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2)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62화
Heavy Rain (4)
“비, 빌어먹을!”
거친 욕설과 함께.
사슬 낫을 든 올빼미가 팔을 휘둘렀다.
살아 있는 뱀처럼 사슬 낫이 허공을 누빈다.
“힘으로 찍어눌렀!!”
검을 든 놈이 외친다.
4성과 6성 사이에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순수한 힘의 격차.
그를 노린 공격이 오진을 향해 쏟아진다.
“뒤져라 이 새끼야!!”
촤르르륵!!
사슬 낫을 검은 깃털이 휘감는다.
순식간에 5미터 크기로 불어난 낫.
검은 마력에 휘감긴 거대한 낫이 단두대처럼 내리쳐졌다.
-타앙! 타앙! 타앙!
오진은 낫을 향해 오른팔을 뻗었다.
세 줄기의 와이어가 낫을 휘감았다.
“쓰읍.”
가볍게 숨을 들이쉬고.
창대를 거칠게 바닥에 내려찍었다.
장대 높이를 하듯 몸이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어, 어어?”
순식간에 20미터 높이로 날아오른 오진이 와이어 슈터에 강한 마력을 흘려 넣었다.
씨이이잉!!
굉음과 함께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은창을 움켜쥔 채.
떨어진다.
“쥐새끼 같은 놈! 힘으론 상대가 안 되니 피하는 거냣!”
그때.
검을 든 올빼미 날아올랐다.
그의 등 뒤에 검은 깃털로 이뤄진 날개가 사납게 펄럭였다.
떨어지는 오진을 격추하듯 그가 달려들었다.
-빙글.
예상했다는 듯.
오진이 갑작스럽게 몸을 비틀었다.
손바닥을 활짝 펼친 채 마력을 집중했다.
“힘으론 상대가 안 되는지는━”
푸른 뇌전으로 이뤄진 깃털이 수십, 수백 개가 만들어져 그의 손바닥 안에 소용돌이쳤다.
‘폭뢰.’
손바닥에 맺힌 폭발에 휩쓸린 뇌전의 깃털이 총탄처럼 쏘아졌다.
“직접 겪어보고 말하라고.”
투두두두두!!
크레모아가 터진 듯 수백 개의 깃털이 올빼미를 덮쳤다.
“허업!”
기겁한 올빼미가 다급히 검을 휘둘렀다.
검로(劍路)를 따라 검은 깃털이 뭉쳐 뇌전의 깃털을 막았다.
아니.
막았다고 생각했다.
“미친 무슨 힘이…!”
파괴적인 힘에 쩍 입을 벌렸다.
뇌전으로 이뤄진 깃털이 검은 깃털을 찢어발기며 쏟아졌다.
다급히 검을 들어 올렸지만.
막기엔 이미 늦었다.
-파지지지지직!!
“아아아아아악!!!”
끔찍한 절규가 터져 나왔다.
전신이 검게 타들어 가는 도중에도, 올빼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말도, 안, 돼.”
절망이 서린 목소리.
방심한 것도 전력을 쥐어짜 내지 않은 것도 아니다.
그는 모든 힘을 다해 뇌전의 깃털을 막았다.
‘이게… 4성의 힘이라고?’
기술이 밀리는 건 이해할 수 있다.
기교가 딸리는 건 납득할 수 있다.
하지만.
어째서.
순수한 ‘힘’의 격돌에서조차 이렇게 일방적으로 밀린단 말인가?
‘대체… 뭐야 저 새끼.’
대답 없는 의문 속에서 의식이 검게 점멸했다.
“후우.”
오진은 살짝 거칠어진 숨을 내뱉었다.
한 번에 많은 마력을 쏟아내서 그런가. 전신의 마력 회로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튼튼해졌어.’
익시드를 사용하고 난 후.
한 번 찢어진 근육이 더욱 단단해지듯 마력이 흐르는 회로 자체가 꽤나 질겨진 느낌이었다.
[《뇌전 산탄 Lv1》 스킬을 습득하였습니다.] [《뇌전 Lv 6》이 《뇌전 산탄 Lv1》 스킬의 숙련도에 영향을 줍니다.] [《뇌전 산탄 Lv1》이 《뇌전 산탄 Lv3》으로 상승합니다!]짧은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 눈앞에 푸른색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흥미로운 내용이었지만.
