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Ready for Divorce! RAW novel - Chapter (169)
외전 4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뒤.
“으앙!”
드디어 산실에서 건강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복도에서는 하인츠와 브리엔의 곡소리가 이어졌다.
“흐윽……. 진짜 내 머리……. 으윽…….”
“안 그래도 요즘 신경 쓰였는데…… 마님께 탈모약을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요!”
어느새 고통이 멎은 카빌은 식은땀을 닦으며 일어났다. 그의 커다란 손바닥에는 하인츠와 브리엔의 머리털이 가득했다.
“어엉, 내 머리!”
“흐윽…….”
카빌은 눈물을 흘리며 투덜대는 두 남자를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고는 창백한 얼굴로 침실 문 앞을 기웃거렸다.
분명 아이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왜 이렇게 조용한지.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카빌에게는 이 잠깐의 기다림이 진통보다 더 고통스러웠다.
이내 곧 산실의 문이 열리고, 의원을 비롯해 마탑에서 온 여성 마법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빌은 곧바로 엘로디의 안위부터 물었다.
“부인은?”
“마님께선 건강하셔요. 아기님도 건강하시고. 그런데…….”
“그런데 뭐?”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 걸까?
머뭇거리는 의원의 태도에 카빌은 심장이 바닥으로 쿵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그게, 그러니까 아기님이…….”
“비켜!”
카빌은 답답하게 구는 의원을 참지 못하고 산실 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사람들 역시 산실 앞을 기웃거렸지만, 문은 단호하게 닫혔다.
카빌은 울컥 치미는 눈물을 참으며 엘로디가 누워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그런데…….
“…….”
엘로디의 품에 안겨 있는 아이가 한 명이 아니었다.
뒤늦게 카빌을 따라온 의원이 얼버무렸다.
“그게 아이가 두 명이라…… 쌍둥이입니다.”
“하.”
혹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던 카빌은 그제야 안심하고 엘로디에게 다가갔다.
“부인, 괜찮아요?”
“응.”
엘로디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다행히 부인의 안색은 평화로웠다.
“하나도 안 아팠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정말 안 아팠어.”
신기하다는 듯한 엘로디의 말에 카빌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다행이에요.”
“마취라도 한 줄 알았어. 어떻게 안 아플 수가 있지?”
엘로디는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조잘거렸다. 희한한 일이었다.
“……그런데 카빌, 괜찮아?”
뭐 그렇게까지 땀을 흘렸어?
엘로디는 땀으로 젖은 기색이 역력한 카빌의 이마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잠깐, 설마…….
“카빌, 설마 또 오빠가 약을…….”
“다행이에요. 부인이 아플까 봐 너무 두려웠는데.”
카빌은 엘로디의 이마에 여러 번 입을 맞췄다. 엘로디는 젖은 카빌의 눈가를 쓸어 주었다.
카빌은 엘로디의 안위를 확인하자, 그제야 품 안에 안겨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엘로디가 작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름을 하나 더 지어야 할 것 같아.”
“…….”
침대에 누워 꼬물거리는 작은 아기들을 보며, 카빌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무언가 터진 것처럼 눈물이 흘러나왔다. 겪어 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왼쪽의 아기는 엘로디와 같은 분홍색 머리카락인 것 같았다.
아직 선명하진 않지만 분명히 엄마의 머리 색을 닮았다. 그리고 눈동자는 카빌과 비슷했다.
그리고 오른쪽의 아이는 카빌과 같은 짙은 머리카락에 눈동자는 엘로디를 닮았다.
아직 쪼글쪼글한 모습이지만, 카빌에게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게만 보였다.
자신과 부인을 닮은 아이라니, 경이롭다는 말 외에 다른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이 아이가 남자아이래. 이쪽이 여자아이고.”
엘로디의 말에 카빌은 울컥하며 눈만 깜빡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엘로디 역시 눈물을 글썽거렸다.
카빌은 그런 엘로디를 안고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고마워요, 부인. 미안해요, 부인. 사랑해요, 부인.
온통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말들이었다.
***
예기치 않게 태어난 쌍둥이 덕분에, 공주님파와 왕자님파로 나뉘어 대립하던 이들에게 평화가 찾아왔다.
“하아…….”
아기침대에 누워 꼬물거리는 두 아기를 보며, 하녀들은 달콤한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 종일 보고 있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어쩜 이렇게 영주님과 마님을 쏙 빼닮았는지.
“너무 행복해…….”
특히 마리는 잠자는 시간만 빼고는 매일같이 아기들에게 붙어 있었다.
덕분에 엘로디와 카빌은 하인들에게 약간의 서운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기들이 태어나자 그쪽으로 관심이 몰려, 찬밥 신세가 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었다.
카빌과 단둘이 보낼 수 있는 평화로운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카빌은 마치 임신 초기 때처럼 조심스럽게 엘로디를 대했다.
“더 조심해야 해요.”
“……그래도 직접 걸을 수는 있어.”
“아니에요, 안 돼요. 책에서 그랬어요. 안겨서 다녀야 한다고.”
책에 그런 이야기가 있을 리가…….
엘로디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카빌이 하도 단호해 모른 척해 주기로 했다.
