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8화
하이에나들 (2)
“개자식이!!”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붉힌 사내가 거친 욕설을 입에 담았다.
남이 잡은 사냥감을 노리는 파렴치한 강도라 해도 부모에 대한 애정은 남아 있는 모양.
그의 어머니가 이런 모습을 보지 못하고 이미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죽엇!!!”
우우웅!
사내의 갑옷 너머로 성흔이 빛을 뿜었다.
사냥개자리의 성흔.
육체의 감각을 증폭시키는 성흔의 힘이 그의 전신에 깃들었다.
-후우웅!
머리를 노리고 정직하게 휘둘러지는 검.
속도는 빠르지만, 그 방향이 너무 올곧았다.
‘제대로 빡 돌았네.’
느긋하게 몸을 뒤로 빼내며 공격을 피했다.
실수로 동료의 머리통을 쪼개버리고, 조롱까지 받은 강도는 극도의 흥분에 차 있었다.
이성을 잃은 검격은 단조로운 선을 그리며 허공을 갈랐다.
‘이러면 쉽지.’
아무리 3성 각성자라고는 해도 이런 상태라면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아니, 아마 그가 정상적인 상태라 해도 우세한 건 자신이었을 것이다.
사냥개자리라는 잡스러운 성흔과 북극성의 성흔 사이에는 고작 1성 차이로는 극복할 수 없는 벽이 있었으니까.
-후웅!!!
머리를 노리고 떨어지는 검을 가볍게 피하고, 오른쪽 옆구리를 향해 창을 내질렀다.
허점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일격.
-카아아앙!!
“크윽!”
곧 죽어도 3성은 3성이라는 듯, 사내는 가까스로 옆구리를 노리고 파고드는 창격을 검으로 막았다.
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냥개자리라면 분명 육체의 감각을 증폭시켜 주는 성흔이던가?”
씨익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육체의 감각이 증폭된다면, 느끼는 고통 또한 증폭되어 느껴질 터.
그렇다면.
-파지지지직!!!
“아아아아악!!”
창끝을 타고 흐르는 푸른 뇌전.
검을 쥐고 있던 사내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흐읍!”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뱀이 기둥을 타고 오르듯 사내의 팔을 타고 흘러 올라간 창날이 거침없이 그의 목을 꿰뚫었다.
“커헉! 크륵.”
사내는 검붉은 핏물을 입에서 쏟아내며 두 눈을 뒤집어 깠다.
그것으로 끝.
3성 각성자 둘이 쓰러지기까지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제대로 싸웠다면 훨씬 더 힘들긴 했겠지만.’
굳이 그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이게 뭐 스포츠도 아니고 정정당당하게 싸워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어디 그럼.”
인간 파밍을 시작해 볼까.
-뒤적뒤적.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두 사내의 갑옷을 벗기고 주머니를 뒤졌다.
“에잉, 개털이네. 3성이나 돼서 뭐야 이게?”
지갑 안을 확인한 오진은 눈살을 찌푸렸다.
둘 다 합쳐서 27만 5천 원.
3성 각성자란 걸 생각해 보면 개털도 이런 개털이 없었다.
“쯧.”
물론 카드까지 사용한다면 더 많은 돈을 얻을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추적이 쉬운 카드를 함부로 쓰기는 어려웠다.
게이트 안에서 벌어진 각성자끼리의 살인은 암묵적으로 넘어가는 편이지만 대놓고 티를 내면 협회 측에서 조사관이 나오니까.
“갑옷은… 개작살 나서 팔기도 좀 그렇고.”
무기만 좀 챙겨갈까.
주섬주섬.
둘의 검을 묶어 허리춤에 걸었다.
이놈들의 카드까지 가져가서 쓰는 건 위험하지만, 이런 간단한 장물 정도는 가져가 팔아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이 도로 위의 벌레 마냥 쉽게 죽는 세상이었으니까.
“…그리고.”
오진은 가늘게 눈을 떴다.
갑옷을 벗긴 사내의 왼쪽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셔츠에 가려져 있긴 하지만, 저기에는 사냥개자리 성흔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아무리 격이 낮다 해도 똑같은 ‘성흔’인 이상.
