비대장은 오르칼을 돌아보며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늦은 걸로 뭐라 하려는 건 아니야. 다만, 평소에는 못해도 교대 20분 전에는 왔던 자네가 무슨 일로 늦은 건지 궁금해서 말일세.”
“그건….”
오르칼의 목소리가 떨렸다.
경비대장은 낮은 한숨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자칼 때문인가?”
“…….”
오르칼은 말없이 경비대장의 시선을 피했다.
“노귀한테 당했다지?”
“…예.”
“놈을 쫓을 생각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을 걸세.”
자리에서 일어난 경비대장은 묵묵하게 서 있는 오르칼에게 다가왔다.
“우리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데이모스 님의 보고를 지키는 것이지 않나.”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경비대장.
오르칼을 걱정한다기보다, 그가 사고를 침으로써 자신에게 끼칠 영향을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외투를 챙겨 입은 경비대장이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게나.”
“황금에 영광 있으라!”
경비대장의 등을 향해 깍듯이 경례한 오르칼은 허리춤에 찬 검을 벗어두고 사무실 의자에 앉았다.
“…….”
의자에 앉은 채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인수인계 보고서를 훑어본 그는 테이블 옆에 세워둔 검을 다시 허리춤에 착용하고 몸을 일으켰다.
역시 보고서로 인수인계를 받는 것보다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편이 더 확실했다.
사무실 밖으로 나가자 경비대 소속 마인 둘이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
“특이사항은 없나?”
“예! 없습니다!”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오르칼은 품속에서 복잡한 술식이 새겨져 있는 성유석을 꺼냈다.
“순찰을 돌겠다. 따라와라.”
“황금에 영광 있으라!”
품속에서 꺼낸 성유석을 거대한 문 앞에 가져다 댔다.
그그그그긍!
성유석과 문이 공명을 일으키더니 보고를 지키고 있는 두 번째 문이 열렸다.
문 안으로 들어간 오르칼은 굳건히 잠겨 있는 세 번째 문을 바라봤다.
그의 권한으로 들어올 수 있는 건 두 번째 문까지.
세 번째 문을 열기 위해서는 경비대장이 지니고 있는 성유석이 필요했다.
“가지.”
“옙!”
물론, 순찰을 하는데 굳이 세 번째 문까지 열 필요는 없었다.
오르칼은 경비대원 둘을 데리고 길게 이어진 복도를 거닐며 이상이 없는지 확인했다.
“…음?”
복도를 걷던 중, 오르칼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뒤따라오던 경비대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르칼은 말없이 복도 바닥과 벽면을 손으로 훑었다.
“…습기가 차 있군.”
손끝에 느껴지는 희미한 물기.
원래 금을 정제하는 공장이 있는 데이모스의 영지는 비가 내리지 않는 지하라고 할지라도 영지 전체에 습기가 가득했지만.
데이모스의 보물이 보관된 ‘황금의 보고’는 예외였다.
“스, 습기 말씀입니까?”
“여길 봐라.”
“아….”
벽면을 만져 물기를 확인한 경비대원의 표정이 창백하게 질렸다.
수도 없이 많은 보물을 보관하고 있는 보고의 특성상 습기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독이나 다름없었다.
“습도 조절 장치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바, 바로 대장님에게 연락하겠습니다!”
경비대원 한 명이 다급히 밖으로 달려 나갔다.
“시설 관리자를 불러야겠군.”
오르칼은 눈을 찌푸리며 사무실로 걸어갔다.
통신용 성유물을 통해 본성 쪽에 있는 시설 관리자에게 급히 연락을 걸었지만, 어째서인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
“흐음.”
낮은 침음이 흘러나왔다.
“관리자가 연락을 안 받는군.”
“직접 공방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아니.”
경비대의 역할은 황금의 보고를 지키는 것만이 아닌, 안에 보관된 보물들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 관리하는 것이다.
최대한 빨리 관리 시설을 정상화시켜야 했다.
“성유물 조정에 능한 간부가 누구지?”
“아크투르 님이 뛰어난 실력을 지니셨다고 들었습니다.”
“아크투르라면….”
