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5)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65화
Heavy Rain (7)
‘뭐야 씨발.’
피부가 저릿해질 정도로 강렬한 마력.
등골을 타고 아찔한 전율이 퍼졌다.
‘저 새끼 뭔데 2페이즈가 있어.’
직급이 분명 중급 정무관 아니었나.
느낌만 보면 중간 보스 정도 될 것 같은데 뭐 이렇게 끝도 없이 튀어나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지금 이 순간에도 전신을 짓이기는 듯한 고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과부하’ 상태로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건 지난번 전투를 통해 익히 확인한 일.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해.’
오진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뇌염이 타오르는 창끝을 아샤드 칸에게 향했다.
“흐읍!!”
콰앙!
폭탄이 터진 듯 우그러지는 대지.
어둠이 내려앉은 폐공장을 푸른 뇌전이 가로지른다.
“소용없다.”
아샤드 칸은 차가운 목소리로 선언하며 천천히 곡도를 휘둘렀다.
처음과 같은 느릿하고, 나른하게까지 느껴지는 검격.
하지만 검격이 품고 있는 힘은 이제까지와 차원이 달랐다.
-투두두두두두!!!
주변에 휘몰아치는 흑익의 폭풍이 검격을 따라 움직인다.
세찬 소나기가 휘몰아치듯.
수천, 수만 개에 달하는 깃털이 오진의 머리 위에 쏟아졌다.
“크윽!”
달려들던 것을 멈추고.
다급히 오른팔을 옆으로 뻗었다.
타앙!
와이어가 철근에 달라붙었는지 확인할 새도 없이 전력으로 슈터에 마력을 흘려 넣었다.
와이어에 딸린 몸이 낚싯바늘에 꿰인 물고기처럼 빠르게 옆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아니 이건 해도 해도 너무 많잖아!’
반응이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깃털의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쏟아져 내린 검은 깃털이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반사적으로 뇌전의 벽을 만들어냈다.
아까 전보다 위력 자체는 상당히 줄어들었지만.
숫자가 조금 많다.
아니, 지나칠 정도로 많다.
-콰과과과과광!!!
“커헉!”
폭발에 휩쓸려 튕겨 나간다.
피부가 벗겨지며 붉은 살점이 드러났다.
“크으으윽!”
입술을 짓씹으며 가까스로 자세를 취했다.
그래도 폭발의 중심지에선 어떻게 벗어난 덕분에 피해를 덜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뿐.
흑성의 축복을 받은 아샤드 칸은 도저히 상대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강했다
“여전히 도망 하나는 잘 치는군.”
나른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
다급히 몸을 돌리며 창을 올려쳤다.
사타구니에서 정수리까지.
뇌염에 휩싸인 창이 아샤드 칸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갈라진 몸에서 내장과 핏물이 한가득 쏟아졌다.
‘아냐.’
이렇게 쉽게 끝날 리가 없다.
“예리하군.”
예상했던 대로.
반으로 갈라졌던 아샤드 칸의 몸이 검은 깃털이 되어 사라졌다.
-슈욱!
오른쪽 허벅지를 노리며 낮게 휘둘러지는 곡도.
창을 바닥에 내려찍으며 곡도를 막았다.
카가가가강!!!
검은 빛무리에 휩싸인 곡도가 창대를 사납게 밀어냈다.
곡도가 아니라 무슨 공성추에 후려맞은 듯한 아찔한 충격.
“크윽!!”
전력으로 마력을 쥐어 짜내며 뇌염을 만들어냈다.
뇌전으로 이뤄진 푸른 불꽃이 창 전체를 뒤덮으며 타올랐다.
‘미친… 마력 소모가 무슨!’
아직 육체의 수준이 부족해서 마력 소모가 극단적으로 늘어난다 했었나.
안 그래도 마력 소모가 심하다는 스킬에 페널티까지 겹치니 아찔할 정도로 빠르게 마력이 줄어들었다.
순수한 마력의 양으로만 치면 어디 가서 꿀릴 일 없다 자신했건만.
그 막대한 양의 마력으로도 뇌염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다.
“허. 설마 이것까지 막을 줄이야.”
아샤드 칸은 놀랍다는 듯 오진을 바라봤다.
그것도 잠시.
파르르 다리를 떨고 있는 오진을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우우우웅!!
검은빛이 폭발하듯 솟구쳤다.
창대 전체를 휘감은 푸른 불꽃이 검은빛에 밀려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크윽!”
오진은 이를 악문 채 가까스로 공격을 버텼다.
밑 빠진 항아리처럼 줄어드는 마력을 모조리 긁어모으며 필사적으로 곡도를 밀어냈다.
아니.
밀어내려 했다.
“부질없는 짓이다.”
한 번 더.
검은빛이 짙어졌다.
아샤드 칸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지어졌다.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카득! 카드득!
유리에 금이 가듯.
푸른 불꽃에 휩싸인 은창이 갈라진다.
“올빼미의 시간 속에서━ 벗어날 순 없다.”
콰드드드득!!
산산조각 창의 파편이 오진의 몸에 틀어박혔다.
