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a regressor RAW novel - chapter (87)
나는 회귀자가 아닙니다 87화
로마의 성녀 (8)
‘━뭐?’
거머리 여왕?
씨바 저 새끼들 지금 거머리 여왕이라 한 거 맞지?
‘이사벨라가 흑성회 집행관 서열 3위라고?’
그게 뭔 말도 안 되는 개소리란 말인가.
‘아니 그럼 뭐야? 저 새끼들은 누구… 아.’
벼락이 치는 듯한 감각.
어긋났던 퍼즐 조각이, 뒤틀렸던 톱니바퀴가 맞물렸다.
-어쨌든 흑성회가 나타나고부터는 사정이 많이 달라졌죠. 세상 두려운 줄 모르고 설치던 마르코 조르니가 찍소리도 못하고 숨어들었을 정도니까요.
파올로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런… 미, 친.’
왜 이걸 알아차리지 못했던 걸까.
왜, 왜, 왜.
‘이사벨라를 노리던 건… 흑성회가 아니었어.’
훈련받은 암살자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어수룩한 모습.
일반인들을 향해 가차 없이 무기를 휘두르는 포악함.
‘마르코 패밀리.’
그들이 이사벨라를 암살하려던 범인이었다.
‘아니 잠깐. 근데 분명 저놈들한테서 검은 별의 마력을 느꼈는데?’
흑성회에게 밀려났다는 마르코 패밀리가 왜 검은 별의 마력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설마.’
오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불현듯, 아샤드 칸의 기억을 전승받았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후훗. 독은 독으로 제압해야 하는 법이죠.
왕의 대리자라 불리며 ‘올빼미’ 파벌을 이끌고 있는 흑성회의 실세.
천우성.
그가 지나가듯 흘렸던 말.
‘독을 독으로 제압한다는 게… 이걸 말하는 거였어?’
이제야 모든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올빼미 파벌이랑 마르코 패밀리가 손을 잡았던 거였어.’
그렇기에.
그들에게서 ‘검은 별’의 마력이 느껴졌던 것이다.
‘아니 씨바.’
욕지기 밖에 터져 나오지 않는 상황에 머리가 아찔해졌다.
‘이사벨라에게 검은 별의 마력의 느껴지지 않은 건 그렇다 치고.’
그녀의 정체가 진짜 ‘거머리 여왕’이라면 지금 자신과 수준 차이가 표현 그대로 하늘과 땅 차이일 테니 마력을 감지하지 못했던 건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하지만.
‘…완벽하게 속았어.’
방심했다는 건 변명이다.
오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도 자위에 불과하겠지.
자신은 그냥 멍청하게 속아 넘어가 버린 것이다.
이사벨라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빌어먹을.’
사기꾼이라는 놈이 고작 연기하나 꿰뚫어 보지 못하다니.
뼈 아픈 자책감이 몸을 짓눌렀다.
‘반성은 나중에 하고.’
이미 지나간 일에 후회를 곱씹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오진은 가늘게 실눈을 뜬 채 이사벨라와 마르코 패밀리 사이의 대화에 정신을 집중했다.
“하! 왕자님이 쓰러지니까 이젠 허세를 부리는 거냐?”
“응? 왕자님이라고요? 아… 오진 씨 말이구나.”
이사벨라는 배시시 입가를 올렸다.
“확실히 오진 씨는 왕자님처럼 멋지죠.”
후후훗.
그녀는 쓰러진 오진을 내려다보며 눈을 반짝였다.
“크윽! 이, 이년이!”
여유롭기 짝이 없는 그녀의 태도에 암살자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거냐?”
“보, 보스?!”
그때.
암살자들을 헤치며 한 청년이 나타났다.
스킨 헤드에 온몸을 뒤덮는 복잡기괴한 문신.
“오랜만이에요~ 마르코오!”
이사벨라는 청년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마르코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년… 그 주둥이가 찢어져도 그렇게 방정을 떨 수 있을지 보자고.”
“어머. 언제나 그렇듯 상스럽기 짝이 없네요. 머리털이 없어서 그런가?”
“개 같은 년이!!”
까득!
마르코가 이를 갈며 뾰족한 가시가 돋친 방망이를 들어 올렸다.
-우우우웅!!
