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52)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52화
넘어서다 (2)
“뭐, 뭐야 저거?”
마수들을 상대하고 있던 각성자들은 입을 쩍 벌린 채 마수로 변한 최종철을 바라보았다.
여덟 개로 갈라진 흉측한 입에, 사마귀의 팔, 뱀의 하반신을 지닌 마수.
덩치 자체는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다른 마수와는 비교할 수 없는 사이한 기운이 난폭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윽! 사, 사람이 마수로 변하다니!”
“뭔데 이거!!”
각성자들은 잔뜩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무기를 들었다.
둥글게 최종철을 포위했다.
“저놈부터 잡앗!!”
“저놈이 보스일 거야!”
각성자들이 마수로 변한 최종철을 향해 달려들었다.
토벌 작전에 참여한 만큼 나름 경력도 실력도 출중한 각성자들었지만.
“방해? 하려? 는 거야?”
최종철의 시선이 각성자들을 향했고.
-콰자자자작!!!
“아아아악!!”
뱀의 꼬리가 수십 미터 길이로 길어지더니 채찍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꼬리에 얻어맞은 각성자가 비명을 터트리며 날아갔다.
“방해? 하지 마? 아무도? 아무도? 아무도?”
쿠드득!
날아가는 각성자의 몸을 꼬리가 낚아챘다.
뱀의 꼬리의 끝부분이 각성자의 왼쪽 가슴을 푹 찔렀다.
“커헉! 컥!”
“날? 도와? 줄 거지? 응? 저 자식을? 죽여야 하거든?”
최종철의 입가가 일그러졌다.
우우우웅!
그의 몸을 휘감고 있는 검은 기운이 꼬리를 타고 각성자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커헉! 카학! 쿠르르륵!!”
각성자의 몸이 풍선처럼 부풀더니, 이내 송곳 같은 가시가 전신에 돋아나기 시작했다.
“크륵! 크라아아악!!”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최종철에게 붙잡혔던 각성자는 한 마리의 마수로 변해버렸다.
“으아아아아아!!!”
“뭐, 뭐야!!! 어, 어떻게 이런…!”
각성자들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몸을 떨었다.
사람을 마수로 만드는 마수라니.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괴현상이었다.
“크아아아아아!!”
“미, 민철아!! 정신 차려!!”
마수가 된 각성자가 다른 각성자를 습격했다.
서로 알고 있던 사이였던 듯.
습격당한 각성자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허둥거렸다.
-콰득!!
“커헉! 컥!!”
솟구치는 피 분수.
끔찍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미, 미친!”
“피, 피햇!! 저 꼬리에 걸리면 안 돼!!”
각성자들이 다급히 외쳤다.
하지만.
촤아아악!!
다섯 갈래로 갈라져 각성자들을 노리는 뱀의 꼬리.
시간이 흐를수록 최종철의 꼬리에 붙잡히는 각성자의 숫자는 점차 늘어갔다.
한 마리, 두 마리.
각성자의 숫자는 줄고 마수의 숫자가 늘어났다.
‘제기랄.’
늘어나는 마수들을 바라보며 오진은 입술을 짓씹었다.
‘좋지 않아.’
이대로 시간이 지난다면 늘어나는 마수의 숫자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한시라도 빨리 최종철을 죽여야 하는 상황.
하지만.
“…빌어먹을.”
오진은 축복이 사라진 몸을 내려다봤다.
아까와 같은 아득한 전능감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후우.”
그래도 도망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니. 놈의 기동력을 생각했을 때 도망친다 해도 금방 따라잡힐 것이다.
애초에 최종철이 노리는 건 자신이었으니까.
‘여기서 죽여야 해.’
하지만 어떻게?
“…….”
오진은 날카롭게 눈을 빛내며 각성자들을 몰아붙이고 있는 최종철을 살폈다.
정확히는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검은 기운을.
‘아까 그 검은 구슬에서 나온 것만이 아냐.’
고개를 돌려 검은 원기둥이 솟구쳐 올랐던 도시 중심지를 바라봤다.
붕괴의 중심에 있었던 도시 중심지에서는 검은 아지랑이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기운은.
‘최종철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어.’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겠지만.
‘검은 별’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자신에겐 도시 중심지에서 솟구친 기운이 최종철에게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다면.’
오진은 거칠게 창을 움켜쥐었다.
“오, 오지나!”
하은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빨리 저 자식을 죽여야…!”
“누나.”
최종철을 향해 달려들려는 그녀의 어깨를 붙잡았다.
“부탁할 게 하나 있어.”
“뭐? 이 상황에 무슨 부탁!”
하은이 초조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저기 검은 아지랑이 같은 것 보이지? 지금 바로 저쪽으로 가서 저걸 내뿜고 있는 걸 부숴줘.”
“…오지니 넌?”
“저 자식을 막고 있어야지.”
오진은 사납게 날뛰고 있는 최종철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차피 최종철이 노리는 건 자신.