‘나중에.’
아직 올빼미 한 마리가 남아 있다.
“히, 히끅!”
사슬 낫을 난폭하게 휘두르던 올빼미는 단 한 방에 전신이 타들어 가 죽은 올빼미의 시체를 바라보며 딸꾹질했다.
“이, 이 사기꾼 새끼가!!!”
“엉?”
뭐야 이 새끼.
내가 사기꾼인 거 어떻게 알았어?
“4성이 아니었구나!!”
완전히 속았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뭔 소리 하나 했더니.”
피식.
오진의 입가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느긋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이제 알았냐?”
“여, 역시!”
올빼미가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 새끼 반응 참 재밌네.
‘뭐, 거짓말이지만.’
세간에 알려진 대로.
자신은 아직 4성에 불과했다.
“자, 그럼 슬슬 끝내보자고.”
오진은 입가를 비틀며 마지막으로 남은 칸의 올빼미에게 다가갔다.
“제, 제길!”
올빼미는 다급히 몸을 돌려 도망쳤지만.
“아저씨~ 이거 잊으셨어요?”
올빼미가 지닌 사슬 낫과 단단히 이어져 있는 와이어 슈터를 들어 올렸다.
팽팽하게 당겨진 와이어가 도망치는 올빼미를 단단히 묶고 있었다.
“크윽!”
다급히 사슬 낫을 놓으려 했지만.
-파지지지직!!
“아아아악!!”
그것보다 빠르게 푸른 뇌전의 격류가 올빼미를 덮쳤다.
처절한 비명과 함께 올빼미가 쓰러졌다.
-푸욱.
창을 찔러 확실하게 마무리를 한 후.
입을 쩍 벌린 채 이쪽을 바라보는 장석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 자네는 대체….”
뻐끔뻐끔.
금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표정.
“뭘 멍하니 보고 있어?”
장석호의 어깨를 툭 치며 턱 끝으로 창고를 가리켰다.
“아들 구하러 안 갈 거야?”
“…아!”
장석호가 짧은 탄성을 흘리며 다급히 창고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그를 뒤쫓아가기 전해 해둬야 할 일이 있었다.
오진은 세 올빼미들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이미 흡수한 성흔이지만.’
그래도 성흔에 담긴 마력은 남김없이 빨아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흑천.’
꾸르륵, 꾸륵.
손끝에서 뻗어 나간 검은 먹구름이 스멀스멀 바닥을 기어가 올빼미들의 왼쪽 가슴 위에 새겨진 성흔을 뒤덮었다.
-띠링!
[해당 성흔에 대한 숙련도가 높습니다.] [성흔의 마력을 추가적으로 흡수합니다.]이번에 뇌익을 활용한 스킬을 새로 얻었기 때문일까.
올빼미자리의 성흔에 담긴 짙은 마력이 몸속으로 흘러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하아.”
몸속에 마력이 차오르는 짜릿한 감각.
뜨듯한 목욕탕 물에 몸을 담근 듯한 포근한 전율이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운다.
‘반푼이라도 6성은 6성이라 이건가.’
흘러들어오는 마력의 양이 상당했다.
“좋아.”
만족스럽게 입가를 올리며 이미 창고 안으로 들어간 장석호의 뒤를 쫓았다.
-끼익.
그나마 멀쩡했던 외관과 달리.
창고 안은 버려진 창고였단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녹슬어 있었다.
“현우야!! 현우야아아!!!”
장석호가 아들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창고 내부를 뛰어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지하에 있을 거야.”
장석호에게 보내온 사진을 보면 아이는 지하에 감금되어 있었다.
“알겠네!”
장석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로 향하는 입구를 찾았다.
워낙 공장 내부가 황량한 탓에 지하로 통하는 입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으음.”
지하로 들어가자 복잡하게 얽힌 복도와 다닥다닥 붙어 있는 방들이 보였다.
계단 옆에 붙어 있는 지도를 보니 지하도 3층까지 있어 찾는데 시간이 꽤 필요할 것 같았다.
“이건 나눠서 찾는 게 낫겠네.”
“아, 알겠네! 그럼 내가 3층부터 찾으며 올라오겠네!”