왼쪽 가슴의 성흔이 사납게 불타오르며 강렬한 마력이 주변을 휩쓸었다.
“저주 때문에 마력도 못 쓰는 년이다! 빨리 붙잡아!”
“예!”
그의 부하들이 깊게 허리를 숙였다.
“후훗. 마력을 못 쓴다, 라.”
이사벨라는 짙은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확실히. 지독한 저주긴 하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올빼미의 개입 때문에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저주가 걸려 버리고 말았다.
그래.
흑성회의 집행관 서열 3위.
무려 ‘10성’에 도달한 고위 각성자인 그녀조차 마력이 봉인 당할 정도로.
“━근데 그거 아세요?”
이사벨라는 양팔을 넓게 펼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붉게 노을 졌던 하늘은 어느새 어둠에 물들어,
찬란한 별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거머리자리의 성흔은… 밤이 되면 몇 배는 더 강해진다는 거?”
우우우웅!!
이사벨라의 성흔이 짙은 핏빛을 내뿜었다.
“…뭐?”
마르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아, 아냐. 그, 그럴 리가 없어.”
눈앞의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는 벌벌 몸을 떨며 고개를 저었다.
“자, 자미원의 저주라고!!! 밤이 됐다고 해서 저주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자미원의 저주.
저주 계열 중에서도 최상급.
아니, ‘규격 외’라 불러도 좋을 강력한 저주.
그는 그 저주의 기틀을 완성하는 데만 조직의 수년 치에 해당하는 예산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그러고도 모자라 올빼미들의 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완성했는데.
그걸.
“반나절도 안 돼서 풀 수 있을 리가 없어!!!! 자미원의 저주는 칠성이라 할지라도 벗어날 수 없는 저주라고!!!”
“흐응. 뭐, 그렇죠.”
이사벨라는 방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칠성’이었을 때 얘기잖아요?”
“…뭐?”
“후훗. 저는 칠성이 아닌걸요?”
마치 자신을 칠성 윗급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한 말투.
“미, 미친년!”
마르코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소리치며 부하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뭣들 하고 있어?! 빨리 저년을 죽엿!!”
“하, 하지만.”
“저년 다 허세 떠는 거라고 이 머저리들아!! 뭘 쫄고 있어?!”
“예, 옙!”
마르코의 호통에 부하들은 덜덜 몸을 떨면서도 무기를 고쳐 쥐었다.
“죽어어어엇!!”
“으아아아!”
수백에 달하는 각성자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머나.”
이사벨라는 달려드는 각성자들을 바라보며 짙게 웃었다.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아이들이네?”
그녀의 손톱이 붉게 물들었다.
검지를 길게 뻗은 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허공에 핏빛 선을 그었다.
━━━━━━━━━━━━!!!!!!
소리도 소음도 없다.
허공을 가로지른 핏빛 혈선을 따라,
-푸확!! 푸화아아악!!!
목이 갈라진다.
데구르르.
바닥을 구르는 머리통.
핏빛 분수가 어둠이 내려앉은 강가를 수놓는다.
“으, 아으.”
“아아, 아.”
순식간.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으아아아아아악!!!”
“괴, 괴물!! 괴물이다!!”
수백에 달하는 마르코 패밀리의 조직원 중 반 이상이 목을 잃고 즉사했다.
“쓰읍. 하아~”
쏟아지는 피 분수를 바라보며 이사벨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이내, 고운 눈썹을 살며시 찌푸렸다.
“흐응. 역겨운 비린내만 나는 피네요. 평소에 뭘 먹고 다니는 걸까?”
불쾌하다는 듯 살아남은 조직원들을 노려봤다.
“히, 히이이익!!”
“마녀!! 마녀야 저년은!!!”
공포에 휩싸인 조직원들.
그들은 이사벨라에게서 몸을 돌려 허겁지겁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머? 어딜 가는 걸까?”
귓가에 울려 퍼지는 피에 젖은 목소리.
“으아아아아!! 사, 살려줘!! 살려줘어어어!!!”
“이, 이 미친 자식들이!! 도망치지 마라!! 도망치는 놈은 나한테 죽는다!!”
마르코가 도망치는 부하들을 향해 다급히 외쳤지만 이미 그들의 발걸음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겁에 질린 부하들이 도망친 곳에는,
-푸슉!! 촤아아아악!!
