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66)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66화
Heavy Rain (8)
“이, 이게 무슨.”
주춤주춤.
아샤드 칸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뒷걸음질 쳤다.
마치 영상을 거꾸로 되감은 듯.
순식간에 재생되는 오진을 부릅뜬 눈으로 바라봤다.
“마,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제 끝인 줄 알았는데.
드디어 다 끝났다고 안도했는데.
왜.
어째서.
“대체 어떻게!! 멀쩡히 일어날 수 있단 말이냐!!!”
울부짖듯 외쳤다.
“푸흐흐! 중간 보스가 2페이즈가 있는데, 내가 없으면 좀 섭하잖아?”
오진은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전투 중에 와이어 슈터도, 창도 모두 망가져 버렸지만.
-파지지지직!!
아직 거문고자리의 성흔 하나만큼은 왼쪽 가슴 위에서 선명히 타오르고 있었다.
“크윽…!”
아샤드 칸은 사납게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다시 한번 주변에 검은 깃털의 폭풍을 만들어냈다.
“카학! 아, 으. 아아아아악!!”
아샤드 칸이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비틀었다.
우득! 우드득!
뼈가 우그러지는 듯한 섬뜩한 소리와 함께 그의 전신에 흉측한 힘줄이 돋아났다.
탱탱했던 구릿빛 피부가 급격히 쭈그러들며 자글자글한 주름이 얼굴 가득 피어올랐다.
허리가 굽어지며 단단한 근육이 가득했던 팔다리가 삐쩍 말라비틀어졌다.
순식간에 20년, 아니 30년은 넘게 늙어버린 듯한 모습.
‘뭐지?’
오진은 가늘게 눈을 떴다.
단순히 성흔의 힘을 무리하게 사용한다 해서 저렇게 갑작스러운 노화가 오지는 않는다.
‘이건 마치.’
‘수명’을 대가로 힘을 끌어내고 있는 듯한 모습.
“설마… 그게 ‘축복’의 대가인 거냐?”
오진은 허탈한 듯 웃었다.
기본적으로 축복의 대가는 성좌가 지게 된다.
율법의 제약에 묶여 있는 건 각성자가 아니라 성좌기 때문.
그런데 축복을 받은 각성자가 저런 끔찍한 모습이 된다는 건.
‘자신이 짊어져야 할 대가를 사도에게 대신 짊어지게 만드는 건가.’
물론 100% 대가를 짊어지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럴 수 있었다면 흑성회 전원이 검은 별의 축복을 받고 날뛰었겠지.
어쨌든.
이렇게 자신의 사도에게 ‘대가’를 짊어지게 만들어야만 축복을 내려줄 수 있다니.
“그 올빼미의 별이란 놈도 별거 아닌가 봐?”
우리 여신님이랑은 너무 비교되는데?
“닥쳐라!!”
아샤드 칸이 사납게 외치며 난폭하게 곡도를 휘둘렀다.
-투두두두둑!!
쏟아지는 빗줄기에 섞여 흑익의 깃털이 오진을 노렸다.
콰과과과과광!!!
끔찍한 폭발이 오진을 휩쓸었다.
“푸흐흐흐!”
오진은 비릿한 웃음을 터트리며 거대한 폭발을 몸으로 받아냈다.
폭발에 휩쓸린 몸이 순식간에 걸레짝이 됐지만.
“말했잖아.”
우드득! 우득!
부서진 뼈가 제자리를 찾는다.
검게 탄화된 피부가 빠르게 재생됐다.
“지금부턴━ 내 시간이라고.”
콰앙!
거칠게 발을 박찬다.
흑익의 폭풍에 몸을 던지며 움켜쥔 주먹을 휘둘렀다.
-파앙!
푸른 뇌전에 휩싸인 주먹이 검은 깃털에 막혀 뒤로 튕겨 나왔다.
“하, 하하하!!!!”
아샤드 칸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아무리 빠르게 몸이 재생된다 해도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지!”
확실히.
그의 말대로, 흑익의 폭풍을 뚫는 건 지금으로는 불가능하다.
“올빼미의 위대한 힘을 느끼거라!!”
투두두두두!!
흑익의 폭풍이 거칠게 오진을 밀어냈다.
나름 마력을 쥐어 짜내며 흑익의 폭풍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지만.