‘흑천으로 흡수할 수는 있을 거야.’
사실, 꽤나 위험한 행동이다.
괜히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흡수했다가 베가가 그걸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개망한다.
하지만.
‘분명 흑천의 특성 중에 ‘흑막’이란 게 있었지.’
흑천의 기운을 완전히 감추는 특성.
‘베가가 흑천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도 저 특성 때문일 거야.’
그리고 그 설명에는 ‘보유한 성흔’에도 그 특성을 똑같이 적용할 수 있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그렇다면.’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흡수해도 베가가 감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단 의미.
이미 그녀가 흑천을 감지하지 못하는 것을 확인한 이상, 그 능력에 대해 의심할 필요도 없었다.
“좋아.”
씨익 입꼬리를 올리며 쓰러진 사내들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쿠륵, 쿠르륵.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먹구름.
검은 먹구름은 굶주리기라도 한 것처럼 성흔이 있는 곳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띠링!
[‘흑천’이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흡수합니다.] [‘흑천’의 두 번째 개화 조건이 모두 달성됐습니다!] [‘흑천’이 두 번째 개화를 시작합니다!]쿠륵 쿠르르륵!!
검은 먹구름이 요동친다.
“크윽!”
전신에서 어둠이 치솟아 올랐다.
칠공(七空)에서 빠져나온 검은 먹구름이 몸 주변을 휘감았다.
━지끈.
불에 달군 쇠꼬챙이를 머릿속에 쑤셔 넣는 듯한 통증.
그와 함께,
[흑천을 통해 거문고자리 성흔에 담긴 ‘기록’을 읽어냅니다.] [흑천의 개화 단계가 낮습니다. 읽을 수 있는 기록이 제한됩니다.]다시 한번.
이신혁의 기억이 머릿속에 밀려 들어왔다.
-…일어났어?
가장 먼저 보인 것은 훤칠한 키를 지닌 청년의 모습.
청년은 차가운 시선으로 이신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몽롱한 표정의 이신혁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흐릿했던 시야가 점차 선명해졌다.
‘병실?’
기억 속의 이신혁은 넓은 개인 병실에 누워 있었다.
병실 벽에 걸린 전자시계를 통해 날짜가 보였다.
‘2020년 11월 21일.’
지금이 11월 7일이니 정확히 2주 후의 기억이었다.
-여긴….
-병원이야.
-병원?
-형은 2주 동안 기절해 있었어.
이신혁은 두 눈을 크게 뜬 채 되물었다.
-2, 2주 동안?
-그래.
이신혁의 동생으로 보이는 청년은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신혁을 내려다보는 그의 차가운 눈빛엔 서늘한 분노가 서려 있었다.
-왜 멋대로 게이트에 들어간 거야?
-그, 그게….
-내가 분명 우리 길드원 중 한 명이라도 데려가라고 하지 않았어?
-그… 다들 바빠 보여서.
-그렇다고 거길 혼자 들어가?
-…미안하다, 우혁아. 1성급이라 괜찮을 줄 알았어.
-하아.
우혁이라 불린 청년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신혁은 잔뜩 위축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때,
-똑똑.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자리에서 일어난 이우혁이 문을 열었다.
열린 문틈으로 안경을 쓴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길드장님.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무슨 일이야?
-15일 날 목동에 생성된 신생 게이트 아시죠? 이번에 창현 씨가 그 게이트에서 성유물을 하나 발견했데요.
-창현이가?
-예.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 좀 이상….
치직.
노이즈가 낀 것처럼 시야가 흐릿하게 점멸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점차 희미해졌다.
그리고,
“후아!!”
머릿속을 헤집는 통증이 사라졌다.
-띠링!
[각성자 이신혁의 일부 기록을 성공적으로 계승했습니다.] [《나침반자리의 창술 Lv4》이 《나침반자리의 창술 Lv5》로 상승합니다.] [《궁색한 변명 Lv2》를 습득했습니다.]통증이 사라지며 눈앞에 푸른색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개화할수록 이신혁의 기억들을 더 얻을 수 있는 건가?”