“황금 정제 공장을 관리하고 계신 간부님입니다.”
들은 적 있었다.
공장의 시설을 설계한 것도 아크투르라고 했던가.
“바로 아쿠투르 님에게 연락하겠습니다!”
“내가 직접 하지.”
간부급 마인은 대체로 거만한 경우가 많았다.
같은 간부의 연락이 아니라면 제대로 말도 붙이기 힘드리라.
“황금에 영광 있으라. 경비대 소속 오르칼 부대장입니다.”
오르칼은 아크투르에게 통신을 보냈다.
-아, 예. 화, 황금에 영광 있으라.
통신용 성유물 너머로 아크투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
뭔가 겁에 질려 있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오르칼은 눈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지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보고의 관리 시설이 고장 났습니다. 직접 오셔서 한 번 봐주실 수 있습니까?”
-알겠습니다.
아크투르는 왜 시설 관리자가 아닌 자신을 부르는지 굳이 물어보지도 않은 채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알겠다고요?”
너무나 흔쾌한 수락에 순간 당황했지만.
-예.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도움을 청하는 입장에서 왜 그렇게 쉽게 부탁을 받아주는지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통신을 마치고 성유물을 내려놨을 때.
“습도 관리 장치가 고장 났다고?”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경비대장이 들어왔다.
“예. 순찰을 도는 중에 확인했습니다.”
“부, 분명 내가 확인했을 때는 그런 건….”
경비대장이 말끝을 흐리며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시선을 피하는 그의 모습을 보니 경비대장이 제대로 순찰을 돌지 않았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장치가 고장 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 그렇지?”
“예.”
“하하. 그래! 분명 내가 확인했을 때는 분명 아무 이상이 없었다네!”
경비대장은 안도에 찬 표정으로 오르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서, 지금 관리자는 불렀나?”
“연락이 닿지 않아서 성유물 조정에 능한 다른 간부를 불렀습니다.”
“다른 간부?”
오르칼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크투르를 부른 것을 대장에게 얘기했다.
“흐음. 아크투르라… 정말 그자가 장치를 고칠 수 있겠는가?”
“공장을 시설도 직접 만들었다고 하니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합니다.”
복잡한 금 정제 공장 시설도 만들었는데 간단한 습도 유지 기능이 있는 성유물을 고치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연락을 받지 않은 시설 관리자와 아크투르의 책임으로 떠넘길 수 있었다.
“크, 크흠. 그렇구만.”
경비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렸다.
“대장님! 도착했습니다!”
아크투르는 마치 연락을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던 것처럼 빠르게 황금의 보고에 도착했다.
“화, 황금에 영광 있으라.”
잔뜩 위축된 표정으로 경례를 하는 아크투르.
경비대장은 특유의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아크투르에게 다가갔다.
“어이구, 와줘서 고맙네. 자네라면 고칠 수 있다고 믿고 맡기라 했다지?”
“믿고 맞기라는 말까진….”
“하하! 겸손 떨 필요 없네!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거야!”
경비대장은 은근슬쩍 아크투르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그의 등을 두들겼다.
“습도 관리 성유물은 보고 안쪽에 있네. 문은 열어 줄 수 있지만 보안을 위해 경비대가 같이 들어갈 걸세.”
“예? 겨, 경비대랑 같이 들어간다고요?”
아크투르는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 아뇨. 어차피 복잡한 일도 아니니 제가 혼자 들어가서 금방 고치고 나오겠습니다.”
“으음. 그건 좀 힘들 것 같네만. 꼭 혼자 들어가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아크투르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알겠습니다. 가, 같이 들어가겠습니다.”
“하하. 이해해 줘서 고맙네.”
경비대장은 아크투르를 데리고 세 번째 문으로 향했다.
품속에서 성유석을 꺼낸 그는 문 가까이에 성유석을 가져다 댔━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오르칼의 다급한 목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왜 그러나 자네?”
“…….”
등골을 타고 흐르는 불길한 예감.
논리가 아닌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자를 이 안에 들여보내서는 안 된다고.
오르칼은 굳게 입을 다문 채 겁에 질려 있는 아크투르를 뚫어지라 노려봤다.
“…팔.”