그녀가 이곳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쫓지 않으리라.
“…….”
하은이 주먹을 굳게 움켜쥐었다.
용의 눈동자 위에 갈등의 빛이 떠올랐다.
마음 같아선 자신을 홀로 남겨둔 채 어딘가로 떠나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라면.
자신이 알고 있는 송하은이란 여자라면.
“알았어.”
그래.
이래야 우리 누나지.
“맡길게.”
단순한 화력만 놓고 보면 축복이 사라진 자신보다 송하은이 압도적이다.
그녀가 저 검은 아지랑이를 없앨 수 없다면, 애초에 없앨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옳다.
“누나랑 약속한 거 기억하지? 이번에도 깨면 진짜 화낸다!”
하은이 몸을 돌려 멀어졌다.
“약속이라.”
그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누나랑 한 약속인데 지켜야지.
오진은 픽 웃으며 최종철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왜? 왜? 왜? 왜? 왜? 왜?”
끼기긱.
최종철의 시선이 자신을 향했다.
섬뜩한 살기가 오싹하게 등골을 자극했다.
“뭐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중지를 추켜올리며 최종철을 도발했다.
“네 엄마도 널 낳은 이유를 모를 텐데 나라고 알겠니?”
“아, 아아. 아아아아아아!!”
콰앙!
최종철이 발을 박차고 날아든다.
뱀의 꼬리가 쭉 늘어나며 채찍처럼 휘둘러진다.
‘희미하지만 지성은 남아 있어.’
완전히 지성이 사라졌다면 도발에 반응할 리가 없다.
-슈욱!
뾰족한 꼬리 끝이 창처럼 머리를 노린다.
가까스로 목을 꺾어 꼬리를 피한다.
‘빨라.’
최종철의 공격은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리아크랑 비교하면 우스운 수준이야.
-콰아아아아앙!
뱀의 꼬리가 바닥을 후려쳤다.
비신하는 돌조각.
오진은 두 다리에 마력을 집중했다.
파직! 파지직!
종아리부터 발끝까지 푸른 뇌전이 휘감았다.
“흐읍!”
짧게 호흡을 들이킨다. 슬라이딩하듯 몸을 낮추며 질주한다.
가까워지는 거리.
바닥을 후려쳤던 뱀의 꼬리가 등을 노리고 쏘아진다. 앞구르기로 꼬리를 피하고 창대를 내려찍어 장대 높이 하듯 날아오른다.
순식간에 최종철의 뒤로 이동한 후 날카로운 창끝을 최종철의 등짝을 향해 내지른다.
-터엉!
‘제기랄.’
창끝이 외피를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손바닥을 타고 짜르르 통증이 달린다.
솨악!
거대한 낫의 형태를 한 최종철의 팔이 곡괭이처럼 내려 찍힌다.
‘이건 못 막아.’
오진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다리에 마력을 집중하느라 팔까지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이대로 부딪히면 힘이 달려 밀린다.
-파지지직!
“크윽!!”
바로 앞에 폭뢰를 터트린다.
폭발의 반동으로 몸이 튕겨 나간다.
“또? 도망? 가려는? 건? 가요?”
최종철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따라붙는다.
튕겨 나간 몸이 떨어지기도 전에 여덟 갈래로 찢어진 입이 쩌억 벌어져 오진을 덮쳤다.
“씨발!”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손을 뻗었다.
타앙!
와이어 슈터를 사용해 가까스로 덮쳐오는 입을 피했다.
“소용? 없? 답니다?”
슈우우욱!
와이어에 끌려가는 몸을 뱀의 꼬리가 후려쳤다.
-빠악!
“커헉!!”
아찔한 충격이 전신을 뒤흔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뱀의 꼬리가 그의 몸을 휘감았다.
‘폭뢰!!’
꼬리가 몸을 휘감자마자 바로 양팔에 마력을 집중한 후 폭뢰를 사용했다.
파지지지직!!
“캬하아아아악!!”
최종철이 몸을 뒤트는 사이 느슨해진 꼬리 밖으로 몸을 빼냈다.
“하아! 하아!”
호흡이 거칠어졌다.
‘공격이 아예 안 통해.’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 정도는 보였지만, 그것뿐.
폭뢰를 정통으로 얻어맞은 최종철의 외피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아프? 잖? 아요?”
최종철의 눈이 사납게 번들거렸다.
“아프? 다? 고요오오오오!!”
촤악! 촤악!
난동을 피우듯 양팔을 휘둘렀다.
거대한 낫의 형태였던 팔이 수십 갈래로 갈려져 오진을 향해 쏟아졌다.
‘꼬리 말고 팔도 변형이 가능한 건가!’
오진은 뇌익을 사용해 갈라진 낫을 향해 쏘아 보냈다.
티디디디딩!
뇌전으로 이뤄진 깃털이 쏘아지는 낫을 튕겨냈다.
