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Not That Kind of Talent RAW novel - Chapter 246
246. 감정은 언제나 누군가를 죽여왔기에(1)
은은한 짜증과 분노가 실린 걸음이 성을 정처 없이 배회한다. 오엘과 대판 싸운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듯 트로버는 미간을 찌푸린 채 성 곳곳을 거닐었다.
아마 이대로 돌아간다면 엉뚱한 곳에 분풀이를 할 확률이 높겠지. 9군단장은 단순무식한 편이지만 아예 멍청하진 않다. 괜히 군단장이 아니기에 생각보다 자기객관화가 잘 된 그는 기분이 풀릴 때까지 기약 없는 산책을 계속하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
하여 이따금 땅을 툭툭 차기도 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목적지 없이 걸음을 옮긴 지 얼마나 되었을까, 익숙한 마족이 눈에 들어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췄다.
‘……데르니반?’
조금 전 오엘과 마주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다만,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겠다.
평소였다면 단 그 녀석이 나서기 전에 앞서 싸움을 말리는 녀석이 있었을 것이다. 어지간해서는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는 녀석이 왜 이 외진 곳에 와 있는 건지.
그것만으로도 수상하건만, 뭔지 모를 직감마저 보통 일이 아니라고 알리고 있어 트로버는 데르니반의 시선이 닿기 전에 재빨리 몸을 숨기고 눈살을 찌푸렸다.
‘여기가 무슨 전장도 아니고, 답지 않게 너무 경계하고 있는데…. 뭔가 숨기는 거라도 있는 건가?’
데르니반의 표정이나 걸음걸이 자체는 평소와 다르지 않지만, 그와 자주 대련을 해왔던 만큼 확신할 수 있었다. 바짝 선 귀와 날카로움을 담고 은근하게 굴러가는 눈동자. 저건 분명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거다.
때마침 시선을 느낀 듯 데르니반이 고개를 휙 돌린다. 흠칫한 트로버가 좀 더 꼼꼼히 기척을 숨겼다.
“…….”
“…….”
숨 막히는 긴장감이 흘렀다.
매서운 눈동자가 트로버가 숨은 곳을 훑는다.
누가 늑대 출신 마족 아니랄까 봐 감 하나는 짐승 같아서. 전장에 있었을 때보다 더 긴장되는 상황에 트로버는 조용히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실제로는 길지 않을 테지만 체감상 억겁 같은 시간이 흐르고, 마침내 데르니반이 시선을 거두며 낮게 중얼거렸다.
“……착각인가.”
“…….”
이미 볼일을 끝내고 나오던 길이었는지 그가 미련 없이 자리를 떴다.
혹여나 또 저 짐승 같은 감각에 걸리기라도 할까, 트로버는 데르니반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슬그머니 몸을 움직였다.
‘여기인가?’
데르니반이 나온 곳으로 유추되는 버려진 창고 앞에 선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굳이 이 창고에…?”
오엘이 잡동사니 창고를 여기로 옮기기라도 했나?
……아니, 잘은 몰라도 바뀐 창고 위치가 5군단 전용 연무장 근처라는 건 들었다. 5군단에서 몇 명 차출해 보초까지 두었다지. 그러니 잡동사니 창고는 아닐 텐데.
‘아니면… 데르니반이 개인적으로 마련한 창고인가?’
……푸핫.
즉시 비웃음이 나왔다.
“말도 안 되지.”
내가 생각한 거지만 신빙성이라고는 쥐뿔도 없다.
그 건조한 녀석이 창고를 몰래 마련해가면서까지 숨겨야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 있다고? 차라리 달이 두 개라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상관의 명령만 듣는 시체에 가까운 녀석이다. 그보단 오엘이 비밀리에 내린 명령이 있었다는 게 더 그럴싸한 가설일 테지.
어쨌거나…. 어깨를 가볍게 들썩였다.
“뭐든 들어가 보면 알겠지.”
마침 버려진 창고라 그런지 잠금장치도 고장 난 것 같고.
손잡이를 잡고 돌렸다. 문이 열리고 겉보기와 전혀 다른 내부 풍경이 저를 반겼다.
창고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니 창고와 마왕성을 넘어 ‘마족’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폭신폭신하게 꾸며진 내부. 그것만으로도 충격적이건만, 트로버는 그 가운데에서 인형을 가지고 놀다가 저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한 생명체를 발견하고 잠시 멍해졌다.
“……허?”