“팔?”
“그 팔, 어떻게 된 겁니까?”
유심히 아크투르를 살피던 오르칼이 그에게 다가와 거칠게 팔뚝을 붙잡았다.
“아아악!”
아크투르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무슨 짓인가!”
“급하게 치료하긴 했지만, 이건 분명 팔이 부러진 흔적입니다.”
“뭐라고?”
오르칼은 아크투르의 옷을 찢어 그의 팔 부근을 드러냈다.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있는 팔뚝.
부러진 팔이 재생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보이는 상처였다.
“왜 팔이 부러지신 거죠?”
“그, 그게.”
날카로운 오르칼의 추궁에 아크투르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사, 사고가 좀 있어서….”
“사고?”
오르칼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서렸다.
“습격이 있었군요.”
간부급 마인이 고작 ‘사고’ 따위로 팔이 부러질 리가 없었다.
“습격이라면….”
“얼마 전에 자칼의 부대가 당했다는 소식은 대장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설마 노귀가 영지 안으로 쳐들어왔다는 건가?”
“노귀만이 아닐 겁니다.”
노귀의 정신 상태를 생각했을 때 이런 교활한 작전을 짤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예, 데이모스 님의 보물을 노리는 쥐새끼들이 영지에 숨어 들어왔단 뜻이죠.”
“…….”
경비대장의 눈빛이 서늘하게 빛났다.
그는 멀뚱히 서 있는 경비대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지금 바로 본성 관리처에 연락해서 오늘 납품 예정인 금이 들어왔는지 확인해라.”
“예!”
어딘가로 다급히 달려간 경비대원이 5분도 지나지 않아 돌아왔다.
“오늘 납품 예정인 금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경비대장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도착해야 할 금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
그것이 뜻하는 바는 한가지였다.
“쥐새끼들이 공장을 점령한 모양이군.”
흠칫.
아크투르의 어깨가 떨렸다.
“그, 그렇지 않….”
“조용히.”
아크투르의 입을 틀어막은 경비대장의 몸에서 숨이 턱 막힐 듯 거대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자네의 서툰 연기에 속을 만큼 나는 멍청하지 않네.”
“읍! 으으읍.”
치이이익!
아크투르의 입을 붙잡은 경비대장의 손이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쥐새끼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줄 수 있겠나?”
“으, 으읍. 읍!”
아크투르는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눈을 굴리더니 이내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경비대장은 손에 쥐고 있던 성유석을 오르칼에게 내밀었다.
“쥐새끼들은 내가 잡도록 하지. 자네는 보고 안에 물품이 손상되지 않았는지 확인해 주게.”
“아뇨, 저도 같이….”
“오르칼 부대장. 내 말이 이해하기 어려웠나?”
경비대장은 탐욕에 번들거리는 눈으로 오르칼을 노려봤다.
그의 눈에는 이번에 영지 안에 침입한 쥐새끼들을 잡아 모든 공을 독차지하겠다는 욕망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알겠습니다.”
“하하. 쥐새끼들을 잡는데 자네의 역할도 적지 않았다는 건 내가 꼭 데이모스 님에게 말씀드리겠네.”
경비대장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보고 안의 경비대원을 전원 집합시켰다.
“우리는 지금부터 쥐새끼들을 잡으러 간다!”
“예!”
경비대원들이 우르르 공장 쪽을 향해 달려갔다.
“…하아.”
홀로 남은 오르칼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쥔 성유석을 세 번째 문에 가져다 댔다.
그그그그긍!
마지막 문이 열리며 황금의 보고 안에 보관되어 있는 무수한 보화들이 그 자태를 드러냈다.
오르칼은 황금의 보고 안으로 들어간 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우득, 우드득!
섬뜩한 파골음과 함께 오르칼의 얼굴이 뭉개진 찰흙처럼 뒤죽박죽 뒤틀리기 시작했다.
뒤죽박죽 뒤틀리던 얼굴이 한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람이 가장 쉽게 속을 때는 말이지.”
오진은 보고 안에 가득 차 있는 보화들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씨익 비틀어 올렸다.
“자기가 멍청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때야.”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황금의 보고 안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