여전히 폭풍을 뚫고 아샤드 칸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
“새끼 늙어서도 말 많은 건 여전하네.”
퉤.
오진은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으며 씨익 입가를 올렸다.
‘한 방으로는 저 폭풍을 뚫을 수 없다면.’
방법은 간단하지 않은가.
‘뚫릴 때까지 후려치면 되겠지.’
파지지지직!!!
뇌염이 맺힌 주먹을 휘두른다.
흑익의 폭풍을 뚫지 못한 주먹이 으스러지며 뼈가 피부를 찢고 튀어나온다.
상관없다.
제대로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격렬한 폭우 속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것 정도는 큰 상처도 아니다.
‘한 번 더.’
주먹을 휘두른다.
‘한 번 더.’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계속해서.
-콰앙!! 콰앙!! 콰아앙!!!
아샤드 칸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깃털의 폭풍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 아아.”
아샤드 칸은 쩍 입을 벌린 채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오, 오지, 마.”
콰앙! 콰앙! 콰앙!!
굳게 닫힌 성문을 공성추가 두드리는 것처럼.
흑익의 폭풍을 푸른 화염에 휩싸인 주먹이 두드린다.
폭풍이 흔들릴 때마다.
스멀스멀 피어오른 공포가 아샤드 칸을 잠식했다.
“오, 오지 말, 라고.”
왜.
대체 어떻게.
무슨 수로.
멈추지 않고 주먹을 휘두를 수 있단 말인가.
“네, 네노오오옴!!”
상처가 빠르게 재생되는 것까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은가?
“고,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라도 하는 거냐!!”
“아니. 지금도 아파 뒤지겠는데 뭔 헛소리야.”
오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흑익의 폭풍에 닿을 때마다.
손톱이 깨지고, 손가락이 꺾이고, 손목이 뒤틀린다.
혈관과 근육과 뼈가 뒤엉켜 흘러내린다.
아프다.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이대로 미쳐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하지만.
-콰아앙!!
주먹을 휘두르는 걸 멈추지 않는다.
망가진 팔이 재생되는 대로, 마력을 밀어 넣어 후려친다.
“그, 그렇다면 어떻게.”
아샤드 칸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오진을 바라봤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게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주먹을 계속 휘두를 수 있단 말인가?
━상상해 보라.
뾰족한 가시가 촘촘히 돋아난 방패를 향해 전력으로 주먹을 후려치는 것을.
날카로운 칼날이 가득한 믹서기 속에 스스로 손을 집어넣는 것을.
아무리 상처가 재생된다 한들.
누가 그 미친 짓을 반복할 수 있단 말인가?
“못할 건 없지.”
피식 입꼬리를 올리며.
검은 깃털의 폭풍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띠링!
[극한의 상태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마력을 유지했습니다!] [《뇌전(雷電) Lv7》 스킬이 《뇌전(雷電) Lv8》으로 상승합니다.] [《뇌염(雷炎) Lv2》 스킬이 《뇌염(雷炎) Lv3》으로 상승합니다.] [경고! 육체의 손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축적되었습니다!] [손상이 지속될 시 ‘통각 증가’ 페널티가 부여됩니다!]푸른 메시지창에 이어 떠오르는 붉은 창.
다행이다.
움직일 수 없는 페널티였다면 곤란할 뻔했다.
낄낄 웃음을 터트리며 방금 막 재생된 주먹을 움켜쥔다.
-콰앙!!!
다시 한번.
검은 깃털의 폭풍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폭풍이 크게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크으으윽!!”
이게 시스템이 경고한 통각 증가 페널티인가.
방금보다 한층 더 심해진 격통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이제까지 팔을 망치로 내려치는 듯한 고통이었다면, 이젠 내려친 후 무게를 실어 짓이기는 듯한 고통이다.
“크, 흐흐!! 씨이발. 이건 좀 많이 아프네.”
상관없다.
“흐읍!!”
콰아앙!!
주먹을 휘두른다.
주먹을 휘두른다.
주먹을 휘두른다.
[극한의 상태에서 정신을 잃지 않고 마력을 유지했습니다!] [《뇌전(雷電) Lv8》 스킬이 《뇌전(雷電) Lv9》으로 상승합니다.] [《뇌염(雷炎) Lv3》 스킬이 《뇌염(雷炎) Lv4》으로 상승합니다.]고통은 무시한다.
