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78)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78화
천재 각성자의 스트리밍 (7)
“으갸갸갸갸갸갸갹!!”
사내가 책상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찍힌 사람처럼 바르르 몸을 떨며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뭐, 뭐야?”
“왜 저래 저거?”
비좁은 입구 틈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입을 쩍 벌린 채 사내를 바라봤다.
그들의 입장에선 뜬금없이 괴성을 지르며 히드라 쪽으로 달려가는 것으로 보였을 테니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리라.
‘오우, 효과 직빵이네 이거.’
오진은 눈이 뒤집힌 채 앞으로 달려나가는 사내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방금 사용한 건 베가가 네글리쉬들의 아가미 사이로 정확하게 뇌전을 흘려보내 제압했던 기술을 조악하게나마 따라 해본 기술이었다.
[…그걸 한 번 보고 따라 했단 말이냐?]“입원해 있을 때 연습했던 게 도움이 됐어.”
그때 10일 내내 뇌전을 미세하게 컨트롤하는 연습을 했던 게 지금 빛을 발했다.
[아니 고작 10일 연습했다고… 하아. 됐느니라.]베가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제 딴지를 거는 것도 질린다는 표정.
“케르르르르르르르륵!!!”
히드라의 시선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달려간 사내에게 집중됐다.
“아, 으아.”
비명을 지르던 사내는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히드라를 올려다봤다.
“사, 살려줘!! 살려줘 제발!!”
사내는 그의 파티원을 돌아보며 다급히 외쳤다.
“이, 이 개자식들이!!!”
하지만.
당연하게도 움직이는 사람은 없었다.
“크르르르르르!”
아홉 개에 달하는 머리 중 하나가 마치 촉수처럼 움직여 사내를 노렸다.
거대한 입이 쩍 벌어지며 날카로운 독니가 드러났다.
오진은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활성화하며 히드라의 움직임을 자세히 살폈다.
‘빨라.’
과연 7성급 괴수 중에서도 ‘보스’라는 타이틀을 당당히 지니고 있는 괴수답게 그 움직임은 재빨랐다.
빠르기만 할까.
무게만 해도 수 톤은 넘을 법한 머리였다.
날카로운 독니까지 달렸으니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굳이 상대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씨익.
창을 움켜쥐며 허리를 숙였다.
“별거 없네, 새끼.”
아샤드 칸에게 느꼈던 압박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콰아앙!!
푸른 뇌전에 휩싸인 다리가 대지를 박찬다.
숙였던 허리를 튕기듯 세우며 질주한다.
“케르르르륵!”
“으아아아악!!”
히드라의 시선은 완전히 사내에게 쏠려 있는 상황.
바닥을 쓸 듯 창을 낮게 내리고.
‘뇌염(雷炎).’
거칠게 올려 벤다.
-파지지지직!
푸른 화염이 맺힌 창날이 녹색 비늘이 많지 않은 목 아랫부분을 파고들었다.
“흐읍!”
“키에에에에엑!!”
목에 쑤셔 넣은 창을 마치 노를 젓듯 크게 휘저었다.
살점이 벌어지며 녹색 체액이 후두둑 바닥에 쏟아졌다.
“케르르르륵!”
“케락!”
아홉 개의 머리 중 두 개의 머리가 재빠르게 움직여 오진을 노렸다.
-화르르르륵!
“어딜!”
하은이 빠르게 달려오며 양팔을 넓게 펼쳤다.
딱!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폭발하듯 화염이 솟구치며 히드라의 머리를 휘감았다.
“케라라라락!”
“으윽!”
불꽃에 휩싸인 히드라가 거칠게 발버둥 쳤다.
“오지나! 이 자식 힘이 너무 세! 오래 못 버텨!”
“알았어.”
살점을 휘젓던 창을 거칠게 내리그었다.
촤악!
반쯤 갈라진 목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쓰읍.”
깊게 호흡을 들이킨다.
하은이 묶고 있는 히드라의 머리 중 왼쪽을 향해 팔을 뻗는다.
타앙!