“커헉!! 컥!!!”
“끄르르륵!”
수백… 아니, 수천에 달하는 핏빛 가면을 쓴 괴인들이 도망치는 마르코의 부하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흑, 흑성회!”
마르코는 핏빛 가면을 쓴 괴인들을 바라보며 사납게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빌어먹을!”
그는 가시가 돋친 방망이를 들어 올리며 이사벨라 쪽을 노려봤다.
“죽어 이 거머리 년아아아아!!!”
발작을 일으키듯 포효하며 발을 박찼다.
콰아앙!!
성흔이 밝게 타오르며 그의 방망이 주변으로 거센 바람이 휘몰아쳤다.
“흐응.”
이사벨라는 나른한 콧소리를 흘리며 눈가를 찌푸렸다.
“분명 내가━ 거머리라 부르지 말라 했을 텐데?”
섬뜩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핏빛 기운이 폭풍처럼 주변을 휩쓸었다.
“커헉!!”
촤자자자작!!
전신을 날카로운 면도칼로 난자당한 듯 작은 생채기들이 마르코의 몸을 뒤덮었다.
생채기라 해도 그 숫자가 천이 훌쩍 넘으면 더 이상 생채기라 부를 수 없는 상처가 된다.
“으, 으아, 으.”
마르코는 전신에서 피를 철철 쏟아내며 비틀비틀 뒷걸음질 쳤다.
이사벨라는 그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마르코가 쏟아낸 핏방울이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천천히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하음.”
이사벨라는 마르코의 핏물을 혀로 핥아 마셨다.
팍.
구겨지는 표정.
“퉷!”
더러운 것을 삼켰다는 듯 입에 머금은 핏물을 바닥에 뱉었다.
“하도 바퀴벌레처럼 숨어다니길래 일부러 저주를 받아서 꼬드긴 건데… 괜한 고생만 했네요.”
아까 저 버러지들 보다야 먹을 만했지만.
그것뿐.
스스로 미끼를 자처한 보람이 전혀 없는 쓰레기 같은 맛이었다.
“사, 살려….”
“흥.”
이사벨라는 마르코의 양팔을 잡고 우악스럽게 비틀어 뽑았다.
“으갸갸갸갸갸갹!!!”
“비명 소리도 천박하네요.”
쯧.
이사벨라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이번엔 마르코의 턱을 붙잡았다.
“━아까 제 주둥이를 찢는다 어쩐다 했던가요?”
환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지어졌다.
“어, 어으. 아, 안… 아아아아아악!!”
찌지지직!!
붙잡은 턱을 거칠게 잡아 뽑았다.
핏물이 콸콸 쏟아져 내리며 바닥을 적셨다.
“하아. 괜한 고생만 했네요.”
압도적.
그래도 나름 탈 인간의 영역이라는 ‘고위 각성자’ 중에 하나인 마르코였지만.
이사벨라의 앞에선 흔하게 지나다니는 3, 4성 각성자와 다를 바 없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여왕님.”
마르코 패밀리가 전멸한 후.
곱게 가다듬은 회색 머리칼을 지닌 점잖은 인상의 노인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로베르토.”
이사벨라는 허리를 숙인 노인을 내려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명했다.
“꿇어.”
“예!!!”
쿵!!
로베르토라 불린 노인은 망설임 없이 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의자.”
“예, 옙!”
무릎을 꿇은 후, 바닥에 팔을 짚고 엎드렸다.
-털썩.
이사벨라는 자연스럽게 로베르토의 등 위에 걸터앉으며 매끄러운 다리를 꽜다.
“아무리 통신이 먹통이 됐다 해도 좀 많이 늦은 거 아닌가요?”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올빼미들이 끼어든 것도 전혀 눈치 못 챘고 말이죠….”
“죽여주십쇼, 여왕님!!”
“어머? 정말요?”
이사벨라는 푸른 눈을 반짝이며 로베르토의 목덜미에 망설임 없이 손톱을 꼽았다.
-푸욱!
“커헉! 크르륵!”
로베르토는 눈동자가 뒤집히며 피거품을 입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정말 죽여버릴까요?”
후비후비.
이사벨라는 로베르토의 목덜미에 쑤셔 넣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크륵! 컥! 커허허억!! 주, 죽여, 주십, 쇼!”