무시하는 것 정도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 미친, 새, 끼.”
아샤드 칸이 창백하게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다.
“뭐가 미쳤다는 거야?”
-콰아앙!
검은 깃털이 흩어지며 우수수 떨어진다.
끝이 머지않았다.
“딱히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그래.
고통을 참는 것 정도는 크게 어려울 것 없는 일이다.
-콰앙!! 콰아앙! 쾅!!
검은 깃털이 대부분 떨어졌다.
깃털 속에 숨어 있던 아샤드 칸이 보인다.
“뭐, 뭐가!! 뭐가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거냐!!!”
발작하듯 외친다.
“어렵지 않아.”
콰앙!!
한 번 더.
주먹을 휘두른다.
“그냥 참으면 되는 거잖아?”
그래.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아무리 괴로워도.
참으면 해결된다.
버티기만 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
“그냥 견디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고개를 돌린다.
바닥에 쓰러진 채.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장석호의 모습이 보였다.
참는다고 해서 그의 문제가 해결될 날이 올까?
버틴다고 해서 죽은 아들이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콰앙! 콰앙!! 콰아앙!!!
주먹을 휘두른다.
멈추지 않는다.
멈출 이유가 없다.
문뜩, 기억이 떠올랐다.
6년 전의 기억이다.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 하은.
두 눈을 잃은 채, 익숙지 않은 어둠에 몸을 벌벌 떠는 그녀의 모습.
그때 느꼈던 아득한 무력감을 기억한다.
아무리 참아도, 아무리 버텨도, 아무리 견뎌도.
잃은 게 저절로 되돌아오지는 않았다.
‘그거랑 비교하면 이건 쉽지.’
통증은 무시할 수 있다.
고통은 참을 수 있다.
“참아서 해결될 문제라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이 세상에는.
참아도 해결되지 않는 일들만 가득했으니까.
-콰아아아앙!!!
흑익의 폭풍이 터져나갔다.
“…아.”
바닥에 주저앉은 아샤드 칸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오진을 올려다봤다.
검은 하늘.
별빛조차 보이지 않는 짙은 어둠 속에,
한 쌍의 푸른 눈동자만이 번들거렸다.
“아, 악마.”
어째서일까.
검은 하늘을 등지고 선 그의 모습이,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아, 으아.”
그는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 도망쳤다.
“으, 으아아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꼴사납게.
처음 아샤드 칸이 보여줬던 거만하고 오만한 태도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저벅, 저벅.
낮은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괴물의 발걸음 소리다.
“새끼가 멀쩡한 사람한테 악마가 뭐야?”
오진은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가는 아샤드 칸의 머리를 지그시 짓밟았다.
“악마면 진즉에 못 참고 뒤졌겠지.”
자신이 만약 악마였다면.
아무런 괴로움도, 슬픔도 느끼지 못하는 인외의 존재였다면.
온몸이 망가져 가면서까지 삶에 집착할 이유가 있었을까.
“사람이니까 존나 힘들어 뒤질 것 같아도 버티는 거야.”
우드드득!
머리를 밟아 그대로 부서트렸다.
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조금 더 끔찍하게 죽여주고 싶긴 한데.
“…제기랄.”
솔직히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푸는 순간 바로 기절해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남았지.’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물이 뺨을 타고 턱 끝에 고인다.
한 방울, 두 방울.
방울져 떨어지는 물방울이 흙탕물이 되어 흘러간다.
자박자박 고인 흙탕물 위에, 한 사내가 쓰러져 있었다.
“아, 으.”
짓뭉개진 두 다리로.
짓이겨진 두 눈으로.
가느다란 희망의 끈을 부여잡은 채.
발버둥 치고 있다.
“아, 아샤드 칸을… 이, 이긴 겐가?”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응. 내가 이겼어.”
“하, 하하! 뇌, 뇌랑이 이 정도일 줄은… 생각, 도… 못, 했네.”
장석호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오진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빗물을 헤치며 장석호에게 다가갔다.
“당신한테 할 말이 있어.”
“할 말…?”
장석호의 목소리가 불안에 떨렸다.
간신히 붙들고 있는, 힘겹게 움켜쥐고 있는.
