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4)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64화
Heavy Rain (6)
“쓰읍.”
깊게 호흡을 들이쉰다.
-쿠웅!
움켜쥔 창을 거칠게 내려찍으며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동시에 오른팔을 들어 와이어 슈터를 발사했다.
노리는 건 아샤드 칸이 아닌 그의 옆에 선 부하들.
“어, 어어?”
휘리릭!
음속을 초월한 속도로 발사된 와이어가 부하들의 몸을 휘감았다.
오른팔을 가볍게 튕기자 와이어에 묶인 그들의 몸이 포탄처럼 아샤드 칸을 향해 날아갔다.
“호오.”
아샤드 칸이 흥미롭다는 듯 눈을 빛냈다.
그것도 잠시.
-촤악!
“아아아악!!”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손에 쥔 곡도로 부하들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갈라진 몸에서 쏟아지는 내장과 핏물.
핏물로 이뤄진 장막이 휘어진 칼날을 타고 펼쳐졌다.
‘지금!’
아샤드 칸이 주저할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노렸던 건 핏물이 튀어 오르며 만들어진 핏빛 장막.
그의 시야가 차단된 짧은 틈을 노려 왼팔을 뻗었다.
-타앙!
슈터에서 쏘아진 와이어가 근처 철근에 찰싹 달라붙었다.
성흔의 마력을 슈터에 집중하자 날카로운 기계음과 함께 공중으로 떠오른 몸이 폭발적인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낙뢰.’
양팔로 창을 움켜쥔 채 아샤드 칸의 머리를 노렸다.
창끝에서 시작된 푸른 뇌전이 은창 전체를 휘감으며 거칠게 타올랐다.
‘부족해.’
사냥개자리로 파악한 아샤드 칸과의 격차는 상상 이상.
이 정도 위력으로 그에게 타격을 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폭뢰 5연격.’
타오르는 뇌전이 창끝에 집중됐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성흔의 마력을 쏟아 보낸 마력 회로가 비명을 질렀다.
날카로운 바늘이 혈관을 떠돌아다니는 듯한 격통이 전신을 난자한다.
‘어쩔 수 없어.’
입술을 짓씹은 채 격통을 참는다.
지금 자신은 지니고 있는 마력의 양에 비해 회로가 터무니없이 좁다.
거대한 양동이에 든 물을 작은 빨대로 뽑아내는 수준.
몸이 망가지는 걸 감수하고 회로를 쥐어짜 내지 않고는 제대로 된 타격을 줄 수 없다.
-콰자자자자작!!!
창끝에 집중된 푸른 뇌전이 일제히 해방된다.
뇌전의 격류가 핏빛 장막을 태우며 아샤드 칸을 덮쳤다.
-후드드드득!
검은 깃털이 아샤드 칸의 몸을 휘감았다.
깃털로 이루어진 단단한 갑주를 입은 듯한 모습.
“하아.”
짧은 숨을 토해내며 곡도를 비스듬히 들어 올렸다.
곡도에 부딪힌 창끝이 검날을 타고 쭈욱 미끄러져 대지에 꽂혔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뇌전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지만, 흑익(黑翼)의 갑주를 둘러쓴 아샤드 칸에게 닿지는 못했다.
‘제길!’
공격이 실패했다는 걸 직감한 오진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다리에 모든 뇌전을 집중시켰다.
‘폭뢰!’
발바닥에 터트린 뇌전을 추진력 삼아 다급하게 아샤드 칸과의 거리를 벌렸다.
“…훌륭하군.”
사납게 타오르는 뇌전을 바라보며.
아샤드 칸은 짐짓 놀란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4성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야.”
속초 아래 잠들어 있던 ‘검은 별의 파편’을 깨우는 계획이 뇌랑 하나로 인해 실패했다는 보고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짐작하긴 했지만.
직녀성의 사도는 그의 짐작을 한참 뛰어넘는 파괴적인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샤드 칸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손에 쥔 곡도에 검은 마력이 넘실거렸다.
뇌랑이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한 각성자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뿐이다.”
날카로운 칼날을 내려치듯 단호한 선언.
손에 쥔 곡도를 천천히 횡으로 휘둘렀다.
-스윽.