오진은 방금 전 머리를 스쳐 지나간 기억들을 천천히 되새겼다.
‘이우혁. 15일 날 목동에 생성된 신생 게이트. 그리고.’
성유물(星喩物).
별의 힘이 응집되어 있는 아티팩트.
성유물마다 그 능력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그중에는 1~2성의 격차를 좁힐 만큼 강력한 힘이 깃든 것도 있었다.
‘그러니까, 정리하면 8일 후에 목동에서 생성되는 게이트 안에서 성유물이 나왔다는 거지?’
생각지도 못했던 고급 정보.
“이건….”
오진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성유물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 그 이상으로.
“써먹을 수 있겠어.”
‘사기극’을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 좋은 윤활유였다.
‘그나저나 얘들 기록은 읽을 수 없는 건가?’
오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내의 시체를 내려다보았다.
사냥개자리의 성흔을 흡수했으니 이신혁처럼 둘의 기억도 자신에게 흘러들어 와야 할 텐데, 영 소식이 없다.
[흡수한 ‘사냥개자리의 성흔’이 너무 옅습니다.] [성흔에서 기록을 읽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아, 그런 건가.
“하긴, 딱 봐도 모자란 새끼들인데 짙은 성흔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사냥개자리의 성좌가 아무리 격이 낮은 성좌라고 해도 이런 놈들에게 짙은 성흔을 부여해줄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을 것이다.
‘뭐, 어쨌든.’
굉장한 수확이다.
2성을 찍은 것도 모자라 흑천까지 개화하다니.
‘흑천이 개화한 게 마냥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이대로 흑천을 성장시키는 게 옳은 일인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흑천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지의 힘이었으니까.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
흑천을 개화시킬수록 이신혁의 기억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안 이상,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회귀자라는 가면을 쓰고 있는 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진짜’ 회귀자의 기억들이었으니까.
“어디 그럼.”
오진은 지그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왼쪽 가슴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사냥개자리의 성흔은 어떤지 볼까.’
성흔을 사용하자 전신의 감각이 몇 배로 증폭됐다.
특히 후각은 정도를 벗어날 정도로 민감해졌다.
“우욱!”
코를 통해 들어오는 수만 가지 냄새들에 입을 틀어막고 허리를 굽혔다.
주변 나뭇잎이 흔들리는 냄새까지 하나하나 콧속으로 파고드는 듯한 감각.
‘이건 좀 익숙해져야 쓸만하겠는데.’
고개를 저으며 스위치를 바꾸듯 다시 거문고자리의 성흔을 활성화시켰다.
두 개의 성흔을 동시에 사용할 수는 없는지 거문고자리의 성흔이 활성화되자 육체의 감각이 다시 전으로 돌아왔다.
-파직!! 파지지직!!!
몸 주변에 타오르는 푸른 뇌전.
“음?”
오진은 맹렬하게 타오르는 푸른 뇌전을 바라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뇌전이 짙어졌어?’
어찌 된 영문인지, 그의 주변에 타오르고 있는 푸른 뇌전이 한층 더 진해져 있었다.
파지지직! 콰아앙!
시험 삼아 바닥에 뇌전을 쏘아 보내니 묵직한 폭음과 함께 바닥이 타들어 갔다.
‘확실히 성흔의 힘이 더 강해졌어.’
1성에서 2성으로 격상했을 때와는 느낌이 좀 다르다.
그때는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성흔의 ‘양’이 늘어난 느낌이라면 이건 성흔의 ‘질’ 자체가 짙어진 느낌.
오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눈살을 찌푸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
답을 찾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흑천의 개화 단계에 맞춰서 성흔의 힘이 조정됐다고 했지.’
그때 워낙 정신이 없어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그럼 이제까지 그게 성흔의 힘이 조정된 거였다고?”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러면 성흔의 주인인 베가는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야?’
아찔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퍼졌다.
다시 한 번 그녀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결심을 머릿속에 새겼다.
“슬슬 돌아갈 준비를 해볼까.”
널브러진 시체를 뒤로하고 변종 앤트혼의 시체를 향해 다가갔다.
시체를 뒤적이자 5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의 검은 성유석이 나왔다.