희망의 지푸라기가 끊어지기라도 할 것처럼.
“…….”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는 장석호를 내려다본다.
늘상 그래왔듯.
메마른 거짓말을 입에 담는다.
“찾았어.”
“…뭐?”
장석호의 목소리가 떨린다.
“당신 아들, 찾았다고. 저놈들이 데리고 있었어.”
“그, 그게! 그게 사실인가!”
환희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혀, 현우가… 거기 있단 말인가?”
장석호가 엉금엉금 바닥을 기어왔다.
아들이 진짜 이곳에 있다 해도 돌조각에 짓이겨진 눈동자로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그는 바닥을 기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응. 지금은 기절해 있는데… 아, 잠깐만 기다려 봐.”
오진은 목울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장석호가 자신에게 보여줬던 동영상.
그 속에서 해맑게 울려 퍼졌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웃음소리 말고는 거의 목소리를 못 들었지만.’
괜찮다.
웃음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목소리를 유추해서 흉내 낼 수 있다.
누군가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건 예전부터 특기였으니까.
‘그리고 이것도 있지.’
꾸르륵.
목울대가 세밀하게 꿈틀거리며 목젖이 안으로 들어갔다.
변형.
얼마 마수를 처치하고 얻은 특성을 활용한다면 더욱 완벽하게 목소리를 재현해낼 수 있었다.
“아… 빠?”
쏟아지는 빗물 속에.
이제 막 잠에서 깬 듯한 소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혀, 현우야?”
장석호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지, 진짜 아빠야?”
“혀, 현우야!! 현우야!!”
“아, 아빠… 모, 몸이!”
“…아.”
환하게 올라갔던 장석호의 입꼬리가 급격히 내려갔다.
“…미안하다, 현우야.”
“아,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미안하다니?”
“…….”
지그시.
입술을 깨문다.
“아빠는… 몸이 너무 아파서 곧 잠을 자야 해.”
“…잠?”
“응. 우리 현우도… 아플 때 자면 금방 낫지?”
“그, 그럼 아빠도 금방 낫는 거야?”
서글픈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린다.
“아니…. 아빠는 많이… 아파서. 아주 오랫동안 잠을 자야 해.”
“…얼마나?”
“글쎄. 우리 현우가 다 크면…. 그때… 그때 일어날 수 있어.”
“초등학교 졸업하면 일어나는 거야?”
“하, 하하! 아니…. 조금 더….”
“주, 중학교까지?”
“…….”
무언가를 억누르듯.
장석호는 얼굴을 찌푸렸다.
“그보다 더… 오래 걸릴, 거야.”
쥐어짜듯 말한다.
“하지만… 꼭… 돌아올게. 우리 현우 만나러… 반드, 시.”
“알았어!! 그럼 그때까지 기다릴게! 공부도 열심히 할게!”
맑은 외침이 빗물 사이로 스며든다.
“현우야… 옆에… 형, 있지?”
“으, 응!”
“그 형, 따라가서… 말, 잘 듣고….”
목소리가.
희미해져 간다.
“건강, 하게… 있어야 한, 다?”
장석호의 뺨을 타고 물이 흐른다.
그의 뺨을 타고 흐르는 건 핏물일까, 빗물일까, 눈물일까.
글쎄.
모르겠다.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 현우….”
덜덜덜.
손을 뻗는다.
“아빠 자기 전에… 우리, 현우… 손, 한 번만. 잡아보고 싶네.”
어렵지 않은 부탁이다.
우득, 우드득.
변형을 사용해 손의 크기를 줄였다.
파르르 떨리는 그의 손을 가볍게 움켜쥐었다.
손바닥이 차갑다.
아릴 정도로 싸늘하다.
“하, 하하.”
장석호의 입가에 마른 웃음이 싹튼다.
“다행, 이다….”
흘러내리는 빗물이 마른 웃음을 적신다.
“우리 현우… 무사해서….”
웃음을 적신 빗물은 턱 끝을 타고 흘러내려 대지에 스며든다.
이제 저 땅에는 웃음꽃이 피게 되는 걸까.
“다, 행….”
툭.
장석호의 손이 떨어졌다.
더 이상 목소리는 이어지지 않았다.
“…….”
-쏴아아아아아아!
검은 하늘에선 여전히.
무거운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