쇄골과 어깨, 배와 허벅지.
날카로운 파편이 살점을 파고든다.
“━아.”
“끝이다.”
차가운 선언과 함께.
촤악!!!
검은빛에 휩싸인 곡도가 오른팔을 갈랐다.
팔꿈치 아래로 매끄럽게 잘려나간 오른팔에서 붉은 핏물이 솟구쳤다.
“…그 상황에서 공격을 피했다고?”
아샤드 칸이 놀랍다는 듯 크게 눈을 떴다.
원래 노렸던 건 목이었지만, 창이 박살 나는 그 짧은 틈에 오진이 몸을 뒤로 빼내는 바람에 팔 한 짝만 자르는 데 그치고 말았다.
“뭐… 그래봤자 죽는 시간이 좀 늘어났을 뿐이지만.”
목을 자르건 팔을 자르건.
그를 전투 불능으로 만들었다는 건 변함 없었다.
팔이 잘린 전사가 제대로 된 전투를 이어나갈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끝났군.’
아샤드 칸은 곡도를 쥔 손에 슬며시 힘을 풀었다.
나른한 시선이 오진을 향했다.
은창이 박살 나며 만들어진 날카로운 파편에 전신이 꿰뚫린 채, 잘린 오른팔을 부여잡고 있는 처참한 모습.
쏟아지는 핏물의 양은 당장 쇼크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이대로라면 굳이 목을 자르지 않아도 알아서 죽으리라.
“━끝이긴 씨발.”
“……!!”
“누구 맘대로 끝을 내?”
콰앙!
몸을 수그리고 있던 오진이 튕기듯 허리를 폈다.
남은 팔 하나로 주먹을 움켜쥔 채 사납게 달려들었다.
“하.”
아샤드 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달려드는 오진을 바라봤다.
“끈질긴 놈이군.”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오진을 바라봤다.
기세는 사납기 짝이 없지만.
‘느려.’
이미 치사량에 가까운 피를 쏟은 그의 움직임은 굼뜨기 그지없었다.
스윽.
아샤드 칸은 왼쪽으로 몸을 돌리며 오진의 왼팔을 향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곡도가 매끄럽게 왼팔을 반으로 갈랐다.
주먹 끝에서부터 팔꿈치까지 두 쪽으로 갈라진 팔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오른팔처럼 잘려나간 건 아니지만.
차라리 잘려나간 게 나았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을 느끼고 있을 터.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좋았을 것을. 괜히 나서서 매를….”
비릿한 조소를 머금은 아샤드 칸의 말을 잘라내며,
“멋대로━ 끝내지 말랬지?”
팔꿈치만 남은 오른팔을 몽둥이처럼 휘둘러 그의 뺨을 후려친다.
-뻐억!!
“커헉!!”
설마 팔꿈치만 남은 팔로 뺨을 얻어맞을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는지 아샤드 칸은 공격에 맞고 뒤로 벌렁 쓰러졌다.
쓰러진 아샤드 칸의 몸 위에 올라타 망치를 내려찍듯 이마로 그의 인중을 내려찍었다.
“이제! 겨우! 시작이잖아? 앙?!”
-퍼억! 퍽! 콰득!
한 번, 두 번, 세 번.
이마의 피부가 다 찢어지는 와중에도 전력으로.
“그런데! 누구! 멋대로!! 끝이라는 거야아아아!!!”
“아아아아악!!”
아샤드 칸이 반사적으로 휘두른 주먹이 뺨을 후려친다.
콰득! 우득!
코뼈가 박살 난다.
부러진 앞니가 핏물에 섞여 목구멍을 찌른다.
우그러진 광대뼈가 안구를 헤집는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다.
물러서지 않는다.
한 번 더, 한 번 더.
전력을 담아 이마를 내려찍는다.
“크윽! 이, 이 미친놈이!!!”
“카학!!!”
아샤드 칸이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오진의 배를 걷어찼다.
오진이 피를 토하며 바닥을 굴렀다.
“크윽!”
아샤드 칸은 잔뜩 찡그린 얼굴로 코를 쓰다듬었다.
축축한 핏물이 손을 적셨다.
“빌어먹을!”
거친 욕설이 절로 흘러나왔다.
설마 ‘축복’까지 받은 상태에서 이런 상처를 입다니.
그것도 박살 난 창 파편에 전신이 난자당하고, 한쪽 팔까지 잘려나간 상대에게.
“멋대로 끝내지 말라고…?”
아샤드 칸은 성큼성큼 쓰러진 오진을 향해 걸어갔다.
쓰러진 오진의 무릎을 거칠게 짓밟았다.
우드드드득!!
“아아아아악!!”
짓밟힌 다리가 기형적으로 꺾였다.
“자!! 네놈이 원하는 게 이거 아니었나? 뭘 멍청하게 쓰러져 있지?”
무릎을 짓밟은 다리에 힘을 준 채 담뱃불을 비벼끄듯 발끝을 비틀었다.
으스러진 다리뼈가 무릎을 찢고 튀어나오는 게 보였다.