로베르토는 피를 토해내면서도 자세를 무너트리지 않았다.
“후후. 농담이에요.”
이사벨라는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뽑았다.
핏물에 젖은 손가락을 혀로 핥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걸로 귀찮은 마르코 패밀리는 모두 정리됐네요.”
“여, 여왕님의 뛰어난 계책 덕분입니다.”
“흐응. 그럴까요?”
이사벨라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 이번엔 꽤 위험했거든요.”
올빼미들이 마르코 패밀리에 협력한 줄 예상 못 했기 때문에 ‘자미원의 저주’에 완벽하게 걸려들고 말았다.
아까 전에 놈들에게 붙잡혔다면.
‘으음. 꽤 끔찍한 일을 당했겠죠.’
마르코의 성격상 자신을 한 번에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갖 능욕을 당하다가 밤이 찾아올 테고, 저주가 풀리며 자신을 농락하던 놈들을 싸그리 죽여버렸겠지.
‘결과적으로 마르코 패밀리를 죽이는 건 똑같았겠지만.’
아마 그녀로서도 감당하기 힘든 ‘트라우마’가 하나 생기지 않았을까.
━간신히 붙들고 있는 이성의 끈이 끊어질 정도로 끔찍한 트라우마가.
“후훗. 그런 의미에서 오진 씨는 제 은인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진이라면….”
콰득!!
이사벨라는 구두 굽으로 로베르토의 손등을 내려찍었다.
“크읍!!”
“오진, 이 아니라 ‘님’자를 붙여야죠?”
“죄, 죄송합니다!! 오진 님이라면 그… 한국에서 유명한 각성자 아닙니까?”
“맞아요.”
이사벨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로베르토의 등에서 몸을 일으켰다.
“흥미가 있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그녀는 뜨거운 눈빛으로 쓰러진 오진에게 다가갔다.
허리를 숙이며 킁킁 냄새를 맡았다.
“하아아! 이 달콤한 냄새…! 역시 최고야!”
이제까지 맡았던 그 어떠한 냄새와 비교하더라도.
오진에게 흘러나오는 ‘냄새’는 너무나도 달콤했다.
“아니, 이건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야.”
이 냄새에 비하면, 이제까지 맡은 냄새 따위는 시궁창에 처박힌 음식물 쓰레기에 불과했다.
“어디 그럼.”
이사벨라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오진의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핏방울을 손끝에 찍었다.
손끝에 맺힌 핏방울을 혀끝으로 살짝 찍었다.
“━아.”
표현 그대로.
영혼이 뒤흔들렸다.
“하앙! 하읏… 으읏!!!”
이사벨라는 야릇한 신음을 흘리며 오줌이라도 마려운 것처럼 몸을 베베 꼬았다.
‘뭐, 뭐야 이거?!’
냄새도 냄새였지만.
맛은 다른 피들 따위와는 ‘격’이 달랐다.
‘이, 이런 거 상상해 본 적도 없어.’
이제까지 자신이 마셨던 건 피가 아니라 똥물이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였다.
“…하아.”
이사벨라는 황홀한 표정으로 오진의 핏물을 손으로 찍어 혀로 핥았다.
마음 같아서는 바닥에 고인 핏물을 한입에 들이켜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쾌락에 죽어버릴 수도 있어.’
오진의 피 맛은 그 정도 수준이었다.
“후, 후후후. 후후후훗.”
그녀의 입에서 끈적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로베르토.”
“예, 여왕님!”
“엘릭서를 가져와요.”
“에, 엘릭서 말씀입니까?”
“빨리.”
물병자리의 고위 각성자만이 만들 수 있다는 꿈의 포션.
감히 그 값어치를 돈으로 매길 수조차 없는 최상급 포션이 바로 엘릭서였다.
“여, 여기 있습니다.”
“줘봐요.”
이사벨라는 엘리스를 오진의 입안에 흘려 넣었다.
순식간에 그의 상처가 재생됐다.
“후후훗.”
그녀는 쓰러진 오진을 내려다보며 사랑스럽다는 듯 그 뺨을 쓰다듬었다.
길게 내민 혀로 입맛을 다시며,
“절대━ 놓지 않을 거야.”
푸른 눈동자에 짙은 탐욕이 번들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