총성과 함께 발사된 와이어가 히드라의 목을 휘감는다.
날뛰는 히드라의 목을 따라 몸이 솟구친다.
‘여기서 한 번 더 와이어를 쏘면.’
타앙!
오른쪽에 있던 히드라의 목을 와이어가 휘감자마자 줄 자체가 빠르게 수축하기 시작했다.
-쿠웅!
“케르르륵!”
급속도로 수축하는 와이어에 왼쪽 머리와 오른쪽 머리가 서로 부딪쳤다.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와이어 슈터에 생긴 새로운 기능.
슈터에 흘려 넣은 마력의 양에 따라 줄 자체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게 되면서 한층 더 다채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고렇지!! 우리 오지니 잘한다!!”
하은이 씩 웃으며 넓게 펼친 양팔을 엑스자로 교차하며 내리그었다.
머리 두 개를 묶고 있던 화염이 날카로운 칼날의 형태로 변하며 히드라의 목을 베어냈다.
“애송이! 더 온다!”
리아크가 와이어를 밟으며 높게 점프했다.
공중에 뜬 오진을 노리며 다가오는 히드라의 머리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파츠츠츠츠!
뇌전의 손톱이 히드라의 눈동자를 사납게 내리그었다.
“케르르르르르륵!!”
눈알이 갈라지는 와중에도 히드라는 채찍을 휘두르듯 오진을 향해 머리를 휘둘렀다.
[끈질긴 놈이로구나!]오진의 근처를 날고 있던 베가가 손을 뻗었다.
푸른 뇌전이 거미줄처럼 펼쳐지며 히드라의 머리를 튕겨냈다.
“나이스!”
오진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창을 내리그었다.
녹색 비늘이 갈라지고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케르르르륵!!”
쿵! 쿠궁!
한순간에 네 개의 머리가 곤죽이 된 히드라가 뒷걸음질 치며 몸을 빼냈다.
“와아!”
“기, 기사에선 뇌랑 4성이라 하지 않았어?”
“저 여자 누구야? 여기 있을 레벨이 아닌 거 같은데?”
서로 먼저 도망치려고 입구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각성자들도 히드라를 압도하는 오진 파티의 모습에 도망치려던 것을 멈추고 멍하니 전투를 바라봤다.
-ㅜㅗㅑㅗㅜㅑ!!
-와 개간지다;
-방금 뇌랑 움직임 봤냐? 가슴이 웅장해진다ㄹㅇ
-저 수호령이랑 펫도 개쩌네ㄷㄷ
-저런 건 어디서 구함?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투를 직관하고 있던 시청자들 또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저도 가세하겠습니다!”
상황을 보니 충분히 이겨볼 만하다고 생각한 걸까.
제리킴도 화살 세례를 히드라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너무 쉬운데?’
오진은 뒷걸음질 치는 히드라를 보며 눈살을 좁혔다.
벌써 아홉 개의 머리 중 네 개의 머리를 걸레짝으로 만들어 버렸다.
멀쩡한 머리는 이제 다섯 개.
이대로라면 저 다섯 개도 머지않아 곤죽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그때.
“오지나! 저 자식 저거 재생하는데?!”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반쯤 갈라졌던 히드라의 목덜미가 빠른 속도로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래. 어쩐지 너무 쉽더라.”
쯧. 혀를 차며 급속도로 상처를 재생하고 있는 히드라를 바라봤다.
“케르르르륵!!”
네 개 중 두 개의 머리를 순식간에 재생한 히드라가 사납게 울부짖으며 다시금 공격을 재개했다.
‘잠깐. 두 개라고?’
오진은 가늘게 눈을 뜨며 히드라를 살폈다.
곤죽이 된 머리 중 하은의 불꽃에 당한 머리들만 재생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불로 지져진 상처는 재생이 느린 건가.’
그렇다면.
“누나! 내가 남은 머리들을 자르면 그 단면을 불로 지져줘!”
“알았어!!”
고개를 끄덕이는 하은을 뒤로하고 발을 박찼다.
타앙!
와이어를 통해 공중으로 날아오르며 사납게 창을 내리그었다.