가장 아래층에 숨겨뒀을 가능성이 높다 생각한 걸까.
장석호는 자신이 아래부터 찾겠다 외치며 계단을 내려갔다.
‘그럼 난 1층부터 뒤져볼까.’
끼익.
방문을 하나씩 열었다.
안에는 대부분 텅 비어있거나, 잡스러운 공구 용품들이 나뒹굴고 있을 뿐이었다.
‘어디다 가둔 거지?’
사냥개자리까지 활성화해 봤지만.
사람의 냄새는 장석호 외엔 없었다.
혹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 인질들을 숨긴 걸까.
장석호를 ‘일부러’ 풀어줬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측이었다.
‘그래도 일단 다 뒤져봐야겠지.’
하나, 하나 차분히.
방문을 열었다.
“음?”
방문을 열며 장석호의 아들을 찾고 있을 때.
구석에 녹슨 상자가 놓인 방을 찾을 수 있었다.
상자의 크기는 대략 3미터.
“…….”
어째서인지.
피부 위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불쾌감이 느껴졌다.
저벅, 저벅.
녹슨 상자를 향해 걸어갔다.
-파각!
자물쇠를 힘으로 잡아 뜯은 후.
천천히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 가득 담긴 것은.
“…아.”
━새하얀 유골 가루.
“…….”
지그시 눈을 감았다.
사실.
장석호에게 아들의 사진을 받아봤을 때부터 직감하고 있었다.
-왜 굳이 사진이었을까?
아들과 전화 통화만 시켜줬어도 더 확실하게 그를 압박할 수 있었을 텐데.
하다못해 동영상이라도 보내줬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왜.
흐릿하게 찍혀 누군지 잘 구별도 되지 않는 조악한 사진들을 미끼로 사용한 걸까.
“…씨발.”
그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아닌 척했지만.
아니길 바랐지만.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결국. 등을 타고 흐르던 끈적한 불길함은 녹슨 상자 속 새하얀 유골의 모습으로 빚어졌다.
‘왜… 죽인 거지?’
살려두는 쪽이 더 효율적이었을 텐데?
효과적으로 흑성회를 따르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왜? 왜? 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추측할 수 있는 대답이 너무 많아, 고르기가 어렵다.
관리가 소홀했거나, 아니면 붙잡힌 인질들이 자살을 시도했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살아남을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거나.
“…….”
순간, 보육원 원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어린아이를 향해 가차 없이 주먹을 휘둘렀던 사내.
폭력의 이유는 많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언제나 하나였다.
쾌락.
약자를 짓밟으면서 느끼는, 너무나도 순수하고 명쾌한 감정의 덩어리.
-끼이익.
녹슨 상자의 뚜껑을 닫았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계단을 올라오는 장석호의 모습이 보였다.
“밑에는 다 찾아봤는데 없었다네!”
당연히 없을 수밖에.
“아무래도 1층에 숨겨둔 것 같네!”
아니다.
“후우… 어쩐지 이 층만 방이 많다 싶었어. 여기 있었군.”
아니다.
“현우야!! 현우야!! 대답해라! 현우야!!”
그런 게.
아니야.
당신의 아들은 이미.
“여긴 다 찾아봤어.”
“그, 그런가? 현우는 그럼.”
“없었어.”
뾰족한 가시가.
혓바닥을 쿡쿡 찌르는 듯 아팠다.
“━이 층엔, 아무도 없었어.”
힘줄이 돋을 정도로 주먹을 움켜쥐며 쥐어짜듯 답했다.
“아….”
장석호의 표정이 깊은 실망감에 물들었다.
“아무래도 놈들이 다른 곳으로 현우를 데려간 것 같네.”
“그럴 가능성이 크겠지.”
“하아. 이제 그럼 어떻게 해야….”
장석호가 어깨를 떨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때였다.
-저벅.
나지막한 발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
오진은 장석호를 붙잡고 다급히 아무 방이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무슨 일… 읍!”
장석호의 입을 틀어막았다.
검지를 들어 입술에 가져댔다.
숨소리조차 천둥처럼 울려 퍼지는 침묵 속.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누가 공장 안으로 들어왔어.”
끈적한 불길함이.
다시 한번 등골을 타고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