‘검은색이라고?’
일반적으로 성유석은 푸른빛을 띤다.
“음… 이건 얼마에 팔리려나?”
눈을 반짝이며 검은 성유석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허리춤에 찬 검 두 자루와 묵직한 주머니의 무게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검도 가져다 팔면 50은 받을 테고.’
일반 성유석이 대략 80만 원어치에 변종의 성유석까지 더하면 최소 300만 원 정도를 하루 만에 번 셈이다.
“미쳤군.”
각성자 만만세다.
* * *
-끼익.
녹슨 문을 열자 익숙한 곰팡내가 코끝을 간질였다.
“왔냐?”
목발을 짚은 채 문 앞에 서성이고 있던 하은이 다급히 다가왔다.
“웬일로 침대에 안 누워 있고?”
오진은 동그랗게 눈을 뜨며 물었다.
“시껴. 나라고 맨날 누워만 있냐?”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새하얀 손끝이 뺨에 닿는다.
━더듬더듬.
그녀의 손이 뺨과 머리, 목과 어깨를 차례대로 훑는다.
꽤나 간지럽다.
“…뭐 해?”
“…….”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몸 이곳저곳을 한창 더듬던 그녀가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븅신처럼 맞고 돌아오진 않았네.”
아, 그런 거였군.
피식.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왜? 다쳤을까 봐 걱정했던 거야?”
“오냐. 내 빵셔틀 고장 나면 큰일 나니까.”
“아니 뭔 빵셔틀이야.”
“히히힛! 너 보육원 때부터 내 빵셔틀 맞잖아?”
하은이 낄낄 웃으며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자자~ 우리 빵셔틀 오늘 누나 저녁으로 뭐 사가지고 왔어요~?”
“아, 깜빡했다.”
“앙?”
“푸흐흐! 농담이야. 햄버거 사 왔어.”
“와퍼 세트?”
“기네스 와퍼 세트.”
“누나한테 장가 올래?”
뭔 소리 하는 거야 이 여자.
“좋아. 그럼 날 잡을까 여보?”
“어? 지, 진짜?”
“아니.”
구란데.
“이, 이 새끼가 증말!”
“헛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자.”
하은을 안아 들어 침대로 옮겼다.
봉투에 든 햄버거 세트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
웬일인지 하은은 햄버거에 손도 대지 않았다.
“왜? 안 먹어?”
“…….”
갑작스럽게 내려앉은 침묵.
입술을 달싹이던 하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진짜 북극성의 사도가 된 거지?”
“엉.”
“…….”
그녀의 주먹을 꾸욱 움켜쥐며 말을 이었다.
“북극성의 사도가 됐다 해서 괜히 막 높은 등급 게이트 들어가고 그러면 안 된다? 아까워도 꼭 파티 맺어서 들어가고.”
“내 안전만큼은 철저하게 챙기니 걱정 마슈.”
“…흥. 맨날 말만 그렇게 하지.”
하은이 손을 뻗어 뺨을 살짝 꼬집었다.
“네 성좌가 그… 베가라고 했던가?”
“맞아.”
“…어떻디?”
“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자 하은의 뺨이 슬쩍 붉어졌다.
“아니, 뭐. 그냥. 그 유명한 직녀성이잖아.”
“……?”
“에이 씨!! 베가인가 뭐시긴가 예쁘게 생겼나고!”
“아.”
뭘 물어보나 했더니 그런 거였나.
“예쁘지.”
과장 좀 보태서 눈 돌아갈 만큼 아름다웠다.
-쭈우욱.
“아아아아.”
뺨이 쭉 늘어나며 찌릿한 통증이 밀려왔다.
“아니, 왜.”
“그냥 좀 빡쳐서.”
“너무 억울해.”
홱.
하은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며 등을 돌렸다.
“아, 맞다. 나 내일 거기 가보려고.”
“…어딜?”
빼꼼.
이불을 슬쩍 내리며 하은이 고개를 돌렸다.
햄버거의 포장지를 뜯어 그녀의 입가에 가까이 대며 말을 이었다.
“각성자 협회.”
앙.
그녀의 작은 입이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