-촤악!!
푸른 뇌전이 타오르는 창날이 히드라의 목을 잘라냈다.
“오지나 비켜!!”
화르르르륵!
잘린 단면을 향해 하은의 불꽃이 쏘아졌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허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붉은 화염이 피가 흐르는 단면 가까이에 도달했을 때.
“케라라라라락!!”
남은 여섯 개의 머리에서 짙은 녹색 체액이 뿜어져 화염을 뒤덮었다.
치이이이익!
메케한 연기와 함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제길! 이거 뭔데!”
하은이 답답하다는 듯 외쳤다.
‘불꽃을 경계하고 있어.’
오진은 히드라를 바라보며 가늘게 눈을 떴다.
히드라 또한 하은의 불꽃이 가장 위협적이라고 생각하는 모양.
‘그렇다면 남은 머리를 최대한 줄━’
쿠르르륵!
다른 머리를 자를 틈도 없이 잘렸던 머리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재생됐다.
재생되는 데까지 소모된 시간은 고작해야 5초.
빨라도 너무 빨랐다.
“뭐야?”
아까는 이렇게 빠르지 않았잖아?
“오, 오진 씨! 이상합니다! 히드라의 재생 속도가 이렇게 빠르단 얘긴 들어본 적 없… 크윽!”
쿠구궁!!
멀쩡히 재생한 머리가 제리킴을 향해 채찍처럼 휘둘러졌다.
제리킴은 화살을 쏘던 것을 멈추고 다급히 바닥을 굴렀다.
‘이상해.’
제리킴의 말마따나.
이건 비상식적인 재생 속도였다.
[나의 아이야! 저 괴수의 안에 깃든 별의 기운이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났느니라!]베가의 말을 듣고 자세히 살피니 히드라의 몸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제길.”
이 게이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현상.
한 마리 괴수 안에 두 개의 성유석이 공존하는 게 이런 결과로 이어질 줄이야.
“오지나 이거 답 없는 거 같은데?”
하은이 거대한 화염의 벽을 일으켜 사방팔방 쏟아지는 녹색 체액을 막아내며 외쳤다.
“아니.”
방법은 있다.
‘재생력이 빠를 뿐 내구도가 튼튼한 건 아니야.’
방금도 한 번의 창격에 머리 하나를 잘라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머리가 잘리고 재생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5초.
“그 안에 일곱 개의 머리를 싹 다 자르면 돼.”
그렇다면 그녀의 불길을 막을 수 있는 수단도 없어지게 된다.
“…뭐?”
[나의 아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하은과 베가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오진을 바라봤다.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일에 전력을 다할 뿐.
[…축복을 걸어주겠느니라.]“나중에.”
고개를 저었다.
베가의 축복은 최후의 수단이다.
해볼 만큼 해보고, 그래도 안 된다면 그 후에 축복을 받아도 늦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지만 그러다 그대가 다치기라도 한다면….]“베가.”
나지막이 말을 이었다.
“율법의 제약을 받을 때. 많이 고통스럽지?”
[그건.]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알고 있다.
제약을 받을 때마다 그녀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을 많이 봐왔으니.
“똑같아.”
그녀가 자신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만큼.
자신 또한 그녀가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란다.
‘처음엔 그냥 사기를 치는 대상이었는데 말이지.’
어느새 그녀는 자신의 삶에 녹아들어, 떼어낼 수 없는 온기가 되었다.
[나, 나의 아이야.]베가가 사과처럼 달아오른 얼굴로 오진을 바라봤다.
“보조 부탁해. 리아크도.”
“흥. 네놈이 말 안 해도 할 생각이었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어째서인지 불쾌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럼.”
자세를 낮춘다.
제한 시간은 5초.
그 안에━
“익시드.”
일곱 개의 머리를 떨어트린다.
-파지지지지직!!!
푸른 뇌전이 몸을 휘감았다.
-콰아아아앙!!
거칠게 발을 박차며 날아올랐다.
‘우선 하나.’
촤악!
푸른 화염에 휩싸인 창날이 히드라의 머리를 갈랐다.