“일어나라! 일어나서 더 싸워보란 말이다!”
“크윽! 끄아아아악!!”
아샤드 칸은 쓰러진 오진의 몸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최대한 고통을 느끼도록.
잘근잘근 팔다리를 짓이겼다.
“하아, 하아!”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
쓰러진 오진에게선 더 이상 비명조차 흘러나오지 않았다.
“…퉷!”
아샤드 칸은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었다.
예상치 못한 오진의 반격에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 버리고 말았다.
‘미친 자식.’
광기에 찬 외침과 함께 머리를 내려찍던 그의 모습을 떠올리자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제까지 적지 않은 적을 상대했지만.
이토록 끈질긴 괴물은 마경(魔境)에서조차 보지 못했다.
‘그래도.’
아샤드 칸은 거칠어진 호흡을 진정시키며 쓰러진 오진을 내려다봤다.
피떡이 된 그의 몸은 원래의 형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
‘이제 진짜 끝이군.’
그렇게 생각하자.
“후, 후후.”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하하하하!! 드디어, 드디어!!”
짜릿한 전율.
적을 이겼다는 승리감보다, 이젠 저 미친놈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앞섰다.
그렇게 한참을 더 웃었을 때.
“…한심하군.”
후우.
웃음 대신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아샤드 칸은 혀를 차며 성흔 옆에 새겨진 일곱 개의 획(劃)을 손으로 더듬었다.
7성 각성자가 4성 각성자를 상대로 성좌의 축복까지 받아 간신히 이겨놓고 뭐가 좋다고 낄낄거린단 말인가.
천도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당장에 정무관 직책을 박탈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걸 알고 있음에도.
‘그래도… 끝났어.’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 걸 억누를 수는 없었다.
-투둑, 투둑.
“음?”
머리 위에 차가운 감각이 느껴졌다.
한 방울, 두 방울.
마른 대지에 빗방울이 스며든다.
“그러고 보니 오늘 태풍이 온다 했던가.”
먹구름이 가득 낀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살을 좁혔다.
-쏴아아아아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 지 30초도 채 지나지 않아 어마어마한 기세로 비가 쏟아졌다.
“크윽!”
상처에 빗물이 스며든 탓일까.
아샤드 칸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무리했나.’
그는 옷을 슬쩍 들쳐 성흔이 새겨진 왼쪽 가슴을 내려다봤다.
가슴 위에 새겨진 올빼미자리 성흔을 중심으로 나무뿌리와 같은 흉측한 힘줄이 돋아 있었다.
“슬슬 돌아가야겠군.”
곧 축복의 대가가 시작될 것을 생각하면.
한 시라도 빠르게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분에게 작전은 성공했다 연락드려야겠군.’
발할라 길드와 뇌랑이 서로 협력 관계라는 걸 그에게 알려준 존재.
거의 밖으로 모습을 비치지 않는 천도윤을 대신에 실질적으로 흑성회를 이끌고 있는 ‘왕의 대리자’를 떠올렸다.
‘지금 협회에 계신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연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리라.
아샤드 칸은 곡도를 허리춤에 차고 몸을 돌렸다.
저벅, 저벅.
마른 대지를 밟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뭔가.
이상하다.
‘말라… 있다고?’
바닥을 향해 손을 뻗는다.
마른 흙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린다.
“…뭐야.”
하늘이 뚫린 듯 사납게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어떻게 ‘마른 흙’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니 그가 서 있는 곳만이 아닌 이 주변 땅 전체가 말라붙어 있는 게 보였다.
그래.
마치.
쏟아지는 빗물이 어딘가로 흡수되기라도 한 것처럼.
“어딜, 가, 려고?”
“……!!!!”
아샤드 칸이 다급히 몸을 돌렸다.
“뭐, 뭐야. 네가 어, 어떻게…?”
부릅뜬 눈으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는 오진을 바라봤다.
“푸흐흐흐! 솔직히 이것까지 계산한 건 아닌데 말이야.”
비틀, 비틀.
몸을 일으킨다.
짓이겨진 다리로 대지를 딛는다.
우드득, 우득!
영상을 거꾸로 재생하기라도 한 것처럼.
기형적인 각도로 꺾여있던 다리가 제 자리를 찾는다.
피부를 뚫고 튀어나왔던 다리뼈가 다시 살점 속으로 몸을 숨긴다.
“뭐, 너도 검은 별의 축복인지 뭔지 받았으니 나도 이 정도 축복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오르듯 상처의 단면에서 새살이 돋아났다.
잘려나간 양팔이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모습을 되찾았다.
“하아.”
오진은 쏟아지는 빗물을 향해 양팔을 활짝 펼쳤다.
피부를 때리는 차가운 물방울.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쏟아지는 빗물을 전신으로 받아들였다.
[주변에 물의 기운이 가득합니다.] [《수력친화(水力親和) Lv MAX》 스킬의 효율이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아까… 올빼미의 시간이 어쩌고 했지?”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뜬다.
“그럼.”
지금부턴.
“━내 시간이다.”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검은 하늘 아래.
한 쌍의 푸른 눈동자가 사납게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