느리다.
10살짜리 아이라도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긋하게.
달콤한 낮잠을 꾸듯 나른한 검격.
‘…뭐야?’
오진은 눈살을 좁히며 창을 쥐었다.
아샤드 칸과의 거리는 50여 미터.
저 거리에서 검을 휘두른다고 해도 닿을 리 없을 텐데.
아니, 저 정도로 느려터진 검격이면 사실 코앞에서 휘둘러도 피할 수 있다.
분명.
그렇게 생각했는데.
-콰과과과과광!!!
“……!!!”
고막을 후려치는 굉음.
아샤드 칸이 휘두르는 느릿한 검로(劍路)를 따라 연쇄적인 폭발이 일어나 주변을 휩쓸었다.
피하는 건 불가능.
다가오는 폭발을 향해 반사적으로 창을 내질렀다.
이성보단 본능에 가까운 행동.
-퍼어엉!!
“크으으으읏!!”
푸른 뇌전과 폭발이 격돌했다.
강렬한 충격에 창대를 쥔 손바닥이 찢겨나갔다.
압도적인 힘의 격차.
“반사 신경은 나쁘지 않군. 아니, 단순히 직감이 좋은 건가?”
아샤드 칸은 느긋이 웃으며 다시 한번 곡도를 천천히 들어 올렸다.
위에서 아래로.
맺힌 이슬이 방울져 떨어지는 것처럼 곡도가 느릿하게 휘둘러졌다.
“쓰읍.”
오진은 움켜쥔 창에 힘을 더하며 깊게 호흡을 들이켰다.
어설픈 도발을 받아줄 여유는 없다.
‘침착하게.’
아샤드 칸이 지닌 능력의 정체를 파악한다.
성흔의 마력을 눈에 집중하자 느릿하게 휘둘러지는 곡도의 칼날에서 손톱보다 작은 크기의 검은 깃털이 우수수 쏘아지는 게 보였다.
‘저게 폭발을 일으키는 건가.’
창을 빙글 돌리며 창뢰를 사용했다.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간 뇌전의 줄기가 검은 깃털에 닿았다.
-콰과과과과광!!!!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폭발.
꽤나 먼 거리에서 미리 폭발시켰음에도 충격파에 몸이 뒤로 떠밀릴 정도였다.
‘공장을 박살 냈던 것도 이 깃털이었군.’
어처구니없는 위력에 혀를 내둘렀다.
“끝났다 생각하는 건가?”
피식.
아샤드 칸은 차갑게 입가를 올렸다.
“…무슨.”
오진이 눈살을 찌푸렸을 때.
콰과과과과광!!!
이미 한 번 폭발했다 생각한 검은 깃털이 2차 폭발을 일으켰다.
다급하게 뇌전의 벽을 만들어냈지만.
“커헉!!”
폭발은 뇌전의 벽을 가볍게 찢어발기며 오진의 몸을 후려쳤다.
-쿵! 쿠궁! 콰앙!
물수제비를 던지듯 오진의 몸이 바닥에 튕기며 뒤로 날아갔다.
한참을 뒤로 날아가던 몸은 철근과 콘크리트가 뒤섞인 잔해에 격돌한 후에야 멈췄다.
잿빛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쿨럭!”
붉은 핏물이 목구멍을 타고 쏟아졌다.
“몸도 비상식적으로 튼튼하군.”
코앞에서 들리는 목소리.
“크윽!”
다급히 창을 쥐며 몸을 일으켰다.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곡도가 보였다.
-까앙!
창과 곡도가 격돌했다.
-카앙! 캉! 카강! 카가가가강!!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불똥이 튀어 올랐다.
10여 초가 넘게 이어진 공방 속에서 창과 곡도는 팽팽하게 균형을 유지했다.
“허.”
아샤드 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이대로 1년… 아니, 반년만 지났어도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이 됐겠군.”
이게 진짜 4성 각성자가 보여줄 수 있는 실력이란 말인가.
등골을 타고 서늘한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다.
뇌랑은 오늘 이곳에서 죽는다.
-카아앙!!
섬광처럼 솟구쳐 오르는 곡도가 창대를 후려쳤다.
은창이 팽그르르 돌며 튕겨 나갔다.