하지만.
“크윽!”
오진은 다급히 몸을 굴렀다.
뇌전의 깃털을 미처 튕겨내지 못한 낫이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쳤다.
촤악!
낫에 스친 옆구리가 벌어지며 핏물이 흘러나왔다.
‘화력이 부족해.’
정면으로 부딪치면 필패.
어떻게 공격을 피해 급소를 노린다고 해도 큰 피해를 줄 수는 없었다.
‘지금 한 번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 양으론 무슨 짓을 해도 저 자식을 죽일 수 없어.’
여유가 없다 하지만 아직 남아 있는 마력의 총량 자체는 꽤 많이 남아 있다.
문제는 그 마력을 한 번에 사용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
거대한 물탱크 안에 든 물을 가느다란 호스로 뽑아내고 있는 격이니 화력이 충분할 리가 없다.
‘어떻게 해야….’
머릿속이 복잡했다.
-콰아앙!!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시? 나요?”
“크으으윽!”
몰아치는 공격.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격들이 쏟아졌다.
“빌어먹을!!”
가까스로 피하는 게 한계.
힘과 스피드 어느 쪽에서도 최종철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축복만 있었어도!’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진 않았을━
“…….”
생각을 이어가던 오진은 흠칫 몸을 떨었다.
‘언제부터 이딴 병신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궁지에 몰리자마자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게 남의 힘에 기대는 거라니.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모습 아닌가.
“하.”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기적을 바라지 마.’
알고 있지 않은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아득한 과거부터.
뼈저리게 느껴오지 않았던가.
‘집중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일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히? 히히? 슬슬? 한계? 인가요?”
최종철의 조롱이 들린다.
무시한다.
“하아.”
거칠어진 숨을 내쉰다.
‘한 번에 뿜어낼 수 있는 마력의 양은 한정되어 있어.’
그건 성흔의 ‘성’을 올리지 않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그 상태에서 마력의 위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생각한다.
“아.”
짧은 탄성.
오진의 눈이 반짝였다.
호스에서 흘러나오는 물의 세기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호스의 입구를 좁히면 되잖아.’
마력이 흐르는 회로를 억지로 짓눌러서 압력을 더한다면 같은 양으로도 더욱 강한 기세의 마력을 내뿜을 수 있다.
마력 회로를 억지로 짓누르다니.
다른 각성자가 들었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짓거리냐며 경악했겠지만.
‘언제부터 그런 걸 신경 썼다고.’
피식. 입가를 올렸다.
“후우.”
깊게 호흡을 들이킨다.
파직! 파지지지직!!
마력 회로가 집중되어 있는 왼쪽 심장 부근에 뇌전을 두른다.
호스의 입구를 좁히듯 마력 회로를 억지로 압박한다.
-쿠웅!!
“커헉!”
거대한 둔기로 가슴을 내리친 것 같은 감각.
새우처럼 등이 휘며 바들바들 몸이 떨린다.
“우욱! 우웨에에엑!!!”
아찔한 격통.
검붉은 핏덩이를 토하며 몸을 비틀었다.
‘아파.’
아프다.
전신의 살점을 벌려 굵은 호수를 쑤셔 박고 수도꼭지를 최대로 돌리면 이런 느낌일까.
피 대신 뜨겁게 달군 기름이 몸을 헤집는 감각.
끔찍한 고통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 갔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
너무 아파서 정신이 나가버릴 것만 같다.
리아크와의 전투에서 수십 번의 죽음을 연달아 겪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끔찍한 고통.
하지만.
“쿨럭! 커헉! 크으으!”
견딘다.
멈추지 않는다.
통증은 무시할 수 있다.
고통은 참을 수 있다.
참아서 해결될 문제라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이제까지.’
참아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만 가득했으니까.
-파직! 파지지지지지지직!!!!
심장에 압력을 더한다.
‘부족해.’
어느 한쪽에만 압력을 집중해선 밸런스가 무너진다.
‘심장이 아니라, 몸 전체로.’
전신에 흐르는 모든 마력 회로를 짓누른다.
좁은 회로를 지나며 가속된 마력이 야수처럼 날뛴다.
“무슨? 무슨? 또? 무슨?”
최종철이 흠칫 몸을 떨며 뒷걸음질 쳤다.
“쿨럭! 쿨럭!”
핏물을 토해내며 창을 움켜쥔다.
의식이 꺼질 듯 점멸한다.
끔찍한 격통은 멈추지 않고 기세를 더한다.
하지만.
-파지지직!
한 걸음 더.
앞으로.
-띠링!
[《익시드(Exceed) Lv1》를 습득했습니다.] [경고! 현재 육체의 수준이 익시드를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과부하’ 상태에 돌입했습니다.] [스킬의 사용중단을 권고드립니다!]붉은색 경고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씨익.
오진은 환하게 웃었다.
“좃까.”
푸른 뇌전의 격류가 주변을 휩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