***
“데온 님, 정말 혼자 가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마계의 말을 끌고 와 고삐를 건네면서도 퍽 불안한 듯 에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역시 보필할 마족 한 명 정도는 따라가야….”
“금방 다녀올 거라니까? 됐어. 혼자면 충분해.”
따라오게 뒀다가 무슨 말을 들으라고?
그간 봐온 마족들이라면 누가 따라오든 필시 개인적인 시간 따윈 개나 줘 버린 듯이 따라붙을 것이다.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이것저것 많이 간섭하겠지. 특히 마왕이 내린 금지령에 어긋나는 짓을 한다면 기를 쓰고 막으려 들 터다.
애초에 금지령을 어기기 위해 첫 번째 도시로 향하는 데온으로서는 차라리 혼자 가는 것이 더 편했다.
머뭇거리는 에드의 손에서 고삐를 낚아챘다.
“그럼 다녀온다.”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내키지 않는 듯한 인사가 돌아왔다.
이제는 익숙해진 몸놀림으로 거리낌 없이 시커먼 말에 올라탄 데온은 힐긋 에드를 보았다가 고개를 정면에 돌리고 말 배를 걷어찼다.
말 한 마리가 마왕성을 빠져나갔다.
***
전에 비해 줄긴 했다지만, 마물은 여전히 많고 먹잇감은 적다.
연명하기 위해 먹는다기보다는 유일한 낙이자 삶의 목표가 식탐이요, 존재 자체가 ‘부족하게’ 태어나 제게 없는 것을 갈구하는 본능이 ‘굶주림’으로 드러난 녀석들이다.
때문에 마물들은 에드를 비롯한 몇몇 마족들을 통해 혼자 움직이는 존재가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겪었음에도 다 잊은 듯 데온을 노렸고.
“나 하나 잡아먹겠다고 많이도 몰려오네.”
데온은 여유롭게 웃었다.
“길만 안 막았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을 텐데.”
이쯤에서 한 번 위협을 가해줘야 저 본능에 충실한 것들은 물러가겠지.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공포가 허기를 압도하게 만들면 충분할 것이다.
다만,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전투 방식이랄까.
잠시 멈춰서 말에서 내렸다. 말이 주춤 도망가려 했으나 놓치지 않고 고삐를 콱 잡아당겨 눈을 맞췄다.
“여기에 있어.”
“…….”
새빨간 눈동자에 살기가 들어찼다.
도망가면 죽는다.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말이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얼어붙었다.
데온은 만족스럽게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몇 걸음 걸어 나가 제자리에서 통통 뛰었다.
“……역시.”
몸이 가볍다.
마물은 이번에도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전과 달리 위기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제 두 발을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고 씩 웃었다.
이거, 아무리 생각해봐도….
“죽을 것 같지는 않네.”
그러고 보니 전 황제 에도아르도 데세르트와 네메세우스 장군을 마지막으로 제대로 싸울 일이 없었던가. 제국의 전 수도에서의 전투가 용사로서의 제대로 된 첫 전투이자 마지막 전투였던 것 같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몸도 풀 겸,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을지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키에에에에!”
울음소리가 가까워졌다.
가장 먼저 코앞에 도달한 것은 인간형, 마족에 가까운 형태의 마물이었다. 인간형이라기엔 덩치가 좀 많이 컸지만.
녀석이 데온을 낚아채려는 듯 손을 뻗는다. 곧장 몸부터 피하고 보았을 과거와 달리, 데온은 피하는 대신 관찰하듯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물과 눈이 마주쳤다.
놈의 눈에 잡았다는 확신과 기쁨이 깃들고, 움직이지 않는 멍청한 먹잇감에 대한 비웃음이 선명히 떠오른 순간.
“키에에?!”
데온의 신형이 사라졌다. 당황한 마물이 증발한 먹잇감을 찾아 고개를 돌리려 했으나….
고개가, 움직이지 않는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상체가 뒤로 젖혀지고 있었다.
놈의 턱과 정수리를 눌러 잡은 채 등에 매달린 데온이 씩 웃으며 그대로 잡은 머리를 비튼다. 우두둑- 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머리가 90도로 꺾였다.
상대의 허벅지를 밟고 뛰어올라 공중에서 어깨를 짚고 몸을 틀어 놈의 등 뒤로 이동하여 머리를 잡고 매달리기까지, 그야말로 한순간.
“……최곤데.”
용사라는 건 이런 거구나. 나직한 감탄이 나왔다.
“몸도 더 유연해진 것 같고.”
탄력도 좋아졌어.