‘둘, 셋.’
머리가 잘려나간 단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두 개의 머리를 더 잘랐다.
“케르르르륵?!”
히드라가 다급하게 남은 네 개의 머리를 뒤로 빼냈다.
타앙! 타앙!
와이어를 발사해 머리 두 개를 휘감았다.
“다섯 개.”
콰자자자자작!!
와이어를 타고 흐른 폭뢰가 두 개의 머리를 터트렸다.
‘남은 시간은.’
2초.
‘제기랄.’
이미 남은 두 개의 머리는 저만치 멀리 빠져 있는 상황.
지금 달려간다 해도.
시간에 맞출 수 없다.
‘더 빠르게.’
모든 마력을 두 다리에 집중했다.
한계의 한계까지.
아니.
한계 이상으로!
“흐아아아아아아!!”
거칠게 포효하며 발을 박찼다.
푸른 뇌전이 다리 전체를 휘감았다.
아니.
단순히 휘감는 것을 넘어서━
순간적으로 두 다리가 ‘뇌전’이 되었다.
-띠링!
[‘뇌신체(雷神體)’의 단서를 습득했습니다.] [《익시드 Lv2》스킬이 《익시드 Lv3》로 상승합니다!]폭발하듯 솟구치는 뇌전.
마치 발끝에 제트엔진을 달기라도 한 것처럼 무시무시한 속도로 몸이 쏘아졌다.
-촤아아악!!
“키르르르르륵!!”
일곱 개의 머리가 모두 떨어졌다.
“누나!!!!”
공중에서 몸을 돌리며 하은 쪽을 바라봤다.
“뒤는 나한테 맡겨!!”
하은의 양팔에서 거대한 화룡(火龍)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한 마리가 아니다.
다 합쳐서 총 일곱 마리의 화룡이 그녀의 팔을 타고 솟구쳐 올랐다.
“아윽!”
하은이 고통스럽다는 듯 왼쪽 눈가를 더듬었다.
왼쪽 눈가 전체를 뒤덮고 있던 흉측한 힘줄이 뺨을 넘어 목덜미까지 뒤덮은 상태.
“하아, 하아!”
하은의 입에서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아프다.
눈알을 짓누르는 듯한 격통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 정도 고통쯤은.
이제까지 오진이 느꼈을 아득한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라.
‘우리 오지니가 참았는데…!’
고작 이 정도를 못 참으면 누나라 할 수 있겠는가.
“뒤져 이 짜식아아아아!”
화르르르르륵!!
거대한 불길이 치솟는다.
용의 눈동자가 흉포한 빛을 뿜으며 목이 잘린 히드라를 노렸다.
-치이이이이익!!!
일곱 마리의 화룡이 잘려나간 히드라의 목을 휘감았다.
메케한 연기와 함께 살이 타들어 가는 냄새가 터널 안에 진동했다.
-쿠웅!
20여 미터에 달하는 히드라의 거체가 바닥에 쓰러졌다.
“하아! 하아!”
“수고했어 누나.”
숨을 헐떡이는 그녀를 향해 오진이 다가왔다.
“…수고하긴. 막타만 친 건데 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잖아?”
말이 막타만 쳤다는 거지.
사실상 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1초에 불과했다.
‘목을 다 자르는 데 4초가 걸렸으니까.’
그녀는 남은 1초의 시간 만에.
머리가 잘려나간 일곱 개의 단면들을 모조리 불태워야만 했던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자신보다 빡셌던 게 그녀였으리라.
“크, 크흠! 뭐, 알았으면 됐어.”
하은이 괜히 헛기침을 내뱉으며 고개를 홱 돌렸다.
“…어?”
그때.
무언가를 발견한 오진이 크게 눈을 떴다.
“누나 그거….”
그녀의 가슴을 손으로 가리켰다.
“가슴이 뭐? 개쩐다고? 후훗. 누나도 알아 짜식아.”
“아니.”
뭔 소리 하는 거야 이 여자.
“빛나고 있어.”
“…찌찌가?”
“성흔이요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