“제길!”
오진은 다급히 뒤로 발을 굴러 튕겨 나가는 은창을 가까스로 받아냈다.
“하아, 하아!”
무기를 다루는 기교에선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크으….”
피부가 모조리 벗겨진 손바닥.
붉은 살점만 남은 손이 파르르 떨린다.
‘힘이 부족해.’
마력이 부족하단 의미는 아니었다.
흑천을 통해 흡수한 성흔들 덕분에 마력 자체는 아직 여유로웠다.
아마 순수한 마력의 양은 아샤드 칸보다도 많으리라.
하지만.
‘한 번에… 방출할 수 있는 마력이 너무 차이나.’
마력의 양에 비해 터부니 없이 비좁은 마력 회로.
아직 4성에 불과한 육체가 발목을 잡았다.
“…….”
으득.
오진은 입술을 짓씹으며 피범벅이 된 손으로 창을 움켜쥐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웬만해선 안 쓰고 싶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이제야 힘의 차이를 깨달은 건가?”
그래.
네 똥 굵다 이 씹새끼야.
“━익시드.”
파직! 파지지지직!!!!
눈앞에 우르르 떠오르는 붉은 경고창.
무시한다.
“무슨 짓을 해도 넌….”
콰아아아앙!!!
질주한다.
푸른 뇌전으로 이뤄진 발자국이 횃불처럼 타올랐다.
“━크읏?!”
아샤드 칸이 두 눈을 부릅뜨며 곡도를 휘둘렀다.
곡도의 검로를 따라 파괴적인 폭발이 연달아 이어졌다.
“아까부터 씨발.”
마력을 집중한다.
호스의 입구를 짓이기듯.
우그러진 마력 회로를 따라 총탄처럼 쏘아진 마력이 창끝에 맺힌다.
파지지지직!!!
창끝에 맺힌 뇌전이 뭉쳐 푸른 불꽃이 만들어졌다.
-띠링!
[《뇌전(雷電) Lv6》 스킬이 《뇌전(雷電) Lv7》로 상승합니다.] [《뇌염(雷炎)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뇌염》은 《검기》에 상응하는 강력한 스킬입니다. 파괴력은 《검기》 이상이지만, 그만큼 마력의 소모가 큽니다.
[《뇌전 Lv7》이 《뇌염 Lv1》 스킬의 숙련도에 영향을 줍니다.] [《뇌염 Lv1》이 《뇌염 Lv2》으로 상승합니다!] [경고! 현재 육체의 수준이 《뇌염 Lv2》을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소모되는 마력이 극단적으로 늘어납니다!]주르르륵 쏟아지는 메시지들.
이놈이나 저놈이나 참.
“드럽게 말 많네.”
콰아아아앙!!!
타오르는 뇌전이 곡도와 격돌했다.
“커허억!!”
아샤드 칸의 몸이 거칠게 튕겨 나갔다.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바닥을 튕기며, 꼴사납게 처박혔다.
“이게, 무슨.”
아샤드 칸은 입술에서 흐르는 피를 닦으며 경악에 찬 눈으로 오진을 바라봤다.
푸른 뇌전에 휩싸인 그에게서 이제까지 느낄 수 없었던 강렬한 마력이 느껴졌다.
“…….”
아샤드 칸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반년 뒤… 라는 것도 안일한 생각이었군.”
그는 이미 흑성회에게 있어 충분히 위협이 되는 존재였다.
“계획에 방해되는 놈을 살려둘 순 없지.”
비틀, 비틀.
아샤드 칸이 몸을 일으켰다.
뇌랑이 숨겨둔 한 수를 꺼내며 상황이 역전됐지만.
“위대한 올빼미의 별이여.”
그라고 해서 숨겨둔 한 수가 없는 건 아니었다.
“미천한 그대의 종에게 검은 별의 축복을.”
우우우우웅!!!
검은 마력이 요동친다.
왼쪽 가슴에 새겨진 성흔에서 검은빛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경배하라, 찬양하라, 칭송하라.”
파드드득!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검은 깃털이 휘몰아쳤다.
“━올빼미의 시간이 도래했노라.”
흑익의 폭풍 속에서.
아샤드 칸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