마지막으로 등부터 떨어질 뻔한 것을 텀블링하듯 몸을 한껏 젖혀 바닥을 짚은 데온이 그대로 땅을 밀어내며 자리를 피했다. 그가 있던 곳에 다른 마물의 발이 내리 찍혔다.
허리춤에 챙겨온 비수를 던져 녀석의 미간을 꿰뚫은 뒤, 잠시 멈춰서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팔로 자리를 벗어날 수 있을 정도로 땅을 밀어내는 건 예전엔 꿈도 못 꿨는데.’
용사가 되기 전이었다면 팔에 무리가 갔을 것이다. 금이 가든 탈골이 되든 부러지든, 다음 움직임에 방해가 되는 부상을 입었겠지. 오로지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는 천 길 낭떠러지 위의 줄타기 같은 전투만 치르다가 이렇게 자유롭게 싸우게 되니 기분이 굉장히 상쾌하다.
고개를 들었다. 분명 내렸다고 생각한 입꼬리가 어느샌가 다시 올라가 있었으나 개의치 않고 허리춤의 단검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손을 뗐다.
“조금 여유롭게 놀아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 휴가는 하루여서 말이지.”
드러난 눈동자는 광기와 희열을 담고 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래도 맨손으로 상대해줄 테니 어서 덤벼라, 아가들아. 되도록 빨리 끝내자고.”
***
‘오늘도 방문 일정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
저 노크 소리는 또 뭐란 말인가.
밖에서 누군가 성문을 두드린다. 익숙한 기시감에 첫 번째 도시의 성문을 담당하는 문지기가 식은땀을 흘리며 통신석을 들었다.
“지금 밖에서 누가 노크하고 있는데…….”
– …….
“이봐.”
– 어어…….
이 대화도 익숙하다.
이어지는 병력이 필요 없다는 말까지 같자 슬슬 불안감이 치솟았다. 설마 저 너머의 인물도 같은 건 아니겠지.
어쨌거나 허가도 떨어졌겠다, 점점 강해지는 노크 소리를 멈추기 위해 재빨리 장치를 움직였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성문이 약간의 틈을 보이고, 누군가 들어왔다. 다행히도 상대는 옅은 노란빛 머리카락과 푸른 눈이 아닌 붉은 머리와 붉은 눈, 얼룩덜룩한 붉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
잠깐. 피비린내가 나는데.
그것도 아주 진하게 나는 것이…….
‘설마 저게 다 피라고…?’
어디까지가 본래의 색이고 어디까지가 피일까. 둘의 경계를 찾기 위해 눈을 가늘게 뜬 문지기는 얼마 못 가 또 하나의 위화감을 발견하고 움찔했다.
‘마력이…….’
없다. 눈 비비고 다시 봐도 없다.
마물 떼를 뚫고 여기까지 올 정도면 그만한 무력을 지녔다는 뜻일 텐데, 저번의 부관님과 달리 티끌만큼의 마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족이라면 마력 소모의 여부와 관계없이 느껴져야 할 육신을 구성하는 마력조차도.
그렇다는 건….
‘인간…?’
와닿지 않는 현실에 문지기가 멍하니 눈을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방문했던 0군단장님도 인간이셨지. 제국의 전 황제를 죽이고 인간계를 궁지에 몰아넣으며 그분의 위상이 더욱 드높아졌기에 외형적인 특징 또한 널리 알려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분명 흰 머리와 붉은 눈이라고 했으니 눈앞의 인간은…….
“…….”
새빨간 눈과 시선이 마주쳤다.
“붉은 눈…….”
“?”
……에이, 설마.
아무리 피 칠갑을 해도 그렇지, 머리카락이 저렇게까지 물들 리가…….
“……혹시…0군단장님이십니까…?”
“맞는데.”
“아…….”
“……?”
물어봐 놓고 정작 멍하니 있는 그가 이상한 듯 데온이 고개를 기울인다. 그제야 뒤늦게 집 나간 정신을 잡아 온 문지기가 태연히 입을 열었다.
“……실례했습니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라 준비가 미흡한 상황인데, 잠시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그럴 필요는….”
황급히 뒤돌아서 조용히 통신석을 들었다.
“이봐지금비상이니까빨리관리자님에게전해0군단장님께서오셨다고.”
– ……뭐?
“0군단장님오셨다고나죽을것같으니까빨리전하라고제발…!”
어깨에 손이 얹어졌다. 본능적으로 손의 주인을 눈치챈 문지기가 순간 숨을 멈췄다.