“아참, 카빌. 그런데 아이들 이름은 어쩌지?”
“그게…… 부인이 잘 때 고민해 봤는데요.”
“정말?”
“로엘, 미엘, 이렇게 짓는 게 어때요?”
카빌이 엘로디의 손등에 다정하게 입을 맞추며 제안했다.
나쁘지 않은 방법이었다. 엘로디는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먼저 태어난 로엘은 남자아이로 엘로디를 똑 닮은 분홍색 머리카락을 가진 아이였다.
그리고 미엘은 카빌처럼 짙은 머리 색을 가진 여자아이였다.
희한한 점이 하나 있다면, 남자아이인 로엘이 엘로디를 더 닮았고 여자아이인 미엘이 카빌을 더욱 닮았다는 점이었다.
“부인을 닮아 다행이에요.”
“나는 미엘이 카빌 널 닮아서 좋아.”
두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인들과 기사들 역시 새로 태어난 아기들을 너무나도 사랑했다.
기사들은 하녀들이 안고 지나가는 아기들을 보며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제가 부모라도 된 듯 뿌듯한 얼굴들이었다.
“아……. 저 볼 손끝으로 한 번만 만져 봤으면.”
“하……. 나도. 나는 손을 입에 넣어 보고 싶어.”
“뭐야?”
“미친놈 아냐, 이거?”
“이 새끼 당장 가둬!”
다들 상상은 했어도 차마 입 밖으로 내놓지 못한 발언이었다.
감히 그 귀여운 손에 침을 묻힐 생각을 하다니!
그들은 선 넘은 발언을 한 기사는 철저히 응징했다.
***
엘로디는 카빌과 사용인들의 보호 아래 빠르게 건강을 되찾았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고 있었다.
엘로디는 카빌의 양쪽 품에 나란히 안긴 아기들을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기들이 네 품을 참 좋아하는 것 같아.”
“부인은요?”
“……나도 당연히 좋지.”
엘로디의 대답이 만족스러운지, 카빌은 수줍게 웃었다.
아기들은 카빌의 품에 안겼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기들의 토실토실하고 뽀얀 뺨을 볼 때면 사랑스러운 감정이 마구 밀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평화로운 성에 작은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당연히 대부는 저죠!”
“미쳤냐? 감히 네가? 나는 두 분이 어렸을 때부터 봐온 장본인이다.”
하인츠와 브리엔이 티격태격하며 엘로디와 카빌을 찾아온 것이다.
성에서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던 엘로디는 씩씩거리며 찾아온 두 사람을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대부라니, 그런 게 꼭 필요할까?
카빌 역시 같은 생각인 듯했다.
“내 아이들에게 대부 따윈 필요 없어. 개소…… 헛소리 하지 말고 꺼져. 훈련이나 해.”
카빌의 비난에 하인츠와 브리엔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했다.
그때였다.
“대부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침 상단 일로 엘로디를 찾아왔던 시르카였다.
문 틈새로 이야기를 들었는지, 시르카는 깜짝 놀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대부는 당연히 저죠!”
시르카의 말에 하인츠와 브리엔은 그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찻잔을 내려놓던 마리가 후후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 어리석은 분들. 그 역할은 당연히 마님과 영주님께서 가장 믿는 사람이 해야지요. 바로 저 같은.”
“…….”
마리가 턱을 치켜세우며 당당하게 말했다.
마리를 가장 믿는 건 사실이지만…….
“마님, 이 자리에서 정해주세요. 누구를 대부로 삼으실 건지!”
하인츠가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꼭 대부일 필요 있나요? 마님, 제가 있잖아요. 저요.”
마리 역시 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엘로디는 카빌의 눈치를 보았다. 카빌은 당장 소리 질러 쫓아내고 싶지만, 엘로디 때문에 꾹 참고 있었다.
사실 대모든 대부든, 카빌과 자신이 없을 때 아이들을 보호해 줄 정식 보호자가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했다.
엘로디는 잠시 그들의 얼굴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못 정하시겠으면 아기님들의 선택에 맡기시죠? 전 자신 있습니다!”
마리의 제안에 나머지 사람들이 비겁하다며 중얼거렸다.
아기들의 선택에 맡긴다면, 아기들은 가장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마리에게 갈 가능성이 제일 높았으니까.
하지만 사실 아기들이 마리보다 더 가까이하는 존재가 따로 있긴 했다.
“부인이 정하세요. 저는 부인의 뜻에 따를게요.”
카빌은 짜증을 꾹 누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
그때, 마침 하녀들이 잠에서 깬 아기들을 데려와 엘로디와 카빌의 품에 안겨 주었다.
시르카와 브리엔, 하인츠, 마리는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아기들을 바라보았다.
“진짜 별꼴이다, 정말……. 한심해 죽겠어.”
테이블 위에 벌러덩 누워 낮잠을 자고 있던 이프리트가 잠에서 깨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기들은 이프리트를 보고는 꺄꺄 하며 팔을 흔들었다.
이프리트는 아주 능숙하게 아기들에게 다가가 머리를 들이밀며 부비적거렸다.
“아이들의 대부는…….”
“…….”
엘로디의 입술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카빌 역시 누구일지 궁금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혼당할 준비 완료했습니다