삐걱거리는 고개를 억지로 돌렸다. 혈 향이 훅 풍기고, 피에 젖은 손이 보인다.
얼어붙은 채 눈치만 보고 있자 이를 눈치챈 듯 손이 떨어졌다. 어깨에 빨간 손자국이 남긴 했으나 지금 그걸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무, 무무무슨 일이신지…….”
“저거 안 닫아?”
“아…!”
너무 충격적인 나머지 성문을 열어둔 채 방치하고 있었다.
급히 장치를 조작하여 문을 닫았다. 밖에 웬 붉은 고깃덩어리들이 굴러다니는 게 문 틈새로 보인 것 같았으나 모른 척했다. 착각이겠지. 제발.
“그리고….”
“넵! 말씀하십시오!”
“……그렇게 긴장할 필요는 없는데.”
“아닙니다!”
데온 하르트는 잠시 침묵했다.
“……어차피 잠깐 있다 가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라고 전해. 임무가 아닌 개인적인 휴가니까.”
“예? 하지만….”
“오히려 모시겠다는 이유로 자꾸 귀찮게 굴면 기분이 나빠질 수도….”
“바로 전하겠습니다! 편히 즐기다 가십시오!”
“그래, 말은 맡기지.”
“옙! 특별히 잘 관리하겠습니다!”
대충 손을 흔드는 것으로 답을 대신한 데온 하르트가 안으로 들어간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뻣뻣하게 서 있던 문지기는 어느 순간 다리에서 힘이 풀린 듯 휘청이며 벽에 등을 기댔다.
“주, 죽는 줄 알았다…….”
내 목, 잘 붙어 있는 거 맞겠지…? 덜덜 떨리는 손을 들어 목을 쓸어내렸다. 다행히 어디 한 군데 흠집 나지 않고 잘 붙어 있는 듯 말끔한 감촉이 손끝에 느껴졌다.
목의 안전을 확인하고 나니 억울함이 고개를 들었다.
‘휴가는 보통 네 번째 도시로 가는 거 아닌가?’
저번의 그 부관님도 그렇고, 유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들이 이곳엔 왜 오시는지 모르겠다.
무서워서 문지기 못 해 먹겠네. 일 끝나면 사직서를 작성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지기는 한동안 계속 목을 만지작거렸다.
***
피에 젖은 채로 돌아다닐 수는 없어 근처 옷가게에서 무난한 옷을 구매한 데온은 눈에 보이는 여관에 들어가 욕실을 빌렸다.
사방에 핏자국을 남기며 돌아다니는 것이라 작은 마찰 정도는 각오했으나, 마찰은커녕 옷가게 주인도, 여관 주인도 덜덜 떨며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했기에 조금 어리둥절하던 데온은 저를 알아봐서 그렇구나- 하고 대충 납득하며 넘어갔다.
이렇게 피에 젖은 것도 오랜만이라 어색하면서도 감회가 새로운 기분으로 씻고 다시 밖에 나온 그가 몇 발자국 옮기다가 멈칫, 고개를 돌렸다.
붉은 눈동자가 특정 위치를 스치듯 훑었다.
‘시선이 느껴지는데, 적의는 없고…….’
오히려 조심스러운 듯한….
흐음, 불쾌한 음성이 낮게 흘러나왔다.
‘누군지 알 것 같네.’
경고해둔 것이 있어 차마 다가오진 못하고 멀리서 필요한 건 없는지 살피려는 것이겠지. 마음은 알겠지만 감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정확한 위치를 겨눠 가라는 손짓을 했다. 위에서 내려진 명령과 상충되는 듯 머뭇거리던 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마침내 한 명만 남았다. 데온은 마지막 남은 시선의 주인에게 눈을 돌렸다.
당황한 듯 안절부절못하던 기척이 데온 하르트의 시선이 제게 닿자 손짓하기도 전에 알아서 물러가려 한다.
‘일부러 하나 남긴 건데, 사라지면 곤란하지.’
재빨리 거리를 좁혀 붙잡았다.
설마 붙잡을 줄은 몰랐던 듯 흠칫 놀란 마족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필요한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저번에 갔던 도박장을 찾고 있는데.”
“아…! 죄송하지만 그 도박장의 특징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도박장이 한두 군데가 아니어서…….”
특징이라…….
“창문 밖으로 달과 길이 보였어.”
“…….”
“아, 마족들도 많이 보였다.”
“그으…….”
마족이 마른침을 삼켰다.
“그것만으로는 유추하기가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